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간판업은 절대 혼자서는 할수 없는 힘든 일이다.
 간판업은 절대 혼자서는 할수 없는 힘든 일이다.
ⓒ 최미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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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달 22일에 제가 아빠가 됐어요. 무려 7년 만의 기적인 거죠. 29일 된 아기를 제 품에 안고부터는 소망이 더 간절해졌습니다. 코로나가 하루빨리 없어져야지요. 그래야 우리 같은 소상공인들 일거리가 좀 들어올 거 아니겠어요. 우리 아기 분윳값 벌려면 발목 잡는 코로나부터 물리쳐야지요."

새해 들어 어깨가 더 무거워졌다는 충남 서산시 석림동 키움광고 안선환 대표. 간판과 현수막, 선팅 등 다양한 광고 일을 하지만 여태껏 이렇게 어려움을 겪은 것은 13년 이후 처음이라고 한숨을 쉬었다. 지난 20일 안 대표를 만나 코로나19 이후 광고업의 어려움을 들어봤다.

"코로나는 모든 것을 돌려놨다. 다시 거꾸로 가는 기차를 타는 기분이다. 마음 다잡고 다시 시작해야 하지만 그 시점이 언제인지 지금으로서는 기약하기도 힘들다. 마음은 진작에 다잡았는데 그냥 자꾸 뒤로 가는 기분"이라는 안선환 대표. "코로나는 어떤 업종이든 다 힘들게 만들어 버렸다"며 한마디로 암담한 심정이라고 했다.

코로나 이전과 이후는 눈으로도 현격한 차이를 알 수 있다. 무엇보다 '폐업은 많은데 개업이 없다'는 것만 봐도 알 수 있다는 그는 이렇게 말했다.

"아무래도 우리 업종은 개업과 연관이 있다 보니 매출은 반 토막 이상으로 떨어졌다. 코로나 이전으로 돌아간다면 지금이 딱 성수기다. 지금은 보시다시피 그냥 손 놓고 있다. 업종전체가 큰 타격을 입었으니 우리만 죽겠다고 소리칠 수도 없는 실정이다. 누가 개업을 하고 누가 행사를 해야 수요가 있을 텐데... 소상공인들은 지난 14개월을 잃었다. 하지만 내일도 여전히 잃어버릴 시간을 알면서도 혹시나 하는 희망으로 버티고 있는 실정이다."

19일 기준 확진자가 561명으로 전날보다 조금 줄었다. 하지만 여전히 대규모 확산세가 이어지고 있는 가운데 거리두기 1.5단계도 바람 앞에 촛불 신세인 듯하다는 안 대표는 거리두기 시행단계에 할 말이 많다고 했다.

"우리같이 사업을 하는 사람들은 거리두기에 대해 불만이 많습니다. 제 개인적인 입장은 빨리 단계를 완화하든지 아니면 강경으로 해서 차라리 단타에 끝내줬으면 좋았겠다는 생각을 했습니다. 코로나가 확산하고 나서 광고업계뿐만 아니라 음식점 하는 친구들도 소리를 높혔어요. 차라리 강경으로 해서 빨리 끝내줬으면 좋겠다고요. 그리고 1, 2, 3단계면 몰라도 1.5단계라는 알파는 원래 없었지 않아요? 섣불리 알파를 적용하다 보니 더 들쭉날쭉한 것 같단 생각을 했습니다."
     
사업이 휘청이지만 직원들은 서로가 버팀목
 
키움광고 안선환 대표
 키움광고 안선환 대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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광고업을 하면서 그렇게 취소 문의가 잇따른 적은 없었다는 안선환 대표. 두 분의 직원에게 정말 미안하다고 입을 뗐다.

"의뢰인들이 행사를 한다고 해서 시안 다 잡아 내보냈는데 갑자기 전국적으로 막 확진자 수가 올라가면서 단계를 올려버리니 행사 등 모든 것들이 일순간 멈춰 버리는 겁니다. 이런 일련의 것들이 단절되다 보니 일거리들이 그냥 사라져 버렸어요.
모르는 분들은 '다음으로 미뤄지면 그때 쓰면 되잖냐'고 하는데 행사 기간이 있으니 이런 것들은 그냥 폐기되는 거죠. 시간 내서 작업을 하는 건데 그런 부분들이 몹시 안타까웠습니다."


현재 키움광고에는 안 대표 외에도 직원이 2명 있다. 사업이 위태롭지만 그래도 직원들은 한배를 탄 가족이나 다를 바 없기에 뒤뚱거리면서도 서로가 버팀목이 되어주고 있다는 안선환 대표.

"힘들다고, 이것 때문에 나가라 했다가 다시 (코로나) 풀려서 오라고 할 수는 없지 않겠습니까. 저 일 없다고 나가게 해놓곤 저 일 바쁘다고 해서 불러들이면... 그건 말도 안 되는 일이죠. 보시다시피 저희 같은 일은 간판을 올리는 등 힘을 써야하는 일도 많다 보니 사람이 꼭 필요한 일이거든요. 그런데 코로나로 힘들다고 자를 수는 없잖아요. 또 우리 직원은 오랫동안 우리와 일했고요. 그래서 한 식구나 별반 다르지 않습니다."

"코로나로 힘들었지만 그래도 사람이 죽으란 법은 없는 것 같아요. 우리는 세 식구고 또 젊잖아요. 모임도 금지됐고 지출이라 해봐야 관리비 등 기본적인 것만 해결하면 됐거든요. 말 그대로 초긴축재정을 한 거죠. 그러다가도 고객님들이 만족감을 표현해주시면 그 한마디에 또 힘든 부분들이 많이 상쇄되더라고요.

많은 분들이 '힘들지 않냐? 조금만 더 버텨라. 그러면 좋은 일이 있을 거다' '아무래도 업계 특성상 코로나가 없어지면 개업하시는 분들이 좀 많아질 거잖아. 너희는 개업이 많아지면 일이 많아지는 얘기다'라고 해주셨죠. 이럴 때는 그냥 알아주는 것만으로도 사실 그게 가장 큰 힘이 되거든요. 또 저희가 지금 할 수 있는 것은 버티는 것밖에 길이 없잖아요. 서로 의지하고 힘내서 이 시간을 잘 견뎌 나가면 좋은 일이 있겠지요."


안선환 대표에게 소상공인으로서 바라는 점은 무언지 물었다. 안 대표는 잠시의 망설임도 없이 "소상공인 커뮤니티 장소 내지는 소상공인센터 같은 공간이 시급하다"고 말했다.

"저는 젊은 축에 듭니다. 나이 있는 분들은 정책이 바뀌는 것을 잘 몰라요. 그렇다고 해서 교육을 해주시는 것도 아니고. 정보를 안다고 해봐야 TV에 나오는 정책이나 아니면 우편물로 어렴풋이나마 알게 되는게 전부입니다. 어르신들은 휴대폰 만지는 것도 서툴거든요.

이번 사태를 겪으면서 힘들어하는 소상공인들이 그나마도 두드려볼 수 있는 공간이 생긴다면 좋겠습니다. 그렇게 되면 서로 잠시나마 위안을 받을 수 있을 것 같아요. 정책이 바뀌면 이런 정책이 있다는 교육을, 또 상호의견을 교환할 수 있는 커뮤니티 공간이 가장 절실합니다. 올해는 그런 공간이 생겼으면 좋겠습니다."

덧붙이는 글 | 이 기사는 서산시대에도 실립니다.


태그:#서산시 , #안선환, #코로나19 , #광고업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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