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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글을 쓰고 있는 13일은 우리집 반려견 밝힘이의 두 번째 생일이다. 오십평생 강아지든 고양이든 물고기든 동물을 키워본 적이 없다. 그러다가 점점 강아지가 눈에 들어온 것은 몇 년 전, 갱년기를 겪으면서부터다.

잠을 잘 수도 없고, 감정은 오락가락하고, 인생의 허무가 극에 달했을 때, 그나마 나를 웃게 한 것은 한 동물 프로그램이었다. 잘못된 원인을 파악하고 평온한 삶으로 돌아가는 과정은 나에게도 무언가 희망 비슷한 것을 주었던 것 같다. 내 인생도 교정되어서 갱생될 수 있을 것만 같고, 다른 생명을 책임지면서 그 책임감만으로도 무기력함, 무쓸모함의 허무에서 벗어날 수 있을 것만 같았달까.

그럼에도 한동안은 '키우겠다'는 결심을 하지 못했다. 한 생명을 끝까지 책임진다는 것의 무게를 가볍게 여겨서는 안 될 것 같았기 때문이다. '언젠가는' 이라는 모호한 때를 정해놓고, 강아지에 대한 공부만 열심히 했다.

그렇게 일 년쯤 지나고, 이때가 아니면 안 될 것 같아서 데려오게 된 강아지가 첫 반려견 밝힘이다. 처음에는 반대하던 가족들도 지금은 이 아이가 안 왔으면 어떡하지 싶을 정도로 흠뻑 빠져 버렸다. 물론 사랑스럽고 예쁜 시간만 있었던 건 아니다.

엄마의 뒤꿈치를 무는 행동을 지속적으로 할 때에는 우리 강아지가 사람을 무는 강아지가 되는 건 아닌가 싶어서 덜컥 겁이 나기도 했고, 무언가 꽂힌 물건에 집착해서 사납게 으르렁거릴 땐 당황스럽기도 했다.

치료비로 돈은 잃었지만, 내 삶은 갱생되었다
 
 인생의 허무가 극에 달했을 때, 그나마 나를 웃게 한 것은 한 동물 프로그램이었다.
 인생의 허무가 극에 달했을 때, 그나마 나를 웃게 한 것은 한 동물 프로그램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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강아지와 오랫동안 행복하게 잘 살기 위해서는 빨리 손을 쓰는 게 낫겠다 싶어서 구청에서 운영하는 반려견 교육 프로그램을 발견하고 신청했다. 매주 1회씩 두 달 동안 반려견과 보호자가 받는 교육이었다.

가서 놀랐던 건, 매주 토요일 가족들이 반려견과 함께 교육을 받으러 나오는 정성과 열정이었다. 참석한 10팀이 2달 동안 거의 결석하지 않았고, 매주 숙제로 내주는 교육 비디오 촬영을 빼먹는 사람도 없었다. 그러니 나도 덩달아 열심일 수밖에. 덕분에 밝힘이의 문제 행동은 사라졌고 걱정했던 개춘기도 순하게 넘어갔다. 나의 갱년기도 어물쩍 넘어갔다.

강아지를 키우면서 부딪혔던 또 하나의 난관은 돈이었다. 중성화수술, 양쪽 슬개골 수술 등 2년 동안 수술만 총 세 번을 했다. 그 외에도 산책을 하다 은행을 주워 먹는 바람에 혼비백산해서 병원행, 눈, 코 피부 질환으로 병원행, 또 각종 예방 접종 등 치료에 들어간 돈만 해도 예상치를 훌쩍 넘었다. 밝힘이를 사랑하는 다른 가족들의 도움이 아니었다면 나도 꽤 버거웠을 것이다.

이런 2년의 과정을 거치면서 잃은 것은 단연 돈이다. 그러나 내 삶은 그와 비교할 수 없을 만큼 그야말로 갱생되었다. 낯선 사람과는 말을 안 섞는 내가 다른 견주들에게 선뜻 다가가서 이야기를 한다. 강아지의 사회성에 앞서 나의 사회성이 먼저 좋아진 셈이다.

하루에 아침 저녁 두 번 산책을 나가는 건 강아지와 나 모두에게 즐거운 숙제다. 함께하면서 나는 종종 행복하다고 느꼈다. 개는 주인을 닮는다던데 경계심 많고 소심한 나를 닮아서인지 밝힘이는 다른 강아지들과 사교성 있게 지내는 편은 아니다. 여전히 아쉬운 부분이 있지만 밝힘이가 할 수 있는 만큼만 하도록 지켜봐주고 있다.

그런 과정은 내가 나를 들들 볶고 채근하고 채찍질했던 지난날의 나와 화해하는 치유의 과정이기도 했다. 바뀐 게 어디 나뿐이랴. 밝힘이만 보면 혀짧은 소리를 내는 우리 가족은 이제 이 아이가 없는 생활을 생각할 수 없을 정도가 되었다.

또 하나의 변화라면 내가 동물보호에 관심을 갖게 되었다는 점이다. 우리나라에서 한 해 버려지는 유기동물이 13만 마리. 한 달에 만 마리 이상 버려진다는 끔찍한 이야기다. 반려견, 반려묘가 버려지지 않고 학대받지 않고 인간과 더불어 잘 살 수 있는 방법은 없을까. 전에 없던 관심이 생겼고, 커졌다.

설 연휴 전에 "이제부터 반려견이나 반려묘를 버리거나 학대하면 벌금을 물고 전과자가 될 수 있다"는 기사를 봤다. 조금이나마 처벌이 강해져서 그나마 다행이다 싶으면서도 한편으론 아직 갈 길이 멀구나 하는 생각도 든다.

반려견 940만 마리 독일의 슬기로운 반려동물 정책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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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오마이뉴스 고정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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찾아보니 가장 모범적인 사례가 독일이다. 2019년 기준 등록된 반려견이 940만 마리. 엄청난 숫자이지만, 독일에서는 반려견에게도 시민처럼 세금과 의료보험 등 엄격한 의무와 권리를 부여하는 등 체계적으로 관리하고 있다. 우리나라에서도 반려동물세에 대한 이야기가 나왔으나, 세금을 내게 될 경우, 더 유기할 가능성이 많다는 이유로 흐지부지된 것과 비교되는 부분이다.

우리나라에 반려견을 쉽게 버리는 문화가 생겨난 원인으로 펫숍 분양을 꼽는다. 쉽게 사고 팔다 보니 강아지공장 같은 폐해가 생겨나고 있는 것이다. 독일처럼 공공보호소를 통한 유기견 입양을 의무화하는 것도 한 방법이다.

독일은 브리더(애완동물을 키워 파는 것을 업으로 삼는 사람들)에게 분양받는 경우 천 만원 가까운 돈을 내야 하지만, 동물보호소를 통해 유기견을 입양할 경우 우리 돈으로 약 27만 원 가량이라고 한다. 전문 브리더가 되는 조건도, 시설 면적, 자격 심사 등 요건이 엄청 까다롭다고 한다. 분양비가 비싼 것은 일본도 마찬가지다. 함부로 사지 않으면 함부로 버리지도 않는다.

지난해 독일 정부는 반려견을 하루 1시간 이상 산책 시킬 의무를 법제화했다고 한다. 처벌 조항이 있는 건 아니지만, 반려견의 복지를 존중하는 차원에서 의미있는 선언이었다.

반려동물 200만 시대. 그러나 동물을 유기하고 파양하는 무책임한 일이 너무나 쉽게 일어나고 있는 상황에서 함께 고민해봐야 할 문제가 아닐까 싶다.

"모든 사람이 강아지만큼 무조건 사랑하는 능력이 있다면 이 세상은 더 좋은 곳이 될 것이다." - M.K. Clinton(클린턴)

이 말에 전적으로 동의한다. 무조건적인 신뢰와 사랑을 알게 해준 작은 생명. 두 살이 된 우리 강아지를 보며 다짐한다.

"우리에게 와줘서 정말 고마워. 사랑과 책임을 알게 해준 것도 고마워. 너를 끝까지 책임질게. 그러니 안심해. 그리고 건강해."

내가 그러거나 말거나. 밝힘이는 옆에서 생일선물로 준 개 껌을 신나게 뜯고 있다.

덧붙이는 글 | 이 글은 개인 브런치에도 실립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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