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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울시장 보궐선거 출마 선언을 한 국민의당 안철수 대표가 16일 오전 서울 중구 명동의 한 건물에서 '글로벌 경제도시 서울' 공약 발표를 하고 있다.
 서울시장 보궐선거 출마 선언을 한 국민의당 안철수 대표가 16일 오전 서울 중구 명동의 한 건물에서 "글로벌 경제도시 서울" 공약 발표를 하고 있다.
ⓒ 국회사진취재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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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울시장 보궐선거를 50일 앞두고 야권의 '서울시 연립정부론'이 뒤늦게 불붙었다. 안철수 국민의당 대표가 지난해 12월 제안했던 내용이다. 이에 대해 국민의힘 서울시장 경선후보인 오세훈 전 서울시장과 나경원 전 의원이 약 두 달 만에 '야권 공동운영'으로 호응하면서 지금에서야 말이 오가기 시작했다.

논의가 본격화된 것도, 야권 모두가 환영하는 것도 아니다. 당장, 김종인 국민의힘 비상대책위원장은 "서울시에 연립정부가 어떻게 형성되나"라면서 부정적 반응을 보였다. 그러나 후보 단일화를 서울시장 보궐선거의 기본 전략으로 삼은 야권의 입장을 감안하면, 단일화 후 발생할 수 있는 지지층 이탈을 막기 위한 방법인 '연립정부론'을 그냥 소멸시킬 것으로 보이진 않는다.

안 대표도 16일 기자들을 만나 "(김 위원장이) 아마 취지에 대해 오해가 있으신 것 같다"며 "(제가) 야권 단일후보가 되면 널리 범야권 인재를 골고루 등용해서 힘을 합하겠다는 뜻"이라고 강조했다. 그러면서 "(국민의힘 후보들과) 최종 경선을 하게 될 때 (서울시 연립정부와 관련) 후보 간에 이야기하거나 의견을 표명할 기회가 있지 않을까 생각한다"고 덧붙였다.

더불어민주당은 이를 '현실과 동떨어진 선거용 제안'이라며 견제하고 있다. 신동근·염태영 최고위원은 17일 오전 최고위원회의에서 "민주당이 (서울시의회 의석) 109석 중 101석을 가졌음에도 야권의 특정 후보들이 담합해서 공동운영 운운하는 건 현실과 동떨어진 발상", "허황된 연합, 연립을 얘기하기보다 서울시의회와 어떻게 관계를 풀어나갈지 밝히는 게 책임있는 자세"라고 비판한 게 대표적이다.

강선우 민주당 대변인은 지난 14일 서면 브리핑에서 "서울시는 천만 시민의 것이지 야권 후보자들의 사적인 소유물이 아니다"라며 "실체 없는 공동운영 제안은 결국 야합 단일화 과정에서 '선거에 떨어져도 내 밥그릇 하나는 제대로 챙기겠다'는 얕은 술책에 지나지 않는다"고 비판하기도 했다.

그러나 이러한 비판은 '부메랑'이다. 11년 전인 2010년 서울시장 선거 때 민주당은 '서울시 연립정부'를 내걸고 야권 단일화를 이뤄냈기 때문이다.  

[민주당이 잊은 것] 2010년의 기억
  
한명숙 민주당 후보와 이상규 민주노동당 후보가 14일 오전 국회 귀빈식당에서 서울시장 야권후보 단일화에 합의한 뒤 필승을 다짐하고 있다.
 한명숙 민주당 후보와 이상규 민주노동당 후보가 14일 오전 국회 귀빈식당에서 서울시장 야권후보 단일화에 합의한 뒤 필승을 다짐하고 있다.
ⓒ 남소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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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0년 5월 14일, 서울시장 후보 등록 마지막 날이었다. 당시 한명숙 민주당 후보와 이상규 민주노동당 후보가 후보 단일화에 합의하면서 '공동 지방정부' 구성에도 합의했다. 두 사람만의 합의가 아니었다. 민주당·민주노동당·창조한국당·국민참여당 등 야4당과 '희망과 연대', '민주통합시민행동' 등 시민사회단체 등이 참여한 '4+4 협상체'의 결과물이었다.

구체적으론 ▲ 친환경 무상급식 전면 실시 등 공교육 강화 위한 지원 확대 ▲ 서민 고용안정과 청년실업 해결을 위한 적극적인 일자리 창출 ▲ 재개발·뉴타운 사업의 근본적 대안 마련과 서민주거안전망 확충 등을 공동 정책·공약으로 정리했다. 또한 ▲ 4대강 사업 및 한강르네상스 중단 ▲ 교육과 복지예산 대폭 확대 ▲ 서울시 및 산하 기관 비정규직 단계적 축소 및 공무원 노동권 보호 노력 ▲ SSM 규제 방안 마련 및 중소기업·영세상인 지원책 마련 ▲ 공공무상보육 실현 및 아동수당 점진적 확대 등 구체적인 10대 기본과제도 정했다.

특히 공동 서울시장 구성 및 운영을 위해 "당선자(한명숙 단일후보)는 당선 직후 민노당과 공동선대위에 참여하는 모든 정당·시민사회단체 등과 협의해 공동으로 인수위원회를 구성하기"로 합의했다(관련기사 : 장미와 백합의 결합, '범야권 단일후보' 한명숙 http://omn.kr/uhs). 하지만 한명숙 후보가 오세훈 후보에 0.6%p 차로 석패하면서 연립정부는 현실화되지 못했다. 

즉, 지방선거에서의 후보 단일화와 연립정부 구성은 이미 민주당에서 추진, 경험했던 길이다. 무엇보다 당시 한나라당(현 국민의힘)이 서울시의회 106석 중 100석을 차지하고 있었음을 감안하면, 현 서울시의회의 의석수를 이유로 비현실적 발상이라고 비판하는 건 자신이 걸어온 길을 부정하는 셈이다.

[안철수엔 없는 것] 그래서 무엇을 하려고 하는가 
  
서울시장 보궐선거 국민의힘 오세훈(왼쪽), 나경원 경선 후보가 16일 서울 용산구 백범 김구기념관에서 열린 국민의힘 '서울을 바꾸는 힘 제1차 맞수토론'에서 인사하고 있다.
 서울시장 보궐선거 국민의힘 오세훈(왼쪽), 나경원 경선 후보가 16일 서울 용산구 백범 김구기념관에서 열린 국민의힘 "서울을 바꾸는 힘 제1차 맞수토론"에서 인사하고 있다.
ⓒ 국회사진취재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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민주당이 야권의 '서울시 연립정부론'에 대해 비판해야 할 대목은 따로 있다. '준비작업의 부재(不在)'다. 이 역시 11년 전 민주당의 길을 통해 되짚을 수 있다.  

야권 단일화와 연립정부 합의는 서울시장 선거에만 국한되지 않았다. 인천·강원·경남 등 광역단체 3곳과 기초단체 26곳에서 합의됐고 선거 승리로 이어졌다. 주목할 점은, 모두 단일화 이전에 공동 정책·공약부터 합의한 후 그를 실행할 수 있는 체계를 마련했다는 것이다.

앞서 3대 공동 정책·공약과 10대 기본 과제에 합의한 서울시장 선거도 있지만 당시 인천시장 선거도 대표적 예로 들 수 있다. 야3당(민주당·민주노동당·국민참여당)과 2010인천지방선거연대는 당시 인천시장 선거에서 '비정규직의 단계적 정규직화' 등 9대 분야·88개 정책과제에 대해 합의하면서 후보 단일화와 공동지방정부 구성을 약속했다. 범야권 단일후보였던 송영길 민주당 후보가 시장으로 당선된 뒤 약속은 이행됐다. 인천시는 민주당·민노당·진보신당·국민참여당 등 야4당 인사와 인천지역 시민사회단체 인사들로 구성된 '시정참여정책위원회'를 통해 앞서 합의했던 공동정책과제와 현안을 다뤘다.

하지만 충실한 준비작업에도 순탄치가 않은 것이 연립정부였다. 2010년 지방선거 7개월이 지난 시점에 서울 25개 자치구 가운데 '연립정부'를 약속했던 자치구 11곳을 <오마이뉴스>가 점검한 결과, 약속한 대로 정당과 시민사회가 참여하는 협의체를 운영하는 곳은 7곳에 불과했다(관련기사: 강남3구+중랑구 뺀 21곳 몽땅 무상급식 http://bit.ly/15vSOxt).

그런데 안철수 대표가 던진 서울시 연립정부론엔 이 같은 고민이 부재하다. '연립정부를 꾸려 무엇부터 할 것인가' 혹은 '어떤 정책을 하려고 연립정부를 꾸리는가'가 없는 것이다. 

그의 첫 제안은 "공직자의 절제, 정직, 겸손에 동의하는 범야권의 건강한 정치인 그리고 전문 인재들을 널리 등용하겠다. '연립 서울시 정부'를 통해 야권의 유능함을 보여주고, 정권교체의 교두보를 놓을 것이다"였다.  같은 당 이태규 의원은 남경필 전 경기도지사가 민주당 인사에 정무부지사 자리를 맡긴 사례를 예로 들기도 했다. (2월 16일 KBS라디오 <최경영의 최강시사>)

즉, 서울시 요직을 야권 인사들끼리 고르게 나눈다는 것 외에 야권이 함께 구현할 서울시정의 미래 얘기는 없다. 이대로라면 결국, 차기 대선까지 '반문(반문재인)연대'를 유지하기 위한 '선거용 자리나누기 약속'에 불과하다.

'서울시 연립정부론'에 민주당이 각을 세울 지점, 안철수·나경원·오세훈 등 야권 후보들이 채워야 할 지점은 바로 이것이다. 서울시장 자리는 '대권가도'이기 전에 1000만 서울시민의 삶을 좌우하는 자리이기 때문이다.  

태그:#안철수, #서울시 연립정부론, #서울시장 보궐선거, #더불어민주당, #야권 단일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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