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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휴먼스 오브 경기(Humans of Gyeonggi)'에서는 특별한 활동을 하거나 삶을 살고 있는 '경기도민'을 만납니다. 그 네 번째 주인공은 경기 부천에서 디저트 카페 '인더시즌'을 운영하는 정윤선님입니다.[기자말]
지난해, 부천 중동 심곡천 근처에 예쁜 카페가 생겼습니다. 바로 당일 생산·판매를 원칙으로 하는 디저트 카페 '인더시즌'인데요. 오랜 시간 공실이었던 자리에 인더시즌이 들어온 이후, 골목에 생기가 돌기 시작했어요. 인더시즌 정윤선 사장님도 정감 넘치는 이곳 동네 분위기가 무척 마음에 든다고 합니다.

대학을 졸업하고 디저트 카페로 생애 첫 창업에 도전한 정윤선씨를 지난 1월 8일, 인더시즌 매장에서 만나봤습니다. 이번 인터뷰는 특히 카페 창업에 관심이 있는 분들에게 도움 되는 내용이 많을 것 같아요.
 
조용한 심곡천공원 맞은편 자리 잡은 '인더시즌'. ⓒ좋아지지
 조용한 심곡천공원 맞은편 자리 잡은 "인더시즌". ⓒ좋아지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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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인더시즌, 가게 이름의 뜻은 무엇인가요.
"크게 두 가지 의미가 있어요. 우선 '그 계절에'란 사전적 의미 그대로 '제철 재료가 응용된 디저트'를 만드는 곳이란 뜻이 있고요. '정해진 기간에만 한시적으로 나오는 디저트'를 만들겠단 목표도 담았습니다. 가령 계절과 상관없이 '치즈시즌'이면, 그 기간엔 치즈를 테마로 한 디저트들만 선보이는 거죠.

사실 머릿속에 계절에 맞는 디저트 레시피가 엄청 많은데, 모두 선보이지 못해 아쉬워요. 제가 만들고 싶은 것과 손님들이 원하시는 것이 어느 정도 맞아 떨어져야 하기 때문에 실제 제작해보지 못한 제철 디저트들이 좀 있습니다. 그래도 두 번째 목표는 비교적 잘 지키고 있어서 다행이에요. 지금까지 '구황작물시즌', '치즈시즌'을 진행했고, 조만간 새로운 시즌 디저트를 출시할 예정입니다."
 
3팀 정도 앉을 수 있는 실내. 오후엔 채광이 좋다. ⓒ좋아지지 ?
 3팀 정도 앉을 수 있는 실내. 오후엔 채광이 좋다. ⓒ좋아지지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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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부천 중동에 가게를 연 계기가 궁금합니다.
"저는 원래 집이 부천 상동입니다. 그래서 상동 근처 매물을 찾아봤는데, 비교적 비싼 임대료가 부담됐어요. 그래서 상동에서 멀지 않은 곳 위주로 '임대'라고 써있는 매물을 찾아다니다가, 중동에서 지금의 인더시즌 자리 빈 매물을 보게 됐습니다. 전에 알아본 곳들보다 임대료가 저렴하면서도, 횡단보도 앞이라 사람이 많이 다닐 것 같더라고요.

사실 이곳 임대료도 만만치는 않은데요. 첫 창업이라 평당 얼마여야 적정 가격인지 감이 부족했습니다. 사람이 많이 지나다닐 것이란 예상도 엇나갔어요. 막상 와보니 개업 전에 와 봤을 땐 분명 사람이 많이 지나다녔는데, 정말 그때만 딱 사람이 많았나봐요.(웃음)"

- 중동의 느낌은 어떤가요.
"상동보다는 덜 북적북적하고 뭔가 정이 있는 느낌이에요. 상동은 뭐랄까, 제게는 '쌀쌀맞은 곳'이란 느낌이 있습니다. 상동역 근처 가게에서 일했을 당시 개인적 경험 때문인가봐요. 그곳 손님들과는 별다른 교류가 없었거든요. 하지만 인더시즌에 오는 손님들은 열에 아홉은 모두 정이 넘치고 친절합니다. 정말 제게는 다들 천사 같은 분들이에요."
 
매장에 들어오자마자 달큰한 디저트와 색색의 수제청이 맞이한다. ⓒ좋아지지
 매장에 들어오자마자 달큰한 디저트와 색색의 수제청이 맞이한다. ⓒ좋아지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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첫 창업인가요. 어렸을 때의 꿈은 무엇이었는지 궁금해요.
"워낙 어렸을 때부터 음식 만들기를 좋아했어요. 어른이 되면 당연히 음식과 관련된 일을 할 거라고 생각했어요. 대학에서도 조리과를 전공했고요. 하지만 이렇게 베이킹으로 첫 창업을 하게 될 거라고 생각해본 적은 없어요. 대학 시절 가장 좋아했던 과목도 제과·제빵이 아니었거든요. 이랬던 제가 지난 2020년 디저트 카페 '인더시즌'을 열고 날마다 베이킹을 하고 있을 거라고는 상상도 못했어요."

- 아, 조리 과목을 더 좋아했나봐요.
"네, 맞아요. 그리고 3~4학년 시절엔 교수님 추천으로 박주희 선생님의 라마노쿠킹스튜디오에서 이탈리아 요리 쿠킹 클래스 조교로도 일했어요. 대한민국 이탈리아 요리 1세대로 유명한 분 옆에서 요리를 배운다니, 그때 정말 감사하고 행복했어요. 하지만 건강 문제로 어쩔 수 없이 일을 그만뒀습니다. 짧게는 8~9시간, 길게는 13~14시간을 서서 일하는 데다가 학업까지 더해지니 버거웠거든요."

- 졸업 후 창업을 결심한 계기는 무엇인가요. 베이킹과 조리 중 하나를 택하는 것도 쉽지 않았을 것 같아요.
"맞아요. 사실 대학 졸업 후 이탈리아로 요리 유학을 가려고 했지만 코로나19 때문에 계획이 무산됐습니다. 예상에 없던 일이었죠. 그런데 제가 당시 프랜차이즈 커피숍 P사 매장에서 아르바이트를 하고 있었거든요. 동료 한 명이 아르바이트 일과는 별개로 본인만의 마카롱을 만들어 주변 가게들에 납품하는 걸 보면서, 저도 뭔가 해볼 수 있지 않을까 하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하지만 첫 창업이다보니 재료 보관, 실현가능성 등을 신중히 고려해야 했습니다. 우선 베이킹에 쓰이는 밀가루, 버터는 과일이나 채소보다 재료 관리에 비교적 부담이 적었고, 매장 크기도 음식점보단 디저트 카페에 적합하다고 판단했어요. 그래서 지금의 인더시즌을 열게 되었습니다."

- 베이킹과 커피에도 꾸준히 실력을 쌓았기에 가능했던 것 같아요.
"베이킹은 10대 때부터 꾸준히 해왔어요. 중학생 때 처음으로 미숫가루 쿠키 만들기에 도전했다가 완전히 망쳐서 '리얼 흙맛'이 났던 기억이 아직도 생생합니다. 하지만 만드는 과정이 너무 재밌어서 계속 다른 걸 만들어보고 싶더라고요. 커피에 본격적으로 관심을 갖기 시작한 건 대학교 3학년때부터입니다. 전공 이수과목에 바리스타 과정이 있었거든요.

예전엔 쓴 음료를 잘 못 마셔서 커피에 관심이 없었는데, 커피를 직접 뽑으면서 커피의 유래, 국가별 유명 원두 등 이론을 함께 배우니 재밌더라고요. 또 P사 매장에서 아르바이트를 하면서 커피 교육을 심도 깊게 받았어요. 나라별 원두커피 마셔보기, 향 맡아보기 등 다양한 수업을 받으면서 커피에 관심이 더 커졌습니다. 에티오피아 원두를 좋아하게 된 것도 이때부터입니다. 그래서 인더시즌에서도 에티오피아 원두 비율이 높은 블렌딩 원두를 사용하는데, 좋아하는 손님이 많아 행복합니다."
 
이름을 건다는 건, 그만큼 음료에도, 음식에도 자신이 있다는 뜻이다. ⓒ좋아지지
 이름을 건다는 건, 그만큼 음료에도, 음식에도 자신이 있다는 뜻이다. ⓒ좋아지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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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카페 창업에 관심있는 청년들에게 들려주고픈 이야기가 있나요.
"인더시즌을 열기로 마음먹었을 때 저는 '잘 되면 좋지만, 실패해도 괜찮아. 그 과정에서 배운 게 남잖아!!'라고 생각했어요. 창업 8개월차로 아직 성공과 실패를 논하긴 어렵지만, 날마다 성장하고 있단 것만은 확실해요. 저는 창업 전에도, 창업 후에도 여전히 날마다 배우고 있답니다. 나만의 아이템이 있다면, 그리고 나의 일을 끝까지 사랑할 자신이 있다면 창업에 도전해보세요."

- 올해 2021년의 소망은 무엇인가요. 
"장사가 더욱 잘돼서 더 큰 곳에 매장을 내고 싶어요. 지금 있는 곳은 공간이 좁아서 (코로나19 이전에도) 손님들이 자리에 앉지 못하실 때가 있는데, 이럴 때 너무 죄송하더라고요. 좀 더 넓고 쾌적한 곳에서 더욱 다양한 디저트와 음식을 보여드리고 싶습니다. 또 저와 제 주변 사람들이 모두 건강했으면 하는 바람입니다. '코시국'이라고 하잖아요! 안그래도 부천 지역에서 코로나19 확진자가 많이 나오고 있는데, 모두 건강했으면 좋겠어요. 건강이 최고입니다!"  

 
추위로 괜스레 감기가 걱정된다면, 시나몬 스콘과 꿀레몬차를. ⓒ좋아지지
 추위로 괜스레 감기가 걱정된다면, 시나몬 스콘과 꿀레몬차를. ⓒ좋아지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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두 가지 의미로, 시즌별 디저트를 선보이는 정윤선님의
인더시즌 IN THE SEASON

주소 경기 부천 부흥로 339 101동 111호
영업시간 월~토 08시00분~18시30분 (디저트 소진시 조기 마감)
배민라이더스, 요기요익스프레스, 쿠팡이츠 이용 가능
인스타그램 www.instagram.com/intheseason_cafe/ (디저트 라인업 공지)

덧붙이는 글 | - 이 글은 곧 공개할 온라인 매체 '좋아지지(JOAGG, 경기도가 좋다)'에도 실립니다.


태그:#휴먼스오브경기, #HUMANSOFGYEONGGI, #좋아지지, #경기도가좋아, #경기도사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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