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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바르셀로나의 리오넬 메시(가운데)가 7월 1일(한국시간) 스페인 바르셀로나의 캄프 누 경기장에서 열린 FC바르셀로나와 아틀레티코 마드리드의 스페인 프리메라리가 축구 경기 도중 아틀레티코 마드리드의 엔젤 코레아 앞에서 공을 차고 있다.
 FC바르셀로나의 리오넬 메시(가운데)
ⓒ AP-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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얼마 전 축구 선수 리오넬 메시가 장안의 화제가 됐다. 그는 '축알못'(축구 알지 못하는)을 자처하는 이들조차 모두 알고 있는 세계적인 축구 스타다. FC바르셀로나 소속으로, 지난 2004년 성인 무대에 데뷔한 이래 지금껏 무려 15년 동안 세계 무대를 평정해온 자타공인 '축구의 신'이다.

느닷없이 그의 이름이 세계 모든 언론의 스포츠면을 가득 채운 이유가 있다. 해트트릭 같은 기록이나 현란한 기술 따윈 그에겐 뉴스거리가 아니다. 여느 선수라면 '인생 경기'라며 제 살을 꼬집을 만한 기록도 워낙 밥 먹듯 해온 터라 그의 이름 앞에선 새삼스러울 것 없다.

이유인즉슨 천문학적인 그의 연봉 때문이다. 실은 FC바르셀로나와 그의 계약 조건이 외부로 유출된 것이 관건이었는데, 축구 팬들의 관심은 그보다 온통 계약서에 적힌 액수에 있었다. 클럽 측은 유출에 관여한 것으로 의심되는 인사와 언론을 상대로 법적 대응을 공언했지만, 이마저 여론의 주목을 끌지 못했다.

현지 언론에선 클럽이 지금 겪고 있는 심각한 재정난이 그의 초고액 연봉에서 비롯된 것이라고 앞다퉈 보도했다. 재미있는 건, 경기력과 상업적 측면에서 그 정도는 충분히 받을 자격이 있다며, 클럽이 나서서 리오넬 메시를 적극 엄호하고 있다는 점이다. 이쯤 되면, 도리어 메시와 클럽이 '갑'과 '을'의 관계다.

대체 1년에 얼마나 벌기에 세계적인 화제가 됐을까. 놀라지 마시라. 현지 언론의 보도에 따르면, 한 해 연봉이 자그마치 우리 돈으로 1871억 원이다. 이게 전부가 아니다. 계약 갱신료 1559억 원에다 로열티 보너스 1056억 원까지 책정돼 있다. 이 와중에 세전이냐 세후냐 따지는 건 쓸데없는 짓이다.

갱신료나 보너스 같은 가욋돈을 빼고 연봉만 따져도 입이 다물어지지 않는다. 누군가 스포츠 스타와 유명 연예인의 연봉은 '돈'이 아니라 '숫자'에 불과하다더니 그 말에 고개가 끄덕여진다. 일당으로 계산하면 하루 5억 원이 넘고, 일 평균 노동시간을 기준 삼아 시급으로 환산해도 무려 6400만 원이다.

그의 연봉을 식비로 모조리 다 쓰려면 얼마나 걸릴까. 허망한 비유고 계산이지만, 천진난만한 아이들에게 '숫자'를 굳이 '돈'으로 인식하게 하려면 이만한 게 없다. 5만 원짜리 최고급 한정식을 매 끼니 먹는다 해도, 어림잡아 3000년 이상이 걸린다. 고조선 때부터 지금까지 그렇게 먹어야 다 쓸 수 있는 돈이다.

중산층이라는 나의 얼추 1년치 연봉을 그는 단 한 시간 만에 버는 셈이다. 보통 사람의 머리로는 이해하기 쉽지 않지만, 1초당 1만8000원 값어치를 충분히 한다는 그의 경기력과 상업적 가치를 의심하고 따져보려는 건 어리석은 짓일지도 모른다. 축구 클럽도 이윤 추구를 목적으로 하는 엄연한 기업이다.

코로나로 작년 한 해는 공쳤지만, 해마다 전 세계 수많은 축구 팬들이 그를 보기 위해 비싼 입장료를 치르며 직접 경기장을 찾고, 팀을 응원하고, TV로 시청하고, 그의 이름이 적힌 유니폼을 사며 클럽에 수익을 안겨준다. 클럽 입장에서 그는 선수가 아니라 전속 광고 모델이다. 연봉은 상업적 가치 평가의 결과다.

합당한 소득인가

가격이 수요와 공급에 따라 결정되듯 선수의 연봉 또한 마찬가지다. 그만큼 충분히 받을 자격이 있다는 건, 정확하게는 그만한 값어치를 한다, 곧 그만큼 클럽에 돈을 벌어준다는 뜻이다. 심각한 적자에 허덕이는 클럽도 그를 두둔하는 마당에 그의 연봉을 두고 왈가왈부하는 건 괜한 몽니인지도 모른다.

학기 중 그의 연봉과 미국 메이저리그 야구 선수의 최고액 연봉 중 어떤 게 더 많은지를 두고 아이들끼리 설왕설래하는 모습을 본 적이 있다. 평생 벌기는커녕 만져보기도 힘든 거액을 대수롭지 않게 여기는 그들의 '배포'에 놀라기도 했다. 그랬던 그들조차 이번에 공개된 메시의 진짜 연봉에 자못 놀란 눈치다.

아무리 메시가 '축구의 신'으로 추앙받고 있다지만, 시급 6400만 원이 과연 합당한 소득인가. 자본주의 시장경제 체제에서 살아가고 있다 해도, 일반 노동자의 임금과 견줘 수천 배에 가까운 소득의 격차를 과연 정상적이라 할 수 있나. '돈'이 아닌 '숫자'로 여겨져서인지 부럽다기보다 황당하다는 느낌뿐이다.

"자본주의 사회잖아요. 그만한 능력이 있으니 그만큼 버는 거겠지요."
"타고난 재능이든, 피땀 흘려 이룬 것이든, 능력에 따라 생기는 소득의 격차는 당연한 거죠. 민주주의는 능력에 따른 합리적 차별이라고 하잖아요."
"격차가 없다면 경쟁이 일어나지 않고, 경쟁이 없다면 발전도 없죠. 그걸 부정하면 공산주의죠."


메시의 천문학적 연봉을 접한 순간, 학기 중 아이들이 이구동성 외쳐댄 '자본주의 찬양'이 떠올랐다. 당시 수업의 주제는 최저 시급 인상에 관한 것이었다. 이제 와 생각하면, 고작 몇백 원 차이를 두고 위원들끼리 치고 박고 싸웠던 TV 속 장면이 '웃프게' 느껴진다. 그렇게 결정된 올해 최저 시급이 8720원이다.

연봉의 '숫자'에는 놀라워하면서도, '격차'를 문제 삼는 아이들은 거의 없었다. 불합리한 차별로 인식하기는커녕 사회의 발전을 위해 당연히 존재해야 할 차이로 여겼다. 능력에 따른 차별 의식을 내면화한 그들은 자본주의를 민주주의와 동의어로 받아들였고, 경쟁을 반대하면 순식간에 공산주의자로 낙인찍혔다.

"리오넬 메시는 우리에게 우상이자 롤 모델이에요. 출중한 실력에다 가족에 대한 사랑, 그리고 사회에 대한 공헌 등 그의 선한 영향력은 존경받을 만하다고 봐요. 그가 고향인 아르헨티나에 가난한 아이들을 위한 축구 학교를 설립하고, 지역 공동체에 꾸준히 기부 활동을 하는 모습 등은 충분히 귀감이 되죠."

아이들은 다른 선수들의 되바라진 행태를 보라며 메시를 향해 엄지손가락을 치켜세웠다. 코로나 와중에도 집단 파티를 열고 음주로 인해 사회적 물의를 빚는가 하면, 수억 원을 호가하는 수퍼카를 사들이며 '돈 잔치'를 벌이는 이들이 숱하다는 거다. 아이들은 누가 얼마를 벌든 어떻게 쓰느냐에 관심을 보였다.

그들이 메시를 좋아하는 건, 축구 실력보다 기부 덕이 크다. 가난한 이웃들이나 특히 어린 아이들을 위한 통큰 기부라면, 웬만한 흠결 정도는 기꺼이 눈감아 줄 수 있다. 실제로 메시는 이태 전 탈세 혐의로 후견인인 그의 아버지가 법정에 선 적도 있지만, 그조차 거액의 기부 앞에선 대수롭지 않은 일이 되고 만다.

탐욕이란

"거액의 기부를 상찬할 게 아니라, 애초 거액의 소득에 그만큼의 세금을 부과하면 어떨까?"

지극히 상식적인 질문이라고 여겼는데, 아이들의 반응은 시큰둥했다. 그게 현실적으로 가능하겠느냐며 반문할 정도였다. 도대체 그들은 왜 불가능하다고 생각할까. 이구동성 '기-승-전-공산주의' 타령이었다. 자본주의 사회에서 합법적으로 능력껏 번 소득에 과도한 세금을 부과하는 건 공산주의라는 거다.

아이들은 자본주의 시장경제를 영원불멸의 사회 체제로 인식하는 듯했다. 그들의 의식 속에서 자본주의란 사회를 움직이는 완벽한 경제 원리이며, 도덕적 관념을 넘어서는 규범 그 자체였다. 자본주의에 위배되는 생각과 행동은 옳고 그름을 따져볼 겨를도 없이 무조건 처벌받아야 할 죄가 된다.

이에 대해선 아이들과의 토론이 쉽지 않다. '다른' 생각을 갖고 있는 경우가 거의 없어서다. 그렇다고 초록동색인 그들을 나무랄 순 없다. 교과서를 통해 배우고 익혔을 뿐이다. 공산주의는 무너졌고, 자본주의가 최후의 승리자라는 것. 프랜시스 후쿠야마의 <역사의 종말>은 일찌감치 현행 교과서의 교본이 됐다.

엊그제 한 아이가 자신의 롤 모델이라며, 뉴스 한 꼭지를 카톡으로 보내왔다. 전 재산의 절반을 사회에 기부하겠다고 밝힌 한 젊은 기업가에 관한 내용이었다. 액수가 자그마치 수천 억 원에 이른다니, 지금껏 우리나라에서 보기 힘들었던 사례다. '노블리스 오블리쥬'를 실천한 기업가로서 좋은 선례로 남을 법하다.

"이로부터 부자들이 재산을 사회로 환원하는 분위기가 자연스럽게 조성되면 좋겠다. 기업가들이 존경받는 세상이 진짜 좋은 세상이다. 그나저나 코로나 와중에 수익이 크게 늘어난 기업이라면, 그 몫을 사회에 환원하는 건 당연한 결정 아닐까? 운도 실력이라고 눙칠 게 아니라면 말이다."

그런데, 답글 말미에 붙인 '사족' 한 문장이 화근이 됐다. 과거 수업 도중 건넸던 상식적인 질문과 별반 다르지 않은 내용이었지만, 롤 모델이라고 밝힌 그는 조금 당황스러웠던 모양이다. 그는 한참 뒤 내게 답장 대신 말줄임표(...)를 보냈다. 아마 동의 못 하겠다는 뜻을 그렇게 표현한 것일 게다.

"탐욕이란 필요 이상을 소유하려는 것이다."

성경의 이 말씀을 요즘 아이들에게 이해시키기란 사실상 불가능에 가깝다. 그들은 금언에 담긴 의미를 받아들이거나 곱씹기는커녕 기껏해야 수도자의 '자격' 정도로 이해한다. 급기야 난 아이들에게, 공산주의자까지는 아니어도, '남 돈 잘 벌고 대접받는 걸 못 보는' 까칠한 선생으로 낙인찍히고 말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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