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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화 <강철비>(2017)를 보면 청와대 외교안보수석이 전쟁을 막기 위해 누군가에게 절박하게 하소연하는 장면이 나옵니다. 그 상대는 중국 정부 입장에서 보면 조선족이요, 대한민국 입장에서는 재중동포인 중국 국가안전부 한국 총책인 리홍장이었습니다. 동포로서 도와달라는 외교안보수석에게 리홍장은 한국인들이 뜨끔해 할 말을 합니다.

"동포, 한국이 동포를 동포로 대한 적이 있소? 잘 살면 교포고, 못 살면 외국인 아이오?"

이 장면은 그간 재중동포 정책이 얼마나 폐쇄적이고 단편적이며, 한국사회가 동포에 대한 역사인식이나 포용력이 얼마나 부재한지를 잘 드러냈습니다.

처절한 재외동포법 개정의 역사
 
 보수 성향 유튜브 '고성국TV'에 출연한 오세훈 서울시장 경선 후보
 보수 성향 유튜브 "고성국TV"에 출연한 오세훈 서울시장 경선 후보
ⓒ 고성국TV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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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 1999년 8월 '재외동포의 출입국과 법적지위에 관한 법률'이 국회에서 통과되었습니다. 이 법에 따르면 재외동포는 대한민국 국적을 보유했던 자 또는 그 직계비속으로서 외국국적을 취득한 자로 1948년 이전에 중국, 구 소련, 일본 등으로 이주한 동포들은 동포가 될 수 없었습니다. 이에 대해 2001년 11월, 헌법재판소가 정부수립 이전과 이후로 나누어 국외로 이주한 동포를 차별하는 것은 헌법 제11조의 평등원칙에 위배되는 것이므로 헌법불합치 판결을 내리며 법률 개정을 주문했습니다. 

그러나 당시 정부는 중국과의 외교적 마찰 등을 핑계로 법률 개정에 소극적이었습니다. 결국 중국동포들과 시민단체들은 재외동포법 개정과 강제추방 중단을 요구하는 농성을 벌여 나갑니다. 그 투쟁 과정 중에 서울 혜화동 파출소 앞 육교 밑에서 중국동포 김원섭(45)씨가 동사한 채 발견됩니다.

2003년 12월 9일, 재외동포법 개정을 촉구하던 농성에 참여 중이던 그는 정부의 강제추방 정책 때문에 갑자기 해고되며 못 받은 임금을 받으러 갔다가 길을 잃고 밤새 추위에 떨다가 세상을 떠났습니다. 당시 김원섭씨가 남긴 핸드폰에는 사망 당일 자정 무렵부터 119에 1회, 112로 13회나 도움을 요청한 흔적이 남아 있었습니다. 그러나 경찰 출동은 없었고, 환경미화원 신고로 경찰이 출동했을 때는 이미 유명을 달리한 상태였습니다.

600여만 원의 임금체불을 해소하고 재외동포법 개정으로 체류 자격을 얻기 원했던 고인은 재난구조 요청을 위해 119에 전화하고, 동포인 자신을 향한 부당한 처우를 호소하고자 범죄 신고 번호인 112에 전화를 걸었던 것입니다. 무려 14회나 국가 공권력에 도움을 요청했지만 도움을 얻지 못했던 그의 죽음은 재중동포들이 한국에서 어떤 대우를 받으며 생활했는지를 여실히 드러냈습니다. 그 결과 재외동포법 개정 운동은 더욱 뜨겁게 이어집니다. 
 
 국민의힘 서울시장 후보에 도전하는 오세훈 전 서울시장이 20일 서울 여의도 당사에서 열린 '박원순 시정 잃어버린 10년, 재도약을 위한 약속' 발표회에서 인사말하고 있다.
 국민의힘 서울시장 후보에 도전하는 오세훈 전 서울시장이 20일 서울 여의도 당사에서 열린 "박원순 시정 잃어버린 10년, 재도약을 위한 약속" 발표회에서 인사말하고 있다.
ⓒ 공동취재사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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결국 2004년 16대 국회는 '대한민국의 국적을 보유하였던 자(대한민국정부 수립 이전에 국외로 이주한 동포를 포함) 또는 그 직계비속으로서 외국국적을 취득한 자 중 대통령령이 정하는 자'로 재외동포법을 개정하여 만장일치로 통과시켰습니다.

믿을 수 없는 오 후보의 혐오 표현

이처럼 법률은 개정되었지만 2021년 현재까지 중국과 구 소련동포들은 이 법의 혜택을 피부로 실감하지 못하고 있을 뿐만 아니라 국내 체류 자격과 취업 등에서 여전히 차별을 받고 있습니다. 자유롭게 취업이 가능한 미국이나 일본 국적 교포들과 달리 재중동포들은 방문취업제라는 제도를 통해 여전히 '조선족'이라는 차별적 시선 속에서 제한된 직종에서 취업할 수 있습니다.  

16대 국회 당시 만장일치로 재외동포법을 통과시킬 때 국회의원 중 한 명이었던 오세훈 국민의힘 서울시장 경선후보가 보수 성향 유튜브 채널에서 한 말만 봐도 그 차별이 어떠한지 짐작할 수 있습니다. 

오세훈 후보는 지난 27일 한 유튜브 채널에서 총선패배 원인을 분석하며 서울 광진을 지역에 "양꼬치 거리에 조선족 귀화한 분들이 몇 만 명이 산다"라고 한 후, '이분들이 90% 이상 친 민주당 성향'이라고 주장했습니다. 

서울시장을 지냈고 대권을 꿈꾼다는 정치인이 한 말이라고 믿기지 않습니다. 동포와 특정 지역, 특정 세대를 지칭하며 편가르기 하는 것은 혐오와 차별적 언사입니다. 혐오 표현을 대놓고 하는 걸 보니 한국판 트럼프라도 되겠다는 건지 의심스럽습니다.

오세훈 경선 후보의 발언 이후 당사자인 한 중국동포 출신 시민은 이렇게 말했습니다.

"중국 동포를 동포로 인정하지 않고 정치인들이 앞장서서 망언을 하면서 차별을 부추기고 있습니다. 한국에 재정착한 중국 출신 동포들을 동포로 인정하지 않고 국민으로 인정하지 않는 사람은 역사를 모르는 사람입니다."

재외동포법 개정안을 통과시켰던 국회의원이요 변호사라는 분이 재중동포와 조선족이라는 용어가 어떤 차이가 있는지 구분하지 못할 거라고 보지 않습니다. 조선족은 56개 민족 가운데 한 민족을 지칭하는 중국 정부 용어인 반면, 재중동포는 대한민국 법률이 정한 용어입니다. 

그런데도 '조선족 귀화한 분들'이라고 지칭한 부분은 심히 유감스럽습니다. 이는 재중동포만 아니라 귀화 국민에 대한 혐오 발언이요, 귀화한 지 수십 년이 지나도 국민과 다르게 취급하는 차별적 언사입니다. 외국계 국민을 언제까지 차별적 용어로 지칭하며 혐오의 대상으로 삼으려는지 개탄스럽습니다.

대한민국에 '조선족 귀화한 분'들은 없습니다. 한때 재중동포였던 대한민국 국민이 있을 뿐입니다. 오세훈 국민의힘 서울시장 경선 후보는 동포와 귀화인들을 정치적 편가르기 대상으로 삼아 낙인찍고 사회통합을 저해했습니다. 그런 면에서 오세훈 후보는 국민 앞에 사죄해야 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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차별과 편견 없는 세상, 상식과 논리적인 대화가 가능한 세상, 함께 더불어 잘 사는 세상을 꿈꿉니다. (사) '모두를 위한 이주인권문화센터'(부설 용인이주노동자쉼터) 이사장, 이주인권 저널리스트로 활동하고 있습니다. 저서 『내 생애 단 한 번, 가슴 뛰는 삶을 살아도 좋다』, 공저 『다르지만 평등한 이주민 인권 길라잡이, 다문화인권교육 기본교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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