JTBC 신규예능 <뭉쳐야 쏜다>가 오는 2월 7일 처음 방송된다. 한국 스포츠 레전드의 조기축구 도전기를 다룬 <뭉쳐야 찬다> 시리즈의 후속작이다.

전작에서 축구를 다뤘다면 이번에는 농구다. 한국농구를 대표하는 두 레전드 허재와 현주엽이 각각 감독과 코치를 맡았다는 것도 화제를 모으고 있다. 안정환-김동현-이형택-김성주-김병현-여홍철 등 <뭉찬>의 출연진들이 <뭉쏜>에서도 그대로 합류하는 것을 비롯하여 이동국-홍성흔-방신봉 등 새로운 스포츠 레전드들도 가세한다.

전작인 <뭉찬>은 스포츠 특유의 박진감과 예능적 재미의 두 마리 토끼를 모두 잡아냈다는 호평을 받았다. 안정환이라는 축구인으로서의 전문성과 방송인으로서의 예능감을 겸비한 감독을 서사의 중심으로 세웠다는 것도 신의 한수였다. 축구는 '생활체육으로서의 접근성'이 매우 뛰어나고, 보편적 공감대가 넓은 스포츠라는 점에서 많은 시청자들이 초반부터 친근하게 몰입할수 있었다.

그 바통을 이어받은 <뭉쏜>에서는 전작의 후광효과와 출연진을 그대로 이어가면서 농구라는 종목만의 차별화된 매력을 보여줘야 한다는 숙제를 안았다. 농구는 1990년대 일본 만화 <슬램덩크>, 국내 드라마 <마지막 승부>, 그리고 농구대잔치와 마이클 조던 신화 등을 바탕으로 젊은 세대에게 유난히 인기를 끌었던 문화 컨텐츠였다. 하지만 최근에는 프로농구의 인기와 국제 경쟁력 하락, 차세대 스타와 스토리텔링의 부재 등으로 하락세를 피하지 못했다. <뭉쳐야쏜다>가 농구에 대한 인기와 관심을 다시 불러일으키는 데 기여할 수 있을지 주목되는 부분이다.

농구를 소재로 한 예능은 <우리동네 예체능-농구편>을 비롯하여 <진짜농구 핸섬타이거즈>,<리바운드>,<버저비터> 등 이전에도 종종 선보인 바 있다. 야구나 축구에 비하여 농구가 더 어려운 점이라면 격렬한 종목 특성상, 신체 조건에 따라 실력 편차가 크고 다양한 세대가 함께하는데는 한계가 있을 수밖에 없다는 것이다.

농구 소재 예능 중 그나마 가장 성공했다고 할만한 <예체능>은 연예인 농구팀을 결성하여 프로 농구인 출신인 최인선 감독-우지원 코치에게 농구에 관한 전문적인 훈련과 경기운영을 일임하고, 예능적인 분량의 연출은 강호동 등 고정 MC들에게 맡기며 역할을 이원화했다. 예체능은 전국의 아마추어팀들과 친선전-연예인 한일전 등 다양한 이벤트 경기와 미션을 수행하는 구성으로 이루어졌다. '유쾌한 예능'과 '진지한 스포츠'사이에서 어느 한쪽으로 지나치게 치우치지 않고 균형을 잡으려했던 시도는 <뭉쳐야찬다>과 비슷한 구성이라고 할 만했다.

반면 지난해 방송된 <핸섬 타이거즈>의 실패 사례는 <뭉쏜>에게는 반면교사가 될 수 있다. <핸섬>은 농구선수 출신 방송인 서장훈에게 감독 역할을 맡겼으나 <뭉찬>과는 정반대로 진지한 노선을 선택했다. 역시 체육인 출신임에도 축구와 예능 사이에서 유연한 균형 감각을 발휘했던 안정환과는 정반대로, 서장훈은 전문 운동선수가 아닌 연예인 멤버들을 대상으로도 승부와 경쟁에 집착하는 스타일에서 벗어나지 못한게 패착이었다. 결과적으로 선수들의 캐릭터와 성장기가 주연이 되어야할 <핸섬>은 끝내 농구의 매력도, 예능의 재미도 무엇 하나 잡아내지못한 '노잼' 프로그램으로 전락하고 말았다. 목표했던 전국대회 도전에서도 부진한 성적에 그치며 큰 반향을 내지못하고 조용히 사라졌다.

허재와 현주엽은 농구인 출신으로 최근 방송계에서도 블루칩으로 떠오른 대표적인 인물들이다. 하지만 서장훈의 사례에서 보듯, 예능인에게 요구되는 덕목과 농구인 '본캐'로서의 모습은 어디까지나 별개다.

안정환이나 서장훈의 사례와 마찬가지로 <뭉쏜>에서도 감독인 허재의 역할이 가장 중요하다. 허재는 <뭉찬>에서 보여준 허당스러우면서도 인간적인 매력으로 많은 인기를 끌었으나, 자신의 본업인 농구를 주제로 하는 방송이나 프로그램을 이끌어야하는 메인 MC의 역할은 아직 검증받은 바가 없다. 진지할 때는 진지하더라도 웃고 즐길때는 함께 망가질 수도 있는 여유가 필요하다. 허재가 농구와 예능이라는 두 가지 정체성 사이에서 성숙한 균형감각을 보여주느냐에 따라 <뭉쏜>의 완성도가 달라질 수밖에 없다.

재미있게도 <뭉찬>에서 축구 감독과 선수로 함께 했던 안정환과 허재가 <뭉쏜>에서는 역할이 180도 바뀌어 농구 감독과 선수로서 재회하게 되었다는 것도 눈여겨 볼 대목이다. 이는 곧 안정환이 <뭉찬>에서 보여준 리더십과 직접적으로 비교가 될 수밖에 없는 부분이기도 하다.

또한 농구팀으로서의 경쟁력과 성장기라는 측면에서 봤을 때 얼마나 가능성을 보여줄지도 중요하다. 조기축구를 다룬 <뭉찬>은 대한민국 최고의 스포츠 레전드들을 모아놓고도 첫 승을 거두는 데만 반년이 넘게 걸렸다. <핸섬 타이거즈>는 내로라하는 연예인 농구 실력자들을 모아놓고 레전드 서장훈이 직접 조련했음에도 평가전과 공식 대회를 통틀어 단 1승밖에 거두지 못했다.

농구는 종목 특성상 아마추어들이 단기간에 실력을 끌어올리기가 축구보다 훨씬 어렵다. <뭉쏜> 멤버들의 농구실력은 아직 베일에 가려져있지만 대부분이 나이가 적지않은 중년 멤버들이고, 농구를 해본 경험이 없는 초보들이 다수다. 기존 농구 예능에서도 드러났듯이 문수인(핸섬타이거즈)이나 김혁(예체능, 버저비터)같은 걸출한 멤버들이 한 두명만 있어도 팀 전체가 그들에게 의존하고 다른 멤버들이 자칫 들러리로 전락하는 모양새가 되기도 쉽다. 농구경기에 대한 방송 비중과 팀으로서의 목표를 설정하는데 있어서 신중해야하는 이유다.

또한 전작인 <뭉찬>은 고정 출연진만큼이나 화려한 게스트 섭외력으로도 화제를 모았다. 2002 한일월드컵 영웅 황선홍, 유상철, 이영표, 설기현 등 축구스타들이 출연했고, 안정환과의 친분을 바탕으로 다양한 에피소드를 만들어내기도 했다. 이밖에도 다양한 분야의 대한민국 스포츠 레전드들이 게스트나 용병 역할로 함께 참여했다. <뭉쏜>도 '농구대통령' 허재의 풍부한 농구계 인맥을 바탕으로 현역 프로 스타나 감독, 은퇴한 레전드 농구인들을 출연시켜 이들을 활용한 다양한 컨텐츠를 기대할 수 있겠다.

<뭉찬>은 조기축구와 스포츠 예능 열풍, 스포테이너들의 방송가 진출 현상 등에도 큰 영향을 미쳤다는 분석이다. <뭉찬>의 후광을 등에 업은 <뭉쏜>이 속편의 한계를 극복할 수 있어야 한국농구의 인기 회복이나 스포츠 예능 후속작의 활성화 등으로 이어질 수 있다. 축구와는 또다른 도전을 시작한 <뭉쏜> 농구팀이 얼마나 또 색다른 케미스트리를 선보일수 있을지 시청자들의 기대를 모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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