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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8년 7월부터 2020년 8월까지 2년이라는 짧은 시간, 미국 애리조나라는 제한된 지역에서 경험한 내용을 기록한 것이다.[기자말]
2016년 개봉한 미국 뮤지컬 영화 <라라랜드(La La Land)>는 어느덧 로스앤젤레스(LA)의 별칭이 되었다. LA를 배경으로 남녀 간의 사랑을 아름답게 표현했기 때문이다. 라라랜드란 사전적 의미로는 현실과 동떨어진 상태를 일컫는다. 지나친 꿈과 환상에 사로잡혀 있다는 것이다. 어느 도시나 환상을 쏙 빼면 그 현실이 보인다.

환상이 깨졌다. LA 도심을 처음 방문했을 때 말이다. 나의 머릿속엔 LA라는 단어는 항상 '따뜻한 햇볕', '친절한 사람들' 그리고 '깨끗한 거리'라는 긍정적 이미지로 연결되어 있었다. 그래서인지 LA 첫인상이 나에게 주는 충격은 매우 컸다.

자동차는 경적을 사납게 울려댔고, 교통체증은 끔찍했다. 상점 창과 문에는 삭막한 쇠창살이 있었다. 무엇보다 충격적이었던 것은 다리 밑, 공원 속 그늘진 곳에 즐비한 텐트촌이었다. 거기엔 꽤 많은 노숙인(Homeless)이 거주하고 있었다. 

노숙인을 유혹하는 캘리포니아 햇살
 
노숙인을 유혹하는 캘리포니아 햇살
▲ 미국 노숙인 노숙인을 유혹하는 캘리포니아 햇살
ⓒ pixabay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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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국 주택도시개발부(The United States Department of Housing and Urban Development)는 노숙인을 '사람이 거주하기 위한 장소가 아닌 곳에서 잠을 자거나, 보호시설에서 생활하는 사람'으로 정의하고 있다. 즉, 미국에서는 노숙인을 크게 두 가지 범주로 구분한다.

보호시설을 숙소로 이용하는 '쉼터 노숙인(Sheltered Homeless)'과 길거리에서 생활하는 '비보호 노숙인(Unsheltered Homeless)'이다. 미국 주택도시개발부(HUD) 통계에 따르면, 2019년 기준 미국 전체 노숙인은 약 57만명이다. 그중 63%가 쉼터 노숙인이다.

LA에 오니 길거리에서 잠을 자는 비보호 노숙인이 눈에 많이 띈다. 왜 그럴까? 만약에 당신이 노숙인이라고 가정해보자. 어느 도시로 가서 거주할 것인가? 길거리 노숙인이 거처를 정하기 위해 고려해야 할 요소들이 많다. 주(State)의 물가, 복지정책 등이 있다. 가장 중요한 건 온화한 날씨일 것이다.

누구도 낮 최고기온 48도까지 치솟는 애리조나(Arizona) 사막 도시에서 노숙하고 싶지 않을 것이다. 똑같은 이유로 춥기로 유명한 미네소타(Minnesota), 알래스카(Alaska) 또한 피하고 싶을 것이다. 캘리포니아의 따뜻한 햇볕이 미국 노숙인들에게 손짓하고 있다. 비보호 노숙인 절반 이상(약 53%)이 캘리포니아에 거주하고 있다.

산업 통계 전문업체 스태티스타(Statista)에 따르면, 노숙인이 많은 10개 도시 중 6개 (▶Los Angeles ▶San Jose/Santa Clara ▶San Diego ▶San Francisco ▶Oakland, Berkeley ▶Santa Ana, Anaheim)가 캘리포니아에 있다. 노숙인이 가장 많은 도시는 단연 뉴욕이다. 약 7만8000명의 노숙인이 살고 있다. 그러나 뉴욕의 노숙인은 LA와는 성격이 다르다.

뉴욕 노숙인의 대부분(약 96%)은 보호시설에서 잠을 자는 쉼터 노숙인이다. 뉴욕을 포함한 매사추세츠(Massachusetts), 워싱턴 D.C.(District of Columbia)는 노숙인에게 의무적으로 쉼터를 제공해야 하는 '쉼터 권리' 법을 제정했기 때문이다.

한편, 캘리포니아 노숙인의 70% 이상은 길거리에서 생활하는 비보호 노숙인이다. 캘리포니아에 가면 유독 노숙인이 많이 보이는 이유다.

신통방통한 미국 노숙인 통계

노숙은 정적인 상태가 아니다. 어제는 노숙인이었지만, 오늘은 아닐 수 있기 때문이다. 따라서 그 특성상 그 수를 정확하게 통계하기 쉽지 않다. 게다가 노숙인들은 공개적으로 자신들을 노출하려 하지 않는다. 따라서 행정상 노숙인을 구분하는 건 더더욱 쉽지 않다.

이러한 노숙인의 수를 해마다 통계 내는 미국을 보면 참으로 신통방통하다. 전국에 분포된 노숙인의 숫자를 일의 자리까지 맞춰 집계하고 있다. 그뿐만 아니라 성별, 인종, 지역, 가족 상태 등까지 세부적으로 구분하고 있다. 미국은 어떤 방법을 이용해 노숙인 수를 집계할까?

미국에서 널리 사용되는 통계 방법은 일시 집계 조사(PIT, Point in time count)이다. 특정 시점을 기준으로 노숙인 수를 측정한다. 특정 기간 조사원이 투입되어 노숙인를 찾아다니며 집계한다. 매년 1월이 되면 방송 매체 또는 여러 SNS 통해 자원봉사자를 모집한다. 자원봉사자는 통계 조사를 위해 길거리, 공원 등에 거주하는 노숙인을 찾아다닌다.

조사원이 직접 찾아다니다 보니 통계에서 빠지는 노숙인이 필연적으로 발생한다. 노숙인 조사는 매년 1월에 이루어진다. 이 시기는 가장 춥다. 따뜻한 은신처를 찾아 숨어든 노숙인까지 찾아내기는 쉽지 않다. 추운 겨울 일시적으로 사라져 통계에 빠진 노숙인은 따뜻해지면 다시 길거리로 나온다.

미국 주택도시개발부(HUD) 통계에 따르면, 2019년 1월 미국 노숙인는 56만7715명이다. 미국인 1만 명 중 17명이 노숙인인 셈이다. 노숙인은 2017년부터 3년째 증가세다. 노숙인의 62.8%가 보호시설을 이용하고 있다. 나머지 37.2%는 길거리, 기차역 등에서 생활하는 비보호 노숙인이다. 성별로 보면 남성이 노숙인의 60% 정도를 차지한다.

인종 간의 불균형도 드러난다. 노숙 종식을 위한 국민연대(The National Alliance to End Homelessness)가 지난해에 발간한 보고서에 따르면, 태평양 섬 주민(Pacific Islander)과 아메리카 원주민의 1만 명당 노숙인 비율은 160명과 66명이다. 평균보다 매우 높은 숫자이다. 노숙인 비율이 낮은 인종은 아시아인과 백인이다. 각각 4.1명과 11.5명이다.

미국 민낯을 보여주는 노숙인

노숙인이 증가하는 가장 큰 원인은 당연히 경제적인 문제이다. 집값과 물가는 치솟는데 임금은 그만큼 늘지 않기 때문이다. 미국 노동통계국(The Bureau of Labor Statistics) 발표에 따르면 2020년 4월 실업률은 14.7%를 기록했다. 1948년 월별 통계 발표 후 사상 최고치다.

미국에서 월세 형태로 주거하는 사람 25% 이상이 자신의 소득 절반 이상을 집주인에게 지불하고 있다. 이들 가운데 75% 이상이 월세를 내고 난 후 다른 청구 요금을 지불하지 못한다는 연구 결과가 있다. 빈곤의 악순환은 이렇게 시작된다.

노숙 종식을 위한 국민연대(The National Alliance to End Homelessness)는 가구 소득에서 월세가 차지하는 비중이 32% 넘어가면 그 지역에서 노숙인은 급격히 증가한다는 연구 결과를 발표했다.

미국 노숙인의 증가 원인을 한 가지로 꼽을 수 없다. 사회 구조적 문제와 개인적인 원인이 복잡하게 얽혀 있기 때문이다. 사회 구조적 문제로는 저렴한 주택 부족, 의료 보험의 미비, 실업률 증가 등이 있다. 개인적 원인으로는 가정 폭력, 정신 질환, 마약과 알코올 의존 등이 있겠다. 이러한 원인을 캐내다 보면 미국의 민낯이 그대로 드러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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