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더불어민주당 이탄희 의원(왼쪽 두번째)이 장훈 4.16가족협의회 운영위원장(세번째) 등과 함께 지난해 12월 23일 오전 서울 여의도 국회 분수대 앞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세월호 진실 규명을 방해한 사법농단 임성근·이동근 법관탄핵을 촉구하며 구호를 외치고 있다.
▲ "세월호 진실규명 방해" 법관탄핵 촉구한 이탄희 더불어민주당 이탄희 의원(왼쪽 두번째)이 장훈 4.16가족협의회 운영위원장(세번째) 등과 함께 지난해 12월 23일 오전 서울 여의도 국회 분수대 앞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세월호 진실 규명을 방해한 사법농단 임성근·이동근 법관탄핵을 촉구하며 구호를 외치고 있다.
ⓒ 남소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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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회가 해야 할 일이다." "국회 본연의 임무다."

3일 오전 <오마이뉴스>와 10여분간 통화하는 내내 '준형아빠' 장훈 4.16가족협의회 운영위원장이 수차례 반복했던 말이다.

그는 지난해 12월 23일 이탄희 의원과 함께 '세월호 7시간 재판'에 개입한 임성근 판사와 그의 지시대로 판결 내용을 수정한 이동근 판사의 탄핵 소추를 촉구하는 기자회견을 열었다. 40일 후, 이탄희 의원은 국회의원 총 161명의 이름으로 임성근 판사에 대한 탄핵 소추안을 발의했다. 당 내 논의 과정에서 '임성근 판사의 헌법 위반행위가 더 중대하다'는 의견 등을 반영, 탄핵 대상에서 이동근 판사가 빠진 수정안이었다(관련 기사 : 국회의원 161명 "법관 임성근의 탄핵을 소추한다" http://omn.kr/1rxi2).

장훈 위원장은 "탄핵 소추대상이 (애초 계획이던) 2명에서 1명으로 줄어든 점은 아쉽다"면서도 "국회가 법관 탄핵 소추를 한 일 자체가 의미 있다"고 말했다. 또 '왜 지금이냐'가 아니라 "이제는"이라고 했다.

박근혜 청와대와 양승태 대법원이 서로 '윈윈'하기 위해 가토 다쓰야 전 <산케이신문> 서울지국장의 박근혜 대통령 명예훼손 재판을 두고 '거래'했다는 사실이 드러났을 때부터, 세월호 유족들은 이 사건을 주목해 왔다. 이 일로 기소된 판사가 2020년 1심 무죄 판결을 받았지만 '위헌행위를 저질렀다'는 판단이 나오자 국회가 탄핵에 나서야 한다는 결론을 내렸다. 

장 위원장과 세월호 유족들은 국회의원들에게 "임성근 판사 탄핵은 국회가 정당하게 해야 할 절차"라는 점을 납득시키기 위해 직접 사무실을 찾아다니기도 했다. 그는 야당 등의 '판사 길들이기' 주장을 두고선 "그분들이 길들인다고 길들여지나요?"라고 반문했다. 이어 "사람들이 국회가 움직이기만 하면 정치적으로 보는데, 이건 여야를 떠나 국회 본연의 임무"라며 "국회 스스로도 당연히 '할 일을 하는 것'이라고 얘기해야 한다"고 덧붙였다. 

"의원 190명 가까이 찾아가 설득... 법관 탄핵, 정치적 사안 아냐"

- 지난해 연말 기자회견을 열어 임성근 판사 탄핵 소추를 촉구한 당사자인데, 현재 국회 상황은 어떻게 보고 있는가.

"국회가 할 일 해야죠. 저희 가족(세월호 유족)들은 그분이 세월호 참사와 관련된 사건의 재판거래를 한 판사라, '1심 무죄' 판결이 났을 때부터 법관 탄핵을 요구했다. 또 전국법관대표회의에서도 (재판개입이) 헌법 위반이라고 의결했다. 이제는 국회에서 할 일을 해야 한다고 생각한다."

- 12월 23일 기자회견만 해도 큰 주목을 받지는 못했다.

"처음에는 법관회의 의결 내용 등을 의원들이 잘 모르더라. 그래서 저희가 민주당, 정의당, 무소속 등 190명 가까이 되는 의원들 사무실을 다 찾아다니면서 설명했다. 법관 탄핵을 해야 하는 이유, 또 '이건 국회가 정당하게 해야 할 절차다'라고.

한 가지 더 얘기한 게, '대통령도 탄핵하는데 도대체 왜 안 되냐?'는 것이었다. 잘못을 했으면 책임을 물어야 한다. 임성근 판사가 (예정대로) 임기를 마치고 나가면 변호사 개업을 할 테고, 원래 경력이 있으니까 개업하면 승승장구할 거다. 이건 공정한 게 아니죠. 저희 가족들이 이렇게 요청했더니, 의원들도 '정확한 내막을 잘 몰랐다. 진작할 걸 그랬다'고 말하는 등 분위기가 많이 돌아선 것 같았다."

- 사실 '세월호 7시간 재판'은 박근혜 대통령의 참사 당일 행적에 의혹을 제기한 가토 다쓰야 전 <산케이신문> 서울지국장의 명예훼손혐의 성립 여부를 따진 사건이다. 세월호 참사 자체랑은 관련 없는 것 아니냐는 의견도 있다.

"그날 제대로만 했으면 '무슨 상관이냐' 이런 말도 안 나올 것 아닌가. 당시 청와대가 제대로 대처했으면 (참사 당일 대통령 행적을 문제삼는 일도 없었을 텐데). 대통령 책임을 묻는 일의 연장선상에 있는 재판이라, 촉각을 곤두세우고 있었다. 

또 저희는 세월호 참사 관련 재판에서 무죄가 나오면 비판적인 성명을 내더라도 판사를 공격하진 않았다. 판결을 존중했다. 그런데 이분들(원래 탄핵 촉구 대상이었던 임성근·이동근 판사)은 너무 정치적이었다. 사전에 그렇게 (판결)하라는 지시를 받고 (대법원은 상고법원 신설을 위해, 청와대는 박근혜 대통령을 위해) 재판 거래를 하지 않았나. 저희는 특히 이 점을 강조했다. '민의의 전당인 국회에서 역할을 제대로 좀 해달라'고. 행정부 견제만 국회 역할이 아니고, 국회가 사법부도 견제해야 한다."
 
열린민주당 강민정(왼쪽부터), 정의당 류호정, 더불어민주당 이탄희, 기본소득당 용혜인 의원이 1일 국회 의안과에 임성근 법관 탄핵소추안을 제출하고 있다.
▲ 네 정당이 함께 "임성근 법관 탄핵소추안" 제출 열린민주당 강민정(왼쪽부터), 정의당 류호정, 더불어민주당 이탄희, 기본소득당 용혜인 의원이 1일 국회 의안과에 임성근 법관 탄핵소추안을 제출하고 있다.
ⓒ 공동취재사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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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탄핵심판이야 헌법재판소가 맡지만, 일단 탄핵심판을 열 수 있도록 판사를 소추하는 게 국회가 할 일이라는 얘기인가.

"그렇죠. 저는 오히려 국회가 법관 탄핵 소추를 했다는 것 자체가 의미 있다고 본다. 헌재에서 어떤 결정이 날지 모르지만, 박근혜 탄핵 때도 국민들이 움직이니까 국회가 움직였다. 똑같은 것이라고 생각한다. 

여태까지는 국회가 해야 할 일을 제대로 하지 못한 부분이 있어서 그 부분을 강조했고, 박주민 의원과 이탄희 의원 등 초선 의원들이 많이 노력해줬다. 다만 탄핵 소추 대상이 2명에서 1명으로 줄어든 점은 아쉬운데... 국회에서도 눈치를 보는 것 같더라. (삼권분립 원칙에 따라 국회와 법원이) 서로 견제하는 것인데, 그걸 또 '길들이기'라고... 그런 게 절대 아니다."

- 탄핵 추진 과정에서 민주당 지도부가 미적대기도 했는데.

"저는 그 부분이 제일 좀 안타까웠다. 아니, 150석만 넘으면 다 할 것처럼 얘기했잖아요. 원래 과반 의석(150명)이 안 되니까 아무 것도 못한다던 분들이, 지금 절반도 훨씬 넘는데... 무조건 밀어붙인다면 의회독재일 수 있다. 하지만 충분히 대화하고, 논의할 것은 하고 할 일을 빨리 해야죠. 물론 책임진다는 자리가 어깨가 무겁다는 점은 알겠지만, '왕관의 무게를 견뎌야 한다'는 말도 있지 않나."

"판사 길들이기? 그런다고 길들여지나"

- 안그래도 국민의힘뿐 아니라 임성근 판사 본인도 '법관 탄핵은 판사 길들이기'라고 말한다.

"길들이기를 한다고 그분(판사)들이 길들여지나요? 안 그렇잖아요. 판결 자체를 탄핵하는 것도 아니다. 임성근 판사는 판결을 내리기까지의 과정에서 반헌법적 행태를 취했고, 그건 판사들 스스로도 반헌법적 행위라고 판단한 부분이라서 국회에서 당연히 할 일 하는 거다. 이게 무슨 판사 길들이기인가."

- <오마이뉴스> 여론조사에선 진보냐 보수냐로 갈려서 법관 탄핵 찬반 의견이 팽팽하게 나왔다. (관련 기사 : 법관 탄핵, 찬 44%-반 45% 팽팽... 여당 지지층 "매우 찬성" 62% http://omn.kr/1ry7g)

"이건 정치적으로 보면 안 된다. 사람들이, 국회에서 움직이기만 하면 정치적인 사안으로 보는 것 같다. 그런데 이 일은 여야를 떠나서 국회 본연의 임무를 하는 것이다. 저희가 이탄희 의원과 같이 법관 탄핵을 추진할 때도 '제발 정치적인 색안경을 끼고 보지 말아달라. 국회가 해야 될 본연의 임무라고 생각하고 추진해달라'고 했다. 그 부분이 홍보가 잘 안된 부분도 있고, 국회 스스로도 이건 정치적 행보가 아니라 당연히 할 일 하는 것이라고 얘기해야 한다."

- 내일(4일) 표결은 어떻게 전망하나.

"잘 되겠죠. 의원 161명이 공동발의했으니까 긍정적으로 보고 있다. 하지만 혹시나 이탈표가 생길 수 있어서... 그래도 국회 본연의 임무를 한다는 생각으로 (의원들이 표결)하면, 충분히 탄핵 소추안 가결이 가능하다고 본다. 각자의 자리에서 할 일들만 제대로 하면 사회가 제대로 돌아간다. 국민들은 묵묵히 코로나 시국에도 자기 할 일 다하지 않나. 의료진들도 노력하고 있지 않나. 똑같다. 국회도 할 일 해야죠."
 
양승태 사법농단 대응을 위한 시국회의 활동가들이 3일 오전 서울 국회 앞에서 임성근 법관에 대한 탄핵소추안 가결을 촉구하는 기자회견을 열고 있다.
 양승태 사법농단 대응을 위한 시국회의 활동가들이 3일 오전 서울 국회 앞에서 임성근 법관에 대한 탄핵소추안 가결을 촉구하는 기자회견을 열고 있다.
ⓒ 이희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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태그:#사법농단, #법관 탄핵, #세월호, #이탄희, #민주당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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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마이뉴스 정치부. sost38@ohmynew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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