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법관 탄핵의 첫 방아쇠가 당겨졌다. '사법농단' 의혹이 제기된 지 꼬박 4년여 만이다. 오는 26일 임성근 부장판사 탄핵소추안에 대한 헌법재판소의 첫 재판이 열린다.

하지만 일각에서는 너무 늦은 판단이었다는 지적도 나온다. 4년여 시간이 흐른 동안 사법농단에 연루된 판사 상당수는 별다른 징계 처분 없이 법원을 떠났다. 심지어 일부는 전관 변호사가 됐다. 일선 판사로 복귀해 재판 업무를 보는 이들도 상당수다. 임 부장판사의 탄핵소추안도 근본적으로 헌재 판단의 대상이 되는지조차 불투명하다. 첫 재판 이틀 후인 오는 28일 퇴직하기 때문이다.

사법농단 연루 혐의가 드러난 그들은 지금 어디에서 무얼 하고 있을까? <오마이뉴스>는 관련 혐의로 재판에 넘겨졌거나 대법원 징계를 받아 관보에 오른 법관들을 추려 '그들의 현재'를 살펴봤다. 혐의 내용은 검찰의 수사결과 발표와 대법원 관보에 오른 징계 결정문 등을 참고했다.

대법원과 법원을 통해 사법농단 혐의가 드러난 법관은 19명이었다. 이 가운데 12명은 이미 퇴직했거나 퇴직이 임박했다. 퇴직자 중 4명은 변호사로 개업해 활동하고 있다. 퇴직 또는 퇴직 예정이 아닌 나머지 7명은 다시 현직에 복귀해 재판 업무를 보고 있다.

[전관 변호사로 활동중] 고영한, 박병대, 유해용, 시진국 

변호사로 개업중인 4명 중 세명은 '피고인' 신분으로 변호사 활동을 하고 있다.

우선 사법행정권 남용 혐의로 현재 1심 재판이 진행 중인 고영한 전 법원행정처 처장과 박병대 전 법원행정처 처장. 고 전 처장은 2020년 8월 변호사 등록을 마치고 현재 법무법인 율우 고문변호사로 활동 중이다. 박 전 처장은 2020년 11월 변호사로 등록해, 현재 법무법인 이제 고문변호사로 있다.

유해용 전 대법원 수석재판연구관는 '유해용법률사무소'의 대표변호사로 활동 중이다. 그는 검찰 수사가 시작되기 넉 달 전인 2018년 2월 퇴직했다. 유 전 연구관은 대법원 재판연구관 검토보고서를 반출해 변호사 영업에 활용한 혐의를 받아 재판에 넘겨졌고, 1심과 2심 모두 무죄 판결을 받았다.

시진국 전 부장판사는 2020년 2월 변호사로 등록해, 현재 법무법인 화우 소속 변호사로 있다. 그는 강제징용·위안부 사건 재판 개입 문건 등을 작성한 혐의로 대법원에서 감봉 3개월 처분을 받았지만 재판에 넘겨지지는 않았다.

변호사법 제5조는 변호사 결격사유로 '공무원 재직 중 징계처분에 의해 정직되고, 그 정직기간 중에 있는 자' 및 '탄핵에 의해 파면된 자'를 규정하고 있다. 4명의 법관들은 이 내용을 피해간 셈이다. 

[현직에 남아] 박상언, 방창현, 조의연, 성창호, 심상철, 신광렬 

현직에 남아 재판업무를 보고 있는 법관도 다수다. 유동수 더불어민주당 의원의 항소심 전략 문건과 특정 법관을 견제하는 내용의 문건 등을 작성한 것으로 알려진 ▲박상언 부장판사(창원지법)는 3월부터 수원지법·수원가정법원 안산지원에서 재판 업무를 본다. 통합진보당 사건의 선고 결과와 판결 이유를 누설한 혐의를 받은 ▲방창현 부장판사(대전지법)도 3월부터 수원지법·수원가정법원 성남지원에서 근무한다.  

양승태 사법부 당시 수사기록과 영장 청구서 등 윗선에 기밀을 유출한 혐의로 재판에 넘겨진 ▲조의연 부장판사(서울북부지법)는 3월부터 대전지법에서 재판 업무를 맡는다. 수사기밀을 파악하고 윗선에 유출한 혐의로 재판을 받고 있는 ▲성창호 부장판사(서울동부지법)는 유임됐다. 이밖에 ▲심상철(수원지법 성남지원 원로법관), ▲신광렬(사법정책연구원 부장판사) 모두 기존 직책을 유지하게 됐다.

[퇴직 카운트다운] 정다주, 문성호, 김민수 22일... 임성근, 이민걸 28일 

바로 오늘(22일)과 오는 28일에는 총 5명의 사법농단 연루 법관들이 퇴직한다. 먼저 22일에는 정다주·문성호·김민수 부장판사 3명이 법복을 벗는다. 세 사람은 대법원에서 사법농단 혐의로 징계가 확정됐지만 재판까지 넘겨지진 않았다. 

정 부장판사는 2015년 7월 말 경 임종헌 당시 기획조정실장의 지시에 따라 '사법부가 판결로 대통령의 국정운영을 뒷받침하기 위해 최대한 노력해왔다'는 내용의 문건을 작성하거나, 특정 재판과 청와대 간의 비공식적 대화 채널을 만들기 위한 문건 등을 작성한 것으로 알려졌다. 위 혐의로 2018년 12월 27일 대법원으로부터 감봉 5개월 징계를 확정받았다.

김민수 부장판사는 2015년 9월경 임종헌 당시 법원행정처 차장의 지시로 특정 판사의 동향을 파악하고 대응방안을 마련하는 문건을 작성, 보고한 혐의다. 김 부장판사는 대법원으로부터 감봉 4개월 처분을 받았다.

문성호 부장판사의 혐의는 2016년 6월 경 이규진 양형위원회 상임위원의 지시에 따라 통합진보당 행정소송 상고심 사건의 전원합의체 회부 여부에 대한 문건을 작성하고 상부에 보고한 것이다. 이에 대한 대법원의 처분은 견책에 그쳤다.

28일에는 임성근·이민걸 부장판사가 임기만료로 퇴직한다. 법관은 10년마다 재임용심사를 거치는데, 두 부장판사는 연임계를 제출하지 않아 퇴직이 확정됐다. 임성근 부장판사는 법관 최초로 탄핵소추안이 가결됨에 따라 헌법재판소에서 탄핵 심판을 받을 예정이다. 이밖에 특정 재판에 개입·관여한 혐의로 기소돼 2심(항소심) 재판도 함께 받고 있다. 앞선 1심은 임 부장판사의 혐의가 '위헌적'이라 판단했지만 무죄를 선고했다. 

이민걸 부장판사는 오는 3월 11일에 1심 선고가 내려진다. 이 부장판사는 유동수 민주당 의원 항소심 전략 문건을 작성한 혐의로 재판에 넘겨졌다.

[그리고] 양승태, 임종헌, 이규진

이밖에 양승태 전 대법원장, 임종헌 전 법원행정처 차장, 이규진 전 대법원 양형위원회 상임위원 또한 사법농단 논란이 불거짐과 동시에 임기만료로 퇴임한 상태다. 세 사람 모두 1심 재판이 진행 중이다. 특히 양 전 대법원장은 '마친 모든 쟁점에서 끝까지 법리 논쟁을 벌이겠다'는 태도로 재판에 임하고 있다. 오래 걸릴 수밖에 없는 것이다.

이규진 전 상임위원은 이민걸 부장판사와 마찬가지로 오는 3월 11일 1심 선고가 예정돼 있다. 

태그:#사법농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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