LG가 2021년을 이끌어 갈 코칭스태프 구성을 완료했다.

LG트윈스 구단은 23일 보도자료를 통해 올 시즌 류지현 감독 체제에서 선수들을 지도할 코칭스태프를 발표했다. LG는 김동수 수석코치를 중심으로 이병규,임훈 코치가 1군 타격코치, 김광삼,경헌호 코치가 1군 투수코치, 김호 코치가 주루 및 외야수비코치에 임명됐다. 이 밖에 김정민 코치가 배터리 코치를 맡고 2019년 류현진(토론토 블루제이스)의 전담 트레이너로 활약했던 김용일 코치는 작년에 이어 1군 트레이닝을 총괄한다.

올해 LG의 코칭스태프 중 눈 여겨 볼 부분은 현역 시절 LG에서 선수 생활을 한 적이 없는 이종범 코치가 1군 작전코치, 김민호 코치가 1군 수비코치로 새롭게 합류했다는 사실이다. 공교롭게도 이종범,김민호 코치와 류지현 감독은 90년대 KBO리그 최고 유격수로 군림했던 선수들이다. 현역 시절에는 각기 다른 팀에서 최고가 되기 위해 경쟁했던 유격수들이 2021년 LG의 한국시리즈 우승을 위해 지도자로 뭉친 셈이다.

유격수 활약 5년 동안 골든글러브 4회 수상
 
 아버지의 이종범 해설위원의 은퇴식 당시 KIA의 유니폼을 입었던 이정후(출처: XTM 중계화면 캡처)

이종범 ⓒ XTM

 
사실 한국야구 역사에 남을 슈퍼스타 이종범 코치는 프로에서 16년 간 활약하는 동안 유격수로 활약한 기간은 5년에 불과하다. 그나마 1995년엔 방위복무 때문에 시즌 절반을 날리며 63경기 출전에 그쳤다. 그럼에도 이종범 코치는 1995년을 제외한 나머지 4번의 시즌에서 압도적인 활약으로 4개의 유격수 부문 골든글러브를 휩쓸었다. 유격수로 활약한 기간이 짧았음에도 역대 최고 유격수를 논할 때 이종범 코치가 빠지지 않고 등장하는 이유다.

이종범 코치는 유격수로 활약한 5년 동안 3번의 도루왕과 두 번의 한국시리즈 MVP, 1번의 정규리그 MVP에 선정되며 그야말로 리그를 지배했다. 타격 4관왕에 오르며 4할 타율에 도전했던 1994시즌도 대단했지만 전대미문의 '30홈런60도루'클럽에 가입하며 해태 타이거즈의 마지막 한국시리즈 우승을 이끌었던 1997 시즌의 활약도 눈부셨다. 실제로 이종범 코치는 1997 시즌을 끝으로 KBO리그에서 '명예졸업'하고 일본으로 진출했다.

하지만 '지도자' 이종범의 행보는 화려했던 현역 시절에 비하면 다소 초라해 보이는 게 사실이다. 2012년 현역 생활을 마친 이종범 코치는 해태 시절의 스승 김응용 감독을 따라 한화 이글스의 주루코치에 부임했지만 외국인 선수 펠릭스 피에와의 '거수경례 세리머니'를 제외하면 인상적인 업적을 남기지 못했다. 2019년에는 LG의 2군 총괄코치가 됐지만 2019년에는 2018년의 이천웅이나 2020년의 홍창기 같은 깜짝스타가 등장하지 않았다.

작년 시즌 주니치 드래곤즈에서 코치 연수를 받은 이종범 코치는 작년 9월 무사히 일정을 마치고 복귀해 올 시즌 LG의 작전코치로 선수들을 지도할 예정이다. LG는 작년 팀 도루 7위(83개)에 머물렀을 만큼 기동력이 썩 좋은 팀이 아니었다. KBO리그 역사상 두 번째로 많은 도루(510개)를 기록했던 이종범 코치가 LG에서 자신의 뒤를 이을 준족을 발굴하게 될지 주목된다.

'비운의 2인자' 그래도 감독은 가장 먼저
 
 LG 사령탑 취임 후 첫 시즌을 맞이하는 류지현 감독

류지현 감독 ⓒ LG 트윈스

 
야구팬들은 류지현 감독을 '비운의 선수'라고 부른다. 김재박과 류중일에 이어 한국의 천재 유격수 계보를 잇는 선수가 될 재능과 실력을 갖추고 있었음에도 이종범이라는 '격이 다른 괴물'을 만나 언제나 2인자에 머물렀기 때문이다. 실제로 류지현 감독은 프로 입단 후 뛰어난 활약에도 이종범 코치에 밀려 4년 동안 한 번도 골든글러브 수상을 넘보지 못했다(공교롭게도 류지현 감독과 이종범 코치는 군복무 시기마저 같았다).

하지만 1997 시즌이 끝난 후 이종범 코치가 일본으로 진출하면서 류지현 감독에게도 짧지만 화려한 봄날이 찾아왔다. 1998년 타율 .277 12홈런61타점94득점40도루로 드디어 생애 첫 황금장갑을 차지한 류지현 감독은 1999년에도 타율 .303 11홈런45타점67득점으로 2년 연속 골든글러브를 수상했다. 비록 잦은 부상으로 은퇴시기가 상대적으로 빨랐지만 두 번의 골든글러브는 1994년 한국시리즈 우승과 함께 류지현 감독의 최대 자랑거리가 됐다.

류지현 감독이 또 하나 자랑스럽게 내세울 수 있는 업적 중 하나는 1994년 프로 입단부터 코치 생활, 그리고 감독이 될 때까지 단 한 번도 LG를 떠난 적이 없는 LG의 '성골'이라는 점이다. 심지어 류지현 감독은 2005년 LG의 코치가 된 이후부터 감독에 선임될 때까지 한 번도 2군으로 밀려난 적도 없었다. 그만큼 동료 코칭스태프와 선수들, 경영진에게 얻은 신뢰가 두터웠다는 뜻이다.

류지현 감독은 작년 11월 류중일 감독의 후임으로 LG의 새로운 사령탑에 선임됐다. LG는 최근 2년 연속 가을야구에 진출하며 강 팀 반열에 올라서고 있지만 현실은 류지현 감독이 신인이던 1994년 이후 27년 동안 한국시리즈 우승을 차지하지 못한 팀이기도 하다. 박용택까지 은퇴하면서 이제는 팀 내 LG 소속으로 한국시리즈를 경험해 본 선수도 없다. 과연 류지현 감독은 LG를 우승으로 이끌어야 한다는 큰 부담감과의 대결에서 승리할 수 있을까.

장남 잃은 슬픔 극복하고 7년 만에 LG 컴백
 
때는 1995년, 1994년 정규리그 MVP 이종범 코치와 신인왕 류지현 감독이 나란히 방위병으로 군에 입대했다. 두 천재 유격수가 시즌의 절반 밖에 소화하지 못했던 그 해, 최고 유격수를 향한 나머지 선수들의 치열한 경쟁이 시작됐다. 그리고 그 복잡했던 혼란의 시즌에서 OB 베어스를 한국시리즈 우승으로 이끌며 1995년 유격수 부문 골든글러브를 차지한 선수가 바로 이번에 LG의 새 수비코치로 부임한 김민호 코치다.

고교 시절부터 '초고교급 스타'로 불리던 이종범 코치,류지현 감독과 달리 김민호 코치는 계명대 졸업 후 프로 지명을 받지 못하고 1993년 OB에 육성선수로 입단했을 만큼 무명선수였다. 하지만 입단 첫 해부터 주전 유격수로 성장한 김민호 코치는 3년 차 시즌이었던 1995년 타율 .288 79득점47도루 뛰어난 활약을 펼쳤다. 특히 롯데 자이언츠와의 한국시리즈에서는 7경기에서 12안타5득점6도루를 기록하며 시리즈 MVP에 선정됐다.

하지만 김민호 코치는 이듬 해 이종범 코치, 류지현 감독의 복귀와 잦은 부상으로 1995년의 활약을 재현하지 못했고 2003 시즌이 끝난 후 현역 생활을 마감했다. 2012년까지 두산에서 코치 생활을 이어가던 김민호 코치는 LG와 KIA 타이거즈를 거치며 지도자 생활을 이어가다가 올해 다시 LG의 수비코치로 컴백했다. 2014 시즌이 끝난 후 KIA로 자리를 옮긴 후 약 7년 만의 LG 복귀다.

김민호 코치는 지난 2019년11월 한화의 유망주 투수로 성장하던 장남 김성훈을 사고로 잃었다. 하지만 김민호 코치는 슬픔을 극복하고 2021년 LG의 우승도전에 힘을 보태기로 했다. 김민호 코치는 훈련 시 선수들의 집중력을 높이고 흥미를 더할 수 있도록 놀이를 접목하는 훈련 프로그램을 개발하는 코치로도 유명하다. 만약 김민호 코치의 노력으로 LG 내야의 수비가 향상된다면 LG는 올 시즌 우승에 좀 더 가까워질 수 있을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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