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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0년 12월 24일, '인신매매 착취방지와 피해자보호 등에 관한 법안'(아래 인신매매특별법)이 이수진 의원 대표발의로 국회에서 발의되었다. 인신매매 피해자를 지원해왔던 현장단체와 전문가들은 유엔 인신매매의정서(2000년 채택)를 이행하는 인신매매특별법이 반드시 필요하다고 지난 20년간 주장해왔다. 그래서 이번 법안 발의는 환영할 만하다. 그런데 이 법안에는 인신매매범죄를 처벌하는 조항이 없을뿐더러, 여러 중요한 문제들이 있다. 이에 단체와 전문가들은 '인신매매특별법 제정을 위한 연대회의'를 구성하였고, 국회와 정부에 제대로 된 인신매매특별법 제정을 촉구하고자 22일부터 5일간 총 5편의 릴레이 기고를 이어갈 예정이다.[편집자말]
 
 한국원양어선 오양75호에서 일하다가 한국인 선원에게 폭행과 임금체불까지 당한 인도네시아 선원 수기토(Sugito)와 시소로(Sisworo)가 방한한 가운데, 11일 오전 서울 서대문구 사조오양 본사 앞에서 열린 사조오양 규탄 기자회견에 참석한 한 활동가가 '우리의 아이들에게 인권 침해 기업의 제품을 먹일 수 없습니다'라고 적힌 피켓을 들어보이고 있다.
 한국원양어선 오양75호에서 일하다가 한국인 선원에게 폭행과 임금체불까지 당한 인도네시아 선원 수기토(Sugito)와 시소로(Sisworo)가 방한한 가운데, 2020년 6월 11일 오전 서울 서대문구 사조오양 본사 앞에서 열린 사조오양 규탄 기자회견에 참석한 한 활동가가 "우리의 아이들에게 인권 침해 기업의 제품을 먹일 수 없습니다"라고 적힌 피켓을 들어보이고 있다.
ⓒ 유성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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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1년 한국 어선인 오양 75호에 승선해 뉴질랜드 해역에서 조업했던 인도네시아 선원 32명은 장시간 노동에도 제대로 된 임금을 받지 못했고, 상습적으로 폭행과 성적인 학대를 당했다.

그러나 선원들은 도움을 구할 수도, 도망칠 수도 없었다. 여권은 빼앗긴 상태였고, 어선은 바다 한 가운데에 있었기 때문이다. 그러다가 배가 육지에 가까이 왔을 때 그들은 헤엄을 쳐서 배를 탈출했다.

2012년 미국무부의 인신매매 보고서는 위 사건을 '인신매매' 내지 '강제노동'으로 규정하면서, 대한민국은 원양어선에서의 강제노동을 다루기 위한 법이 부족하고, 노동착취 목적 인신매매에 대한 유죄판결의 사례가 없으며, 국제 규범에 따른 포괄적인 인신매매 대응법이 국내에 없다고 비판했다. 

10여 년이 지난 지금은 어떠한가? 어업에서 인신매매는 사라졌고, 노동착취 인신매매에 대응하기 위한 법과 정책은 잘 마련되어 있으며, 인신매매 범죄에 대한 처벌은 효과적으로 이루어지고 있는가?

한국 어선에서 이주어선원들이 겪는 착취와 차별과 학대
  
어선은 원양어선과 연근해어선으로 구분할 수 있고, 연근해어선은 20톤 미만과 이상으로 나눌 수 있다. 이렇게 범주화하는 이유는 적용되는 규범과 관할하는 정부 부처, 이주노동자의 모집 과정이 다르기 때문이다.

그러나 조업 장소, 배의 무게와 상관없이 한국 어선에서 일하는 어선원의 상당수는 이주노동자다. 그리고 그들은 오늘도 인신매매와 강제노동에서 자유롭지 못하다.

작년에 개야도에 가서 만난 동티모르 국적의 이주노동자들은 양식장에서 일하기로 하는 내용의 노동계약을 체결하고 한국에 왔지만, 고용주는 그들을 양식장뿐 아니라 어선에서도 일하도록 시켰다.

심지어 밭일이나 가사노동까지 떠맡겼다. 노동자가 아니라 머슴으로 부린 것이다. 욕설과 열악한 숙소, 장시간의 고강도 노동도 힘들었지만, 이들에게 가장 큰 문제는 휴일이 없다는 것이었다. 그러나 이주어선원들이 섬을 떠나는 일은 불가능했다. 선주의 허락 없이는 육지로 가는 배도 탈 수 없었기 때문이다.

고용허가제로 들어오는 이주노동자와는 달리 20톤 이상 연근해어선에서 일하는 이주노동자들은 현지 인력모집 업체에 고액의 송출비용을 내야만 한국 어선을 탈 수 있다. 2015년만 해도 수백만 원이었던 송출비용이 점점 늘어나더니 2020년에는 1500만 원까지 올랐다.

송출비용의 반은 계약 기간을 다 마치고 돌아가야만 돌려받을 수 있는 이탈보증금인데, 이주어선원들은 이탈보증금에 더해 집문서 등을 담보물로 제공을 해야 한다.

지난해 제주에서 갈치잡이 배를 탔던 베트남 국적의 어선원은 한국인 선원들에게 욕설은 물론 폭행을 당하면서 하루 평균 20시간 동안 일을 했다. 그러나 착취와 학대를 당하고도 그는 배를 떠날 수가 없었다. 입국하자마자 한국의 인력업체가 여권과 외국인등록증은 물론 통장과 현금카드까지 압수했기 때문이다. 배를 떠날 경우 이미 지급한 이탈보증금과 담보로 잡힌 땅문서 역시 되돌려 받지 못한다.

원양어선에서 일하는 이주노동자들도 상황은 마찬가지이다. 본국을 떠나기 전에 현지 인력모집업체에 내야 하는 송출비용은 적지만, 매월 임금에서 송출비용 명목으로 공제가 되고 첫 3개월 치 임금은 이탈보증금으로 유보가 된다.

원양어선에서 일하는 이주어선원들과 인터뷰를 하다 보면 하루 평균 노동시간이 16~20시간인 사람을 쉽게 만날 수 있다. 그러나 이렇게 장시간 고강도의 노동을 하고 받는 임금은 고작 500달러(55만 4700원) 정도이다.

필자가 만난 인도네시아 국적의 이주어선원 월급은 310달러(34만 4038원)였다. 이는 같은 일을 하는 한국어선원 월급의 1/10에도 미치지 못하는 금액이다.

원양어선에서의 차별은 임금에 국한되지 않고 물과 음식, 화장실과 욕실과 같은 생활조건에까지 미친다.

한국어선에서 일어난 인권침해는 인신매매에 해당

대한민국이 2015년 비준한 UN 인신매매 의정서에 따르면, 인신매매란 노동착취 등 착취의 목적으로, 피해자를 폭행, 협박은 물론 기만하거나 그의 취약한 지위를 이용하는 등의 수단을 사용해서, 피해자를 모집, 운송, 은닉, 인계, 인수하는 행위(아래 모집 등의 행위)이다. 특히 위 의정서는 피해자가 착취에 대해 동의를 하였더라도 인신매매 성립에는 아무 지장이 없다고 규정하고 있다.
  
 대한민국이 2015년 비준한 유엔 인신매매 의정서에 따르면 인신매매란 노동착취 등 착취의 목적으로, 피해자를 폭행, 협박은 물론 기만하거나 그의 취약한 지위를 이용하는 등의 수단을 사용해 피해자를 모집, 운송, 은닉, 인계, 인수하는 행위다.
 대한민국이 2015년 비준한 유엔 인신매매 의정서에 따르면 인신매매란 노동착취 등 착취의 목적으로, 피해자를 폭행, 협박은 물론 기만하거나 그의 취약한 지위를 이용하는 등의 수단을 사용해 피해자를 모집, 운송, 은닉, 인계, 인수하는 행위다.
ⓒ 김종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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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러한 인신매매 정의에 따르면, 앞에서 살펴본 한국 어선에서 발생하는 인권침해는 인신매매가 될 수 있고, 인신매매에 연루된 이주어선원을 송출하거나 송입하는 인력모집업체의 모집, 이송, 인계 행위 그리고 선주나 선사의 인수 또는 은닉 행위는 인신매매 범죄에 해당할 수 있다.
  
인신매매죄로 처벌을 받은 인도네시아 인력모집업체 대표
  
 하루 18시간의 고강도 노동에 염수를 식수로 사용한 선원이 사망하자 수장하기 위해 제를 지내는 어선원들
 하루 18시간의 고강도 노동에 염수를 식수로 사용한 선원이 사망하자 수장하기 위해 제를 지내는 어선원들
ⓒ 공익법센터 어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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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년에 인도네시아 선원들을 모집해 중국 국적의 원양어선 롱싱(Longxing) 629호에 송출한 현지 인력모집업체 대표 3명이 인신매매 혐의로 구속 기소가 되었다.

기소된 대표들이 운영하는 인력모집업체는 경제적으로 취약한 인도네시아 어선원들을 모집해서 롱싱 629호로 송출하였는데, 그 선원들은 롱싱 629호에서 일하는 동안 노동 착취를 당했다. 사모아 섬 근처에서 참치를 잡으며 하루 평균 18시간 일했지만, 월급은 300~400달러(33만 2370원~44만 3160원)에 불과했다.

중국 선사는 차별적이고 낮은 임금조차 체불하였고, 인력모집업체는 그 임금의 반을 송출비용과 이탈보증금으로 공제를 하였다. 욕실은 중국 선원들만 사용할 수 있었기 때문에 인도네시아 선원들은 배 위에서 바닷물로 몸을 씻고 빨래를 했다.

생수 역시 중국 선원들에게만 제공돼 인도네시아 선원들은 바닷물을 담수화한 물을 마실 수밖에 없었다. 인도네시아 선원들은 롱싱 629호에 타자마자 여권을 압수당했고, 1년 넘게 어떤 항구에도 들어가지 않은 채 망망대해에서 조업을 계속했다.

이처럼 롱싱 629호에서 발생한 착취와 차별은 앞에서 설명한 한국 어선에서 발생하는 그것과 크게 다르지 않다. 다른 점은 인도네시아에서는 어선 내에서 노동 착취·인신매매를 저지른 사람들을 기소하고 처벌하지만, 대한한국에서는 그렇지 않다는 것이다.

지난 1월 28일 구속기소 된 인력모집업체 대표 중 한 명에 대해 인도네시아 브레베스(Brebes) 지방법원은 3년 4개월의 징역형을 선고했고, 나머지 2명에 대한 선고도 곧 나올 예정이다. 하지만 대한민국에서는 어선에서 벌어지는 인신매매 범죄는 물론이거니와 노동 착취 인신매매가 제대로 처벌된 적이 없다.

처벌 조항 없는 법률안
 

2020년 12월 28일 여성가족부가 초안을 작성한 법안을 이수진 의원이 '인신매매·착취방지와 피해자보호 등에 관한 법률안'(아래 인신매매특별법)이라는 이름으로 국회에 대표 발의하였고, 현재 위 법률안은 여성가족위에 상정된 상태이다.

2000년 채택된 유엔 인신매매 의정서를 국내적으로 이행해 온 유럽 국가들은 일정 규모의 기업들에 자신의 공급망에서 인신매매가 일어나지 않도록 관련 법과 제도를 진화시켜왔다. 하지만 이수진 의원의 법률안은 외국의 입법례를 본받기는커녕 유엔 인신매매 의정서가 요구하는 최소한의 기준도 충족시키지 못하고 있다.

국제협력에 관한 규정이 없고, 인신매매를 인신매매·착취라고 불러 개념적인 혼동을 초래하고 있으며, 비장애인인 성인 피해자의 경우 여성가족부 장관이 피해자로 확인을 해야 보호와 지원을 받을 수 있지만(법률안 제3조 제1항 제3호) 위 확인 절차에 대해서는 아무런 규정을 두지 않고 있으며, 인신매매 피해자가 대부분이 이주민임에도 그들에 대한 보호 규정은 지극히 미흡하다.

하지만 위 법률안의 '결정적인 흠결'은 인신매매 범죄에 대한 처벌조항이 없다는 것이다. 이에 대해 이수진 의원 측은 법률안에 처벌조항이 없더라도 형법과 특별 형법으로 처벌이 가능하여 "처벌의 사각지대가 없다"고 한다. (관련 기사: [반론] 인신매매특별법, 사각지대 놓인 피해자 위해 필요하다 http://omn.kr/1s6um)

기존 형법으로는 인신매매 처벌할 수 없다

이수진 의원 측은 처벌 조항의 부재가 아니라 "재판부의 가벼운 양형 판단"이 문제라고 하면서, 법률안 제2조 제2호에 나열된 형법과 특별 형법 규정을 가지고 제2조 제1호가 정의한 인신매매 행위를 모두 처벌할 수 있다고 한다.

법률안 제2조 제2호에 나열된 형법과 특별 형법 규정 중에서 비장애인 성인에 대한 노동착취 인신매매에 적용 가능한 것은 형법 제288조(약취·유인), 제289조(인신매매), 제292조(약취, 유인, 매매, 이송된 사람의 수수·은닉 등), 근로기준법 제107조(강제근로의 금지), 선원법 제167조 제3호(강제근로의 금지)뿐이다.

이수진 의원 측은 재판부의 가벼운 양형 판단이 문제라고 하지만, 재판부가 선원법 제167조 제3호 위반과 형법 제292조 제2항으로 처벌한 예는 아직 한 건도 없다. 형법 제289조로 처벌된 노동착취 목적 인신매매 범죄 역시 하나도 없다.

형법이 제정된 2013년 이후 지금까지 형법 제292조 제1항(피유인자 수수)으로 처벌된 사건이 4개, 근로기준법 제107조(제7조 위반의 경우)로 처벌된 사건은 3개뿐이다. 가장 많이 적용된 형법 제288조 역시 노동력착취 목적 약취를 처벌한 경우는 하나도 없고, 노동력착취 목적 유인으로 처벌된 사건만 13건 있을 뿐이다.

이런 상황에서 법률안이 국회를 통과하면 인신매매 범죄가 제대로 처벌될 수 있는가? 새로운 처벌 조항을 두지 않은 채 기존에 이미 존재하는 형법과 특별형법에 해당하는 죄를 모아 법률안 제2조 제2호에서 인신매매 범죄라고 부른다 한들 인신매매 범죄가 더 많이 처벌될 리 만무하다. 그 나물에 그 밥이고, 호박에 줄 긋는다고 수박 되는 것은 아니기 때문이다.
 
 이수진 의원 측은 재판부의 가벼운 양형 판단이 문제라고 하지만,?재판부가 선원법 제167조 제3호 위반과 형법 제292조 제2항으로 처벌한 예는 아직 한 건도 없다. 형법 제289조로 처벌된 노동착취 목적 인신매매 범죄 역시 하나도 없다.
 이수진 의원 측은 재판부의 가벼운 양형 판단이 문제라고 하지만, 재판부가 선원법 제167조 제3호 위반과 형법 제292조 제2항으로 처벌한 예는 아직 한 건도 없다. 형법 제289조로 처벌된 노동착취 목적 인신매매 범죄 역시 하나도 없다.
ⓒ 김종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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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러나 문제는 해석과 적용이 아니다. 형법 제288조, 제289조, 제292조, 근로기준법 제107조(제7조), 선원법 제167조 제3호 그 어느 것도 유엔 인신매매 의정서의 인신매매 정의는 물론이고, '인신매매특별법' 제2조 제1호의 인신매매 정의와 부합하는 것이 없다.

근로기준법 제107조와 선원법 제167조 제3호는 가벌적인 행위가 '모집, 운송, 은닉, 인계, 인수'가 아니라 '근로의 강요'이다. 형법 제288조, 제289조에 해당하기 위해서는 UN 인신매매 의정서에는 없는 피해자에 대한 '실력적인 지배'가 있어야 하고, 특히 제289조가 성립하기 위해서는 그에 더해 '대가의 수수'가 있어야 한다.

'대가의 수수를 요구하지 않고 착취에 대한 피해자의 동의는 인신매매 성립에 장애가 되지 않는다'고 규정한 UN 인신매매 의정서의 태도와 얼마나 거리가 먼지 쉽게 알 수 있다. 형법 제292조(약취, 유인, 매매, 이송된 사람의 수수·은닉 등) 역시 제288조와 제289조의 성립을 전제로 한 것이므로, 그 두 조항이 가지고 있는 한계를 여전히 내포하고 있다.

더 심각한 문제는 아동을 대상으로 하는 노동착취 목적 인신매매 범죄에 관해서다. 인신매매 의정서 제3조 (c), (d)에 따르면 피해자가 18세 미만의 아동인 경우에는 인신매매 성립에 있어서 수단이 필요 없다. 노동착취 등의 목적으로 모집 등의 행위를 하면 인신매매인 것이다.

따라서 앞에서 살펴본 형법 제288조, 제289조, 제292조, 근로기준법 제107조, 선원법 제167조 제3호는 노동착취 목적으로 아동을 단순히 모집, 운송, 은닉, 인계, 인수하는 행위에는 적용되지 않는다.
 
 노동착취 목적으로 18세 미만의 아동을 모집, 운송, 은닉, 인계, 인수한 경우 그 행위를 처벌할 수 있는 규정은 현재 없다.
 노동착취 목적으로 18세 미만의 아동을 모집, 운송, 은닉, 인계, 인수한 경우 그 행위를 처벌할 수 있는 규정은 현재 없다.
ⓒ 김종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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법률안 제2조 제2호에 나열된 형법과 특별 형법 규정 중에서 비장애인 아동을 대상으로 하는 노동착취 목적 인신매매에 적용 가능한 것으로는 형법 제274조(아동혹사), 제287조(미성년자의 약취·유인), 청소년보호법 제55조부터 제57조(청소년유해행위금지), 아동복지법 제71조 제1항이 있다.

그러면 이 중에 노동착취 목적으로 18세 미만의 아동을 (아무런 위법한 수단을 사용하지 않고) 단지 모집, 운송, 은닉, 인계, 인수한 경우 그 행위를 처벌할 수 있는 규정이 있는가? 결론적으로 말하면 없다.

청소년보호법 제55호조와 아동복지법 제71조 제1항이 벌하려는 것은 각종 청소년유해행위이거나 그 유해행위를 알선·매개하는 행위이지 '모집 등의 행위'가 아니다. 형법 제287조는 폭행, 협박, 기만, 유혹 등의 수단이 있어야 성립하므로 역시 적용이 안 된다.

형법 제274조는 생명 또는 신체에 위험한 업무에 사용할 영업자 또는 그 종업자에게 16세 미만의 아동을 인도한 경우에만 성립한다. 즉, 자기의 보호 또는 감독을 받지 않는 아동이나 자기 보호 또는 감독을 받지만 16세 이상 18세 미만의 아동을 인도하는 경우에는 해당이 안 된다. 또한 인도가 아니라 모집, 운송, 은닉, 인수하는 경우에도 형법 제274조는 역시 적용이 안 된다.

이처럼 인신매매 범죄 처벌과 관련해 기존의 관련 규범이 가지고 있는 한계는 해석으로 극복할 수 없다. 사각지대가 없는 것이 아니라 반대로 노동착취 목적 인신매매 범죄는 처벌을 면할 수 있는 완벽한 사각지대에 놓여있는 것이다. 결국 노동착취 목적 인신매매 범죄를 처벌하기 위해서는 별도의 처벌 규정이 반드시 필요하다.

특히 한국 어선에서 발생하는 인신매매 범죄는 이제까지 처벌된 적이 없는데, 위 법률안이 그대로 통과된다면 앞으로도 그럴 것이다. 처벌조항 없는 인신매매특별법은 필요 없다. 인신매매 범죄가 처벌되지 않는 인신매매 특별법을 만들어 놓고 피해자를 보호하겠다고 하는 것은 그 자체가 인신매매 피해자에 대한 지독한 조롱이다.

[기획 / 처벌 조항 없는 인신매매특별법 필요없다]
① 이수진 의원의 '인신매매특별법', 실망스럽습니다 http://omn.kr/1s648
② 대통령까지 나섰던 '염전 노예사건'의 허무한 결말 http://omn.kr/1s6l8

덧붙이는 글 | 글쓴이는 공익법센터 어필 변호사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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