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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955년 라이프 매거진 표지. 집안일을 줄일 수 있다며 일회용품을 소개하며 한번 쓰고 버릴 수 있다고 홍보했다.
 1955년 라이프 매거진 표지. 집안일을 줄일 수 있다며 일회용품을 소개하며 한번 쓰고 버릴 수 있다고 홍보했다.
ⓒ LIFE MAGAZINE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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Throwaway Living (한번 쓰고 버리는 삶)

"새롭고 참신했다. 1955년 <라이프 매거진(Life Magazine)>에 실린 사진 속 사람들처럼 시민들은 환호했다. 새로 발명된 일회용품 덕분에 주부들이 지속적으로 청소하지 않아도 된다고, 공중으로 던져지는 접시와 포크 등을 청소하려면 40시간이 걸리니 한 번만 사용하고 버리라고 권장했다.

플라스틱은 기적적인 재료로 여겨졌고, 이렇게 한번 쓰고 버리는 생활이 현대적인 생활 방식으로 간주되었다. 곧 기업들은 일회용 기저귀, 쓰레기봉투, 스티로폼을 내놓기 시작하면서 편리한 시대가 열렸다."

<라이프 매거진> 표지 사진을 두고 많은 사람은 위와 같이 평한다. 플라스틱이 발명되었던 초기에 사람들이 일회용품을 다시 쓰는 습관이 있어서 회사들은 광고를 통해 일회용품을 장려하도록 했고, 그 문화가 지금까지 우리의 습관으로 이어져 왔다는 평가도 이어진다.

플라스틱은 원하는 모양을 쉽게 만들 수 있고 가볍고 튼튼하다. 색깔도 마음대로 낼 수 있고 대량 생산이 가능하니 사용량은 폭발적으로 증가했다. 그리고 우리는 지금 이 시대를 '플라스틱 시대'라 칭하기도 한다. 심지어 사람들을 '호모플라스티쿠스'라고도 말한다. 이렇게 우리의 일상은 플라스틱과 매우 밀접하다.

우리가 마주한 코로나

산업화 이후 대량생산 대량소비가 가능해졌고, 도시화와 인구팽창으로 우리의 삶은 획기적으로 바뀌었다. 산업화만큼이나 지구에 영향을 준 것을 꼽으라면 '코로나 팬데믹'일지도 모른다.

코로나는 호흡기를 통해 감염되는 바이러스성 질환으로 2019년 12월에 발생, 2020년 들어 전 세계로 확산되었다. 강력한 전파력으로 전 세계에 확산되자 WHO는 팬데믹(감염병 세계 유행)을 선언했다. 이로 인해 전 세계는 이동과 대면 활동에 제한을 받으며 '비대면 사회'로 전환되었다.

2020년 12월 27일, 전 세계 코로나 확진자가 8천만 명을 돌파했다. 백신이 개발되어 접종 중이고 치료제가 개발 중이지만, 변이바이러스의 출몰로 전 세계가 다시 혼돈의 시간을 보내고 있다.

일상 점령한 일회용품
  
코로나19이후 마스크 쓰레기를 쉽게 볼 수 있다.
 코로나19이후 마스크 쓰레기를 쉽게 볼 수 있다.
ⓒ pixabay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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코로나 이후 쓰레기 문제는 연일 보도되고 있다. 2018년 폐비닐 수거대란 이후 쓰레기도 자원이라며 시장 논리에 맡겨 처리되었던 쓰레기의 문제들이 낱낱이 드러나고 있다. 한번 쓰고 버린 일회용품의 급증, 시장에 맡겨진 수거선별의 문제들, 매립·소각 등 처리시설의 사회적 갈등, 해안가에 방치된 쓰레기들, 버려진 플라스틱을 먹고 죽는 야생동물들의 모습이 쉴 새 없이 드러나고 있다.

이 가운데 코로나 발생 이후 마스크 수요는 폭발적으로 늘었다. 전 국민이 일회용 마스크를 사용하는 시대에 접어들었다. 이로 인해 폐마스크가 증가했고, 제대로 처리되지 않고 방치되어 바다와 새들에게 영향을 주는 문제로 나타나기도 했다.

더욱이 지난 2020년 4월 15일, 21대 국회의원 선거에서 선관위는 투표자들에게 비닐장갑을 배부해 투표하도록 했다. 이날 사용된 비닐장갑 5800만 장을 쌓으면, 63빌딩 4개 정도의 높이가 될 정도라고 알려져 있다.

온라인 수업, 재택근무 등 비대면 일상이 늘면서 시민들은 다중이용시설 이용을 꺼렸고, 온라인 쇼핑이 급증했다. 일상에 필요한 물품뿐 아니라 식재료까지 배달 주문이 늘면서 스티로폼, 아이스팩의 사용이 늘었다. 연간 아이스팩의 사용량은 3억 개에 이르며, 대부분 재사용되지 않고 버려진다.

일회용 마스크, 일회용 비닐장갑, 일회용 컵, 일회용 택배 상자, 일회용 배달 용기에 이르기까지 우리 삶은 일회용품과 플라스틱으로 뒤덮이고 있다.
 
택배, 배달용기 얼마나 늘어났을까 

   
배달음식이 다양화되면서 용기 종류도 많아지고, 배달주문량도 늘었다
 배달음식이 다양화되면서 용기 종류도 많아지고, 배달주문량도 늘었다
ⓒ 녹색연합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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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회적 거리두기로 인해 카페, 음식점의 영업이 제한되어 실제 카페 내 일회용 컵 사용량은 줄었다고 예상한다. 카페 이용도가 현저히 줄어들었기 때문이다. 그러나 활동 제약으로 인해 온라인 소비가 늘었고, 배달음식과 택배 서비스의 이용이 급격히 늘었다. 이동 제한을 받으니 어쩔 수 없이 포장, 배달을 이용하는 시민들이 많아졌다. 그리고 연일 뉴스가 쏟아진다.

'배달 주문 폭주', '일회용품 중독된 배달 왕국', '음식 배달 거래액 84% 늘었다', '코로나로 일상 된 배달', '배달시키니 플라스틱 한가득... 쓰레기의 습격' 

지난 2020년 9월 국회 국토교통위원회 강준현 의원이 발표한 자료를 보면, 2020년 1~8월 생활 물류 택배물동량이 21억 6천만 개로, 2019년 같은 기간과 비교해 20% 증가했다. 전년도 같은 기간 평균 증가율은 9%, 10% 정도다.
 
최근 5년간 생활물류 택배물동량 내역
 최근 5년간 생활물류 택배물동량 내역
ⓒ 녹색연합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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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0년 10월 녹색연합이 발표한 자료에 따르면, 온라인쇼핑 거래액은 1조 6730억 원으로 전년 동월 대비 7587억 원(2020년 8월 기준)이 증가했다. 증가율이 83%에 이르는데, 상품군별 온라인쇼핑 거래액 중 음식 서비스가 증감률이 가장 높다. (통계 자료에서 음식서비스는 온라인 주문 후 조리되어 배달되는 음식으로 규정하고 있다.) 

음식 서비스 거래액으로 환산한 결과, 배달음식 주문량은 270만 건/일에 이르며, 플라스틱 배달 용기 쓰레기가  최소 830만 개/일 발생하고 있음을 추정할 수 있었다. (최소주문금액 2만 원 적용, 주문 시 최소 3개 용기 발생)

배달음식 서비스는 매월 늘어나고 있었지만, 거리두기 2.5단계 시행 후 정부는 포장, 배달만 허용했고 연말·연초를 지나면서 주문량은 더욱 증가했을 것이다. 문제는 배달음식 서비스 거래액이 늘어날수록 쓰레기도 늘어난다는 점이다. 
 
음식서비스 거래액 변화 자료로 코로나19이후 주문금액이 급격히 늘어났다.
 음식서비스 거래액 변화 자료로 코로나19이후 주문금액이 급격히 늘어났다.
ⓒ 녹색연합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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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회용품 규제 완화는 우리에게 무엇을 남겼나

코로나 경계 단계 발령으로 국제공항, 항만, KTX, 기차역 등에 위치한 식품접객업종은 지자체장이 판단하여 일회용품을 한시적으로 사용할 수 있게 되었고, 코로나 위기 경보가 심각 단계로 격상되고 지역사회 감염 초기 단계로 확산되자 일회용품 사용 규제 제외 대상이 모든 지역으로 확대됐다.

자원재활용법에는 일회용품 사용 규제를 제외하는 일부 조항이 있다. 이에 식당, 카페 등 식품접객업소에서 일시적으로 일회용품을 사용할 수 있게 되어 일회용 컵에 커피를 담고, 일회용 나무젓가락과 종이컵이 식당에 비치됐다. (환경부 고시 제2016-253호 1조 2항-감염병 경계 수준 이상의 경보 발령 시 지자체장은 사용규제 대상에서 제외할 수 있다.) 
  
국회 환경노동위원회 이수진 의원이 발표한 자료에 따르면, 대부분의 지역에서 일회용컵 규제를 완화했다. 전국 229개 기초자치단체 중에서 일회용품 사용을 전면허용한 지자체가 219개로, 전체 지자체의 95.6%(2020년 6월 기준)에 해당하고 있었다. 일회용품 사용 규제를 적용한 지자체는 10개에 불과했다.

코로나 확산 열 달을 보내고 나서야 환경부는 '거리 두기 단계별 1회용품 사용규제 적용방안'을 제안했다. 1단계에서는 일회용품 사용규제가 유지돼 개인 컵, 다회용 컵 등 다회용기를 사용토록 했다. 다회용기 사용이 원칙인 1.5~2.5단계에서도 고객이 요구하면 일회용품을 제공하도록 했다.

3단계에서는 각 지방자치단체장이 일회용품 제공을 허용하거나 사용규제를 제외할 수 있게 판단하도록 했다. 그러나 코로나 확산으로 거리 두기 2.5단계(지역별로 차이가 있음)가 유지 중이며, 일회용품은 우리 일상에 다시 물들고 있다. 

일회용품은 코로나로부터 안전한가 
 

감염 초기 바이러스의 감염 경로와 확산에 대해 정확한 정보가 없다 보니 마스크 사용에 있어 시민들은 혼란스러워했다. KF94만이 감염을 차단할 수 있다며 해당 마스크의 가격이 천정부지로 뛰기도 했다. 질병관리청(아래 질병청)에서 일회용 마스크나 면마스크 사용도 가능하다는 지침이 발표되면서 일단락되었다. 

질병청이 밝힌 코로나의 전염 경로는 사람에서 사람으로 전파되며 호흡기 비말이 호흡기에 직접 닿거나 비말이 묻은 손 또는 물건을 만진 뒤 눈, 코, 입을 만질 때이다. 코로나 감염은 호흡기를 통해 전파되므로 마스크 착용을 의무화 한 것이고, 호흡기에 닿은 손을 통해 전파될 수 있기에 손 씻기를 자주 하라는 지침이 감염대책의 핵심이다.

더욱이 최근 5인 이상 집합금지나 영업 제한은 밀폐되고 밀집된 환경에서 다수의 사람으로 전파를 막기 위한 방법이다. 

질병청 홈페이지에서는 '바이러스가 있는 음식의 포장 용기 표면이나 물체를 만진 후 자신의 입, 코 또는 눈을 만지면 코로나에 걸릴 수 있지만, 물체의 표면에서 이러한 코로나바이러스의 생존력이 높지 않기 때문에 식품이나 포장 용기를 통해 확산될 위험은 매우 낮습니다'라고 안내되어 있다. 

식품 용기나 포장 용기로 인한 확산위험이 낮음에도 일회용 용기를 선호하는 것은 용기에 접촉한 손으로 인한 감염을 우려한 것일까. 카페에서 일회용 컵을 사용하는 것이 더 안전하다고 생각하는 경우가 많은데, 실제 더 안전하다면 식당 등에서 이용하는 많은 용기가 일회용 용기가 되어야 하는데 일회용 용기를 사용하는 식당은 거의 없지 않은가.

그동안 카페에서 일회용컵을 사용해왔던 익숙함, 편리함의 문화의 영향인지는 아닌지 생각해볼 필요가 있다.   

우리가 마주한 기후위기 그리고 쓰레기 대란   
 

최근 전 세계에 유례없는 폭설, 장마, 산불 등이 빈번해지면서 기후위기의 심각성을 더욱 체감하고 있다. 지난해 8월 수십 일간 이어진 장마를 두고 시민들은 '이 비의 이름은 장마가 아니고 기후 위기입니다'라고 이야기했다.

기상청은 '2020년을 따뜻한 겨울, 역대 최장 장마와 집중호우, 많은 태풍 등 기후변화가 이상기상으로 나타난다는 것을 확인한 해였고, 전 세계가 기후위기 시대에 접어들었다'고 평가했다. 

대부분의 플라스틱은 화석연료로 만들어진다. 플라스틱 사용이 늘면서 더 많은 화석연료가 사용될 뿐 아니라 폐플라스틱 처리에도 자원과 에너지가 소비된다. 대량생산, 대량소비가 남긴 쓰레기로 인한 환경오염 문제는 새로운 문제가 아니다. 전 세계는 플라스틱 오염에 처해 각국의 폐기물 수입금지 조치를 내리기 시작했고, 일회용품 규제를 강화하기 시작했다.

늘어난 쓰레기들이 제대로 처리되지 못해 산처럼 쌓여 방치되고, 쓰레기의 최종처리를 위한 매립지, 소각장의 입지갈등 문제는 점점 더 많은 지역에서 발생하고 있다. 급격한 기후변화의 시대에 코로나가 확산되고 있고 일상에서는 쓰레기에 뒤덮여 살고 있다. 
 
산처럼 쌓인 플라스틱 쓰레기들. 코로나19이후 플라스틱 쓰레기가 급증했다.
 산처럼 쌓인 플라스틱 쓰레기들. 코로나19이후 플라스틱 쓰레기가 급증했다.
ⓒ 녹색연합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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코로나 이후 탈플라스틱의 삶 가능할까

코로나 시대, 야생동물의 서식지 훼손이 어떤 결과를 가져오는지 우리는 경험하고 있다. 전 세계적으로 산업뿐 아니라 정치, 경제, 문화에 이르기까지 일상 시민들의 삶에 큰 영향을 준 코로나. '백신과 치료제가 개발되고 있으니 괜찮아지겠지'라며 위안 삼아볼지도 모른다. 곧 과거의 일상으로 돌아갈 수 있다고 생각할지도 모른다.

우리는 삶의 전환의 기로에 놓여 있다. 우리는 지난 1년간 코로나 확산으로 유례없는 일상을 경험했다. 정치, 경제, 교육, 복지 분야뿐 아니라 우리의 일상이 그러하다. 근무 형태의 변화, 영업 금지 조치, 온라인 교육 등 방역을 위한 과감한 정책 결정으로 초유의 경험을 하고 있다.
  
우리는 알고 있다. 플라스틱의 편리함으로 플라스틱 사회가 되었듯 코로나 문제가 해결되더라도 한번 쓰고 버리는 사회에 익숙해진 우리의 습관은 달라지지 않을 것이라는 걸. 

쓰레기 문제는 처리의 문제가 아니다. 발생부터 줄여야 쓰레기 문제를 해결 할 수 있다. 한번 쓰고 버리는 것이 아니라 여러 번 사용할 수 있는 조건을 마련하는 것을 최우선 해야 한다. 기업들은 생산·유통·판매 등 제품이 만들어지고 유통된 후 폐기처리 될 때까지의 전 과정을 친환경적으로 고려해 제품을 만들어야 한다. 

대량 생산, 대량 소비 시스템을 유지하는 삶의 방식이 달라지지 않는다면, 한번 쓰고 버리는 것이 익숙한 일상이 계속된다면, 우리는 쓰레기 대란을 반복해서 경험할지 모른다. 쓰레기 대란에 그치지 않고 급변하는 기후위기로 인한 영향을 피하지 못할지 모른다. 당장 코로나 확산은 막아도 또 다른 코로나의 확산은 막지 못할지 모른다.

코로나와 함께 보낸 일 년 동안 우리는 무엇을 배우고 어떻게 달라져야 하는지 충분히 알고 있을까. 2021년 4월, 보궐선거가 진행된다. 이번 선거에서도 비닐장갑을 끼고 투표해야 할까? 카페 내 일회용컵 사용은 과연 바이러스 확산을 막기 위해 꼭 필요했던 것일까?  

플라스틱 문제를 들여다볼수록 답은 더 명확해진다. 플라스틱 문제를 해결하려면 플라스틱 문명이라 할 만큼 익숙한 플라스틱을 줄이는 수밖에 없다.

덧붙이는 글 | 녹색연합 홈페이지에도 게재할 예정입니다.


태그:#코로나19, #플라스틱, #쓰레기대란, #탈플라스틱, #일회용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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