30일 KIA 구단에 메이저리그 도전 의사를 최종 전달한 양현종

양현종 ⓒ KIA 타이거즈

 
다소 늦었지만, 양현종이 자신의 꿈을 이룰 기회를 잡았다. 메이저리그 텍사스 레인저스는 13일(이하 한국 시각) 양현종과 계약했음을 발표했다. 스프링 캠프 초청권이 포함되어 있으며, 메이저리그 진입 여부에 따라 대우가 달라지는 스플릿 계약이다.

사실 레인저스와 양현종의 인연은 이번이 처음은 아니었다. 2014년 시즌이 끝난 뒤 2015년 포스팅 시스템을 신청한 두 명의 한국인 선수들이 있었는데, 김광현(현 세인트루이스 카디널스)과 양현종이었다. 당시의 포스팅 시스템은 메이저리그 30팀 중 이적료를 가장 많이 신청한 팀이 단독 협상을 진행해 계약이 성사될 경우 그 이적료를 이전 소속 팀에 지급하는 방식이었다.

이 때 김광현은 샌디에이고 파드리스와의 협상이 결렬되었으며, 양현종의 경우 단독 협상권을 따낸 팀이 공개되지 않았다. KIA 타이거즈에서 응찰 금액이 만족스럽지 못하여 이적을 허가하지 않은 것이었다. 이 때 공개되지 않았던 팀이 바로 레인저스였다. 

6년 전 엇갈렸던 인연, 다시 만난 양현종과 레인저스

당시에도 양현종은 2014년 제정되었던 제1회 최동원 상 수상 등 나름 좋은 커리어를 이어가고 있었다. 그러나 확실한 임팩트를 갖고 있다고 보기엔 조금 부족한 상황이었고, 이로 인해 포스팅 시스템에서 만족스러운 결과를 얻지 못했다. 

이후 김광현은 SK 와이번스와 FA 시장에서 재계약을 체결한 뒤 바로 팔꿈치 인대 접합 수술(토미 존 서저리)을 받으면서 당시 메이저리그 계약을 맺지 못했던 이유가 어느 정도 드러났다. 이후 건강을 회복한 김광현은 와이번스의 배려로 포스팅 시스템에 다시 도전했고, 카디널스와의 메이저리그 계약에 성공했다.

양현종은 당시 외부 FA 영입(최형우)으로 부담이 컸던 타이거즈와의 협상에서 1년 단기 계약을 체결했다. 이후 매년 연봉 협상을 통해 타이거즈로부터 어느 정도 보상을 받았으며, 2017년 정규 시즌 및 한국 시리즈 MVP와 최동원 상까지 싹쓸이하며 개인 가치도 크게 끌어 올렸다.

양현종은 타이거즈가 한때 시즌 최하위까지 내려갔던 위기의 2019년, 시즌 초반 부진을 극복하고 리그 평균 자책점 1위를 기록했다. 이 때까지만 해도 양현종의 가치는 절정을 달리고 있었다. 만일 2020년 시즌까지 좋은 성적을 기록했다면 양현종의 가치는 더욱 상승했을 것이다.

다만 양현종은 2020년 팀의 주장을 맡으면서 개인이 등판하는 경기 이외에도 매 경기마다 챙겨야 할 요소들이 많았다. 개인 성적 이외에도 부담 요소들이 많은 주장의 특성도 있었고, 코로나19로 인해 시즌 일정에도 변동이 생기면서 양현종의 2020년 시즌 성적은 이전 시즌과 비교해 안 좋아졌다. 

그는 2020시즌 172.1이닝을 던지면서 11승 10패 평균 자책점 4.70에 그쳤다. 시즌 종료 후 두 번째 FA 자격을 획득한 양현종은 자신의 꿈을 펼치기 위해 해외 무대 도전을 선언했다. 처음에는 김광현의 계약처럼 마이너리그 거부권을 조건으로 걸었으나, 이후 조건을 완화했다.

2021년 2월 메이저리그가 KBO 측에 양현종의 신분조회를 의뢰했고, 13일 구단에서 공식 계약을 발표했다. 물론 레인저스가 선발 로테이션과 불펜 모두 판을 다시 짜는 중이긴 하지만, 팀에서 키운 유망주들에게 우선 기회를 줄 가능성이 높으며 보험용으로 나름 KBO리그 경험이 있는 양현종을 보강한 것으로 보인다. 

한국인 선수와의 첫 번째 인연, 박찬호의 3년 반

국내의 많은 야구 팬들이 기억하고 있듯이, 레인저스가 가장 먼저 인연을 맺은 한국인 선수는 코리안 특급 박찬호(현 샌디에이고 파드리스 특별 고문)다. 2001년 당시 메이저리그 6년차 최고 연봉 기록(990만 달러)을 세웠던 박찬호는 커리어상 최고의 2년을 보낸 뒤 FA 시장에 나왔다. 그러나 2001년 시즌 후반 박찬호는 불안한 조짐을 보였고, 이전 소속 팀이었던 로스앤젤레스 다저스는 박찬호를 붙잡지 않았다. 물론 당시 박찬호의 에이전트였던 스캇 보라스의 협상 능력 덕분에 박찬호와 레인저스는 5년 6500만 달러라는 당시 기준으로 상당히 큰 규모의 계약을 체결했다.

2001년 올스타 게임에도 출전했던 박찬호는 2002년 개막전 선발 등판으로 시즌을 시작하면서 레인저스의 큰 기대를 받았다. 그러나 당시 더운 날씨와 외야에 부는 강한 바람 등으로 인하여 투수들의 무덤이라 불렸던 글로브 라이프 파크 적응 문제에 부딪혔다.

게다가 박찬호는 그동안 많은 이닝을 던진 피로가 누적되면서 2002년 햄스트링 부상을 시작으로 각종 부상에 시달렸다. 특히 2004년까지는 3년 동안 허리 부상에 시달리면서 2003년에는 단 1승에 그치기도 했다. 그나마 2005년에 부상 없이 풀 타임 시즌을 보냈다는 것이 위안이었다.

결국 박찬호는 레인저스에서 계약 기간 5년을 다 채우지 못했다. 2005년 후반기 트레이드 마감 시한에 박찬호는 파드리스로 트레이드 되었고, 남은 계약 1년 반을 파드리스에서 보냈다. 2006년 전반기에는 그래도 로테이션을 거르지 않았으나, 후반기 장 출혈이 겹치면서 좋지 않은 두 번째 FA를 맞이했다.

한국인 선수와의 두 번째 인연, 추신수의 7년

이후 레인저스가 두 번째로 만난 한국인 선수는 추신수(FA)였다. 시애틀 매리너스에서 기회를 제대로 얻지 못했고, 클리블랜드 인디언스에서 가치를 증명했던 추신수는 예비 FA 시즌이었던 2013년 신시내티 레즈에서 통산 세 번째 20홈런-20도루 시즌을 만들며 대단한 시즌을 보냈다.

당시에도 추신수의 에이전트는 보라스였고, 보라스의 협상 능력이 발휘된 결과 추신수는 레인저스와 7년 1억 3000만 달러의 대형 계약을 맺었다. 추신수는 레인저스 소속으로 계약 기간 7년을 모두 채우고 현재 두 번째 FA 자격을 얻어 새로운 팀을 찾고 있다.

그러나 추신수의 7년은 기복이 심했다. 2014년은 팔꿈치와 발목에 부상을 입었으나, 당시 레인저스가 30팀 중 가장 많은 선수가 부상자 명단(Injury List)을 경험할 정도로 사정이 좋지 않았기 때문에 어쩔 수 없이 부상을 안고 뛰었다. 팀이 최하위가 확정되고 나서야 추신수는 수술을 받고 쉴 수 있었다.

부상에서 회복한 추신수는 2015년 22홈런 94득점을 기록하며 팀 타선에 힘을 보탰지만, 2016년은 다시 반복되는 부상으로 인해 48경기 출전에 그쳤다. 2017년 다시 풀 타임을 치르면서 22홈런 96득점을 기록했고, 2018년 21홈런 83득점, 2019년 24홈런 93득점을 기록했다.

또한 추신수는 2018년 한국인 야수 최초로 올스타 게임에 출전하여 안타도 기록했다. 레인저스에서의 7년 중 큰 부상이 없었던 4년은 20홈런과 80득점 이상은 꾸준히 기록하는 등 자신의 가치를 어느 정도 보여줬다. 그러나 두 번째 FA를 앞둔 2020년 부상으로 60경기 중 33경기 출전에 그쳤다.

물론 추신수의 타격 성향을 보면 2015년과 2017년, 2018년, 2019년 성적이 어느 정도의 가치는 있었다. 그러나 7년 1억 3000만 달러를 투자한 것에 비해서는 레인저스 구단을 만족시켰다고 보기엔 어려웠다. 특히 FA를 위해 중요했던 2020년 부상으로 출전에 제약이 있었다는 점이 현재 좋지 않은 요소로 작용하고 있다.

양현종과 레인저스의 좋은 인연을 위한 생존 경쟁

양현종이 새롭게 합류하게 될 레인저스는 우선 박찬호와 추신수가 활약했던 시절의 레인저스와 많이 다르다. 가장 큰 차이로는 2020년 새롭게 개장한 지붕 개폐식 돔 구장 글로브 라이프 필드를 들 수 있다.

그동안 더운 기후에 외야 제트 기류까지 겹치면서 경기 환경이 아주 만족스럽지 못했던 글로브 라이프 파크를 벗어난 레인저스는 혹서기에도 시원한 환경 속에서 경기를 치를 수 있게 됐다. 현재 메이저리그에서 가장 최신식 구장을 홈 경기장으로 쓸 수 있다는 점은 분명 양현종에게 도움이 될 것이다. 

또한 레인저스는 우승 도전을 위해 전력 보강 차원에서 박찬호와 추신수를 영입했다. 그러나 현재 레인저스는 리빌딩을 선언하며 젊은 유망주들에게 기회를 부여하는 등 이른바 세대 교체에 들어간 상황이다. 이로 인하여 일단 레인저스 팜에서 자체 검증을 거친 유망주들에게 선발 로테이션 자리가 우선적으로 주어질 가능성이 크다. 양현종이 일단 스프링 캠프 초청을 받긴 했지만, 보통 초청선수들은 40인 로스터에 있는 선수들에 비해 그 기회가 적다.

물론 2016년의 이대호(현 롯데 자이언츠)와 같이 스프링 캠프에서 경쟁을 통해 메이저리그 로스터로 진입할 수도 있다. 그나마 슈퍼 스타들이 화려하게 포진한 팀이 아니라는 점에서 양현종에게 기회가 더 많이 올 수 있다. 

현재 레인저스에는 한때 KBO리그를 경험했던 덕 매티스가 코치로 있다. 매티스는 2011년 삼성 라이온즈에서 후반기 교체 선수로 활약한 적이 있었다. 나름 후반기 나쁘지 않은 활약(10경기 64.1이닝 5승 2패 ERA 2.52)으로 2011년 한국 시리즈 우승에도 기여했지만, 임팩트가 부족하여 재계약에는 실패한 적이 있었다.

2020년 레인저스에 불펜 코치로 합류한 매티스 코치는 2021년 투수 코치로 양현종과 인연을 맺게 됐다. 양현종이 메이저리그 로스터에 진입 할 수 있을지 장담 할 수 없지만, 매티스 코치로부터 캠프에서 어느 정도 레슨을 받을 기회는 생긴 것이다.

결국 양현종이 스프링 캠프에서 어떤 모습을 보여주느냐에 따라서 좋은 자리를 잡을 수도 있고, 아예 기회를 잃어 버릴 수도 있다. 스프링 캠프가 열리기 전 극적으로 기회를 얻은 양현종이 그토록 원했던 메이저리그 마운드에 오를 수 있을지 지켜보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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퍼스널 브랜더/서양사학자/기자/작가/강사/1987.07.24, O/DKU/가톨릭 청년성서모임/지리/교통/야구분석(MLB,KBO)/산업 여러분야/각종 토론회, 전시회/글쓰기/당류/블로거/커피 1잔의 여유를 아는 품격있는 남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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