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설 명절도 별 탈 없이 지나갔다. 소소하지만 환경을 위해 음식은 미리 계획했던 대로 양도 최소로, 가짓수도 최소로 먹을 만큼만 준비했다. 하는 김에 더 하는 것이 없어지니 음식 준비에 들어가는 시간도 줄었고 정리도 빨랐다.

명절 이후 사흘 동안은 아무것도 사지 않았다. 적게 준비한다고 해도 명절을 위해 평소보다는 많은 음식을 장만할 수밖에 없었고 그것들과 남은 재료로 당장 먹을 음식을 만드는 것이 충분히 가능했다. 아무것도 사지 않아도 있는 쌀로 밥만 하면 식탁이 차려졌고 평화로운 연휴를 즐길 수 있었다. 

마트는 명절 연휴 내내 문을 열었다. 문을 연다는 것을 일찍이 예고했다. 걸린 안내문을 보며 마트와 연결된 무수히 많은 사람들이 명절을 잃어버리겠구나, 생각했다. 그런 와중에도 우리 집은 무려 3일을 마트에 가지 않았고, 그럼에도 가족들이 먹고 생활하는 것이 가능했던 신기한 시간이었다. 연휴가 끝나고 주말이 지나 떨어진 우유를 사서 냉장고에 채웠고 남김없이 먹어 치운 귤도 새로 사 왔다. 

설에 실험해 본 버리는 음식물 줄이기
 
 가정 쓰레기를 퇴비로 활용할 수 있다.
 가정 쓰레기를 퇴비로 활용할 수 있다.
ⓒ elements.envato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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명절을 준비하며 계획했던 제로 웨이스트는 성공적이었다. 3천 원으로 산 냉이는 명절 당일 상에서 비워졌다. 한 접시 분량만 하자고 했던 전도 당일 모두의 입속으로 들어갔다. 미리 생각하고 준비한 것만 했기 때문에 기름을 가장 적게 쓴 명절이 됐다. 전 부치는 데 들어간 올리브유 약간으로 효과적으로 명절의 냄새를 풍길 수 있었다.

시금치 2천 원의 위력은 컸다. 청과물 도매시장에서 곁가지만 떼어 파는 것 한 뭉텅이를 샀더니 단에 묶어 파는 것에 비해 양이 두 배는 더 되었던 것 같다. 양을 최소화한다는 본래의 취지와는 다르게 양이 많았지만, 푸르고 부드러운 채소는 가족들 모두 환영하는 메뉴였다. 항상 명절 때가 되면 가격이 올라 조금씩 사서 먹었는데, 저렴하고 풍성했던 나물 하나가 상차림을 준비하는 마음을 넉넉히 채워주었다.

주 재료가 적어지니 뭐든 맛있게 만들자고 생각했다. 맛을 위해 양념을 아끼지 말자고 생각했는데도 사용하는 양념의 양도 많이 줄었다. 마늘, 간장, 맛술, 올리고당, 설탕, 참기름 등도 각각 준비해서 명절을 나곤 했는데, 이번엔 그렇게 하지 않았어도 충분히 음식을 장만할 수 있었다. 

계획적인 소비, 계획적인 명절 상차림이 준 효과는 나름 있었던 것 같다. 자투리 채소는 명절 다음 날 된장찌개에 들어갔고, 전을 부치고 남은 계란물은 지단을 만들어 떡국에 고명으로 사용했다. 상에 놓을 생선도 딱 한 마리. 제사도 안 지내면서 3마리 5마리 준비했던 것을 과감하게 큼직한 것으로 한 마리 사서 한 번에 먹어 치웠다. 
 
한 해에 음식물 쓰레기 처리에 들어가는 비용이 2013년 기준으로 대략 20조 원입니다. 세계에서 생산되는 먹을거리 중 1/3이 먹히지도 않은 채 버려집니다.(최원형, <착한 소비는 없다> 중에서)

밥상에서 환경을 생각하니 보이는 것들
 
제로 웨이스트 시작하는 10가지 방법 파타고니아 매장에 붙은 안내문.
▲ 제로 웨이스트 시작하는 10가지 방법 파타고니아 매장에 붙은 안내문.
ⓒ 장순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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밥상에서 환경을 생각하다 보니 다양한 아이디어와 캠페인이 눈에 들어왔다. 그중 '채소 한 끼, 최소 한 끼' 캠페인이 있다고 한다. 하루 한 끼는 채소로만 먹자는 것이다. 식습관과 기후 변화를 연결한 캠페인이다. 우리 집의 식탁을 생각하면 하루 한 끼의 채소만으로 이루어진 식단은 불가능하지 않다. 어쩌면 지금까지 그 정도는 해왔던 것은 아닐까 싶었다.

'아무것도 사지 않는 날'도 있다고 했다. 블랙 프라이데이에 대한 반동으로 한 환경단체가 11월 26일을 '아무것도 사지 않는 날'로 정했다고. 명절 연휴 동안 마트를 찾지 않았다는 생각에 이미 지켰다고 생각했지만, 가족 모두 끊은 커피를 혼자만 마시겠다고 매일 사 온 것이 떠올랐다. 밥은 굶어도 커피는 굶을 수 없게 된 것일까. 커피라니, 생각보다 쉽지 않은 일이겠다 싶었다. 더불어 조금만 의식했더라면 하루 정도는 지킬 수도 있었겠다는 생각에 아쉬웠다.

고기가 없으면 아이들이 밥을 먹지 않는다는 말을 여기저기서 많이 듣는다. 육류는 가장 쉬운 조리법이다. 그리고 가장 풍성한 식단을 만들어 준다. 굽기만 하면 모두 만족하는 식탁이 차려진다. 오로지 고기 하나면 식사 시간이 완벽해 보이기까지 한다.
 
1만 명이 단 하루만 고기를 먹지 않아도 차 한 대가 28만 8,917킬로미터를 운전할 때 나오는 양만큼 탄소를 줄일 수 있고, 한 사람이 93년간 쓰기에 충분한 물을 절약할 수 있다.(최원형, <착한 소비는 없다> 중)

완벽한 재료인 고기를 즐기는 것도 환경을 생각하면 문제가 심각해 진다. 완벽하게 채식으로 돌아가는 것은 육식을 즐기지 않는 나조차도 불가능하다. 그러나 한 달에 며칠 정도는 충분히 할 수 있을 것 같다. 환경을 생각하는 사람들이 만들어 놓은 변화를 따라가다 보면, 단순하고 소박하고 덜 사고 비어지는 변화를 자연스럽게 느낄 수 있을 것 같았다.

불편하고 번거롭겠지만, 실천으로 가는 것만 남았다. 한 번 해 보았으니 매일을 명절처럼 계획을 세우고 지키면 된다. 양을 줄여 조금씩만 사기. 세상의 어떤 소비도 착한 소비는 아니니 자주 사지 않기. 사야 할 것 앞에서 안 사도 되는 것은 아닌지 따져보기. 

하루에 채소 한 끼 식사, 아무것도 사지 않는 날 정하기, 고기 먹지 않는 날 정하기. 이렇게만 계획하고 꾸준히 실천해도 생활쓰레기의 30퍼센트를 차지한다는 음식물 쓰레기의 양이 조금은 줄지 않을까. 

얼마 전 도봉산 산책길에서 한 상점의 안내문이 눈에 들어왔다. 환경에 관한 한 그 이름을 모를 수 없는 파타고니아 매장의 안내문에는, 제로 웨이스트를 시작하는 10가지 방법이 메모되어 있었다.

종이 카탈로그 수령을 거절할 것. 무료 사은품을 받지 않을 것. 쓰지 않는 물건은 기부할 것. 쇼핑을 최소한으로 줄일 것. 손수건 텀블러 등 재사용품을 쓸 것. 과도한 식음료 구입을 피할 것. 거주지의 재활용 정책을 파악할 것. 플라스틱 제품을 구입하지 말 것. 가정 쓰레기를 퇴비로 활용할 것. 퇴비용 쓰레기통을 마련할 것.

아웃도어계의 명품이라 불리는 매장에서 적어 놓은 것이라고 생각하니 그 발상이 놀라웠다. 환경에 대한 그 회사의 방침을 이미 알고 있었어도 뭔가 묵직한 한 방의 충격이 있었다. 읽다 보니 제로 웨이스트를 실천하는 길은 멀리 있지 않은 것 같았다. 약간의 불편함과 조금의 자제력을 발휘한다면 가능할 것 같았다. 

착한 소비는 없다

최원형 (지은이), 자연과생태(202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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