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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토익만점에 중국어 능력시험 최상위 급수 획득. 킥복싱, 유도, 주짓수 포함 종합 무술 15단 실력 갖춘 박선우 소방교 모습
 토익만점에 중국어 능력시험 최상위 급수 획득. 킥복싱, 유도, 주짓수 포함 종합 무술 15단 실력 갖춘 박선우 소방교 모습
ⓒ 오문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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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상을 살다 보면 대화 상대자의 예상치 못한 스펙에 깜짝 놀랄 때가 있다. 그의 스펙을 알고 나서 신선한 감동을 받거나 자극을 받기도 한다. 지난 20일 지인으로부터 미담 사례가 있다는 제보를 받고 여수소방서 여서 119안전센터(센터장 하태성)를 방문해 박선우 소방교를 만나 자세한 정황을 들었다. 그가 들려준 상황은 아래와 같다.

18일(월) 오전 05시 40분경 행인 한 명이 여수시 소재 좌수영초등학교 인근 인도에 쓰러져 있다는 신고가 들어왔다. 긴급 출동해 현장에 도착해 보니 경찰관이 먼저 도착해 보호하고 있었다. 응급처치를 하고 환자를 구급차에 태우려던 찰나에 경찰관이 박선우 소방교에게 물었다.

"혹시 중국어 통역이 가능합니까? 환자가 중국인인 것 같은데…"
"아! 예! 조금 합니다."


박선우 소방교는 한국말을 조금밖에 할 줄 모르는 환자와 대화를 하며 119구급대가 반드시 해야 할 조치를 실행했다.
  
 박선우 소방교의 현장 출동모습
 박선우 소방교의 현장 출동모습
ⓒ 오문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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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본 인적사항 확인, 코로나 질환 유무 파악, 최근 중국 방문 여부 파악, 기저 질환 유무, 쓰러지게 된 상황 진술... 중국인 50대 여성은 한국 남자와 결혼해 여수에 살고 있었다. 여수시 인근 종합병원 응급실로 환자를 이송한 박선우 소방교의 일은 아직도 끝나지 않았다. 응급실에서도 의사와 간호사의 문진에 통역을 해야 했기 때문이다.

박선우 소방교의 도움을 받은 환자는 무사히 퇴원할 수 있었고 서울에 사는 환자의 보호자로부터 "사례를 하고 싶다"는 전화를 받기까지 했다. 하지만 거절했다고 한다. "소방관으로서 당연히 해야 할 일을 했기 때문"이란다. 소방서로 돌아오던 길에 동행했던 소방관은 "병원 의사와 간호사들이 중국어로 대화가 가능한 소방관을 보고 놀란 눈치더라"고 전해줬다.

HSK는 제1언어가 중국어가 아닌 사람의 중국어능력을 평가하기 위해 만들어진 중국 정부 유일의 국제 중국어능력 표준화 고시로 생활∙학습∙업무 등 실생활에서의 중국어 운용능력을 중점적으로 평가하며, 현재 세계 112개 국가, 860개 지역에서 시행되고 있다.

6급은 HSK급수 시험 중 최상위 그룹에 속한다. 따라서 그가 필자에게 "중국어를 조금 한다"는 말은 겸손한 표현이다. 내친김에 그에게 "대학 시절에 학생들이 가장 중점을 두고 공부하는 외국어는 영어인데 왜 하필 중국어냐?"고 묻자 돌아오는 답이 신기했다. 그는 "토익 만점을 받았습니다"라고 대답했다. 영어교사 출신인 필자는 깜짝 놀랐다.

대학 시절 그의 전공은 화학이다. 기업체 취업 준비를 하던 중 영어 공부가 좋아 집중적으로 노력해 토익 시험에 응시해 만점인 990점을 획득했다. 학창 시절부터 한자를 너무 좋아했던 그는 독학으로 중국어 공부를 해 HSK급수 시험에서 최고급수를 획득했다. 뿐만 아니다. 현재는 일본어를 독학으로 공부 중이다.
  
 2018년 '충주 세계 소방관 경기대회'에 참가한 각국대표단들이 기념촬영했다. 박선우 소방교는 참석자들을 위해 동시통역을 담당했다.
 2018년 "충주 세계 소방관 경기대회"에 참가한 각국대표단들이 기념촬영했다. 박선우 소방교는 참석자들을 위해 동시통역을 담당했다.
ⓒ 박선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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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2019년 광주에서 열린 '광주세계수영대회'에서 중국어 통역을 맡아 기념촬영했다
 2019년 광주에서 열린 "광주세계수영대회"에서 중국어 통역을 맡아 기념촬영했다
ⓒ 박선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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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가 열심히 공부한 외국어가 빛을 발할 기회가 왔다. 2018년 '충주 세계 소방관 경기대회'에서 동시통역을 담당했고 2019년 광주세계수영선수권 대회 중국어 통역을 담당했었다.

무엇보다도 소방청 기획조정실 국제협력계 연락을 받고 소방청 지원 근무를 하면서 국제 세미나 및 영어번역 및 통역 업무를 맡아 대한민국 소방을 알리는 데 일조하기도 했다. 운동을 좋아해 킥복싱과 유도 등 아마추어 지역대회 우승 경험도 있다.
  
 군시절 UDT(해군특수전여단)에 근무할 당시 촬영한 박선우 소방교 모습
 군시절 UDT(해군특수전여단)에 근무할 당시 촬영한 박선우 소방교 모습
ⓒ 박선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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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의 이메일 주소 첫머리에는 'UDT'라는 단어가 새겨져 있다. "왜 이메일 주소 첫머리가 'UDT'인가?" 묻자 "바닷가가 고향이라서 어렸을 때부터 바다 수영에는 자신이 있었습니다"라고 말한 그의 고향은 여수반도 끝자락에 있는 조그만 섬 안도 서고지다. 그의 군 시절 경력은 UDT(해군특수전여단) 제대이다.

그는 비번날이면 가끔 여수에서 향일암까지 달린다. 30여 킬로미터 거리를 쉬지 않고 달릴 수 있는 그의 체력이나 격투기 경력을 보면 완력을 쓰는 우락부락한 남자처럼 여길 것 같지만 순하디 순한 모습에 정감이 더 갔다.

옆에 있던 김철 팀장이 박선우 소방교가 첫발령 받아 소방서에 부임했을 때 했던 대화를 들려줬다.

"자네는 어떤 소방관이 되고 싶은가?"
"소방관 중에서 영어를 제일 잘하는 소방관이 되고 싶습니다. 선배님들처럼 화재 현장이나 장비에 대해서는 잘 몰라 배워야겠지만 언어적인 면에서 소방에 일조하겠습니다."


선배들로부터 "인간성이 너무 좋다"는 평가를 받는 박선우 소방교는 부부 소방관이다. 화학을 전공한 전은지(박선우 부인) 소방관은 여수시 중흥동 소재 여수소방서 화학구조대에서 근무 중이지만 현재 육아 휴직 중이다. 박선우 소방교에게 몇 가지 궁금한 점이 있어 질문했더니 다음과 같은 답변이 돌아왔다.
    
 2019년 신혼여행으로 미국을 방문했을 때 LA소방서 관계자와 기념촬영한 박선우 소방교 모습. 2018년 충주 세계 소방관 경기대회에 참석했던 미국소방 관계자의 초청을 받아 LA 소방서를 견학해 그들과 대화를 나눴다.
 2019년 신혼여행으로 미국을 방문했을 때 LA소방서 관계자와 기념촬영한 박선우 소방교 모습. 2018년 충주 세계 소방관 경기대회에 참석했던 미국소방 관계자의 초청을 받아 LA 소방서를 견학해 그들과 대화를 나눴다.
ⓒ 박선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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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2001년 미국 뉴욕의 세계 무역 센터에서 발생한 9.11 테러로 인한 사상자 2977명 중 412명이 뉴욕시의 응급구조원이었습니다. 뿐만 아니라 한국에서도 소방관들의 업무는 위험에 노출되어 있습니다. 언어면에 뛰어난 능력이 있는데도 불구하고 이렇게 힘들고 어려운 일에 뛰어든 이유는 무엇인가요?
"어릴 적 소방서를 견학 할 때마다 저도 모르게 가슴이 뛰었습니다. 불길을 뚫고 사람을 구해 나오는 한 소방관의 모습에 '저거다!'라는 생각이 들었고 제 마음을 빼앗긴 것 같습니다. 때때로 언제 다칠지 모른다는 우려도 있지만 사람의 생명을 구하는 일을 하고 있다는 숭고함이 제가 소방관이 된 이유입니다. 부모님께서 소방관인 저를 자랑스러워하는 모습을 보면 너무나 기쁩니다."

- 아직 경력이 짧은(5년) 소방관이지만 소방장비나 소방시스템에서 개선해야 할 사항은 무엇이라고 생각합니까?
"국가직 전환으로 소방은 유례없는 발전을 거듭하고 있습니다. 하지만 아직까지 지역적 색깔이 남아 있어 장비 및 시스템이 일원화되지 못하는 부분이 있는 것 같습니다.

예전 미국 LA소방서를 견학했을 때 세계 최고라는 미국 소방을 보면서 가슴이 뭉클했습니다. 물론 장비나 시스템에서 최고이지만 무엇보다도 그들이 소방관으로 느끼는 자부심 그리고 미국 시민들이 소방관을 영웅처럼 바라보는 모습을 보면서 많이 부러웠습니다. 대한민국 소방도 그렇게 될 수 있도록 소방관들도 자부심을 가지고 묵묵히 그 길을 걸어가면 좋겠습니다."
 부부소방관인 박선우 전은지 부부가 정장을 입고 기념촬영했다.
 부부소방관인 박선우 전은지 부부가 정장을 입고 기념촬영했다.
ⓒ 박선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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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부부가 소방관이면 좋을 때도 있지만 불편할 때도 있을텐데요? 부부소방관의 장점과 단점을 말해주세요. 
"부부소방관은 단점보다는 장점이 더 많은 것 같습니다. 예를 들면 출동이 많아서 피곤할 때 비번인 날 낮부터 잠을 자도 서로 이해할 수 있어서 좋습니다. 만약 둘 중 한 명이 다른 직업이었다면 이해하지 못하는 서운함이 있었을 것 같아요. 단점이라고 하면 같은 직업이라 금전적 부분을 다 알고 있으니까 때때로 비상금을 만들고 싶은데 그게 잘 안되는 게 조금 불편합니다."

- 현장 출동을 하다보면 시민들의 협조가 절실히 필요할 때가 있을텐데 시민들에게 부탁하고 싶은 얘기는?
"재난 현장은 인간의 체력으로 극복하기 힘든 험난한 상황과 생명의 위협을 받으며 생명과 사투를 벌여야 합니다. 구급 출동 또한 마찬가지입니다. 그만큼 소방차 도착 시간은 인명구조 골든타임과도 직결되는 중요한 문제입니다. 호미로 막을 것을 가래로 막는다는 말처럼 대형화재 및 구급활동 때마다 피해를 키운 대표적인 원인은 바로 불법주차였습니다.

얼마나 신속하게 초기 대응을 하느냐에 따라 피해 규모와 생존 확률이 확연히 달라질 수 있는데요. 먼저 응급 환자의 경우 심폐소생술을 비롯한 응급 처치를 4분 이내, 또한 화재를 포함한 구조 상황의 경우 5분 이내에 초동 조치가 이루어지면 대형 참사를 막을 수 있습니다. 대한민국 국민의 생명을 지킬 골든타임을 사수할 수 있도록 도움을 주면 감사하겠습니다."

"마지막으로 할 말이 없냐?"고 묻자, "소방관들의 염원이던 국가직 전환을 이루게 해준 분들께 감사드리며, 소방관으로서 자부심을 갖도록 도와주신 직원분들께 감사드립니다"라고 말했다. 그를 생각하며 집으로 돌아오는 발걸음이 가벼웠다.

덧붙이는 글 | 여수넷통뉴스에도 송고합니다


태그:#박선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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