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화 <새해전야>에서 스키장 비정규직 직원 진아를 연기한 배우 이연희.

영화 <새해전야>에서 스키장 비정규직 직원 진아를 연기한 배우 이연희. ⓒ 에이스메이커

 

예쁜 외모의 청춘스타. 한창 사춘기를 지날 무렵부터 연예계 활동을 시작한 배우 이연희를 수식하는 말 중 하나다. 드라마와 영화, 그리고 의류 모델 등을 두루 경험해 온 그가 30대 중반을 향하는 때에 영화 <새해전야>를 만났다. 6년 만의 영화 출연이다. 

이미 2013년 전작 격인 <결혼전야>에서 권태기에 들어간 소미를 연기했기에 이번 작품 또한 특별하게 다가올 법했다. <새해전야>에서 이연희는 스키장에서 비정규직으로 일하는 20대 청춘 진아 역을 맡았다. 9명의 서로 다른 인물이 겹치는 구성인데 이중 이연희는 유연석과 함께 아르헨티나 부에노스아이레스 등에서 촬영하며 청춘 에너지로 분위기를 환기시킨다.

촬영장에서의 기억

"전야 시리즈가 또 나올지 처음엔 몰랐다. 제작한다는 말을 들었을 때 무작정 참여하고 싶은 마음이 있었고, 기대도 했다. 다행히 감독님이 제안해주셔서 흔쾌히 참여했다. 유연석 오빠와는 언젠가 같이 연기해보고 싶다고 생각이었는데 이번에 만나서 좋았다. 뮤지컬 등으로 바빴음에도 지친 내색 없이 촬영에 임하시더라.

전야의 매력이란 게 설렘과 불안함이 같이 있다는 거잖나. 저 역시 항상 새 작품 첫 촬영을 앞두고 설레기도 하고 두렵기도 하다. 작품 없이 쉬고 있을 때도 가끔 대사를 까먹는 꿈을 꾸곤한다(웃음). 친한 동료랑 그걸 보고 연기는 천직인 것 같다고 얘기하기도 했는데 전야라는 게 이처럼 복잡한 감정이 들게 하는 것 같다."


영화엔 같은 SM 엔터테인먼트 출신인 최수영, 최시원 등이 등장한다. 최근 소속사를 옮기긴 했지만 어린 시절을 함께 보낸 이들과의 촬영에 이연희는 "현장에서 만난다는 것 자체가 좋았다"며 당시 기억을 전했다.

"시원 오빠도 그렇고 같이 오디션 보러다니면서 힘들었던 얘기도 나누고 그랬다. 서로 힘들었다고 그랬는데 한 작품에 같이 나오게 된 게 재밌고 감사하더라. 스키장 촬영 때 수영이도 같이 있어서 사진 찍고 놀고 그랬다. 든든한 친구다. 집도 가까워서 자주 만나는데 고민을 털어놓을 수 있는 동료가 있다는 게 참 감사하다."

비정규직의 설움, 게다가 오래 사귄 남자친구와 헤어진 진아는 무작정 아르헨티나로 떠난다. 20대만의 두려움과 방황을 이연희는 자기 내면에서 찾았다고 말했다. 스타로 한창 바쁘게 일할 때 들었던 감정을 쫓으며 그는 진아에 몰입했다.

"가까운 지인 중에 프리랜서인 친구가 있다. 이런저런 얘길 서로 많이 하는데 나이를 계속 먹어가는데 꿈을 향해 가는 게 맞나 이런 상담을 한 적이 있다. 저도 어린 나이에 일찍 직업을 택했잖나. 그럼에도 고민이 많고 불안했다. 내가 연기를 잘해내고 있는 건지, 배우를 오래할 수 있는지 생각하곤 했다. 진아도 미래에 대한 두려움과 불안함이 있었고, 내가 가졌던 생각을 진아에게 대입했다."
 
 영화 <새해전야> 관련 이미지.

영화 <새해전야> 관련 이미지. ⓒ 에이스메이커 무비웍스

 
여행이 주는 치유 효과

이 과정에서 이연희는 자신의 20대에 대해 좀 더 자세하게 털어놨다. "일이 많았지만 스스로를 사랑하지 못했던 시기였다"며 그는 그때 당시 찾게 된 나름의 해결책도 공개했다.

"나를 사랑하지 못해서 자신감도 없던 시기였다. 영화 속 진아가 무작정 아르헨티나행 티켓을 끊잖나. 저도 굉장히 힘든 그 시기에 파리로 여행을 떠났었다. 아프니까 청춘이다라는 말처럼 모든 게 힘들었다. 상처받을까봐 사람을 대하는 것도 힘들어서 먼저 다가가질 못했다. 그래서 여행을 가려한 건데 소속사의 반대도 있었고, 걱정도 많았다. 매니저 오빠를 어렵게 설득하면서 그래도 가겠다고 했다. 그게 혼자 떠난 첫 여행이었다.

파리 길거리에 앉아서 사람들을 구경하는 것 자체가 신기하고 재밌더라. 각기 다른 사람들을 보며 그간 내가 어떻게 사람을 대했는지 생각하며 치유를 받았다. 가까운 곳이라도 여행을 가면 그만큼 배우는 게 있더라. 좀 더 시선이 넓어지고 생각이 자유로워진다. 내가 하는 일에도 감사함을 갖게 됐다. 20대 중반부터 작품을 끝낼 때마다 여행을 떠난다. 배우라는 직업 덕에 해외에 갈 기회도 많았지. 아프리카 대륙에 봉사활동도 다녀왔고. 내게 쉼은 곧 여행이다. 코로나19 이후론 국내를 다녔는데 한국에도 좋은 곳이 많더라."


그렇게 맞이한 30대, 이연희는 몇 가지 변화를 겪었다. 새로운 소속사와 더불어 비연예인 남자친구와 결혼도 했다. "여러 모로 홀로서기를 할 때인 것 같다"며 그간에 느낀 점을 하나씩 말했다.

"이젠 마냥 모른다고 할 수 없는 나이인 것 같다. 좀 더 일에 여유를 찾은 것 같고, 사람을 대하는 것에도 여유가 생긴 것 같다. 상황은 변한 것 같지 않은데 생각이 달라지다 보니 그렇다. 제가 경험한대로 느낀대로 부딪혀보자는 생각을 하고 있다. 배우 활동도 예전엔 뭔가 캐릭터를 이해하려고 애쓰는 편이었다면, 이젠 내 안에서 시작해서 찾아가는 편인 것 같다. 전엔 어딜가도 막내였는데 이젠 아니다. 자꾸 어디선가 '선배님' 소리가 들려오고 있다(웃음). 그만큼 짬밥이 쌓인 거지. 더 책임감이 든다."

코로나19 팬데믹 상황에 개봉을 연기하다 2월 10일에 공개하게 된 <새해전야>에 대한 애정도 부탁했다. 이연희는 "어쩌면 지금 이 시기에 어울릴 영화라고 생각한다"며 "배우들이 느낀 대로 힐링이 됐으면 한다"고 말했다.

"건강하게 코로나19를 조심해야 할 시기같다. 저도 계속 집에만 있었는데 다들 일상을 찾아갔으면 좋겠다. 방역 수칙을 지키며 남들에게 피해를 주지 않는 선에서 일상을 이어갈 방법을 생각하고 있다. 카페에서 커피 한 잔하는 게 삶의 낙이었는데... (웃음). 지금은 영어 공부도 할겸 OTT 콘텐츠를 많이 본다. 다른 작품에 들어가기 전까지 그렇게 하나씩 배워보려 한다."

 
 영화 <새해전야>에서 스키장 비정규직 직원 진아를 연기한 배우 이연희.

영화 <새해전야>에서 스키장 비정규직 직원 진아를 연기한 배우 이연희. ⓒ 에이스메이커

 
이연희 새해전야 유연석 설날 비정규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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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메가3같은 글을 쓰고 싶다. 될까? 결국 세상을 바꾸는 건 보통의 사람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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