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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1년 4월 7일 재·보궐선거가 치러집니다. <오마이뉴스> '이런 시장을 원한다!'는 각계각층 유권자의 목소리를 시리즈로 소개합니다. '뉴노멀' 시대 새로운 리더의 조건과 정책을 고민해보는 기회가 되기를 기대합니다. [편집자말]
요즘 가족들과 통화를 할 때면 선거에 대한 이야기를 종종 한다. 공교롭게도 나는 서울에, 가족들은 부산에 사는데 두 도시 모두 다가올 재보궐 선거에서 새로운 시장을 뽑아야 하기 때문이다.

하지만 대화의 흐름은 암울하기 짝이 없다. 두 전임자가 저지른 성추행 때문만은 아니다. 출사표를 던진 후보들 중에 신선한 인물이 없어서다. 꼼꼼히 따지자면 후보들이 모두 절대로 시장을 맡겨서는 안 될 최악의 인물들인 건 아니다. 다만 최선이 없다. 이 사람이 시장이 되면 모든 시민들이 체감할 수 있을 만큼 획기적인 변화를 이룩하겠다 싶은 인물이 없다. 후보들은 이미 너무 오래 보아온 기성 정치인들이다. 그들의 공약에도 새로운 청사진은 없다.

나는 이 풍경에서 기시감을 느낀다. 성소수자인 나에게 평등한 권리와 혐오를 지양하기 위한 제도는 삶이 연결된 문제다. 나는 어떤 공간에서도 나의 성적지향 때문에 불평등하거나 위험한 일을 겪고 싶지 않다. 내 삶의 여러 중요한 요소들을 결정함에 있어서 다른 사회 구성원들과 동등한 권리와 기회를 가지고 싶다. 여기에는 사회의 선의가 아니라 법률과 제도가 필요하다.

하지만 다양한 정치인, 공직자를 뽑는 선거를 치른 긴 시간 동안 이런 일을 해줄 사람을 만나기는 어려웠다. 당선 가능성이 높은 유력 후보들을 보면 성소수자 인권에 대한 관심은커녕 아무런 지식조차 없는 사람이 태반이었다. 이를 당론으로 채택한 정당에 소속된 사람도 없었다.

성소수자로서 바라본 서울시장 재보궐 선거
 
 더불어민주당 박영선 서울시장 경선후보가 17일 서울 종로구 연합뉴스TV에서 열린 더불어민주당 서울시장 경선후보 TV토론에서 우상호 경선 후보와 토론을 하고 있다.
 더불어민주당 박영선 서울시장 경선후보가 17일 서울 종로구 연합뉴스TV에서 열린 더불어민주당 서울시장 경선후보 TV토론에서 우상호 경선 후보와 토론을 하고 있다.
ⓒ 국회사진취재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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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는 곧 다가올 서울시장 재보궐 선거에서도 마찬가지다. 몇 가지 풍경을 되짚어보자. 최근 화제의 중심에 놓인 SNS 클럽하우스에 등장한 박영선 전 중소벤처기업부 장관은 과거 자신이 했던 성소수자 차별 발언에 대해 해명하고 이제는 입장이 바뀌었음을 밝혔다.

익히 알려져 있듯 2016년 2월 국회 의원회관에서 열린 기도회에 참석했고 이 자리에서 "차별금지법, 동성애법, 인권관련법, 이거 저희 다 반대한다", "동성애법 이것은 자연의 섭리와 하나님의 섭리를 어긋나게 하는 법"이라는 발언을 했다. 박 전 장관은 이에 대해 5년이 지난 지금 볼 때 당시에 자신이 파악을 잘못하고 있었으며 생각도 많이 바뀌었다고 언급했다. 그리고 성적지향·성별정체성을 모두 포함해서 차별금지법에 찬성하냐는 질문에는 어떤 경우에도 인간의 기본권과 관련하여 차별이 있어서는 안 된다고 답했다.

박영선 전 장관의 태도가 전향적인 것은 맞다. 또한 발언의 진의를 부러 의심하고 싶지도 않다. 하지만 포괄적 차별금지법에 찬성하냐는 질문에 '인간의 기본권'의 맥락에서 답을 한 것에는 아쉬움이 느껴졌다. 질문자는 구체적으로 성소수자를 지목하여 그들이 차별받지 않을 권리도 포함한 법을 찬성하느냐고 물었다. 이는 상대방의 입장과 함께 앞으로의 행보를 묻는 질문이기도 하다. 포괄적 차별금지법에 찬성한다면 그 법이나 혹은 비슷한 법규를 만드는 데 주저할 이유가 없다.

하지만 박 전 장관은 '인간의 기본권'을 언급하며 굉장히 원론적인 수위의 답을 전했다. 아무것도 약속하지 않은 채 당연한 전제만을 되풀이 한 셈이다. 예를 들면 이런 식의 답은 '노동권을 존중한다'면서도 최저임금이나 고용불평등에 대해서는 답을 피하는 것과 마찬가지다.

서울퀴어문화축제를 향한 당혹스러운 발언들
 
  국민의당 안철수 대표가 22일 국회에서 열린 최고위원회의에서 발언하고 있다.
  국민의당 안철수 대표가 22일 국회에서 열린 최고위원회의에서 발언하고 있다.
ⓒ 공동취재사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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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런 식으로 구체적인 약속을 회피하는 답은 설 민심 기자간담회에서도 이어졌다. 매년 서울광장에서 열리는 서울퀴어문화축제에 대해 박영선 전 장관은 답을 하지 않았고, 우상호 의원은 구체적으로 검토를 해보지 않았지만 면밀히 따져서 결정하겠다고 말했다. 그리고 사실 이 또한 아무런 대답을 하지 않은 것과 같다.

하지만 민주당의 두 예비후보가 복잡한 셈법이 담긴 수사로 '우아한 회피'를 하는 동안 이마저도 갖추지 않은 후보가 등장했다. 바로 안철수 국민의당 대표다. 그는 금태섭 전 의원과 함께한 서울시장 후보단일화 토론에서 퀴어 퍼레이드에 나갈 생각이 있느냐는 질문에 '그런 것들을 거부할 수 있는 권리도 마땅히 존중받아야 한다'며 축제를 서울의 중심에서 떨어진 곳에서 해야 한다고 해석될 여지가 있는 발언을 했다.

당혹스러운 답이었다. 광화문과 서울광장을 비롯해 서울의 중심부에서는 수많은 집회와 행사가 열린다. 그리고 그 행사들의 내용과 주장에 모든 시민이 동의하지는 않는다. 하지만 그렇다고 '거부권'을 이야기하며 그 집회와 행사들이 다른 곳에서 열려야 한다고 주장할 수는 없다. 우리에게는 헌법상 보장된 집회와 결사의 자유가 있기 때문이다. 그래서 거부권은 보기 싫은 행사를 열지 말라고 할 때가 아니라 그런 곳에 참석을 강요받았을 때 등장한다.

하지만 안 대표는 차별에 반대하는 것은 당연하다고 말하면서도 동시에 소수자의 기본권을 부당하게 제한하는 발언을 했다. 이건 생각보다 심각한 문제다. 서울시장이라는 고위공직에 출마하려는 사람이 최고 규범인 헌법에 대한 이해가 매우 떨어지는 모습을 보였기 때문이다.

내가 바라는 시장의 모습

이상의 모습들은 서울시장 재보궐 선거를 둘러싸고 성소수자이자 서울시민인 내가 주목해온 것들이다(누군가는 국민의힘 예비후보들에 대한 언급은 왜 하지 않느냐고 물을지 모르겠는데 애초에 그들에게 기대할 것이 있을까). 성소수자 인권·포괄적 차별금지법이라는 주제가 보다 수면 위로 올라온 것은 환영할 만하나 어떤 답에는 내용이 없었고 다른 답에는 심각한 문제가 있었다. 서울시장 후보군이 확정이 되고 선거가 더 가까워지면 분위기는 지금보다 더 달아오를지 모르겠다. 하지만 나는 여전히 누구에게 무엇을 기대해야 할지 모른 채로 그 모습들을 지켜볼 것 같다.

개인적으로 한국의 성소수자들이 처한 상황, 우리가 마주하는 차별과 혐오에 별다른 관심이나 아무런 지식이 없는 사람들에게 별다른 유감이 없다. 사람마다 처한 조건과 상황은 다양할 테니 주목하는 사회적 문제들은 각기 다를 수밖에 없다. 모든 사람이 모든 문제를 파악하는 건 불가능하거니와 그럴 필요도 없다. (나는 진짜 문제는 모르고 관심 없는 게 아니라 그럼에도 불구하고 모든 걸 다 아는 것처럼 말하는 것이라 생각한다.)

하지만 정치인과 공직자들의 경우는 다르다. 이들에게는 제도를 바꾸고 그래서 사람들의 삶에 영향을 줄 힘이 있다. 그 힘이 제대로 제때에 사용되지 못한다면 문제가 발생한다. 그래서 그들은 알아야 한다. 시장이 만들 변화가 요원한 곳이 어디인지를.

그렇기에 나는 서울시장이 되려는 사람이라면 적어도 이 사회에서 소외되고 차별 받고 그래서 소수자의 자리에 있는 이들이 누구인지 정도는 알고 있기를 바란다. 그들이 겪는 불평등과 사회적 배제를 해소하기 위해 무엇이 필요한지 끊임없이 고민하는 사람이기를 바란다. 그리고 고민의 결과를 실현시킬 구체적인 청사진 또한 가지고 있기를 바란다. 보편적 인권과 평등을 보장하는 것은 헌법적 가치를 실현하는 일이다. 고위공직자가 반드시 지켜야 할 원칙이라는 뜻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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