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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제성장을 이야기할 때 잠재성장률이란 용어를 곧잘 사용한다. 잠재성장률을 잣대로 사용하여 지금의 성장률이 과연 적정한지를 가늠하고 있는 것이다. 그런데 그 잣대가 잘못되었다면 지금의 성장률을 제대로 평가하지 못하는 우를 범할 수도 있다.

지난 22일 경제협력개발기구(OECD)에서는 우리나라 올해 잠재성장률을 2.3%라고 발표한 바 있다. 머지않아 1%대로 진입할 것이라는 암울한 전망도 함께 나왔다. 한국은행에서도 우리나라의 올해 잠재성장률을 2.5%로 발표한 바 있었다.

일부에서는 잠재성장률을 예로 들어 설명하면서 우리나라의 경제성장은 비록 2%대의 저성장이기는 하지만 현재 잠재성장률 수준을 달성하고 있으므로 경제 사정이 그렇게 나쁘지 않다고 애써 강조하는 사람들도 있다. 경기침체 저성장의 고통에 신음하고 있는 국민을 잠재성장률을 도구로 안심시키고 있는 것이다.

그래서 잠재성장률에 대해 간단히 알아볼 필요가 있다. 잠재성장률의 의미를 제대로 알면 그 쓰임새도 제대로 알 수 있기 때문이다. 문언적 의미로 잠재성장률이란 한 나라의 경제가 인플레이션을 유발하지 않고, 그 나라가 갖고 있는 모든 자본과 노동을 사용하여 달성할 수 있는 성장률을 말한다.

하지만 여기서 모든 노동을 사용한다 하여 실업률이 제로(0)라는 의미는 아니다. 최소한의 자연실업률 또는 균형실업률을 허용하고 있다. 즉 잠재실업률을 산정하면서 모든 노동을 사용한다는 완전고용의 의미는 자연실업률을 달성한다는 것을 뜻한다. 문제는 기존에 발표한 잠재성장률이 현실과 상당한 괴리가 있다는 것이다.

잠재성장률의 허구적 진실

잠재성장률과 실제 성장률과 어떤 괴리가 있는지 예를 들어 살펴본다. 우리 경제에서 최근에 가장 높은 성장률을 달성한 해는 3.1%를 기록한 2017년이었다. 그리고 한국은행이 발표한 그해 잠재성장률은 2.7%였다.

그러니까 2017년도 3.1%의 성장률은 자본과 노동을 모두 사용하여 달성할 수 있는 그해 잠재성장률을 0.4%p 초과하여 달성한 것이다. 그렇지만 그 당시 사용되지 못한 노동, 즉 실업률은 사상 최대치를 기록하였다. 이 괴리를 '어떻게 설명할 수 있을 것인가' 하는 의문이 든다.

만약 사용할 수 있는 노동을 전부 활용하여 완전고용을 달성하였더라면 경제성장률은 3.1% 이상으로 더 올라갈 수 있었을 것이다. 그렇다면 잠재성장률 2.7%라고 하는 것은 잘못된 수치일 가능성이 있다.

잠재성장률을 산출하는 나름의 수리적 모델이 있다. 원래 경제학은 경제 현상들을 수리적으로 설명하고, 그것을 논리적인 것으로 생각한다. 하지만 현실을 반영하지 못하는 수리적 모델은 공허한 논리일 뿐이다.

현재의 잠재성장률 산정 방식은 소비, 투자가 부진하고 그에 따른 고용이 줄어들어 실제 성장률이 낮은 상태로 일정 기간 지속되는 경우, 그 저성장률이 잠재성장률에 반영되어 앞으로의 잠재성장률도 같이 내려가는 결과가 도출되도록 설계되어 있다. 이것은 자본과 노동, 기술을 모두 사용하여 달성할 수 있는 잠재성장률과는 근본적으로 다른 것이다.

따라서 지금의 현실과 동떨어진 잠재성장률 수치와 비교해 현재 경제성장률의 좋고 나쁨을 따지는 것은 책상에 앉아서나 할 수 있는 공허한 주장인 것이다.

그것을 오히려 새로운 정상(new normal)이라 주장하는 것은 경제가 잠재성장률 수준으로 성장하고 있으니 삶도 나아질 것이라는 희망 고문을 하는 것이다. 그것은 결코 새로운 정상이 아니다. 새로운 비정상(new abnormal)일 뿐이다.

따라서 균형실업률이라 할 수 있는 완전고용이 이루어질 때까지 성장의 고삐를 늦추어서는 안 된다. 지금을 새로운 정상이라고 하면서 안주할 것이 아니라, 성장률이 떨어져 저성장이 계속되고 있는 현실을 새로운 비정상으로 보고 더욱 분발해야 할 때이다. 그래야 모두가 잘사는 경제를 만들 수 있다.

태그:#잠재성장률, #경제성장률, #새로운정상, #완전고용, #OECD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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