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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 박 미 국무부 부차관보의 보고서가 실린 브루킹스 연구소 홈페이지.
 정 박 미 국무부 부차관보의 보고서가 실린 브루킹스 연구소 홈페이지.
ⓒ 브루킹스연구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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바이든 미 행정부가 출범한 지 일주일. 담당자 인선과 의회 인준청문회 때문에 당초 올 상반기까지는 기다려야 할 것이라던 바이든 정권의 외교안보 담당자들의 윤곽이 거의 드러났다.

우선 백악관에는 제이크 설리번 국가안보보좌관이 일찌감치 자리를 차지했고, 아시아 전략을 관장하는 '아시아차르(NSC 인도태평양조정관)'에는 커트 캠벨이 임명됐다. 실질적으로 한반도 정책을 담당할 국무부 장관에 토니 블링컨 전 부장관, 부장관에 웬디 셔먼 전 정무차관, 동아태차관보대행에 성 김 전 주한대사에 이어 부차관보에 정 박(Jung H. Pak) 전 브루킹스연구소 한국석좌까지 인선을 마쳤다. 남은 것은 성 김이 '대행' 꼬리표를 떼고 동아태차관보가 되느냐와, 누가 대북정책특보가 되느냐 정도이다. 트럼프 정부에서 대북정책특보는 스티븐 비건 국무부 부장관이 겸직했었다.

이번 미 국무부 인선에서 두드러지는 것은 한번쯤 이름을 들어본 것 같은 친숙한 인물들이 많다는 것이다. 대부분 오바마 정권에서 일했던 사람들이기 때문이다. 8년만의 귀환이다. 그리고 한국계 미국인이 두 명이나 포진돼있다는 점이다.

그중 성 김은 국무부 동아태부차관보와 주한대사를 지냈을 만큼 한국문제에 정통한 인물이고, 새로 떠오른 인물이 '정 박'이다.

정 박(Jung h. Pak, 47, 한국명 박정현)은 대학 졸업후 CIA, DNI 등 정보기관에서 동아시아 관련 정보담당관으로 일했으며, 최근까지 진보적인 싱크탱크로 알려진 브루킹스연구소에서 한국석좌로 일하다 바이든 행정부 인수위원회를 거쳐 국무부 부차관보에 발탁됐다. 미 국무부 부차관보의 우리 외교부 내 상대(카운터파트)는 북미국장이다.

특히 지난해에는 <비커밍 김정은(Becoming Kim Jong Un)>이란 이름의 책을 펴내기도 한 '김정은 전문가'이다.

그런 그가 부차관보로 임명되기 직전인 지난 22일 자신이 근무했던 브루킹스연구소 홈페이지에 발표한 보고서 하나가 한국에서 회자되고 있다.

"북한과 관계개선 위해 탈북단체들을 탄압했다" 주장
 
미국 국무부 동아시아태평양 부차관보로 임명된 정 박(한국명 박정현, 47)
 미국 국무부 동아시아태평양 부차관보로 임명된 정 박(한국명 박정현, 47)
ⓒ 정 박 부차관보 트위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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보고서의 제목은 <한국의 민주주의에 드리워진 북한의 긴 그늘>. A4 11장 분량의 이 글은 문재인 정부에서 통과시킨 '대북전단금지법'의 문제점을 비판하기 위한 것으로 보인다.

그러나 대북전단금지법은 물론 문재인 정부의 유화적 대북정책 전반과 문 대통령의 통치스타일까지 싸잡아 비난하고 있어, 안 그래도 미국 신행정부의 외교안보라인이 대북 강경파 일색으로 채워졌다는 우려에 기름을 부은 형국이다.

박 부차관보는 이 글에서 문재인 정권이 북한과의 관계 개선을 위해 국내의 정책을 팽개치고 탈북단체나 북한인권단체들을 탄압했다고 보고있다.

"인권변호사 출신인 문재인 대통령이 냉전시대의 국가보안법을 소환했던 이명박, 박근혜 두 전직 대통령의 통치로부터의 해방을 가져올 것 같았다. 그러나 그는 부패나 불평등같은 국내 정책보다는 북한에 대한 유화 정책을 지지하기 위해 권력을 휘둘렀다."

그는 그러면서 지난 2018년말 한국 정부가 국회 합의 지연으로 출범하지 못한 북한인권재단 예산을 93% 삭감한 것과 그해 10월 통일부가 판문점이 회담 장소인 것등을 고려해 탈북자 출신 조선일보 기자를 남북고위급회담 풀취재단에서 배제한 것 등을 들었다.

이어 그는 한국 정부가 대북 전단을 날리는 탈북자단체들의 등록을 취소하고 사무실을 압수수색하거나 기소, 감시, 구금했다고 주장했다. 그는 그러나 대북 전단이 거의 북한에 도달하지 못하고 남한 지역에 떨어진다든지, 북의 대응사격으로 인한 접경지역 주민들의 불안 등에 대해서는 전혀 언급하지 않았다.

이어 그럼에도 불구하고 김정은 정권으로부터의 대남 비난 연설은 계속되고 있고, 남측의 코로나19 인도적 지원제의가 거부당했으며, 작년 6월 개성공단 남북연락사무소 폭파 등 문재인 정부의 유화정책이 의도했던 성과를 내지 못했다고 평가했다. 그는 나아가 "전임 김대중·노무현 정부가 평양과 이룰 수 없는 타결을 시도하느라 길을 잃었던 것처럼, 문 정부도 남북화해라는 아직 이루지 못한 짝사랑 같은 약속(unrequited promise)을 위해 국내의 자유주의 관련 어젠다들은 무시했다"고도 말했다.

박 부차관보는 문재인 정부의 톱다운식 스타일로 인해 일관성 없는 외교정책을 불러왔다며, 전 정권이 찬성했던 사드 배치에 반대했고 일본과의 군사정보공유협정(지소미아)에서 탈퇴하겠다고 위협했다고 지적했다.

그의 문재인 정권 비판은 내부 문제로도 이어져, 박근혜 정권하에서 만연됐던 것과 똑같은 권력남용 문제가 끈질기게 남아있다며 청와대의 울산시장 선거개입 의혹과 조국사태 등을 예로 들었다.

그는 마지막으로 "문 대통령은 인권과 탈북자 단체에 대한 접근법을 전환함으로써 장기적인 목표에 다가설 수 있을 것"이라며 끝을 맺었다.
  
정 박 부차관보가 작년 펴낸 책 <비커밍 김정은> 표지.
 정 박 부차관보가 작년 펴낸 책 <비커밍 김정은> 표지.
ⓒ 정 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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진영 따라 환영과 우려 교차... 외교의 기술 필요한 상황

글이 게재되자 보수 매체들은 '국무부 부차관보가 문재인 정부의 대북정책을 비판했다'며 환영 일색이다. 그러나 적잖은 전문가들은 바이든 신 행정부와 보조를 맞춰 대북관계의 돌파구를 열어보려고 하는 정부의 움직임에 빨간불이 들어온게 아니냐며 우려한다.

정욱식 평화네트워크 대표는 "전단금지법뿐만 아니라 북한을 바라보는 시각 자체가 우리 정부와 상당한 차이가 있다"며 "자기들은 다 알고 있다고 생각하겠지만, 잘못 알고 있는 부분도 꽤 있는 것 같다"고 말했다. 정 대표는 또 "부차관보 자리가 관례적으로 한반도와 일본을 담당하는 자리인데, 박 부차관보는 한미일 군사협력을 강조하는 데다 바이든의 기조는 트럼프처럼 전문가들을 무시하지 않고 존중하는 것이라 걱정"이라고 말했다.

김준형 국립외교원장은 28일 오전 TBS <김어준의 뉴스공장>과의 인터뷰에서 "한국계 미국인들이 많이 발탁되면 한국을 잘 아니까 한국을 잘 다뤄줄 것이라는 게 일반적 생각이지만, 실제로는 정보계통에서 일해 북한에 대한 악마화나 강경책이 몸에 배인 사람들"이라면서도 "그래도 관건은 바이든이 수백명의 전문가 중 어느쪽 이야기를 들을 것인가이다"라고 말했다.

미국 대학의 한 한국인 정치학 교수는 <오마이뉴스>와 통화에서 "미국의 시선에서 봤을 때 기자를 풀 취재단에서 제외한 것이나 대북 전단 살포를 금지한 것 등이 언론의 자유나 표현의 자유를 침해하는 '인권' 대통령의 모습으로 충분히 비춰질 수 있다"며 "지금이야말로 상대를 잘 알고 레버리지를 높이는 외교의 기술이 필요해 보인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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