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육식두더지'가 '러시아 돌주먹'의 펀치를 견디지 못하고 무너졌다.

UFC 헤비급 랭킹 5위 알리스타 오브레임은 7일(이하 한국시각) 미국 네바다주 라스베이거스 UFC 에이펙스에서 열린 UFC 파이트나이트 184 대회 메인이벤트에서 랭킹 6위 알렉산더 볼코프에게 2라운드 2분 6초 만에 펀치에 의한 KO로 무너졌다. 올해로 만 40세가 된 오브레임은 2011년 UFC 진출 후 8번의 패배를 당했는데 한 번의 판정이나 서브미션 패배도 없이 모두 KO였다. 그만큼 옥타곤에서 한계가 드러났다는 뜻이다.

한편 이 대회 언더카드에 출전했던 '스팅' 최승우는 모로코의 유서프 잘랄을 3-0 판정으로 꺾고 UFC 2연승을 기록했다. 지난 2019년 UFC 부산대회에서 수만 모크타리안을 판정으로 제압한 후 작년 부상과 코로나 19의 영향 등으로 경기를 치르지 못했던 최승우는 한층 발전된 기량을 선보이며 옥타곤 전적 3승1패를 기록하던 잘랄을 연패에 빠트렸다. 연패 후 연승을 달린 최승우는 UFC 전적 2승 2패가 됐다.
 
 젊고 큰 볼코프(오른쪽)를 상대하기에 불혹의 오브레임은 너무 늙고 지쳐 보였다.

젊고 큰 볼코프(오른쪽)를 상대하기에 불혹의 오브레임은 너무 늙고 지쳐 보였다. ⓒ UFC.com

 
K-1 입식과 종합룰 챔피언 모두 차지한 근육 두더지

지난 1999년 만 19의 이른 나이에 프로파이터로 데뷔한 오브레임은 RINGS, M-1 등의 단체에서 활약하다가 2002년 당시 세계 최고의 종합격투기 단체로 불리던 프라이드 FC로 이적했다. 프라이드 시절의 오브레임은 타격과 그라운드를 겸비한 뛰어난 피니시 능력을 가지고 있으면서도 높은 레벨의 파이터를 만나면 힘을 쓰지 못하던 미완의 신예였다. 경기 초반에만 유독 강하다고 해서 국내 격투팬들에게 얻은 별명도 '오분의 힘'이었다.

프라이드가 몰락한 후 경쟁 단체였던 K-1으로 자리를 옮겨 종합과 입식룰을 병행한 오브레임은 2007년~2008년 사이에 엄청난 증량에 성공하면서 체중 120kg에 육박하는 '근육 두더지'로 변신에 성공했다. 오브레임의 몸집이 갑자기 커지면서 격투팬들은 오브레임의 약물 사용을 의심했고 실제로 2012년 약물사용이 적발되기도 했다. 그래도 이 시절이 그나마 오브레임이 재야의 최강자로 불리던 '리즈시절'이었다.

종합 무대에서 연전연승을 거듭하던 오브레임은 2010년 K-1 월드그랑프리 토너먼트에 참가해 벤 에드워즈와 타이론 스퐁, 고칸 사키, 피터 아츠를 차례로 꺾고 종합격투기 선수로는 최초로 K-1 챔피언에 등극했다. 오브레임은 2010년 12월 연말대회에서 토드 더피를 19초 만에 KO로 제압하며 드림 헤비급 벨트까지 차지했다. 아무리 K-1의 위상이 예전 같지 않다지만 입식과 종합룰의 타이틀을 한 선수가 차지한 것은 매우 이례적인 일이었다.

오브레임은 2011년 에밀리아넨코 표도르와 다니얼 코미어 등이 참가한 스트라이크포스 헤비급 토너먼트에 도전장을 던졌다. 하지만 8강에서 졸전 끝에 파브리시우 베우둠을 꺾은 오브레임은 일정 문제로 스트라이크포스와 감정 싸움을 하다가 계약을 해지했고 UFC와 계약을 체결했다. 오브레임은 UFC 데뷔전에서 슈퍼스타 브록 레스너를 KO로 꺾으며 기세를 올렸지만 이듬 해 약물 복용이 적발되며 2012년 한 해를 통째로 쉬었다.

약물 적발 후 근육량이 부쩍 줄어든 오브레임은 복귀 후 4경기에서 안토니오 실바와 트래비스 브라운, 그리고 벤 로스웰에게 나란히 KO로 패했다. 특히 로스웰은 오브레임을 쓰러트린 후 약물을 사용한 오브레임을 조롱하는 듯한 승리 세리머니를 펼치며 오브레임을 더욱 비참하게 만들었다. 하지만 약물 적발 후 이어진 몇 번의 굴욕적인 패배들은 오브레임을 더욱 단단하게 만들었다.

1988년생 젊은 파이터에게 무기력한 KO패

오브레임은 복귀 후 전진 일변도의 단순한 스타일을 버리고 전략적인 경기플랜을 통해 때로는 장기전과 원거리 타격전도 불사하는 방식으로 스타일에 변화를 줬다(193cm의 신장에 203cm의 팔길이를 가진 오브레임은 충분히 원거리 거리싸움도 가능하다). 오브레임은 스테판 스트루브와 로이 넬슨,주니어 도스 산토스,안드레이 알롭스키를 차례로 꺾고 4연승을 달리며 2016년9월 처음이자 마지막으로 UFC 헤비급 타이틀에 도전했다.

하지만 더 이상 압도적인 하드웨어를 가지지 못한 오브레임이 상대하기에 스티페 미오치치는 너무 강한 챔피언이었다. 오브레임은 1라운드 초반 미오치치에게 길로틴초크를 걸었지만 미오치치는 오브레임의 그립을 손으로 가볍게 풀었고 이어진 상황에서 미오치치에게 테이크다운을 당한 후 파운딩을 허용하며 그대로 실신했다. 챔피언을 꽤나 고생시킨 오브레임의 선전이 돋보였지만 결과를 뒤집기엔 역부족이었다.

타이틀전 패배 이후 오브레임은 꾸준히 승리와 패배를 반복했다. 실제로 오브레임은 타이틀전 이후 9경기에서 6승3패로 썩 나쁘지 않은 전적을 기록했다. 하지만 세 번의 패배가 모두 KO패였고 그것도 강한 임팩트를 남긴 실신 KO가 대부분이었기 때문에 오브레임은 준수한 전적에 비해 하락세가 뚜렷한 노장 파이터라는 이미지를 벗지 못했다. 따라서 오브레임에게는 1988년생의 젊은 나이에 201cm의 신장을 가진 볼코프와의 경기가 더욱 중요했다.

하지만 전성기 시절 상대를 압도했던 오브레임은 어느덧 은퇴가 임박한 노장이 되면서 볼코프를 전혀 위협하지 못했다. 볼코프는 경기 초반부터 옥타곤 중앙을 선점하며 오브레임을 압박했고 오브레임은 간헐적인 미들킥과 어퍼컷으로 반격했지만 볼코프에게 큰 충격을 주지 못했다. 1라운드부터 계속된 볼코프의 타격에 안면이 붉게 물든 오브레임은 2라운드 2분이 지난 시점에서 볼코프의 왼손펀치를 맞고 그대로 다운되면서 또 한 번 KO로 무너졌다.

오브레임은 이제 UFC에서 명맥이 끊어진 프라이드와 K-1을 모두 경험한 파이터로 10년 동안 옥타곤에서 최고 수준의 파이터들과 경쟁했다. 무엇보다 30대 중반을 넘긴 나이에도 1년에 2~3번씩 꾸준히 옥타곤에 오르며 노익장을 발휘했다. 하지만 세계에서 가장 위협적인 괴물들이 모인 UFC 헤비급에서 경쟁하기엔 40대의 오브레임이 너무 지쳐 보인다. 이제 그만 오브레임이 현역에 대한 미련을 버린다 해도 격투팬들은 그의 선택을 존중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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