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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8년 초, 나는 사회복무요원으로 군 복무를 하고 있었다. 당시 화두는 비트코인에 대한 규제 여부였다. 1월 중순, 박상기 당시 법무부 장관은 암호화폐 거래소 폐지 특별법을 예고할 정도로 비트코인은 하나의 현상이요, 시대 정신이었다.

나와 같이 근무하던 동료들도 비트코인 투자에 빠져 있었다. 오르면 오르는 대로 환호하고, 떨어지면 떨어지는 대로 좌절하는, 그런 평범한 투자자(?)였다. 하지만 열기는 평범하지 않았다. 군 장병들이 내무반에서 가상화폐 투자에 몰두한다면서, 국방부와 병무청은 '군기 확립'을 이유로 들면서 투자 자제를 요청한 바 있다. 우리도 상관으로부터 근무 중 비트코인 투자에 대한 자제를 요구받았을 정도니까. 

그때 그 열풍, 그때 그 보도, 죽지도 않고 또 왔네
 
 2018년이나 지금이나, 언론은 열풍에 주목하더라.
 2018년이나 지금이나, 언론은 열풍에 주목하더라.
ⓒ 포털 화면 갈무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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당시, 신문은 연일 비트코인 열풍을 대서특필했다. <조선일보>는 가상화폐에 투자하던 20대가 자살했다는 것을 보도하면서 '2030을 벼랑으로 내모는'이라는 표현까지 썼다. 나는 이런 풍경을 꽤 흥미롭게 지켜봤던 것으로 기억하는데, 나는 그때나 지금이나 비트코인에 끌어당길 돈이 없다. 

그런데 사회복무요원 동료들은 월급이 들어오면 비트코인 투자에 몰두했다. 당시 문재인 정부의 정책으로 군 장병들의 월급이 꽤 많이 올랐는데, 사회복무요원 역시 2018년 기준으로 3개월 복무자의 급여가 49만여 원에 달했다.

갑자기 '거금'을 손에 넣은 그들은 비트코인으로 달려갔다. 물론 49만 원은 많다면 많지만, 또 적다면 적은 돈이다. 나는 10만 원은 군 적금에 넣었고, 7만~8만원 정도는 통신비로 냈으며 10만 원 가량은 교통비로 소모했다.

식비까지 제하면 남는 돈이 그렇게 많지는 않았는데, 이걸 비트코인에 넣을 용기는 나지 않았다. 사실 모두가 비트코인에 미쳐 있는 건 아니지만, 언론은 '핫'한 주제를 원한다. 누군가는 '영끌'을 하고, 또 누군가는 자살한다는 이 기이한 현상을 다루고 싶지 않고 싶은 언론사가 있었겠나 싶다. 

지금 돌이켜 보면, 그때의 유행이 다시 돌아온 것만 같다. 여기저기서 주식 이야기뿐이다. 심지어 SNS에서 미성년자들에게 주식 교육을 하는 것이 나쁜지 아닌지를 논쟁하는 사람들도 봤다. 내 기억에 주식이 이렇게 모두의 화두로 떠올랐던 적은 그리 많지 않은 것 같다. 너도 나도 핸드폰의 주식 어플리케이션을 바라보고 있는 걸 보면 확실히 유행인 것 같긴 하다. 

언론에서는 그때나 지금이나 원인을 분석하기에 바쁘다. 노동소득은 자본소득을 이길 수 없다는 절망감 때문이다, 유행에 민감한 한국 사람들 특성상 주변 사람들이 너도 나도 뭔갈 하면 재빨리 따라 한다 등등. 이런 분석은 매력적이다. 하지만 어딘가 이상하다. 노동소득이 자본소득을 이길 수 없었던 것은 지난 몇 년간 새롭게 생긴 현상이 아니고, 유행에 민감하다는 한국 사람들의 특성 역시 하루 이틀 사이에 생긴 현상이 아니기 때문이다.

언제나 그렇듯 언론은, 그리고 지면을 얻은 사람들은 이런 쉬운 결론을 만지작거린다. 그 사이에서 '영끌' 할 돈이 없어서 혹은 주식에 관심이 없어서 쳐다보지 않는 사람들의 이야기는 사라지고 만다. 나 같은 사람의 이야기는 누가 들어주나. 아니 들을 필요가 있다고나 생각할까?

어딜 가도 흘러나오는 주식 얘기, 이젠 스트레스 그 자체 
 
 TV를 켜도, 유튜브를 켜도 온통 주식투자 이야기로 넘쳐난다.
 TV를 켜도, 유튜브를 켜도 온통 주식투자 이야기로 넘쳐난다.
ⓒ Pixabay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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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래서 나도 주식투자를 해볼까 생각을 하다가도, 온갖 데서 주식 얘기가 들려오는 것에 심술이 나서 차라리 안 하고 말지 생각을 하게 된다. 주식 얘기를 듣고 싶지 않아서 최대한 귀를 막으려고 노력해도, 인터넷엔 온통 주식 얘기 뿐이다.

내가 구독하는 한 일상 유튜버는 주식투자 앱 회사의 광고를 몇 차례 받았다. 소액으로 해외 기업들의 주주가 될 수 있다고 강조한다. 심심해서 '나무위키'를 들어갔더니 상위권 검색어가 '게임스탑(게임을 파는 오프라인 스토어를 운영하는 업체)'과 '공매도'('없는 것을 판다'라는 뜻으로 주식이나 채권을 가지고 있지 않은 상태에서 매도 주문을 내는 것)다. 

또 어딜 가면 어떤 주식 유튜버가 유행이라면서 그가 쓴 책을 추천하기도 한다. 주식투자 초보를 위한 콘텐츠는 널리고 널렸다. 그걸 접할 의지만 있으면 되는 수준이다. 지상파 예능 프로그램에도 전직 펀드매니저 출신 유튜버가 나와서 주식투자에 관해 이야기한다.

도저히 피해갈 방법이 없다. 물론 지금 한다고 해서 투자할 돈도 딱히 없지만, 막상 또 돈이 들어오면 주식을 시작해볼까 생각했다가 접기를 한두 번 한 게 아니다. 유명 주식 유튜버의 책을 읽어보고 싶어서 장바구니에 넣어뒀다가 최근에 목록에서 지웠다. 남들이 하니까 더 안 해야겠다는 다짐을 하게 된다.

주식 열풍 사이에서 '영끌' 할 여력도 없고 돈도 없는 이들의 이야기는 다 어디로 갔을까. 주식투자 열풍을 바라보면서 문득 든 상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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꾸준히 읽고 보고 쓰고 있습니다. 사회학을 공부하는 중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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