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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 텍사스의 겨울 한파 피해를 보도하는 CNN 갈무리.
 미 텍사스의 겨울 한파 피해를 보도하는 CNN 갈무리.
ⓒ CNN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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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국 남동부에 불어닥친 최악의 한파로 사망자가 속출하고 주민 수백만 명이 추위에 떨고 있는 가운데 연방 의원과 시장이 따뜻한 휴양지로 떠나거나 주민들을 비난하면서 격노를 불렀다.

미 텍사스는 최근 이상 기온으로 인한 겨울 폭풍이 덮치면서 대규모 정전과 단수 사태가 벌어졌다. 이 때문에 수백만 가구에 전력 공급이 끊기면서 30여 명이 한파에 떨거나 응급 처치를 받지 못해 숨졌다.

또한 주민들은 땔감이나 촛불로 겨우 난방을 하는 데다가 사재기로 인해 식료품까지 동나면서 배고픔을 참으며 '생존 투쟁'을 벌이고 있다.

이런 가운데 텍사스를 지역구로 둔 테드 크루즈 공화당 상원의원이 18일(현지시각) 유명 휴양지인 멕시코 칸쿤으로 가는 비행기에 탑승한 사진이 언론과 소셜미디어를 통해 급속도로 퍼지면서 논란에 휘말렸다.

크루즈 의원 측은 칸쿤으로 여행 간 것이 맞냐는 질문에 답하지 않고 있지만, CNN 방송은 관련 사안을 잘 아는 소식통을 인용해 "크루즈 의원이 칸쿤행 항공편을 예약한 것이 맞다"라고 보도했다.

AP통신에 따르면 크루즈 의원들의 측근들은 "그가 오래전부터 이번 휴가를 계획했으며, 논란을 의식해 곧 돌아올 예정"이라고 전했다.

크루즈 의원은 공화당 내에서도 강경 보수파이면서 강력한 차기 대권주자로 꼽히는 거물이다. 텍사스의 민주당 사무실은 즉각 "텍사스 주민이 죽어가고 있는데 크루즈 의원은 칸쿤으로 갔다"라며 사퇴를 요구했다.

소셜미디어에서도 크루즈 의원의 칸쿤행 사진을 본 누리꾼들은 "영원히 돌아오지 않았으면 좋겠다", "개인 전용기를 타지 않은 것을 보니 그나마 양심이 있다" 등의 글을 올리며 조롱과 비난을 쏟아냈다.

지원 요청하는 주민들 비난한 시장, 결국 사퇴 
 
테드 크루즈 미 텍사스 상원의원의 멕시코 칸쿤 여행 사진을 올린 트위터 계정 갈무리.
 테드 크루즈 미 텍사스 상원의원의 멕시코 칸쿤 여행 사진을 올린 트위터 계정 갈무리.
ⓒ 뉴욕포스트 트위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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앞서 텍사스 서부 콜로라도 시티의 팀 보이드 시장이 지원을 요청하는 주민들을 비난하는 글을 올렸다가 사퇴하는 일까지 벌어졌다.

보이드 시장은 지난 16일 페이스북에 "전기와 수도가 끊겼으면 스스로 가족을 안전하게 지키고 물을 공급할 방법을 찾아봐야 한다"라며 "오직 강한 자만이 살아남고, 약한 자는 죽을 것"이라고 썼다.

이어 "시 당국, 전력회사들은 주민들에게 빚진 것이 없다"라며 "지원금만 요청하고 있는 사람들에게 진절머리가 난다"라고 강조했다.

비난 여론이 빗발치자 그는 "전체 맥락을 이해하지 못한 것"이라며 해명했으나, 여론을 달래지 못하고 결국 사퇴해야 했다.

미 언론은 당파적 성향을 막론하고 이들의 부적절한 처신을 강하게 비판했다. 보수 정치 평론가 에릭 에릭슨은 CNN에 "크루즈 의원이 텍사스에 있더라도 전기를 공급하거나 한파를 막을 순 없지만, 주민들은 위로와 안심을 받기 위해 정치인을 찾는 것"이라고 말했다.

또한 "이럴 때 정치인이나 공직자들이 해야 할 일은 추위에 떠는 주민들에게 음식을 나눠주거나 불만을 들으면서 그들에게 관심이 있다고 보여주는 것"이라며 "가족과 휴가를 떠나는 것은 전혀 아니다"라고 지적했다.

텍사스의 공화당 의장 엘런 웨스트는 크루즈 의원의 휴가가 적절하냐는 질문에 "유권자들이 대답할 문제"라면서도 "나는 이곳에서 힘든 시간을 보내고 있는 주민들을 돌보고 있다"라고 에둘러 비판했다.

태그:#텍사스, #미국 한파 , #테드 크루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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