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은행이 정규리그 마지막 경기에서 BNK를 꺾고 우승을 확정했다.
 
위성우 감독이 이끄는 우리은행 위비는 21일 부산 금정체육공원의 BNK센터에서 열린 KB국민은행 Liiv M 2020~2021 여자프로농구 부산 BNK 썸과의 정규리그 마지막 경기에서 55-29로 승리했다. 2위 KB스타즈와의 상대전적에서 4승2패로 앞선 우리은행은 오는 24일 KB대 삼성생명 블루밍스와의 경기 결과에 상관 없이 통산 13번째 정규리그 우승을 확정했다. 우리은행은 오는 27일부터 정규리그 4위 삼성생명을 상대로 플레이오프를 치른다.
 
우리은행은 에이스 박혜진이 3점슛 6개를 포함해 24득점9리바운드3스틸2블록슛으로 우리은행의 승리를 이끌었고 박지현도 14득점17리바운드로 맹활약했다. 사실 시즌 개막을 앞두고 우리은행의 정규리그 우승을 예상한 농구팬은 그리 많지 않았다. 하지만 우리은행은 지난 8번의 시즌 중 7번이나 우승을 차지한 저력을 앞세워 객관적인 전력을 뛰어넘는 최고의 결과를 만들어냈다.
 
정통센터 없는 우리은행의 '심장 농구'
 
 박지현은 프로 데뷔 3년 만에 리그 정상급 선수로 성장했다.

박지현은 프로 데뷔 3년 만에 리그 정상급 선수로 성장했다. ⓒ 한국여자농구연맹

 
이번 시즌 예년과 다른 WKBL의 가장 큰 변화는 바로 외국인 선수 제도의 한시적인 폐지였다. 한국여자농구연맹은 코로나19의 확산으로 인해 각 구단이 외국인 선수 수급에 어려움을 겪게 될 거라 판단해 2010-2011 시즌 이후 10년 만에 국내 선수들로만 시즌을 치르기로 결정했다. 외국인 선수가 전력의 반을 차지하던 WKBL의 각 구단들은 전력 구상을 완전히 새롭게 해야 하는 상황을 맞은 것이다.

이번 시즌을 외국인 선수 없이 치른다는 소식이 전해졌을 때 농구팬들로부터 가장 강력한 우승후보로 꼽힌 팀은 단연 KB스타즈였다. KB에는 196cm의 압도적인 신장과 뛰어난 농구센스를 겸비한 한국 여자농구의 대들보이자 WKBL 최고의 센터 박지수가 있기 때문이다. 실제로 박지수는 이번 시즌 초반부터 득점과 리바운드, 블록슛 부문에서 1위를 달리며 페인트존을 완전히 지배하고 있다.

반면에 코로나19로 조기 종료된 2019-2020 시즌 정규리그 1위를 차지한 우리은행은 외국인 선수가 없는 타격을 가장 심하게 느낄 팀으로 꼽혔다. 실제로 우리은행은 지난 2017년 골밑을 지키던 양지희(BNK 썸 코치)의 은퇴 이후 지난 몇 시즌 동안 확실한 토종빅맨 없이 외국인 선수에게 골밑을 맡겨 왔다. 심지어 이번 시즌 우리은행 선수단에서 가장 키가 큰 박지현(183cm)의 포지션은 가드다.

하지만 우리은행은 시즌 내내 전통센터 없이도 7할대 중반의 승률을 유지하며 정규리그 우승을 차지했다. 박지수처럼 골밑을 지배한 센터는 없었지만 투지를 앞세운 김소니아(9.90개)와 박지현(10.40개)이 골밑에서 경쟁력을 발휘하며 팀 리바운드에서 21일 현재 삼성생명 블루밍스와 함께 공동 1위(42.6개)를 달리고 있다. 역시 농구는 '신장'이 아닌 '심장'으로 한다는 격언을 증명한 우리은행의 2020-2021 시즌 정규리그였다.

'정신적 지주' 김정은 없이도 높은 승률 유지
 
 우리은행은 '정신적 지주' 김정은이 부상으로 팀을 이탈한 후에도 강한 전력을 유지했다.

우리은행은 '정신적 지주' 김정은이 부상으로 팀을 이탈한 후에도 강한 전력을 유지했다. ⓒ 한국여자농구연맹

 
지난 2017년 양지희가 은퇴한 우리은행이 FA시장에서 김정은을 데려올 때만 해도 '어리석은 영입'이라는 평가가 지배적이었다. 물론 김정은이 전성기 시절 두 번이나 득점왕에 오르며 리그를 대표하는 포워드로 이름을 날린 것은 분명하지만 우리은행 이적 직전 종아리와 무릎 등 크고 작은 부상에 시달리며 제 실력을 발휘하지 못했기 때문이다. 실제로 우리은행으로 이적하기 직전 시즌 김정은의 평균득점은 5.13점에 불과했다.

하지만 본가가 있는 온양과 가까운 아산을 홈구장으로 쓰는 우리은행으로 이적한 김정은은 2017-2018 시즌 12.82득점4.53리바운드2.85어시스트를 기록하며 보란듯이 부활에 성공했다. 특히 KB와의 챔프전에서는 3경기에서 13.3득점을 기록하면서 임영희와 박혜진, 나탈리 어천와를 제치고 프로 데뷔 후 첫 우승과 함께 챔프전 MVP까지 차지하며 최고의 순간을 만끽했다.

2018-2019 시즌 플레이오프에서 삼성생명에게 덜미를 잡히고 지난 시즌엔 코로나19로 조기 종료된 만큼 이번 시즌 김정은의 우승의지는 대단했다. 하지만 17경기에서 13.41득점5.53리바운드2.76어시스트로 활약하던 김정은은 작년 12월 하나원큐와의 경기에서 발목이 골절되는 부상을 당하며 수술을 받고 그대로 시즌아웃됐다. 김정은이 우리은행에서 차지하는 비중을 고려하면 그야말로 '초대형 악재'가 아닐 수 없었다.

하지만 우리은행은 나머지 선수들이 한 발 더 뛰는 작전으로 김정은의 공백을 최소화했다. 족저근막염으로 개막전부터 이탈했던 박혜진이 부상 복귀 후 득점력을 끌어 올리며 팀의 리더로 힘을 냈고 나머지 선수들도 김정은의 공백을 기회로 삼았다. 실제로 김정은 부상 전까지 13승4패(승률 .765)를 기록했던 우리은행은 김정은 이탈 후에도 13경기에서 9승4패(.692)의 성적을 올리며 김정은 부상 전과 큰 차이를 보이지 않았다.
 
좋은 성적 유지하며 박지현-김진희-오승인 육성
 
 어시스트 1위 경쟁을 하고 있는 김진희는 이번 시즌 우리은행이 얻은 최고의 수확이다.

어시스트 1위 경쟁을 하고 있는 김진희는 이번 시즌 우리은행이 얻은 최고의 수확이다. ⓒ 한국여자농구연맹

 
이번 시즌을 준비한 우리은행 위성우 감독의 두 가지 목표는 바로 '성적과 육성'이었다. 지난 시즌 정규리그 1위팀이었던 우리은행은 당장 이번 시즌 성적도 중요하지만 우리은행의 통합 6연패를 이끌었던 주역 박혜진이 서른을 훌쩍 넘긴 만큼 2020년대를 이끌어 갈 새로운 주역들을 키우는 것도 매우 중요했다. 그리고 정규리그를 모두 마친 시점에서 보면 이번 시즌 우리은행의 세대교체는 매우 순조로웠다고 평가할 수 있다.

위성우 감독이 과거 박혜진을 키울 때처럼 칭찬보단 꾸지람으로 혹독하게 키우고 있는 '특급 유망주' 박지현은 프로 데뷔 세 시즌 만에 우리은행의 주역으로 성장했다. 15.37득점(6위)과 10.4리바운드(2위)2.9어시스트1.7스틸(1위)1.2블록슛(4위)으로 공수 주요부문에서 상위권에 이름을 올리고 있는 박지현은 슈팅기복만 줄이면 박혜진과 함께 우리은행의 원투펀치로 활약하기에 전혀 부족함이 없다.

처음 한국에 왔을 때만 해도 적응을 못하고 두 시즌 만에 팀을 떠났던 혼혈 선수 김소니아도 이제 우리은행의 핵심자원으로 거듭났다. 득점(17.17점)과 리바운드(9.90개),스틸(1.40개) 부문에서 나란히 리그 4위에 오른 김소니아는 176cm의 언더사이즈 빅맨임에도 뛰어난 투쟁심으로 리그 정상급 성적을 올리고 있다. 정통빅맨이 없는 우리은행에서 김소니아의 활약이 없었다면 정규리그 우승은 꿈꾸기 힘들었을 것이다.

박혜진이 족저근막염으로 경기에 나오지 못하는 틈을 타 주전가드로 맹활약한 김진희는 이번 시즌 우리은행과 WKBL이 얻은 뜻밖의 수확이다. 김진희는 168cm라는 신장의 약점을 빠른 스피드와 뛰어난 시야로 보완하며 21일 현재 어시스트 1위(5.47개)를 달리고 있다. 우리은행이 빅맨 부재에 시달릴 때 깜짝 등장해 수비에서 기대 이상의 활약을 해준 2년 차 오승인 역시 위성우 감독이 눈 여겨 보고 있는 빅맨 유망주로 미래가 더욱 기대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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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자농구 2020-2021 여자프로농구 우리은행 위비 정규리그 우승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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