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 대회 3라운드를 뛰다가 아찔한 옆구리 부상을 당하는 바람에 기권할 수도 있다는 걱정도 있었지만 노박 조코비치는 최고의 플레이어답게 모든 고비를 스스로 뛰어넘었다. 비교적 쉬운 상대와 만나는 1라운드를 제외하고 준결승과 결승전 모두 2시간도 안 되어 끝날 줄은 정말 몰랐다. 그만큼 노박 조코비치의 스트로크가 완벽한 수준에 이르렀다는 것을 말해주는 것이 아닐까? 그는 18번째 그랜드 슬램 타이틀을 품었다.

남자 테니스 단식 세계랭킹 1위 노박 조코비치(세르비아)가 한국 시각으로 21일 오후 5시 46분 호주 멜버른 파크에 있는 로드 레이버 아레나에서 벌어진 2021 호주오픈 테니스대회 남자단식 다닐 메드베데프(러시아, 세계랭킹 4위)와의 결승전에서 1시간 53분만에 3-0(7-5, 6-2, 6-2) 완승을 거두고 대회 통산 아홉 번째 최다 우승 기록을 남겼다.

평정심 잃은 메드베데프의 세컨드 서브 공략 성공

준결승전에서 이번 대회 남자 단식 돌풍의 주인공 아슬란 카라체프(러시아)를 3-0(6-3, 6-4, 6-2)으로 가볍게 물리치고 결승에 오른 노박 조코비치는 메드베데프와의 맞대결 기록이 4승 3패로 약간 앞서있기 때문에 긴장하며 시작했지만 예상보다 상대가 쉽게 무너졌다. 중요한 갈림길이 된 두 번째 세트에서 메드베데프의 서브와 스트로크가 흔들렸고 노박 조코비치는 이걸 놓치지 않았다. 

201km/h 서브 에이스로 결승전을 시작한 노박 조코비치는 메드베데프가 서브를 넣은 두 번째 게임에서 2개의 브레이크 포인트 기회를 만나 일찌감치 승기를 잡았다. 예상보다 일찍 휘청거리기 시작한 메드베데프의 백핸드 크로스가 지나치게 길게 떨어져 나갔다.

조코비치도 다섯 번째 게임에서 백핸드 깎아치기 실수와 그라운드 스매싱 실수를 저지르며 메드베데프에게 추격을 허용했다. 결승전답게 매우 흥미로운 첫 세트 흐름이 만들어진 것이다. 실질적인 첫 번째 고비에서 상대적으로 중심을 빠르게 잡은 선수는 역시 노박 조코비치였다. 12번째 게임 네트 상단에 맞은 공이 둘의 운명을 갈라놓았다. 서버인 메드베데프의 백핸드 크로스가 네트 상단에 맞고 완만하게 넘어오는 바람에 조코비치는 날카로운 백핸드 다운 더 라인을 뿌려댔다. 조코비치에게 3개의 세트 포인트 기회가 생긴 것이다. 조급해진 메드베데프는 여기서 무리한 포핸드 스트로크를 시도하다가 네트를 넘기지 못했다. 42분 걸린 첫 세트가 노박 조코비치의 승리로 끝난 것이다.

두 번째 세트 출발은 다닐 메드베데프가 좋았다. 조코비치의 서브 게임을 브레이크한 것이다. 2019년 US 오픈 준우승에 이어 생애 두 번째 메이저 대회 결승전에 올라온 메드베데프 입장에서 이 흐름을 휘어잡았어야 했는데 서브가 흔들리는 바람에 뜻을 이루지 못했다. 노박 조코비치는 곧바로 이어진 2세트 두 번째 게임, 메드베데프의 세컨드 서브를 공략하는 전술을 펼친 것이 주효했다. 그리고 네 번째 게임도 조코비치의 침착한 세컨드 서브 리턴이 적중했다. 첫 서브가 흔들리며 평정심을 잃기 시작한 메드베데프는 급한 마음에 빠른 위닝샷 욕심을 냈고 자기 서브 직후 3구 공격에 무리한 힘을 보태기만 했다.

두 번째 세트 마무리도 메드베데프의 세컨드 서브를 노린 노박 조코비치의 안목이 빛났다. 조코비치의 포핸드 서브 리턴이 메드베데프의 몸쪽으로 빠르게 날아갔고 그는 제대로 돌아서지도 못하고 스트로크 실수를 저지르고 말았다. 35분만에 두 번째 세트가 6-2로 그렇게 끝났다.

2세트를 내주면서 애꿎은 라켓에 화풀이를 한 메드베데프의 심리는 3세트 들어와서도 여전히 흔들렸다. 두 번째 게임에서 서브를 넣은 메드베데프가 더블 폴트로 브레이크 포인트 위기에 몰렸고 비교적 쉬운 네트 앞 포핸드 발리 실수로 마지막 갈림길 앞에서 주저앉은 것이다. 그리고 여덟 번째 게임에서 메드베데프의 포핸드 크로스가 왼쪽 옆줄 밖에 떨어지며 챔피언십 포인트가 선언됐고, 이어진 기회에서 노박 조코비치는 역동작에 걸렸으면서도 점프 발리샷을 정확하게 상대 코트에 내리 꽂으며 마지막 세트까지 36분 만에 끝냈다.  

이렇게 노박 조코비치는 호주 오픈 3년 연속 우승, 통산 9회 우승 기록은 물론 그랜드 슬램 18번째 타이틀을 따내며 영원한 라이벌인 로저 페더러와 라파엘 나달이 나란히 올라 있는 그랜드 슬램 20번째 타이틀까지 단 두 번의 우승 목표만 남았다. 앞으로 이어지는 롤랑 가로스와 윔블던, US 오픈이 예정대로 운영된다면 올해 안에 저 둘과 어깨를 나란히 할 수도 있다.

2021 호주오픈 테니스대회 남자단식 결승 결과
(2월 21일 오후 5시 46분, 로드 레이버 아레나, 멜버른 파크)

노박 조코비치 3-0(7-5, 6-2, 6-2) 다닐 메드베데프

주요 기록 비교
서브 에이스 : 노박 조코비치 3개, 다닐 메드베데프 6개
더블 폴트 : 노박 조코비치 2개, 다닐 메드베데프 4개
첫 서브 성공률 : 노박 조코비치 67%(52/78), 다닐 메드베데프 64%(49/77)
첫 서브 성공시 득점률 : 노박 조코비치 73%(38/52), 다닐 메드베데프 69%(34/49)
세컨드 서브 득점률 : 노박 조코비치 58%(15/26), 다닐 메드베데프 32%(9/28)
네트 포인트 성공률 : 노박 조코비치 89%(16/18), 다닐 메드베데프 62%(8/13)
브레이크 포인트 성공률 : 노박 조코비치 64%(7/11), 다닐 메드베데프 50%(2/4)
리시빙 포인트 성공률 : 노박 조코비치 39%(30/77), 다닐 메드베데프 29%(23/78)
위너 : 노박 조코비치 20개, 다닐 메드베데프 24개
리턴 위너 : 노박 조코비치 1개, 다닐 메드베데프 1개
언포스드 에러 : 노박 조코비치 17개, 다닐 메드베데프 30개
리턴 언포스드 에러 : 노박 조코비치 3개, 다닐 메드베데프 2개
서브 최고 속도 : 노박 조코비치 206km/h, 다닐 메드베데프 214km/h
첫 서브 평균 속도 : 노박 조코비치 193km/h, 다닐 메드베데프 198km/h
세컨드 서브 평균 속도 : 노박 조코비치 156km/h, 다닐 메드베데프 150km/h

노박 조코비치의 메이저 대회 18회 우승 기록
호주 오픈 9회 : 2019~2021년 3연속 우승 / 2015~2016년 2연속 우승 / 2011~2013년 3연속 우승 / 2008년 우승
롤랑 가로스 1회 : 2016년 우승
윔블던  5회 : 2018~2019년 2연속 우승 / 2014~2015년 2연속 우승 / 2011년 우승
US 오픈 3회 : 2018년 우승 / 2015년 우승 / 2011년 우승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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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천 대인고등학교에서 교사로 일합니다. 축구 이야기, 교육 현장의 이야기를 여러분과 나누고 싶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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