옆집의 사람이 괴물로 변했다. 이제껏 영화에서 봐온 좀비도 아니다. 바보들 마냥 몸을 꺾어가며 이상한 소리를 내는 서양 좀비도, 여기저기 빠르게 뛰어다니며 사람을 물어뜯는 K-좀비도 아닌, 그냥 괴물이다, 진짜 괴물. 머리를 베어도 살고, 총을 쏴도 살고, 잘 죽지도 않을 뿐만 아니라 각각의 특성도 개성도 넘쳐난다.

피지컬이나 괴상함에서 오는 파괴력도 있고, 예측할 수 없는 감염력도 있다. 바이러스인지 세균인지 알 수 없지만, 정부의 발표에 따르면-보통 이럴 때, 정부는 없거나 빽드럼의 주체이다-인간의 부적절하거나 과도한 욕망이 인간을 괴물로 만든다고 한다. 이웃이 괴물로 변하고, 나조차도 괴물로 변할지 안변할지 장담할 수 없는 그 곳. 바로 나의 <스위트 홈>이다.

제목과 드라마 속의 내용은 정반대의 이야기들이 펼쳐진다. 주인공 중 한 명인 차현수(송강 배우)는 모든 가족이 죽고 그린홈 맨션에 입주를 한다. 목적은 하나. 죽기 위해서다. 히끼꼬모리로 살다가 세상에 나오게 된 이유는 자신을 제외한 전 가족의 사망. 결국, 이사를 한 뒤에 죽을 것을 결심하였다. 죽기로 결심한 그 날, 모든 흐름은 정반대로 바뀌어 흐른다. 죽으러 들어간 집에서 살기 위해서 나오는 상황으로 바뀐다. 이웃은 나를 위협하는 존재가 되고, "스위트 홈"은 전쟁터가 된다. 이웃들은 하나 둘씩 상상치도 못한 각종 괴물로 바뀌게 되고, 인간으로 존재하는 이웃도 서로의 존재를 위태롭게 하는 행동과 모습을 드러낸다. 인간들이 가지고 있는 본성들이 하나씩 드러나고, 생존의 욕구라는 거창한 단어로 포장된 이기심과 폭력성이 구체화 되기 시작한다. 그리고 점점 하나둘 씩 괴물로 변해간다.

독일의 철학자이자 시인인 니체가 남긴 '괴물과 싸우는 사람은 그 싸움 속에 스스로 괴물이 되지 않도록 조심해야 한다. 우리가 괴물의 심연을 오랫동안 들여다 본다면, 그 심연 또한 우리를 들여다 보게 될 것이다'라는 말처럼 괴물과 싸워가는 사람들은 자신의 욕망에 따라서 진짜 괴물이 되어가기도 하고, 자신만의 욕구를 위해서 행동하면서 인간 괴물로 변해간다. 이를 제거하기 위한 가장 좋은 해법은 아이러니하게도 이웃들이 모여서 공동체를 구성하여 외부의 괴물과 내부의 괴물을 단속하는 것이다. 공동체의 구성원 모두가 자신의 생명유지를 위한 결정을 내리고 행동하지만, 그 결정은 이기심에 의해서 공동체를 무너뜨리고, 결국에는 자신의 생명을 위험하게 만들게 된다. <스위트 홈>에서도 자신만을 위한 결정이 다른 사람을 희생시키게 되고, 그 욕심은 채워지지 않음을 보여준다.

주인공이 하이브리드-괴물과 인간을 오가는 존재-가 되어 버린 상황에서 이러한 인간들의 욕심은 극대화 된다. 그래서 공동체를 유지하기 위해서는 이기심을 제어하기 위한 이성적 판단력과 타인을 이해하려는 정서적 포용력이 요구된다. 이성적 판단력은 문제해결과 상황대처에는 도움이 되지만, 타인의 헌신과 희생을 끌어내는 것은 불가능하다. 공동체는 구성원들의 헌신과 희생을 에너지 삼아서 유지된다. 개개인이 자신의 역할과 그에 대한 책임감을 가지고 행동해야 한다.

만약 그 역할의 충실함이 부족할 경우, 타인에게 피해를 입히거나 생명을 위태롭게 할 수 있다. 하지만, 구성원의 부족함을 서로 탓하고, 이성적 판단력에만 근거한 규율과 처벌만 강조하다 보면 공동체의 균열이 발생하여 종국에는 공동체의 붕괴가 나타나게 된다. 이를 막기 위해서 필요한 것이 정서적 포용력이다. 공동체가 위기에 빠진 상황에서 서로에 대한 정서적 포용력으로 결집하고, 더 강한 유대감을 만들어 구성원들의 헌신과 희생을 만들어 낸다면, 공동체는 이를 에너지 삼아 더 큰 일을 모색하고, 상황을 반전시킬 수 있게 된다.

<스위트 홈>에서도 이와 같은 상황이 그대로 나타난다. 이성적인 판단자로서 이은혁(이도현 배우)이 활동하며 공동체 전체의 운영과 관리의 역할을 한다. 반대로 정서적 포용력을 보여주는 사람으로 안길섭(김갑수 배우)와 안선영(김현 배우)이 있다.

또한, 기능적인 역할을 맡아하는 최두식(김상호 배우), 행동중심적 역할에는 윤지수(박규영 배우), 정재헌(김남희 배우), 편상욱(이진욱 배우), 서이경(이시영 배우)이 있다. 그리고 공동체와 괴물 사이를 오가는 차현수(송강 배우)가 있으면서 괴물을 물리치며 괴물이 되어가지 않으려 노력하는 인간 공동체의 이야기가 바로 <스위트 홈>이다.

드라마 초반의 임팩트는 매우 강렬하다. 화면의 속도감과 스토리의 진행 속도가 빨라서 한 순간도 눈을 뗄 수 없는 장면들이 계속 등장한다. 여기에 드라마 중반으로 가며 주요 등장인물의 과거와 현재의 연계성을 강화하며 드라마와 스토리를 풍부하게 만든다. 등장인물의 행동에 대한 당위성을 부여하면서 초반의 강렬함을 메시지와 히스토리로 탄탄하게 강화해가는 모습을 보여준다. 드라마의 마지막 부분에는 다음 시즌을 위한 스토리와 세계관을 확장하려는 모습을 보여진다. 전체적으로 잘 짜여진 시나리오와 스토리, 이에 넷플릭스의 막대한 자본력으로 구현된 CG와 세트는 볼거리와 이야기 거리를 동시에 잡고 있다.

드라마 <스위트 홈>은 일종의 재난영화의 형태를 띄고 있다. 현재의 코로나-19 상황과 일맥상통하는 지점도 존재한다. 나의 이웃이 어느 순간 괴물로 변할 지 모르듯이, 나의 이웃이 어느 순간 나에게 바이러스를 전달할 수 있다는 가능성이 늘상 존재하는 상황이다. 다들 집 밖으로 나오면 괴물의 공격으로 위험이 발생하듯, 우리는 집 밖의 바이러스 공격에 항상 대비하고 조심하고 있다.

그렇다면 집 안에만 있으며 위험을 회피하는 것이 답인가? 이성적 판단력으로 위험을 회피하고, 전염에 조심하기 위한 예방적인 행동과 우리가 속해 있는 공동체를 유지하기 위해서 정서적인 포용과 교감을 강화해 나아가야 한다고 <스위트 홈>이 우리에게 이야기 하고 있는 것이다. 우리의 <스위트 홈>은 어떠한가? 생각해 볼 문제이다.
스위트 홈 넷플릭스 괴물 드라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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