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화 <인투 더 미러> 포스터

영화 <인투 더 미러> 포스터 ⓒ (주)히스토리필름

  
개인 주차공간을 임대하는 주차 앱을 개발 중인 노엘(마르틴 발스트룀 분), 데빈(에멜 아민 분), 조쉬(마크 오브라이언 분), 리나(조지아 킹 분). 프로젝트를 끝내기 위해선 한 달이 필요하지만, 투자사는 며칠 안에 완성하지 않으면 계약을 취소하겠다고 일방적으로 통보한다. 

포기 직전이던 네 사람은 우연히 다락방에서 다른 차원의 평행세계로 이동할 수 있는 거울을 발견한다. 거울 안의 평행세계의 시간이 느리게 흘러간다는 사실을 안 이들은 그곳으로 건너가 시간 차이를 이용하여 주차 앱을 완성한다. 이후 네 사람은 각자의 꿈을 이루기 위해 평행세계로의 여행을 악용하기 시작한다.

자기 자신이 살고 있는 우주(세계)가 아닌, 평행선상에 위치한 다른 우주(세계)를 의미하는 '평행우주'는 드라마, 소설, 만화, 애니메이션 등 창작물에서 단골 소재로 쓰인다. 영화로는 125개의 다른 세계가 있다는 설정의 <더 원>(2001)과 5개 다른 차원에서 넘어온 스파이더맨들이 활약하는 <스파이더맨: 뉴 유니버스>(2018)가 평행우주를 다룬 대표적인 작품이다. 평행우주의 장점은 시간 여행보다 모순점이 없어 더욱 과감하고 흥미로운 전개가 가능하다. 한편으로는 작품의 설정 충돌을 막는 역할도 한다.

영화 <인투 더 미러>는 거울을 통해 평행세계로 건너간다. 그리고 몇 가지 규칙을 제시한다. 첫째, 주인공들이 사는 현실과 평행세계의 시간은 다르게 흘러간다. 현실의 1분은 평행우주에서 3시간에 해당한다. 둘째, 거울은 한 번 열었던 평행세계를 두 번 다시 열어주지 않는다. 매번 다른 평행세계가 나온다는 의미다. 셋째, 현실과 평행세계는 대체로 비슷하나 예술, 과학 등에서 다소간의 차이점이 존재한다. 넷째, 평행세계의 물건을 가져올 수 있다. 사람을 데리고 올 수도 있다.
 
 영화 <인투 더 미러>의 한 장면

영화 <인투 더 미러>의 한 장면 ⓒ (주)히스토리필름


노엘, 데빈, 조쉬, 리나는 처음엔 거울 속 평행세계를 활용하여 주차 앱을 개발할 시간을 벌거나 그곳에 있는 또 다른 자신들의 돈과 신용카드로 신나게 물건을 지르고 멋진 식사를 즐긴다. 

그런데 이들은 점차 단순한 즐거움을 벗어나 각자의 은밀한 욕망을 실현하는 데 거울을 이용한다. 노엘은 평행세계의 기술 아이디어를 가져와 대박을 친다. 데빈은 아버지가 자살하지 않은 평행세계를 찾아 나선다. 조쉬는 평행세계에서 만난 여성들과 쾌락을 일삼고 리나는 평행세계의 예술적 영감을 훔친다.

<엣지 오브 타임>(2010)엔 무한하게 반복되는 하루에 갇힌 세 사람이 나온다. 마음껏 자유를 만끽하던 이들은 점점 더 자극적인 쾌락을 추구하다 급기야 살인까지 저지른다. 어떤 짓을 해도 다음 날이면 사라지기에 도덕심은 점점 무뎌진다. <엣지 오브 타임>이 다루었던 도덕적 질문은 <인투 더 미러>에도 이어진다. 영화 속 인물들은 각종 범죄를 일삼는다. 두려움은 없다. 현실로 도망치면 그만이기 때문이다. "이런 상황에서 당신이라면 어떤 선택을 할 것인가?" <인투 더 미러>가 던진 질문이다.

<인투 더 미러>의 메가폰은 멕시코 출신의 아이작 에즈반이 잡았다. 그는 SF 스릴러 <인시던트>(2014)와 SF 공포 <얼굴 없는 밤>(2015)으로 시체스영화제, 브뤼셀 판타스틱 영화제, 부산국제영화제, 벤쿠버 국제영화제, 부천국제판타스틱 영화제 등 다수 영화제에 초청을 받아 일찌감치 장르 팬들의 눈도장을 받았다. <인투 더 미러>는 <나를 차버린 스파이>(2018), <조커>(2019), <밤쉘: 세상을 바꾼 폭탄선언>(2019) 등을 제작한 바 있는 브론 스튜디오의 전폭적인 지지 아래 만든, 아이작 에즈반 감독의 첫 번째 영어 영화다.
 
 영화 <인투 더 미러>의 한 장면

영화 <인투 더 미러>의 한 장면 ⓒ (주)히스토리필름


아이작 에즈반 감독은 전작에서 보여준 SF적 상상력을 <인투 더 미러>에서도 발휘한다. 그러나 전작들만큼 독창적이거나 기발하진 않다. TV 시리즈 <환상특급>의 기시감이 드는 건 당연하고 선택을 둘러싼 친구들의 모습에선 <쉘로우 그레이브>(1994)가 겹쳐진다. 윤리의 탐구 측면으로 보자면 <유혹의 선>(1990)이 떠오른다. 오프닝 장면이 담았던 서로 다른 차원의 '자신'끼리의 싸움은 <더 도어>(2009)의 영향이 짙다. "평행세계 탐험의 모든 아이디어들이 총동원되었다"는 해외 매체의 평가는 장점이자 단점을 모두 지적한 셈이다.

평행세계의 물건이나 기술을 가져오는 전개도 별다른 설명이 없다. 게다가 지나치리만치 편의적으로 남발된다. 영화가 정한 평행세계의 규칙을 스스로 깨버린 엔딩 역시 의문스럽다. 

독창성과 기발함이 떨어짐에도 불구하고 <인투 더 미러>는 장르 팬들이 즐길 만한 팝콘 무비임은 분명하다. 평행우주를 활용하여 전반부는 가벼운, 후반부는 무거운 재미를 만들고, 고전적인 요소와 현대적인 요소를 적절하게 섞었다. 특히, 고전적인 스타일로 찍은 오프닝 장면이 일품이다. 제23회 판타지아 영화제 초청작.
인투 더 미러 아이작 에즈반 마르틴 발스트룀 조지아 킹 에멜 아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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초당 24프레임의 마음으로 영화를 사랑하는 남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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