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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섬진강책사랑방의 2층. 창밖으로 섬진강물이 유유히 흐르고 있다.
 섬진강책사랑방의 2층. 창밖으로 섬진강물이 유유히 흐르고 있다.
ⓒ 이돈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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섬진강책사랑방은 책방이다. 그것도 헌책방이다. 섬진강변, 전라남도 구례군 구례읍에 자리하고 있다. 구례구역 건너편이다. 유유히 흐르는 섬진강을 마주하고 있다. 위치도, 전망도 아주 좋다. 책방은 넓고 크다. 3층으로 이뤄져 있다.

1층은 건축, 미술, 연극 등 예술서적이 둥지를 틀었다. 한국학, 종교, 어린이 관련 책도 보인다. 커피 향도 기분 좋게 코끝을 간질인다. 책방의 안주인(박선희)이 운영하는 북카페다. 2층은 문학, 역사, 에세이 등 교양서로 가득하다. 창 밖으로 흐르는 섬진강이 멋스럽다. 강이 보이는 창가에 책상과 의자가 놓여 있다. 온종일 앉아서 책을 보면 좋을 공간이다. 3층은 전공서적, 전문교재로 빼곡하다.

"강변에서 책을 보면 멋지겠죠? 차를 마시면서 책을 둘러보는 공간입니다. 그러다 맘에 들면 한 권 사가는 거죠. 차 안 마시고, 책만 둘러봐도 좋습니다. 필요한 부분만 복사해 가도 되고요. 책을 좋아하는 분들이 와서 맘껏 보고 즐기는 걸로 충분합니다."

김종훈(69) 섬진강책사랑방 책방지기의 말이다.
  
 섬진강책사랑방의 김종훈 책방지기가 책을 펴들고 활짝 웃고 있다.
 섬진강책사랑방의 김종훈 책방지기가 책을 펴들고 활짝 웃고 있다.
ⓒ 이돈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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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섬진강책사랑방 전경. 구례 섬진강변에 있던 모텔을 개보수해 만들었다.
 섬진강책사랑방 전경. 구례 섬진강변에 있던 모텔을 개보수해 만들었다.
ⓒ 이돈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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책방지기인 그도 그동안 그렇게 살았다. 전라북도 남원에서 7남매의 막내로 태어나 초등학교를 졸업하고 형이 사는 순천으로 유학을 갔다. 순천중·고등학교를 다니며 헌책방을 제집처럼 드나들었다. 날마다 학교가 끝나면 남교로터리 부근의 헌책방에 들렀다. 책 속에 파묻혀 지낸 시간이 학교생활보다도 더 재밌었다.

군대에 가기 전에도 서점에서 일을 도우며 책을 봤다. 군복무를 마치고선 부산의 외사촌형 집에서 살았다. 일을 하고, 잠을 자는 시간을 빼곤 헌책방에서 지냈다. 어느 날 '대구서점' 주인의 권유로 3평반짜리 헌책방을 인수했다. 1978년 9월, 그의 나이 26살 때였다.

간판을 '대우서점'으로 바꿨다. 돈을 아끼려고 간판도 '구'를 '우'로 살짝 고쳐 그대로 썼다. 책을 좋아하던 그는 책방을 집보다 더 아꼈다. 대학의 교수와 학생, 대학원생들의 단골서점으로 자리를 잡았다. 주변의 조그마한 서점도 합병하며 큰 서점으로 키웠다. 어느새 대우서점이 부산의 보수동 책방골목을 주름잡고 있었다.
  
 지금도 정리중인 섬진강책사랑방. 김종훈 책방지기는 올해 내내 책을 정리해야 할 것 같다고 했다.
 지금도 정리중인 섬진강책사랑방. 김종훈 책방지기는 올해 내내 책을 정리해야 할 것 같다고 했다.
ⓒ 이돈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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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지만 2000년대 들어 사정이 달라졌다. 인터넷이 빠르게 보급됐다. 인터넷이 정보와 지식에 대한 욕구를 채워줬다. 책을 보는 인구도 갈수록 줄어들었다. 경영이 어려워졌다. 책방의 규모도 쪼그라들기 시작했다. 치솟는 임대료도 감당하기 버거웠다.

"월세 걱정 없는 데서 살고 싶었어요. 책방을 정리하고, 옮겨야겠다고 마음먹었죠. 섬진강변을 염두에 뒀습니다. 오래 전부터 그냥 끌렸어요. 구례와 하동을 자주 찾았고, 그러다 만난 게 지금 이 자리죠."

김 대표의 말이다.
  
 책을 진열하던 김종훈 책방지기가 오래 된 자료집을 하나 들어보이고 있다.
 책을 진열하던 김종훈 책방지기가 오래 된 자료집을 하나 들어보이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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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섬진강변에 자리하고 있는 섬진강책사랑방. 오래 전 강변 모텔을 고쳐서 책방으로 꾸몄다.
 섬진강변에 자리하고 있는 섬진강책사랑방. 오래 전 강변 모텔을 고쳐서 책방으로 꾸몄다.
ⓒ 이돈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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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는 곧바로 모텔 건물 개보수에 들어갔다. 방과 방 사이 벽체를 모두 뜯어냈다. 한편으로는 43년 동안 운영해온 부산의 책방 정리 작업도 시작했다. 지난해 3월이었다.

날마다 책을 끄집어내 노끈으로 묶고, 구례로 실어날랐다. 책방 앞까지 드나드는 1톤 트럭에 책을 가득 싣고 40번 남짓 오갔다. 새로운 보금자리에 책을 펼치고, 층마다 분리하며 하나씩 정리를 해나갔다.

그러던 지난해 8월, 물난리를 만났다. 섬진강을 넘어선 물이 순식간에 책방으로 밀려들었다. 김씨 부부는 새벽잠에서 깨어 헐레벌떡 집을 뛰쳐나갔다. 이틀 만에 돌아와서 보니, 진흙뻘이 책방의 1층을 뒤덮고 있었다. 수마의 흔적은 자신의 키보다도 훨씬 더 높았다. 책꽂이에 정리해둔 책은 물론 미처 풀지 못한 책묶음도 쓸 수 없게 됐다. 그보다 더 많은 책묶음은 수마가 어디론가 싣고 가버렸다.

"1년 농사도 아니고, 40년 농사를 한순간에 망쳤어요. 쓰레기는 또 얼마나 많던지, 손을 쓸 수가 없었습니다. 책방 안에까지 굴삭기를 들여서 망가진 책더미를 정리했죠. 덤프트럭에 실어서 버렸습니다. 갖고 온 책의 절반 이상이 못쓰게 된 겁니다. 그때만 해도 저는 구례에 사업자를 내지 않았고, 주소도 옮기기 전이었어요."

김 대표의 말이다.

그에게 피해 지원은 우선 순위에서 뒤에 있었다. 물에 쓸려가고, 못쓰게 된 책들이 너무 아까웠다. 수십 년에 걸쳐 모은 옛책이나 희귀본은 다시 구할 수도 없었다. 가슴이 아려왔다.

그렇다고 주저앉아 있을 수만 없었다. 남은 책들을 다시 정리했다. 수렁에서 건져낸 희귀본은 따로 옥상으로 올렸다. 날마다 책장을 펼치며 바람에 말렸다. 따로 선풍기를 돌려주며 열과 성을 다 쏟고 있다. 그럼에도 볼 수 있는 책으로 만들기는 쉽지 않아 보인다.
  
 김종훈 책방지기가 지난 여름 수해를 입은 책을 살피고 있다. 책은 책방의 옥상에 따로 펼쳐져 있다.
 김종훈 책방지기가 지난 여름 수해를 입은 책을 살피고 있다. 책은 책방의 옥상에 따로 펼쳐져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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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섬진강책사랑방 풍경. 책방을 찾은 한 여행객이 책을 훑어보고 있다.
 섬진강책사랑방 풍경. 책방을 찾은 한 여행객이 책을 훑어보고 있다.
ⓒ 이돈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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곡절을 겪은 김 대표는 지난해 11월 책방의 문을 열었다. 책이 사양산업이라는 주변의 우려가 컸지만, 욕심부리지 않고 편하게 살 생각이다.

"도서관은 딱딱한 느낌이잖아요. 상대적으로 헌책방은 자유스런 분위기 아닌가요? 그런 곳을 만들고 싶습니다. 모든 사람한테 부담 없는 헌책방이요. 쌓여 있는 게 헌책이고, 제 인생도 이제 헌책 수준이죠. 부담 가질 이유도 없지 않습니까? 모두에게 부담 없는 헌책방, 섬진강책사랑방의 꿈입니다."

김 대표의 소망이다.

앞으로 독서회를 만들고, 잡지 창간호 같은 것도 전시하며, 책 나눔도 계획하고 있다. 지역의 내공 있는 사람들을 불러 강연도 할 예정이다. 지역과 함께 주민과 함께 호흡하며 지역과 주민에 조금이라도 보탬이 되는 책방이 되기 위해서다.

섬진강책사랑방은 주말이나 휴일, 공휴일에도 문을 연다. 한 달에 두 번, 첫째·셋째 주 수요일만 쉰다.
  
 섬진강헌책방을 꾸려가고 있는 박선희·김종훈 씨 부부. 박 씨는 경북 영천, 김 씨는 전북 남원에서 나고 자랐다.
 섬진강헌책방을 꾸려가고 있는 박선희·김종훈 씨 부부. 박 씨는 경북 영천, 김 씨는 전북 남원에서 나고 자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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해찰이 일상이고, 일상이 해찰인 삶을 살고 있습니다. 전남도청에서 홍보 업무를 맡고 있고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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