마운트와 대화를 나누는 램파드 감독 프랭크 램파드 감독을 비롯한 전설들이 감독 생활의 위기를 맞았다.

▲ 마운트와 대화를 나누는 램파드 감독 프랭크 램파드 감독을 비롯한 전설들이 감독 생활의 위기를 맞았다. ⓒ 첼시 FC

 
화려했던 선수 시절을 뒤로하고 감독 생활에 도전장을 내민 그들의 수난 시대다. 레전드로서 팀의 전성기를 이끈 그들이지만, 감독으로선 선수 시절과 180도 다른 평가다.

첼시의 프랭크 램파드, 레알 마드리드의 지네딘 지단, 바르셀로나의 로날드 쿠만 그리고 유벤투스의 안드레아 피를로. 이들의 공통점은 선수 시절 화려한 전성기를 보낸 전설이라는 점이다. 여기에 더해 선수로서 자신들이 이끌었던 팀을 현재 감독으로서 이끌고 있다는 공통점도 있다.

그러나 이번 시즌 이들의 감독 생활은 순탄치 않다. 그들이 이끄는 팀이 부진에 빠지면서 모든 책임이 그들에게 향하고 있다.

첼시의 프랭크 램파드 감독은 선수 시절 첼시 역사상 가장 뛰어난 선수였다. '미들라이커'라는 별명답게 미드필더로 뛰면서도 공격수와 같은 득점력을 과시하며 첼시의 전성기를 이끌었다. 지난 시즌 첼시의 감독으로 부임한 램파드는 무영입이라는 우여곡절 끝에 팀을 UEFA(유럽축구연맹) 챔피언스 리그로 이끌었다.

희망과 기대를 품은 이번 시즌, 구단은 램파드를 위해 전폭적인 지원을 했다. 티모 베르너를 비롯해 하킴 지예흐, 티아고 실바, 카이 하베르츠 등 우수한 선수들을 대거 영입했다. 폭풍 영입에 성공한 램파드는 선수로서 차지했던 영광을 감독으로서도 이어가고자 했다.

시즌 초반엔 순조로웠다. 베르너를 필두로 한 공격진과 실바가 주축이 된 수비진은 리그 최고 수준이었다. 성장한 마운트가 이끈 중원도 인상적이었다. 그런데 어느 순간부터 어긋나기 시작했다. 베르너와 하베르츠가 주춤하고, 수비진은 다시 불안해졌다. 크리스천 풀리식, 하킴 지예흐 등 부상자도 속출했다. 11월 중순까지만 하더라도 우승 경쟁을 하던 첼시는 어느덧 중위권까지 순위가 내려갔다. 변화가 필요한 시기지만, 램파드 감독은 이렇다 할 변화를 보이지 않고 있다.

그저 선수들을 하던 대로 배치하고, 한결같은 전술을 들고 나온다. 베르너와 하베르츠의 공존 문제, 중원 조합, 수비 조직력 등 시즌 시작 전부터 우려되던 부분이 아직도 고쳐지지 않고 있다. 계속해서 램파드의 지도력이 의심받고 있는 가운데, 최근 영국 <스카이 스포츠>와 인터뷰에서 "난 바보가 아니다. 최고의 구단을 지도하면서 오는 압박을 알고 있지만, 내 일을 할 뿐이다. (경질설은) 나에게 상관없는 일이다."라고 말하며 경질설을 일축했다.

라리가에선 두 명의 감독이 위기에 빠졌다. 레알 마드리드의 지네딘 지단과 바르셀로나의 로날드 쿠만이 그렇다.

레알 마드리드의 레전드인 지네딘 지단은 레알 마드리드를 이끌면서 그 누구보다 화려한 업적을 남겼다. UEFA 챔피언스 리그 3연패, 리그 우승 2회 등 감독으로서도 레알 마드리드의 자존심을 이어갔다. 그러나 이번 시즌 들어 지단의 지도력에 문제가 생겼다. UCL에서 가까스로 토너먼트 단계에 진출한 데 이어 수페르코파 준결승에서 아틀레틱 빌바오에 패했다. 최근엔 코파 델 레이 32강에서 3부 리그 구단인 알코야노에 패하며 일찌감치 짐을 쌌다. 리그에서도 종종 이변의 희생양이 되며 1위 아틀레티코 마드리드와 격차를 좀처럼 좁히지 못하고 있다.

이번 시즌 지단은 노쇠화된 팀을 제대로 리빌딩하지 못한 대가를 치르고 있다. 여전히 레알 마드리드를 이끌고 있는 선수는 카림 벤제마, 루카 모드리치, 세르히오 라모스 같은 30대 베테랑 선수들이다. 경기력이 한순간에 무너져도 이상하지 않을 나이대의 선수들이다. 그렇다고 팀에 이들을 대체할 젊은 선수들이 없는 것도 아니다.

비니시우스 주니오르, 마르틴 외데고르, 페데리코 발베르데 등 젊고 유능한 선수들이 존재한다. 다만 지단이 젊은 선수들보단 기존의 선수들을 선호하면서 고인 물이 좀처럼 정화되지 않고 있다. 현재 기회를 받지 못한 어린 선수들은 레알 마드리드를 떠나고자 한다. 이미 세르히오 레길론, 루카 요비치, 브라힘 디아즈, 아슈라프 하키미가 팀을 떠난 가운데, 토니 크로스와 루카 모드리치에게 밀린 마르틴 외데고르도 아스날 임대 이적에 가까워졌다.

세대교체를 통한 변화를 추구하는 목소리가 크지만, 지단은 쉽게 변화를 택하지 못하고 있다. 스페인 <마르카>가 진행한 설문조사에서 지단이 팀을 떠나야 한다는 답변이 무려 72%에 달했다. 과거의 영광을 뒤로 한 체 레알 마드리드의 생각과 다른 방식으로 팀을 운영하는 지단의 장래가 좀처럼 밝지 않다.

레알 마드리드의 라이벌인 바르셀로나도 기대 이하의 성적을 기록 중이다. 이번 시즌에 앞서 팀의 레전드 로날드 쿠만이 부임한 바르셀로나는 시즌 초반 중위권까지 순위가 내려가며 1차 위기를 맞이했다. 다행히 리오넬 메시의 활약 덕분에 어느 정도 정상 궤도로 진입했다. 그런데 현재 2차 위기를 맞이했다. 코로나로 인한 재정 악화와 회장 선거로 인한 혼란이다. 현재 바르셀로나는 재정적 여유가 없어 리오넬 메시와 재계약도 불투명하다. 제라르 피케의 부상, 클레망 랑글레의 부진으로 새로운 수비수가 필요하지만, 기껏해야 B팀에서 수비수를 끌어올리는 게 현재 바르셀로나가 할 수 있는 최선의 방법이다.

더군다나 최종 후보 3인 중 한 명인 빅토르 폰트는 구단 레전드 출신인 차비 에르난데스를 감독으로 데려오겠다는 공약을 내세워 쿠만의 미래를 압박하고 있다. 쿠만은 이미 수페르코파 결승전에서 아틀레틱 빌바오에 패하며 트로피를 차지할 기회를 날렸다. 만약 쿠만이 무관으로 끝낸다면, 다음 시즌 바르셀로나의 감독직을 보장받을 수 없다.

마지막으로 수난 시대를 겪고 있는 레전드는 유벤투스의 안드레아 피를로이다. 선수 시절 피를로는 '레지스타'로서 이탈리아 축구를 대표하는 스타 중의 스타였다. 그렇다면 감독으로서 피를로는 어떨까? 안타깝게도 피를로의 유벤투스는 세리에 왕좌를 뺏길 위기에 처했다. 밀란 형제(AC 밀란, 인테르)가 리그에서 절정의 경기력을 보여주는 가운데, 유벤투스는 5위에 머물러있다.

첫 17경기에서 승점 33점을 얻은 건 분명한 성과다. 그러나 피를로가 지도하고 있는 구단이 유벤투스라면 다소 아쉬운 성적이다. 지난 시즌 내내 잡음이 있었던 마우리시오 사리 감독도 첫 17경기에서 승점 42점을 얻었다. 분명 장점은 있다. 유벤투스는 16실점의 나폴리에 이어 18실점으로 인상적인 수비라인을 구축하고 있다. 다닐루, 마타이스 데 리흐트 등을 필두로 한 수비진은 세리에 정상급이다. 특히 기대 이하였던 다닐루가 최고의 활약을 보이는덴 피를로의 3백 전술이 한몫했다.

다만 그 외 부분은 기대 이하다. 단조로운 공격 과정, 확실하지 못한 리더십. 특히 공격력 부분에서 리그 35득점 중 18골을 크리스티아누 호날두(15골 3도움)가 책임질 정도로 호날두 의존증이 심하다. 지난 시즌 리그 MVP를 차지한 디발라가 2골에 그치고 있고, 알바로 모라타도 초반의 득점력을 이어가지 못하면서 피를로 감독의 머릿속이 복잡하다. 최근엔 데얀 쿨루셉스키를 공격수로 기용하며 공격의 창의성을 더하고자 시도했으나, 이마저도 마땅치 않은 상황이다.

감독 생활은 물론이고 코치 생활도 하지 않았던 피를로를 곧바로 감독으로 임명한 구단의 선택이 성급했다는 평이다. 잉글랜드 프리미어 리그부터 이탈리아 세리에 A까지 유럽 각 리그에서 전설들의 감독 수난시대가 이어지는 가운데, 이들의 미래가 어떻게 바뀔지 주목되는 시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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