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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복직 없이 정년 없다!" 2020년을 하루 남겨 둔 지난해 12월 30일, 김진숙 전국민주노동조합총연맹 부산본부 지도위원(이하 지도위원)은 복직을 위한 도보 투쟁 '희망뚜벅이'를 시작했습니다. 부산 호포역에서 3명으로 시작한 '희망뚜벅이'는 서울이 가까워져 올수록 그 수를 더해갔습니다. 청와대에 도착한 2월 7일, '희망뚜벅이' 행렬에는 700여 명이 함께했습니다.

하지만 부산에서 출발한 그 행렬 속에 부산 지역언론은 없었습니다. '희망뚜벅이' 출발(12월 30일)부터 청와대 도착(2월 7일) 이후까지 지역언론의 보도에서 김진숙 지도위원의 복직투쟁 관련 기사를 찾아봤습니다.
 
2020.12.30.부터 2021.2.8. 까지 지역언론 5개사 ‘김진숙 지도위원 복직투쟁 기사’
 2020.12.30.부터 2021.2.8. 까지 지역언론 5개사 ‘김진숙 지도위원 복직투쟁 기사’
ⓒ 부산민주언론시민연합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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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진숙 지도위원이 도보 투쟁을 시작한 날, 한진중공업 사측은 "김진숙씨의 재채용과 임원모금 등을 통해 마련한 위로금을 지급하겠다는 의사를 김씨에게 위임을 받은 금속노조에 전달했다"라는 공식 입장을 내놓았습니다.

이 소식은 부산일보, KBS부산, 부산MBC, 국제신문이 보도했습니다. 부산일보와 국제신문은 한진중공업 사측과 금속노조 측의 견해 차이를 전하는 데 초점 맞췄습니다. 추가적인 취재노력은 보이지 않았습니다. 이 소식마저 부산일보는 온라인기사로만 실어 지면에선 확인할 수 없었습니다.

국제신문은 31일 8면 <31일 정년... 김진숙 한진중공업 복직 힘들 듯>을 통해 입장차와 함께 김진숙 지도위원 복직투쟁 과정을 전했습니다. KBS부산은 김진숙 지도위원의 도보투쟁 시작을 전했고, 부산MBC는 양측의 입장을 덧붙였습니다.

이후 청와대에 도착하기까지 지역언론의 보도는 3건이 있었습니다. 부산MBC는 <한진중 정년 만료 김진숙 지도위원 "투쟁 이어갈 것">(1월 3일)을 통해 "복직 없이 정년 없다"는 김진숙 지도위원의 복직투쟁 의지를 다시 한번 전했습니다. 국제신문 <김진숙 복직 문제, 산은 "개입 않겠다">(2월 3일)는 한진중공업의 최대 주주인 산업은행이 2월 2일에 발표한 보도자료에 충실한 기사였습니다. 마지막 1건은 2월 8일 국제신문 4면에 실린 '사진기사'였습니다.
 
국제신문, 2/8, 4면
 국제신문, 2/8, 4면
ⓒ 국제신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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분명 부산의 사안임에도 복직 투쟁을 시작한 지난해 6월부터 오늘에 이르기까지, 지역언론은 출근선전전, 리멤버 희망버스, 도보 투쟁 등 '그림'이 발생하면 전달할 뿐 한진중공업, 산업은행, 김진숙 지도위원, 지역 여론 등을 취재해 보도하진 않았습니다. 심지어 해고노동자의 400km 복직 도보투쟁에 지역신문이 보여준 관심의 종착지는 4면 '사진기사'였습니다.

지난 7일, 부산에서부터 34일을 걸어 청와대 앞에 도착한 김진숙 지도위원의 발언 중 일부는 지역언론의 보도행태 또한 들여다보게 했습니다.
 
"전두환 정권에서 해고된 김진숙은 왜 36년째 해고자인가. 그 대답을 듣고 싶어 34일을 걸어 여기까지 왔습니다. 그 약속들이 왜 지켜지지 않는지 묻고 싶어 한발 한발 천리길을 걸어 여기까지 왔습니다. 36년간 나는 유령이었습니다. 자본에게 권력에게만 보이지 않는 유령이었습니다. 문재인 대통령님 내가 보이십니까. 함께 싸워왔던 당신이 촛불의 힘으로 대통령이 된 후에도 여전히 해고자인 내가 보이십니까."

지역을 비추는 거울인 지역언론

김진숙 지도위원이 해고된 해인 1986년, 당시의 기사를 온라인으로 확인할 수 있는 부산일보에서 '김진숙' 지도위원을 검색해 봤습니다.

그중 김진숙 지도위원의 복직을 언급한 기사는 2건이 있었습니다. 첫 기사는 1988년 4월 16일 15면에 게재된 <勞使(노사)분규 急速(급속) 확산>이었습니다. 해당 기사는 '대한조선공사가 해고근로자 복직 문제로 또다시 진통을 겪고 있어 분규가 장기화 될 조짐을 보이고 있다'고 전망하며, 해고노동자 3명의 복직은 당연하다는 조합원총회의 주장을 전했습니다.
 
부산일보, 1988년 4월 16일, 15면
 부산일보, 1988년 4월 16일, 15면
ⓒ 부산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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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어 3일 뒤인 1988년 4월 19일엔 <現代(현대)·한국重工業(중공업) 전면 罷業(파업)> 기사와 함께 한진중공업(구 대한조선공사) 노동자들이 '우리의 소원은 원직복직'을 내걸고 농성하는 모습이 부산일보 11면에 실렸습니다.
 
부산일보, 1988년 4월 19일, 11면
 부산일보, 1988년 4월 19일, 11면
ⓒ 부산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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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988년 부산일보의 위의 두 기사는 대한조선공사 노동자의 투쟁을 '분규', '태업', '몸살'이라 칭하며 작업중단으로 인한 손실액을 전달해 노동자보다는 사업자의 입장에 무게를 실고 있었습니다.

하지만 적어도 노동자들의 요구를 기록하고 농성 현장을 사진으로 전달하는 등 2021년 도보 투쟁을 무보도로 일관해 없었던 일인 양 대한 지역언론과는 분명 차이가 있었습니다.

지역언론은 지역을 비추는 거울이자 지역의 기록자입니다. 부산일보가 대한조선공사 노동자들의 농성 현장을 비추고 글과 사진으로 기록한 덕분에 1988년 4월의 요구가 2021년 2월의 요구와 동일하다는 사실을 다시 한번 확인할 수 있었습니다.

1988년의 기록이 2021년에 이르러 완성될 수 있도록, 지역 해고노동자의 복직투쟁을 기록해줄 것을 지역언론에 간절히 요청합니다.

태그:#부산민언련, #한진중공업, #희망뚜벅이, #김진숙, #복직투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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