JTBC 음악예능 프로그램 <싱어게인 무명가수전>이 끝까지 승자도 패자도 없는 아름다운 경쟁의 감동을 보여주며 유종의 미를 거뒀다. 8일 방송된 최종회(12회)에서는 예상대로 강력한 우승후보였던 이승윤이 최종 우승자가 됐다. 정홍일과 이무진이 TOP3에 함께 올랐고, 이소정, 이정권, 요아리가 뒤를 이었다.

 
 지난 1일 방송된 JTBC <싱어게인>의 한 장면

지난 1일 방송된 JTBC <싱어게인>의 한 장면 ⓒ JTBC

 
마지막 방송이었던 만큼 심사위원이었던 유희열과 이선희가 각각 피아노와 노래로 특별 무대를 선사하는가 하면, 아쉽게 탈락했었던 참가자들도 '스페셜 무대'에 함께해 반가움을 더했다. <싱어게인> 최종회는 10.01%의 시청률(9일 닐슨코리아 집계결과)을 기록해 동시간대 1위를 기록하며 마지막까지 높은 인기를 증명했다.

지난해 11월 첫 방영을 시작한 <싱어게인>은 세상이 미처 알아보지 못한 재야의 실력자, 지금은 잊힌진 비운의 가수 등 '한 번 더' 기회가 필요한 이들이 대중 앞에 다시 설 수 있도록 돕는 신개념 리부트 오디션 프로그램을 표방했다. <싱어게인>은 회를 거듭할수록 높은 화제성을 자랑했고 방송 후에도 포털과 SNS 에서 참가자들 이름과 경연곡이 수시로 오르내릴 만큼 큰 인기를 끌었다.

사실 오디션·경연 프로그램은 이미 국내 방송가에서 너무 많이 소비된 장르다. 2000년대 후반 <슈퍼스타K>시리즈의 열풍을 시작으로 <보이스 코리아><프로듀스><위대한 탄생><나는 가수다> <K팝스타><미스앤 미스터 트롯>까지 시리즈로 제작되어 신드롬에 가까운 인기를 끈 프로그램이 많다. 비교적 조용히 사라진 크고 작은 프로그램까지 더하면 셀 수 없을 만큼의 많은 무대들이 브라운관을 거쳐갔다. '리부트'라는 설정 역시 여러 오디션·경연에서 여러 번 써먹었던 컨셉트라 새로울 것은 없었다.

벌써 수많은 오디션·경연을 통하여 단련된 시청자들의 높아진 눈높이, 그리고 익숙해진 만큼의 식상함이라는 장벽을 어떻게 극복하느냐가 후발 주자들의 공통된 숙제였다. <싱어게인>은 검증된 '실력자'들의 섭외, 자극적인 경쟁구도보다는 출연자 개인의 '서사'에 집중하는 구성을 통하여 우직한 정면돌파를 선택했고 그것이 통했다.

가수라면 노래를 잘해야 한다는 것은 당연한 덕목이다. 그러나 화려한 시청각적인 퍼포먼스가 갈수록 강조되는 시대에, 오로지 목소리만으로 감동을 주는 무대는 오히려 흔치 않다. 출연자들이 자신의 개성과 '하고싶은 음악'을 선보이기보다는, 심사위원이나 대중의 취향, 해당 프로그램의 컨셉 등에 맞춰 '경연에서 이길 수 있는 음악'을 어쩔 수 없이 선택해야 하는 경우도 많았다.

<싱어게인>은 오히려 트렌드에서는 한발 비껴난 복고적인 감성을 선택했다. 오로지 참가자들의 뛰어난 노래 실력과 진심만으로 얼마든지 방송을 꽉 채울 수 있다는 것을 증명했다. 무대가 그리웠던 참가자들은 프로그램 취지에 맞게 다시 대중 앞에 설 수 있었고, 시청자들은 오디션 프로그램을 통해 미처 알지 못했거나, 혹은 보고 싶었던 뮤지션들을 다시 접할 수 있어서 반가웠다.

뛰어난 실력의 참가자들은 저마다 하고 싶었던 음악, 전하고픈 메시지 등을 선택하여 자신이 가장 잘할 수 있는 색깔과 방식으로 무대를 꾸몄다. 오디션·경연이 요구하는 기준에 따라 다른 가수의 히트곡을 영혼없이 따라부르거나 흉내내는 것과는 차원이 달랐다. 수준높은 무대에 참가자들의 진정성이 더해지니 지켜보는 시청자들의 눈과 귀도 행복해질 수밖에 없었다.

또한 <싱어게인>은 구성부터 출연자에 대한 선입견을 방지하고 노래 그 자체에만 집중할 수 있는 분위기를 구축하기 위하여 노력했다. 첫 등장시에는 참가자의 이름을 감추고 번호로서만 불리게 하여 호기심을 높였다. 또한 재야의 고수, 무명, 슈가맨, 오디션 , 홀로서기 등 출연자의 개성에 따라 다양한 그룹으로 분류하여 시청자들이 개인의 스토리와 캐릭터에 더 집중할 수 있도록 배려했다.

오디션·경연 프로그램을 제작하는 과정마다 빠지지 않는 유혹이 바로 연출의 개입이다. 스타성이 높거나 제작진이 선호하는 출연자에게 분량을 몰아준다거나, 혹은 그 반대의 출연자에게 부정적인 이미지를 부각시키는 '악마의 편집' '사연팔이' 등이 대표적이다.

<싱어게인>도 오디션·경연답게 탈락과 순위를 가리는 구성은 존재하지만, 경쟁의 치열함을 부각시키기보다는 출연자 개인의 사연과 무대의 완성도에 더 집중한다. 출연자의 특정한 이미지나 안위적인 라이벌 구도를 만드는 식의 구성은 최대한 자제한다. 무대 위에서 안타까운 실수나 감정적으로 흔들리는 모습조차 <싱어게인>은 논란과 비판의 대상으로 만들기보다 따뜻하게 감싸안으려는 자세를 보여준다.

오디션·경연 프로그램의 분위기를 주도하는 심사위원과 MC의 역할도 빼놓을 수 없다.

이선희, 유희열 김종진, 김이나, 규현, 선미, 이해리, 송민호 등으로 구성된 <싱어게인>의 심사위원들은 선후배이자 동료 음악인의 입장에서 출연자의 사연에 함께 공감해주면서도, 전문적인 음악과 관련된 심사에 있어서는 시청자들도 충분히 납득할수 있을 만큼 냉철하고 객관적인 평가를 내렸다. 심사위원-참가자-시청자 사이에서 유연하게 긴장감을 풀어주는 역할을 수행한 MC 이승기의 깔끔한 진행과 입담도 호평을 받았다.

무엇보다 <싱어게인>이 오디션·경연 방송사에 남긴 가장 큰 의미라면 '착한 경쟁'으로도 충분히 재미와 감동의 두 마리 토끼를 잡을 수 있다는 것을 증명했다는 데 있다. 저마다 다른 사연을 지닌 참가자들과 음악을 대하는 진심어린 자세를 통하여, 시청자들은 자연히 참가자 개인의 매력에 공감하게 되고, 그들이 펼치는 무대 위의 퍼포먼스에도 깊이 몰입할 수 있었다. 또한 노래 실력은 출중했지만 알고보면 저마다 자신만의 트라우마나 한계에 갇혀 있었던 참가자들은, 회가 거듭할수록 자신만의 인생과 음악적 정체성을 돌아보고 새로운 도전에 나서거나 자신감을 회복하는 등 한결 성장하는 모습을 보여준다.

오로지 결과에 따라 승자와 패자만 남기는 오디션·경연 프로그램과 끝까지 방향을 달리했던 부분이다. '무명'과 '재기'라는 키워드에서 보듯, 무대가 그리웠던 이들에게 다시 꿈꿀 수 있는 기회를 제공했다는 것이야말로 시청자들이 <싱어게인>의 무대에 깊이 공감하고 힐링을 느낄 있었던 비결일 것이다.
싱어게인 오디션경연
댓글1
이 기사가 마음에 드시나요? 좋은기사 원고료로 응원하세요
원고료로 응원하기
top