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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문여고 제69회 졸업생들이 마스크를 낀 채 기념활영을 하고 있다.
 박문여고 제69회 졸업생들이 마스크를 낀 채 기념활영을 하고 있다.
ⓒ 박영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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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빛나는 졸업장을 타신 언니께 꽃다발을 한아름 선사합니다...'

졸업식 노래의 한 소절이다. 강당에 학부모와 전교생이 모여 꽃다발을 안겨주면서 축하하는 졸업식 날의 흔한 풍경을 이제는 찾아보기 힘들다.

코로나가 바꾸어 놓은 졸업문화다. 하지만 이별의 아쉬움과 새로운 시작의 설렘은 변함이 없다.
 
축하객 없이 축하받는 날


졸업식은 학교를 졸업하는 학생들과 교사들에게 일 년 중 가장 의미 있는 날이다. 졸업식날 학교 앞에는 꽃다발을 파는 상인들이 일찍부터 줄지어 있고 축하하러 온 사람들은 누구나 꽃다발 하나쯤은 사서 졸업식이 열리는 강당이나 운동장으로 향한다.

온 가족과 친지들이 카메라와 꽃다발을 들고 축하를 하고 기쁨을 함께 나누면서 학교교정이 졸업을 맞은 학생과 졸업을 축하하는 축하객들로 떠들썩하게 붐볐었다.

하지만 코로나19 사태로 비접촉·비대면 문화가 익숙해져 가고 있는 요즘, 졸업식도 예외는 아니다. 오래도록 익숙했던 졸업문화의 풍경이 그립기까지 하다.

지난 달 27일, 인천 박문여자고등학교 졸업식이 열렸다. 정문 위에 내걸린 '제69회 졸업을 축하합니다'라고 쓴 현수막이 졸업생들을 두 팔 벌려 환영하는 듯 펄럭였다.

교문 앞에 자리를 잡고 꽃을 파는 아주머니들이 꽃다발을 들고 손님을 기다렸다.

"이 시간쯤이면 꽃이 많이 팔리는 시간인데 못 팔았어요. 걱정이에요. 코로나 때문에 손님이 없어요."

교문에는 외부인의 출입을 통제한다는 안내표지가 붙어 있었다. 축하객은 없고 마스크를 쓴 졸업생들만이 교문 안으로 발걸음을 재촉하며 들어섰다.

일상이 된 발열체크 기기가 있는 1층 현관을 통과한 학생들은 손 소독을 하고 자신의 교실을 향해 들어갔다.
 
코로나로 인해 졸업식은 영상으로 촬영된 졸업 축사를 보며 진행됐다.
 코로나로 인해 졸업식은 영상으로 촬영된 졸업 축사를 보며 진행됐다.
ⓒ 박영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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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친구들이랑 친해질 기회가 없었어요. 짝꿍도 없이 앉아야 하고, 또 밥도 따로 먹고 코로나 때문에 매일 마스크를 쓰고 지내니까 대화도 더 못하고 (학생) 전체 얼굴도 잘 모르겠고... 함께했지만 이렇게 학교생활을 마치니까 더 서운하고 아쉬워요."

교실에 들어선 졸업생 정재은양은 친구들을 사귈 시간도 없이 마스크로 입을 가리며 보낸 일 년이 못내 아쉽다고 말했다.

한 줄로 분단간격을 맞추고 가림 막을 세운 책상에 마스크 쓴 학생들이 평소처럼 앉았다.

졸업생 주다영양과 이수민양은 가림 막을 사이에 두고 서로의 졸업을 축하하며 이야기를 나눴다.

"그동안 학교생활도 제대로 못하고 친구들과의 추억도 만들지 못했는데 벌써 졸업이라고 생각하니까 아쉬움이 많이 남아요. 또 고등학교 졸업식인데 코로나 때문에 부모님도 학교출입을 못하고 이렇게 우리끼리 졸업하는 게 서운해요."
 
"비록 마스크 쓴 얼굴이지만..." 우정만은 변함없는 코로나 졸업식


담임교사가 입실하면서 졸업식이 시작됐다.

"너희들의 졸업을 이렇게 교실에서라도 할 수 있어서 감사하구나. 졸업을 진심으로 축하한다. 코로나 속에서 정말 고생 많았어!"

모니터를 바라보는 졸업생들은 졸업식 영상을 바라보며 교장의 축사를 시작으로 실감나지 않는 어색한 졸업식을 시청했다. 고3 담임교사들의 축하영상이 나오자 학생들의 눈매가 스마일로 바뀌며 눈가가 촉촉해졌다. 마지막으로 교가를 부르며 졸업식 영상은 끝을 맺었다.
 
고3 담임교사들의 축하영상이 나오자 학생들의 눈매가 스마일로 바뀌며 눈가가 촉촉해진다.
 고3 담임교사들의 축하영상이 나오자 학생들의 눈매가 스마일로 바뀌며 눈가가 촉촉해진다.
ⓒ 박영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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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어 담임교사를 통해 졸업장을 받는 학생들의 모습이 숙연했다. 한 명 한 명 눈빛을 보며 건네는 졸업장 주인공마다 친구들의 위로와 응원의 박수소리가 터져나왔다.

졸업앨범을 받은 학생들은 추억이 떠오르는 듯 친구들과의 활동사진을 한동안 바라봤다.

졸업생 김현수양은 "재수를 하기로 했는데 오늘 친구들이 응원해주고 파이팅을 외쳐주니까 기운이 나는 것 같다"며 "코로나로 대면하기는 어려워도 SNS로 만날 수 있을 거라 생각한다, 비록 마스크 쓴 얼굴로 기억하지만 친구들이 많이 보고 싶고 생각날 것 같다"고 말했다. 
 
교사와 학생들은 마지막 모습에도 마스크를 쓴 얼굴로 사진을 찍으며 그 모습을 기억해야 했다.
 교사와 학생들은 마지막 모습에도 마스크를 쓴 얼굴로 사진을 찍으며 그 모습을 기억해야 했다.
ⓒ 박영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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교사와 학생들은 마지막 모습에도 마스크를 쓴 얼굴로 사진을 찍으며 그 모습을 기억해야 했다.
 교사와 학생들은 마지막 모습에도 마스크를 쓴 얼굴로 사진을 찍으며 그 모습을 기억해야 했다.
ⓒ 박영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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축하객이 없는 마지막 여고시절의 졸업이 끝을 맺었다. 남는 건 사진뿐 학생들은 담임교사와 함께 사진을 찍으며 석별의 정을 나눈다. 교사와 학생들은 마지막 모습에도 마스크를 쓴 얼굴로 사진을 찍으며 그 모습을 기억해야 했다.

"마스크를 쓰며 학교생활을 했는데 오늘까지도 마스크를 쓴 채 친구들의 얼굴도 제대로 못보고 이별해야 하다니 너무 아쉽고 슬퍼요. 빨리 코로나가 종식돼서 마스크 없는 대학생활을 하고 싶어요. 그때는 마스크 없는 졸업식을 할 수 있겠죠?"

졸업식은 끝났지만 교문 밖에서 꽃을 파는 사람들의 꽃다발은 그대로 남아있다.
 
정문 위에 '제69회 졸업을 축하합니다'라고 쓴 현수막이 걸려 있다.
 정문 위에 "제69회 졸업을 축하합니다"라고 쓴 현수막이 걸려 있다.
ⓒ 박영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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덧붙이는 글 | 이 기사는 인천시 인터넷신문 'i-View'에도 실립니다. 글쓴이는 'I-View' 기자입니다.


태그:#졸업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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