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이 오리진스> 포스터

<아이 오리진스> 포스터 ⓒ 마이크 차힐

 
'마음의 창'. 흔히 '눈'을 가리켜 칭하는 말이다. 눈에는 그 사람의 마음, 즉 영혼이 깃들어 있다고 여겨진다. 그래서 서구 문화권에서는 상대방의 눈을 회피하는 행동을 무엇인가를 숨기려는 의도가 있다거나 미심쩍은 행동으로 여긴다. 상대방의 얼굴을 너무 빤히 쳐다보는 것이 실례인 유교문화권에서 살다 보면 자칫 오해가 생길 수 있는 상황을 만날 수도 있겠다.

홍채 인식을 통한 개인정보 확인. 나는 아직도 숫자를 입력하는 방식을 스마트폰 잠금 방식으로 사용하는 아날로그적인 사람이지만, 지문이나 홍채, 안면 인식 등 인간 개개인이 가진 고유한 정보를 활용하는 사람들도 많을 것이다. 인간이 가진 고유한 신체적 특성을 기술과 결합한 과학 기술의 발달은 앞으로도 그 영역을 무한히 확장해 나갈 것이다.

빅뱅 이론 vs 창조 이론. 우주 탄생의 기본 이론인 '빅뱅 이론'은 신(하나님)이 세상과 인간을 포함한 모든 생명체를 창조해 내셨다는 '창조 이론'에 대한 큰 도전이다. 우리는 생명체의 복제와 AI의 확장력이 어디까지일지 가늠조차 어려운 놀라운 과학 기술 만능 시대에 살고 있다. 동시에, 오랜 기간 인간이 이뤄온 과학적인 업적을 부정하는, '창조 과학론'이라는 사이비 과학이 엄연히 존재하는 것도 사실이다.

영화 <아이 오리진스>(2014)는 이런 모든 생각을 떠오르게 하는 영화이다.

이안 그레이(마이클 피트 분)는 진화론을 입증하기 위해 '눈의 비밀'에 대해 연구하고 있는 젊은 과학자다. 그가 가면 파티에서 만난 소피(아스트리드 베흐제 분)는 매력적인 홍채를 가진 여성으로 이안은 만나자마자 그녀에게 묘하게 이끌린다. 그러나 강렬했던 만남의 순간은 찰나였고, 이안은 뇌리에 남아있는 그녀의 흔적이 지워지지 않는다.
 
그녀에 대한 정보라고는 오직 이안의 사진기에 담겨있는 그녀의 눈과 신비로운 홍채의 모습뿐. 그러다 어느 날 건물 광고판에 걸린 모델의 눈을 보는 순간, 그녀임을 직감하고 결국 모델 일을 하는 그녀와 만나 운명적인 사랑을 이어가게 된다.   이안은 소피를 너무나 사랑하지만 그녀가 믿는 영혼과 신의 영역은 데이터만이 사실과 존재의 근거라고 믿는 과학자로서 받아들이기 어렵다. 이안이 소피를 상상의 세계 속에 사는 철없는 여자라고 생각하는 순간, 갑작스러운 사고로 소피를 잃게 되고 이안은 절망한다.

7년 후, 자신의 연구 성과로 이름을 알리게 된 이안은, 결혼 후 얻은 아이의 홍채를 통해 과학으로는 설명할 수 없는 '환생'에 대한 의문점을 갖게 된다. 같은 과학자인 아내의 독려로 그것에 대한 근거를 밝히고자 인도로 떠난 이안은 죽은 소피의 홍채와 똑같은 패턴을 보이는 7살 소녀, 살로미나를 찾아낸다.

이안은 살로미나에게 소피와 관련된 사진 자료를 보여주고 선택하게 하는 실험을 실행하나, 44%의 일치율을 보이자 실망하고 만다. 그러나 소피 죽음의 직접적인 원인이었던 엘리베이터 앞에서 아이가 두려움에 비명을 지르며 자신에게 안기자, 이안은 살로미나의 눈에서 소피의 영혼을 느끼게 된다.

이는 오로지 과학적인 근거만을 믿었던 이안이 죽은 소피를 통해 '영혼'과 '환생'이라는 비과학적인 영역을 받아들이는 장면이다.

소피는 생전에 이안에게 다음과 같은 질문을 한 적이 있었다.

"어떤 과학자가 달라이 라마에게 물었어요. '어떤 과학적인 증거가 당신의 종교를 부정한다면 어떻게 하시겠습니까?' 한참 생각한 다음 그는 이렇게 대답했어요. '모든 연구와 모든 보고서를 꼼꼼히 생각한 다음 진심으로 이해하려고 노력할 것입니다. 그 결과 과학적인 증거가 내 종교를 부인하는 게 타당하다고 생각된다면 내 신념을 바꾸겠습니다.' 이안, 어떤 영적인 것이 당신의 과학적 신념을 부정한다면 어떻게 하겠어요?"

이안은 시대를 거치면서 지속적으로 수정, 보완되고 있는 과학(그러므로 한때 진실이라고 믿었던 것들이 거짓이 되기도 하는)을 여전히 믿는다. 하지만 그의 과학적 신념으로도 밝힐 수 없는 영적인 것에 대해서는 어떻게 설명할 수 있을까.

실험 실행 일치율이 낮았으니 과학적으로는 의미 없는 결과였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이안이 소피의 영혼이 살로미나에게 깃들어 있다고 믿을 수밖에 없었던 것은,  과학도, 신도 아닌, '사랑' 때문에 가능한 일이었을 것이다. 

종교를 떠나 세상에는 이론이나 근거만으로는 설명할 수 없는 사랑이 이루어내는 기적이 있는 법이니까.
덧붙이는 글 개인 브런치에 함께 게시 될 글입니다.
아이오리진스 영화추천 환생 홍채의비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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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년 넘은 공립초등학교 교사입니다. 아이들에게서 더 많이 배웁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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