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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일본자본 철수에 노동자 쫓겨났는데... 우리 정부는 뭐하나" 일본자본인 산켄전기가 창원 마산자유무역지역 내 '한국산연'을 1월 20일자로 폐업한 가운데, 전국금속노동조합 한국산연지회가 이날 '폐업 철회 투쟁'을 다짐했다. 조합원들은 삭발식에 이어 펼침막에 손도장을 찍으면서 투쟁을 다짐했다.
ⓒ 윤성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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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또 잘린다. 우리는 살고 싶다. 우리는 이대로 나갈 수 없다. 기어이 현장으로 돌아갈 것이다. 우리 투쟁은 다시 시작이다."

창원 마산자유무역지역 내 '한국산연' 노동자들이 20일 새로운 다짐을 했다. 일본자본(산켄전기)인 회사는 이날 폐업했다.

전국금속노동조합 한국산연지회(지회장 오해진)는 이날 한국산연 정문 앞에서 "어둠은 빛을 이길 수 없고, 우리는 절대 포기하지 않는다"는 제목으로 '폐업 철회 투쟁'을 다짐했다.

산켄전기는 1973년 이곳에 엘이디 조명기구와 전원을 생산하는 '한국산연'을 설립했고, 각종 세금 감면과 임대료 등 혜택을 받아왔다.

산켄전기는 지난해 7월 한국산연 해산을 결정했고, 노동자 16명은 위로금 지급 퇴직을 거부하며 투쟁하고 있다.

이날 오해진 지회장과 김은형 부지회장이 삭발했고, 조합원들은 펼침막에 손도장을 찍어 투쟁을 다짐했다. 민주노총 경남본부를 비롯한 단체들은 연대하고 있다.

조형래 민주노총 경남본부장은 "이 투쟁은 이제 시작이다. 투쟁은 끝나지 않았다. 오늘 보니 조합원들이 몸자보가 적힌 새 옷을 입었던데, 그만큼 각오를 다지는 것"이라고 했다.

강웅표 금속노조 경남지부 부지부장은 "외국자본이 아무런 대책도 없이 철수하면서 노동자들을 내팽개치고 있다. 노동자의 생존권을 무시하면서 무조건 철수만 한다"고 했다.

강 부지부장은 "그런데 정부는 무엇을 하고 있나. 아무 일도 하지 않고 있다. 노동자들이 외국자본의 철수에 만만하게 당하지 않도록 하기 위해서는 정부가 나서야 한다"며 "세계 노동자들과 연대해서 끈질긴 투쟁을 하겠다"고 했다.

하원오 경남진보연합 대표는 "어제 전국진보연대 대표자회의가 있었고, 한국산연 사태를 다 알고 있더라"며 "한국산연은 노동자 문제만 아니라, 민주노총 문제만 아니다. 경남과 한국의 문제다. 우리 모두가 나서서 대응해야 한다"고 했다.

하 대표는 "한국산연이 폐업해서 이대로 끝날 수 없다. 산켄전기가 국내에 발을 붙이지 못하도록 해야 할 것이다. 국내에 납품하는 기업을 타격하는 투쟁을 전개할 것"이라고 했다.

오해진 지회장은 "오늘이 출근 마지막 날이다. 이제 끝이 아니라 새로운 투쟁의 시작을 결심한다. 지난해 7월부터 190일 넘게 투쟁해 왔다. 싸워서 반드시 이기겠다. 끝까지 투쟁해서 공장으로 돌아갈 것"이라고 했다.

"끝까지 투쟁해서 빛나는 승리 보고 대회 열겠다"
 
전국금속노동조합 한국산연지회는 20일 창원 마산자유무역지역 내 한국산연 출입문 앞에서 '폐업 철회' 기자회견을 열었고, 삭발식을 가졌다.
 전국금속노동조합 한국산연지회는 20일 창원 마산자유무역지역 내 한국산연 출입문 앞에서 "폐업 철회" 기자회견을 열었고, 삭발식을 가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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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국금속노동조합 한국산연지회는 20일 창원 마산자유무역지역 내 한국산연 출입문 앞에서 '폐업 철회' 기자회견을 열었다.
 전국금속노동조합 한국산연지회는 20일 창원 마산자유무역지역 내 한국산연 출입문 앞에서 "폐업 철회" 기자회견을 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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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은형 부지회장은 편지를 통해 "투쟁을 시작한 지 200일이 다가오고 있고 오늘은 우리가 두번째 해고가 되는 날"이라고 했다.

그는 "지난해 7월 9일 산켄전기 홈페이지를 보고 알게 된 한국산연 해산·청산 이사회 결정을 보고 엄청난 충격을 받았다"고 했다.

2016년 투쟁을 설명한 그는 "일본원정투쟁까지 1년 가까이 벌이며 원직 복직했고 앞으로는 노조와 합의 없이 고용에 심각한 문제를 일방적으로 처리 하지 않았으므로 합의했기에 더더욱 황당할 수 밖에 없었다"고 했다.

그는 "처음 투쟁을 하기위해 기자회견을 하고 천막을 치고 투쟁의 방향과 구체적 투쟁 내용을 토론할 때 동지들이 힘들어 하는 모습, 이것 저것이 빨리 처리되지 않는다며 짜증내던 모습들이 엊그제 같은데 벌써 6개월이 되고 해를 넘기며 우리는 제법 단단해졌다"고 했다.

일부 주변의 시선에 대해, 그는 "이길 수 없는 투쟁이며 회사가 없어지면 끝인데 뭘 어떻게 하겠다는 것이냐, 위로금 더 받으려고 하는 것 아니냐며 우려와 안타까운 이야기들이 있었다"고 했다.

그러면서 그는 "노동자의 자존심, 인간의 존엄성마저 짓밟히고도 일본 자본의 악랄한 폭력 앞에 무릎 꿇는 삶을 거부하고 투쟁하는 삶을 선택했다"며 "누가 뭐라도 우리 스스로 결정한 우리의 길을 걷고 또 걸었다"고 했다.

그동안 벌인 갖가지 투쟁과 관련해, 김 부지회장은 "조합원은 일본대사관, 국회, 산켄 한국사무소, 사장, 노동부등 타격 대상은 많은데 조합원이 너무 적어서 조별로 나눠서 투쟁을 하게 되고 그러다 보니 천막 농성조도 여자들만 하게 되는 날도 오게 되었다"고 했다.

이어 "이렇게 크고 넓은 자유무역지역이라는 공장 지대는 밤이 되면 모두 불꺼지고 외국인 노동자들 숙소에만 드문 불이 켜진다"며 "바로 이곳에서 여자 혼자 천막에서 자야 하는 날도 있다"고 덧붙였다.

김은형 부지회장은 "돌아갈 수 있냐고 물으면 끝까지 투쟁하고 투쟁해서 그 끝을 승리로 만들고 싶다고 말하고 싶다"며 "우리의 투쟁은 30년의 동안 이어져 온 외투 자본과의 투쟁에서 반드시 한국노동자를 보호하는 법 제정을 만드는 것이고 반드시 우리가 현장으로 돌아가겠다는 것"이라고 했다.

일본 노동·시민단체들이 '한국산연노조를 지원하는 모임'을 만들어 하고 있는 투쟁을 설명한 김 부지회장은 "일본 국회의원은 일본의 경제성과 후생성에 면담을 하며 한국산연 사태 해결을 위한 지도를 요구 하고 있다. 이에 일본 후생성은 우리가 일본대사관, 영사관들을 매일 항의 투쟁하고 있는 것을 보고 받고 있고 자세하게 파악하려고 한다고 것을 메일로 받아 보았다"고 했다.

그는 "끝까지 투쟁해서 빛나는 승리 보고 대회를 맞이할 준비를 하겠다"고 했다.

지금까지 국회 환경노동위원회 일부 의원과 더불어민주당 경남도의원·창원시의원, 경남도·창원시는 일본측에 '폐업 철회'를 요구하는 의견서를 보내기도 했고, 창원시의회는 '외자기업 한국산연 폐업 중단을 촉구하는 건의문'을 채택해 우리와 일본 정부측에 보냈다.

회사는 그동안 "감당할 수 없는 누적 적자로 대폭의 채무초과의 상태에 빠진 상황에 있으며, 회사를 더 이상 운영할 수 없다"며 "정말로 괴로운 결단이었지만 회사 폐업을 결정할 수 밖에 없었다"고 했다.
 
전국금속노동조합 한국산연지회는 20일 창원 마산자유무역지역 내 한국산연 출입문 앞에서 '폐업 철회' 기자회견을 열었고, 조합원들이 투쟁을 다짐하며 손도장을 찍고 있다.
 전국금속노동조합 한국산연지회는 20일 창원 마산자유무역지역 내 한국산연 출입문 앞에서 "폐업 철회" 기자회견을 열었고, 조합원들이 투쟁을 다짐하며 손도장을 찍고 있다.
ⓒ 윤성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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태그:#산켄전기, #한국산연, #마산자유무역지역, #금속노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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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마이뉴스 부산경남 취재를 맡고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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