조성원 감독이 이끄는 프로농구 창원 LG가 '대형 트레이드'라는 승부수에도 불구하고 좀처럼 부진의 늪에서 헤어나오지 못하고 있다. LG는 7일 창원실내체육관에서 열린 2020-2021 현대모비스 프로농구 정규리그 전자랜드와의 경기에서 72-86로 패하며 5연패 수렁에 빠졌다.

LG는 12승 26패(승률 .316)로 6강플레이오프 마지노선인 6위 부산 KT(19승 18패)에 7.5게임차이로 뒤지고 있으며 한계단 위인 9위 원주 DB(14승 24패)와도 2게임 차이로 벌어졌다. 5연패는 조성원 감독 부임 이후 올시즌 두번째이자 홈경기만 놓고보면 무려 8연패에 빠져있다.

LG는 지난 4일 서울 삼성과 2대 2 대형 트레이드를 단행했다. 오랫동안 팀의 간판 스타로 활약했던 포인트가드 김시래를 외국인 선수 테리코 화이트와 함께 삼성으로 보내고, 이관희와 케네디 믹스를 영입했다. 팀의 고질적인 약점인 가드진의 높이와 득점력을 보강하기 위한 승부수였다.

하지만 아직 효과는 미미하다. 공교롭게도 트레이드 직후 상대였던 삼성을 바로 만났으나 64-73으로 패했고, 전자랜드전마저 내주며 흐름을 바꾸지 못했다. 조성원 감독 부임 이후 '공격농구'를 표방한 LG지만 올시즌 경기당 78.2점으로 10개구단 중 9위에 머물고 있다. 심지어 트레이드 직후 2경기에서는 64점과 72점에 그치며 오히려 이전보다 득점력이 더 하락했다.

후반에 급격히 무너지는 패턴도 변한 게 없다. 삼성전에서 전반까지 근소한 우위(38-33)를 지켰으나 후반들어 3점포가 급격히 침묵하며 화력대결에서 밀렸다. 이날 LG의 3점슛 성공률은 18%(4/22)에 그쳤고, 특히 후반에 시도한 3점슛이 모두 림을 외면했다.

전자랜드전도 비슷한 흐름이었다. LG에 후반 전자랜드에게 25-41로 밀렸는데 특히 3쿼터에만 야투 성공률이 18%(3/18)에 그친게 치명타였다. 반면 전자랜드에게는 전후반 각각 8개씩 무려 16개의 3점슛을 허용하며 외곽 수비에서 큰 구멍을 드러냈다.

LG는 높이가 약한 팀이다. 이를 만회하기 위하여 선수들이 리바운드 가담과 몸싸움 등에서 부담이 커진다. 여기에 조성원 감독이 빠른 공수전환을 강조하다 보니 활동량도 늘어난다. 올 시즌 LG가 3쿼터에 유난히 약한 이유도, 높이 열세로 인한 선수들의 수비 부담 증가→체력 안배 실패→야투 난조→조급함과 자신감 하락이라는 악순환이 반복되고 있기 때문이다.

트레이드의 핵심이었던 이관희(시즌 평균 11.1점)는 이적 후 삼성전 12점 8리바운드 4어시스트, 전자랜드 13점 4리바운드 2어시스트로 기록상 자기 몫은 해준 것 같지만 내용은 그렇지 못했다. 의욕이 넘쳤던 이관희는 2경기에서 모두 외국인 선수를 제치고 팀내에서 가장 많은 슛을 시도했지만 효율성은 떨어졌다.

삼성전에서는 야투 20개중 5개를 적중시키는데 그쳤고, 3점슛은 7개나 시도했으나 단 한 개도 성공하지 못했다. 전자랜드전에서는 3점슛은 3개를 성공시켰지만, 야투는 19개를 던져 5개를 넣는데 그쳤고 턴오버도 무려 5개나 저질렀다. 수비에서도 아직까지 LG의 팀플레이에 녹아들지 못하는 모습이었다.

삼성으로 이적한 김시래는 포인트가드지만 득점도 거의 12점 가까이를 올려줄만큼 공격적인 능력도 갖춘 선수였다. 이관희도 최근 국가대표까지 발탁될 정도로 위상이 많이 높아졌지만, 김시래 정도의 선수를 내주고 받아온 카드치고는 급이 다소 떨어지지 않느냐는 아쉬움이 적지않았다. 삼성에서도 후보에 불과했던 케네디 믹스는 부상중인 에이스 캐디 라렌이 복귀하면 팀을 떠날 선수다. 실제로 트레이드 이후 지난 2경기에서 LG는 오히려 김시래의 공격과 리딩 능력이 그리워지게 느껴지는 순간이 더 많았다.

이관희는 조성원 감독이 선호하는 공격력을 갖춘 장신가드라고 하지만, 기복이 심하고 김시래같은 경기운영 능력은 기대하기 어렵다는 한계도 뚜렷한 선수다. 미래를 대비한 트레이드라고 하기에도 나이는 오히려 이관희가 1살 더 많다. 노장 조성민-강병현 등의 노쇠화가 뚜렷한 LG에서 사실상 2번 경쟁에 무혈입성한 이관희가 빨리 팀에 녹아들지 못한다면 LG로서는 더 힘겨운 행보를 걷게 될 가능성이 높아진다.

LG는 올시즌 조성원 감독을 영입하면서 많은 기대를 걸었다. 전임 현주엽 감독은 3년간 63승 87패로 2시즌 이상 재임한 LG 감독 중 최악의 승률을 기록하며 '실패한 스타 출신 감독'의 불명예스러운 사례를 추가했다. LG가 현 감독에 이어 다시 한번 소속팀 출신-스타플레이어 감독을 선임한 것을 두고 팬들의 시선은 기대반 우려반이었다. 조 감독이 남자프로농구 감독은 처음인 데다 과거 여자농구와 대학 감독 시절을 포함해도 눈에 띄는 성과가 없었다는 것은 불안감을 자아냈다. 냉정하게 말해 조 감독이 물려받은 LG의 전력 역시 개막 전부터 하위권으로 평가받은 게 사실이다.

결과적으로 조성원호는 지금까지 예상했던 범위를 크게 벗어나지는 못하는 모습이다. 물론 공격농구라는 자신만의 차별화된 농구색깔을 시도한다거나 선수들의 자신감을 북돋아 주는 온화한 리더십은 긍정적인 평가도 받고 있지만, 프로는 결국 성적으로 논할 수밖에 없다.

LG는 97년 창단 이후 아직 챔프전 우승 경력은 없지만, 꼴찌를 기록한 시즌 역시 한번도 없다. LG의 창단 이래 최악의 성적과 승률은 2004-05시즌(박종천 감독)과 2017-18시즌(현주엽 감독)에 두 번에 걸쳐 기록한 17승 37패(. 315), 9위였다. 현재의 승률이 시즌 끝까지 계속된다면 조성원 감독이 LG 역사상 최초의 불명예 기록을 경신하게 될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다.

설상가상 LG는 당장 9일에는 고양 오리온(3위)-11일에 울산 현대모비스(2위)라는 상위권 팀들과의 험난한 대진운까지 기다리고 있다. 현역 시절 '4쿼터의 승부사'로 꼽혔던 조성원 감독이 이 위기를 어떻게 극복할지 주목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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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성원감독 이관희 창원LG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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