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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주식도 공부다.
 컴퓨터를 보면서 노트에 열심히 쓰고 있는 나에게 재수생 아이가 한 말이다.
ⓒ pixabay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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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엄마아~ 그런 거 좀 하지 마. 다 쓸데없는 짓이야."

컴퓨터를 보면서 노트에 열심히 쓰고 있는 나에게 재수생 아이가 한 말이다.

"아니, 엄마는 너 추가합격 가능성이 얼마나 되나 계산해 보려고 했지."

나는 잔뜩 주눅이 들어 말했다.

"엄마, 그게 계산한다고 나오는 게 아니잖아."

아이 말이 틀린 것은 아니다. 내가 컴퓨터로 살펴보는 사설 합격예측 업체인 A사만 해도 수험생이 자신의 성적을 가장 많이 공개하는 사이트로 알려졌지만, 성적표를 인증하지 않은 학생도 있고 지원학교를 속이거나 지망학교 순위를 바꿔서 다른 수험생들을 혼란에 빠뜨리는 학생도 있다고 들었다.

허수도 꽤 있고 표본이 전체를 대표하는 것도 아닌데 그걸 보고 우리 아이의 추합가능성을 계산하는 게 당연히 큰 의미는 없을 것이다. 그러니 아이가 보기에도 내 모습이 한심해 보일 거 같긴 하다.

그렇다고 해서 아이 대입을 싹 잊고 몰두할 다른 걸 찾는 것도 쉽지는 않다. 다른 일을 하다가도 어느새 '그런데 이번에 합격할 수 있을까?' 하는 고민을 하고 있는 나를 다시 발견하게 된다. 게다가 우리 아이는 고3도 아닌 재수생이다. 삼수는 절대 없다고 수능 전부터 본인 입으로 말했다. 아무리 시험을 못 보아도 성적에 맞춰서 대학 갈 것이라고 선언했다.

언제까지 답답한 마음으로 합격자 발표를 기다려야 하나? 정시 발표 마감일은 2월 7일이다. 원서 접수한 1월 11일로부터 벌써 2주가 넘는 시간이 흘렀다. 

수시 전멸... 10만 원 들여 사설업체 서비스를 결제했다  

지난 12월 27일에 수시로 접수한 모든 학교에서 불합격 통보를 받고 진짜 착잡한 마음이 들었다. 꼭 정시 모든 대학에서 떨어질 것만 같은 불길한 예감이 들었다. 마음을 다잡고 합격예측 사설업체인 A사에서 거금 10만9000원을 들여서 '정시 실시간 예측지원 서비스'를 샀다.

A사에서 아이는 자신의 수능 점수대에 위치한 여러 과들에 모의 지원해서 합격확률을 살폈다. 재수학원 선생님과 면담 후 안정권인 한 학교와 도전권인 두 학교를 지원 학교로 생각해 두었다.

원서 접수 직전인 1월 6일에 발표된 수시에서 정시로 이월될 학생 수가 전년보다 줄었다는 기사를 접하고 불안한 마음이 들었다. 이번에는 코로나로 인해서 수능이 2주간 늦춰져 대입 일정 기간이 조금씩 줄어들게 되었다. 수시 추가합격자를 다 채울 시간이 부족해서 정시로 이월될 인원이 전년보다 늘어날 것이라고 학원계는 예측했다.

우리 아이 같이 정시를 준비하는 학생들은 그 예측이 맞길 내심 기대했는데 예측이 빗나가 버린 것이다. 나는 아이에게 안정권 2개와 도전권 1개를 쓰길 권했다. 하지만 아이는 본인 뜻을 고수했다. 결국 아이 뜻대로 원서를 접수했다.

11일 원서 접수를 마치자 마음이 심란했다. 하루 이틀은 내내 예민했다. 하루에도 여러 번 세 학교에 모두 불합격할 것만 같았다.

13일에 A사에 점수공개 사이트가 열렸다. 들어가서 보니 학생들이 자신이 지원한 학과에 가서 자신의 수능 점수를 공개하고 있었다. 지원한 학과마다 성적대로 자신의 순위를 볼 수 있었다. 아이는 안정권 대학에서 최초합이 가능한 등수였다. 그걸 보고 마음이 놓였다.

그런데 그 마음도 금방 사라졌다. 아이보다 성적이 좋은 학생들이 아직 점수 공개를 안 한 거면 어쩌나? 그런 불안감이 다시 밀려왔다. 도전권 대학에선 아이보다 높은 성적의 학생들의 1지망 2지망 한 학과를 살피면서 노트에 아이의 추합 가능성을 계산했다.

신나게 계산하다가도 남의 집 귀한 자식들 수능 환산점수가 쓰여있는 내 노트를 보며 내가 지금 뭐 하나 하는 자괴감이 들기도 했다. 이렇게 소중한 내 귀한 시간을 생산적인 일에 쓰지 못하고 이미 다 결정되어 버린 일을 알아내려고 애를 쓰는 게 답답하게 느껴졌다.

그렇게 매일 흔들리는 마음을 부여잡고 A사 사이트를 들락거리면서 4주간을 버티려니 힘들다. 잠시라도 마음을 붙들어 매 두려면 용한 점집을 찾아가 볼까 싶기도 하다. 여태 점집은 가본 적도 없고 누가 점집에 다녀왔다 그러면 좀 한심한 사람처럼 봤는데 지금은 그 마음이 충분히 이해가 되고도 남는다.

결과 발표하는 게 어려운 일은 아닐텐데
 
 2021학년도 대학수학능력시험(수능) 성적통지표 배부일인 23일 오전 서울 동대문구 해성여자고등학교에서 학생들이 수능 성적표를 확인하고 있다.
 2021학년도 대학수학능력시험(수능) 성적통지표 배부일인 지난 2020년 12월 23일 오전 서울 동대문구 해성여자고등학교에서 학생들이 수능 성적표를 확인하고 있다.
ⓒ 사진공동취재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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친정과 시댁에 부모님들은 전화 통화할 때 물으신다.

"어떻게 됐냐?"
"아직은 잘 몰라요. 한 군데는 안정권이라 될 거 같기는 한데... 그래도 정확한 건 2월 7일까지 기다려 봐야 해서요."
"왜 그렇게 발표가 늦는 거냐?"


이렇게 양가 부모님은 통화 때마다 매번 꼭꼭 물으신다.

교육부가 정시 1차 합격자 마감일이 2월 7일로 정했기 때문에 학교들은 2월 7일 이전에만 합격자 발표를 하면 아무런 문제가 없다. 그러나 학생들과 학부모들은 빨리 정시 합격 여부를 알고 싶다.

물론 이미 합격자 발표를 한 학교들이 꽤 있다. 중앙대, 서강대, 한양대, 성균관대, 경희대 등의 학교는 면접이나 실기 시험을 보지 않는 과들의 정시 합격자 발표를 이미 했다. 하지만 여전히 대부분의 학교는 2월 7일경에 합격자 발표를 예정하고 있다.

과연 정시 합격자를 발표하는 데 원서 접수 마감인 1월 11일부터 정시 합격자 발표 마감일인 2월 7일까지 4주간의 시간이 필요한 것일까? 물론 면접과 실기 고사가 필요한 과는 예외겠지만 다른 과들은 일주일, 검토 기간을 충분히 가져도 10일이면 충분하다고 본다.

이미 정시 합격자를 발표한 학교가 꽤 있는 것만 보아도 정시 합격자를 발표하는 데 시간이 많이 필요하진 않다는 것을 알 수 있다. 면접 등 실기 고사가 있는 과가 아니라면 정시 성적표를 학교별 환산 점수를 계산해 주는 프로그램에 돌리기만 하면 금방 결과가 나온다.

제발 어디에 마음 붙이지 못하고 흔들리는 학부모와 학생들을 마음을 헤아려 대학들은 합격자 발표를 가능하면 빨리 해주면 좋겠다. 특히 면접이나 실기 없는 학과는 얼른 발표를 해야 한다. 학생들 학부모들 시간 낭비 돈 낭비 에너지 낭비하는 것 줄이도록, 대학들이 조기 발표하길 바란다. 그리고 내년부터는 교육부도 학생들 입장 생각해서 정시 발표 기다리는 시간 줄이도록 행정지도를 하면 좋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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