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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본소득은 모든 국민에게 일정한 금액의 돈을 아무 조건 없이 지급하는 정책이다." - 5p
 
2020년 코로나와 함께 우리 국민은 재난지원금이라는 형태로 기본소득을 최초로 경험했다. 오마이뉴스 최경준 기자가 쓴 <이재명과 기본소득>은 기본소득에 관한 이슈와 논란을 여러 사례와 논리적인 근거로 자세히 설명하고 있다.

"만약 기초생활비가 보장된다면 내 삶은 어떻게 달라지는가?"

이 질문을 품고 이 책을 읽기 시작하면 좋을 것 같다. 책에서 언급한 대로 최소한의 생계가 해결된다면 불법적인 노동환경에 대하여 대항할 수도 있고, 갑의 부당한 요구에 응하지 않을 용기가 생길 수도 있지만, 가장 큰 효과는 '여유' 아닐까?
 
 최경준 지음 '이재명과 기본소득'
 최경준 지음 "이재명과 기본소득"
ⓒ 오마이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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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제적 자유까지는 아니어도 기본소득으로 최소한의 생계를 유지한다면 조금 더 나은 일자리를 찾을 여유, 그래서 자신이 하고 싶은 일을 찾을 수 있는 여유가 생기지 않을까? 기본소득은 어쩌면 창의적이고 사회적 가치에 부합하는 일자리를 창출하는 조그만 불씨가 될지도 모른다.

이 책을 읽으며 예전에 들었던 라디오 사연이 생각났다. 화가가 되는 것이 꿈인 한 여학생은 미술 대학에 가고 싶다고 했다. 그런데 집이 너무 가난해서 상업고등학교에 진학한 뒤에 곧바로 취업해야 한다고 했다. 빨리 커서 돈을 벌고 싶다는 소망과 함께, 자신의 꿈을 포기하지 않겠다는 야무진 포부도 밝혔다. 그리고 마지막으로 한마디를 더 했다.

"꿈이라는 것도 어느 정도 먹고 살 걱정이 없어야 꿀 수 있는 것 아닐까요?"

사연을 듣고는 공감과 안타까움이 교차했던 기억이 난다. 당장 내일 굶을 지경이라면 꿈이 무슨 소용이란 말인가. 최소한의 생계유지는 꿈을 위해 필요한 조건 아닐까. 그런 면에서 이 책에서 이야기하는 기본소득이 어쩌면 사람들이 꿈을 꾸고 창조적인 활동을 하게 할 수 있는 최소한의 사회보장제도가 될 수도 있겠다는 기대감이 생겼다.

차별적 복지제도의 단점과 최초의 기본소득 경험
 
"한국의 복지제도는 기본적으로 '신청주의'에 기반을 둔다. 아무리 고통스럽고 힘들어도 적극적으로 관계 기관을 찾아가서 자신의 가난과 무능을 끊임없이 증명해야 한다." - 37p
 
이 책에 의하면 현재의 복지제도는 자신의 가난과 무능력을 증명해야만 받을 수 있는 구조다. 만약 능력이 조금이라도 되어서 돈을 벌게 된다면 복지급여를 받을 수 없게 된다.

본인의 능력뿐만 아니라 부양가족의 능력까지 합산하여 평가하기 때문에 경제적 능력은 있지만, 부양의 의사가 전혀 없거나 연락이 닿지 않는 가족이 서류상 존재한다면 복지의 혜택은 받을 수 없다(부양의무자 기준은 2021년 1월 기점으로 일부 폐지되었다).

사회적으로 자신의 무능함과 약함을 드러내고 끊임없이 감시받아야 계속 혜택을 받을 수 있는 현 제도는 어떤 면에서 사회적 구성원으로 다시 자리를 잡게 하는데 더 큰 장벽을 만들고 있을지도 모른다.

비정규직과 계약직이 넘쳐나는 시대, 복지혜택을 포기하고 충분한 소득과 안정이 보장되지 않은 일자리로 돌아갈 사람들이 얼마나 될까. 누구나 평등하게 받는 기본소득이 보장된다면 선택은 조금 달라지지 않을까? 그런 면에서 기본소득이 가지는 의미와 영향은 클 수도 있을 것 같다.

우리가 최초로 경험한 기본소득은 코로나19로 받은 재난지원금이다. 처음 재난소득 지원금을 소득 하위 70%에 준다고 했을 때, 주변 맞벌이들의 불만이 터져 나왔다. 주변에서 40대 중반의 부부가 맞벌이인 경우, 대부분 소득 하위 70%에 해당하지 않았다.

"내가 상위 30%였어? 몰랐네. 그런데 왜 이렇게 힘들게 살고 있지?"

대부분의 맞벌이는 유리 지갑이라 불리는 직장인이다. 매달 먼저 세금을 꼬박꼬박 제하고 월급을 받는 충실한 세금납부자이지만, 정작 세금의 혜택은 피해 가기 일쑤다. 일례로 맞벌이이기 때문에 아이 돌봄 비용으로 많은 지출이 있지만, 해당 비용은 연말 소득공제 시에 어떤 혜택도 받지 못한다. 그런데 재난지원금도 받지 못한다고 하니 뭔가 허탈한 느낌이었다. 중산층도 아니면서 혜택을 받지 못하는 동료들은 '샌드위치 계층'이라 자조했다.

하위 70% 재난지원금이 이슈화되는 시점에 이재명 경기도지사는 아주 단순하게 경기도 주민 1인당 10만 원의 재난기본소득을 지급했다. 불만의 목소리는 일순간에 사그라들었다. 누구나 차별 없이 1인당 10만 원을 받았다. 누군가는 조삼모사라고 했다. 어차피 연말 소득공제 때에 반영되어 토해내게 될 금액이라는 것이다. 그러나 중요한 것은 적어도 우리가 혜택에서 제외되었다는 소외감은 들지 않았다.

재난지원금은 대형마트 및 연 매출 10억 이상의 점포에는 사용할 수 없었다. 재난지원금을 사용하면서 나는 주변 상권을 적극적으로 이용하기 시작했다. 동네 작은 마트의 채소들이 의외로 싸면서 싱싱하다는 것도 알았고, 지역 농장에서 싱싱한 물건을 수급해오기도 한다는 것을 알았다.

무료배송을 위해 억지로 끼워 맞추기식으로 구매하던 물품의 구매빈도가 낮아지고, 주변 상권을 이용하면서 필요한 물품만 살 수 있기도 했다. 그렇다고 온라인 쇼핑몰을 전혀 이용하지 않은 것은 아니지만, 재난지원금은 여러모로 가계부에 도움이 되었다.

4차 혁명 시대, 지금 우리에게 필요한 삶
 
 정부 내 3차 재난 지원금 논의가 이어지고 있는 가운데 이재명 경기도지사가 재차 재난지원금 보편지급을 촉구하고 나섰다.
 정부 내 3차 재난 지원금 논의가 이어지고 있는 가운데 이재명 경기도지사가 재차 재난지원금 보편지급을 촉구하고 나섰다.
ⓒ 경기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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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본소득을 받으면 사람들은 일하지 않게 될까? 이 질문에 대한 이재명 경기도지사의 대답이다.
 
"이제는 생산과잉의 시대다. 인간이 하는 노동보다 기술, 로봇, 인공지능이 하는 일이 더 많아졌다. 그러면 일자리가 줄어든다. 사람들에게 더 이상 과거의 전통적인 노동을 요구하면 안 된다. 이제 노동은 먹고살기 위한 생산의 수단이 아니라 행복한 삶을 위한 자기실현의 수단이 되어야 한다." - 351p
 
지금 단순업무를 처리하는 현장에는 기계가 사람을 빠르게 대체하고 있다. 프랜차이즈 매장에 사람 대신 키오스크가 서 있는 풍경은 이제 익숙하다. 대신에 유튜브 크리에이터, 빅데이터 전문가 등 새로운 직업이 생겨나고 있다. 새로운 직업의 기본은 창의성이다. 이전 시대에는 단순반복적이고 기계적인 매뉴얼을 바탕으로 사람이 익혀서 처리했다고 한다면 그런 일은 이제 점점 기계가 대체하고 있다.

반면 새로 다가오는 직업 대부분은 창의력에 바탕을 두고 있다. 남들과 다른 색, 다른 기능을 가지고 어떻게 차별화된 서비스를 할 것인가가 대두되고 있는데, 과거에는 기업 위주의 재편이었다면 이제는 개인 위주의 창의성을 펼쳐볼 수 있는 시대가 되었다.

결국 이재명의 기본소득 논리는 단순노동의 직업이 사라져가는 4차 혁명 시대에 창의적인 활동을 지원하려면 기본소득이 필요하다는 것이다.

"기본소득 제도의 부정적인 면도 있지 않을까?"

이 책을 읽고 나서 남편과 나는 이 부분에 대해서 열띤 토론을 했다. 가난은 나라님도 구제하지 못한다는 이야기도 있다. 아마 어떤 사람들은 기본소득을 바탕으로 여전히 게으른 삶을 살게 될지도 모른다.

예를 들면, 의료보험처럼. 해외에 살거나 외국인이면서 의료보험 혜택을 누리기 위해 일시적으로 국내에 거주하면서 거액의 치료를 받곤 하는 사례들도 종종 뉴스에 나오지 않나. 기본소득이 대부분 사람에게 보편적 복지를 누리게 해줄지 모르지만, 분명히 악용하는 사례도 있으리라.

또한 돈이 시중에 풀리면 인플레이션은 피할 수 없는 경제적 현상이다. 몇 달 전의 가계부와 요즘의 가계부를 보면 주부로서 느껴지는 물가가 무척 가파르게 상승하고 있다고 느껴진다. 세수를 통해 다시 거두어들인다고는 하지만 시중에 넘치는 유동성으로 인한 인플레이션은 피할 수 없는 부작용이 생길 수도 있을 것 같다.

그러나 어떤 제도도 100% 완벽할 수는 없지 않을까. 제도적 보완을 어떻게 해갈지는 또 하나의 숙제가 될 것이다.

이재명과 기본소득 - 피할 수 없는 미래, 당신의 삶을 상상하라

최경준 (지은이), 오마이북(202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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