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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민이라면 누구나 법안과 의견을 제안할 수 있도록 2020년 1월 도입된 국회 국민동의청원. 실제로 해보니 문턱은 높았습니다. 국민동의청원이 그 이름값을 할 수 있도록 시민단체들이 제도의 문제점을 공론화하고 개선 방안을 제안합니다.[편집자말]
 9일 오후 서울 여의도 국회에서 열린 본회의에서 사회적참사의 진상규명 및 안전사회 건설 등을 위한 특별법(사참법) 개정안이 가결되고 있다. 본회의에서 사참위법이 통과되면서 오는 10일로 활동 종료 예정이었던 사회적참사특별조사위원회 활동 기간이 1년 6개월 더 늘어나게 됐다.
 국회 본회의장 자료사진
ⓒ 공동취재사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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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안반영' 폐기냐, '임기만료' 폐기냐.

2021년 1월 8일 저녁 '중대재해 처벌 등에 관한 법률안(중대재해법)'이 시민사회가 제안한 지 15년만에, 비록 충분치는 않지만, 국회에서 제정되었습니다. 일하다 죽지 않기를 바라는 시민들이 힘을 모아 국민동의청원 성립을 이뤄냈고 (참고로 지난 1년간 30일 이내 10만 명이라는 청원 성립 요건을 충족한 것은 2121건 중 17건, 즉 0.8%에 불과합니다), 그것만으로도 국회를 움직일 수 없기에 곡기를 끊어 생명을 담보로 내놓은 치열한 투쟁의 결실이었습니다. 그리고 <안전한 일터와 사회를 위한 "중대재해기업처벌법" 제정에 관한 청원> 관련 의안정보시스템 페이지에는 '본회의에 부의하지 아니하기로' 했다는 '한 줄'이 추가되었습니다. 

2020년 12월 9일 <4.16세월호참사 진상규명을 위한 '사회적 참사의 진상규명 및 안전사회 건설 등을 위한 특별법' 개정에 관한 청원>도 30일 동안 10만 명이라는 청원 서명을 받기 위한 피나는 노력, 그리고 국회 통과를 위한 치열한 투쟁을 한 결과 해당 청원에는 '대안반영폐기'라는 '한 줄'이 추가되었습니다. 

그리고 1월 19일 현재, 차별금지법을 포함해 '30일 10만 명'이라는 어려운 관문을 넘어 국민동의청원을 성립시킨 9건의 청원안이 그 '한 줄'이 추가되는 날을 앞당기기 위해 대답 없는 국회를 향해 치열한 하루하루를 보내고 있습니다. 국회 임기가 끝나면서 10만 명의 동의가 휴지 조각처럼 되어버리는 '임기만료폐기' 청원이 되지 않기 위해서요. (참고로 20대 국회에서 성립한 국민동의청원 7건 중 5건이 임기만료폐기되었습니다. ▶︎ 참여연대가 발표한 국회 국민동의청원 1년 현황 시트 바로가기)
 
 <출처> 참여연대, <팩트시트_국회 국민동의청원 1년 현황>
 <출처> 참여연대, <팩트시트_국회 국민동의청원 1년 현황>
ⓒ 참여연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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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민동의청원 제도가 도입된 지 1년, '30일 10만' 동의라는 관문까지 도달하지 못한 수많은 청원들도 있었습니다. 2020년 1월 10일부터 2020년 12월 8일까지 총 2121건의 청원이 제출되었고, 이 중 30일 이내 100명 찬성 모으기에 실패해 1912건의 청원이 국민동의청원 사이트에 공개되지도 못한 채 사라졌습니다. 성공한 209건 중 국회 청원심사를 통과하지 못한 청원은 44건이나 됩니다. 이제 본격적으로 30일 이내 10만 명 모으기에 돌입한 청원 165건들 가운데서도 무려 148건이 실패했습니다. 결과적으로 국민동의청원에 접수된 2121건의 청원 중 단 17건만이 청원성립에 성공했지만, 국회 처리/통과라는 최종 목표에 도달하기 위해서는 시간 제한도 없는 미지의 싸움을 시작해야 합니다.  
 
 <출처> 참여연대, <팩트시트_국회 국민동의청원 1년 현황>
 <출처> 참여연대, <팩트시트_국회 국민동의청원 1년 현황>
ⓒ 참여연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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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민동의청원 시행 1년, 시민과 국회의 거리

헌법에 명시된 권리인 청원권을 보다 실질적으로 보장하라는 참여연대를 포함한 시민사회와 학계의 요구 끝에 국회는 전자청원시스템, '국민동의청원' 제도를 도입했습니다. 즉 의원소개를 통한 청원이 제대로 심사되거나 채택되는 사례가 적고, 일반 국민이 의원소개를 받기 어려워 헌법적 권리인 청원권을 제대로 보장하지 못한다는 비판이 커지면서 도입된 것입니다.

그렇다면 실제 국민동의청원이 시행된 지난 1년은 과연 어땠을까요? 

시민들이 중요 의제에 대한 개인적, 집단적 의견을 직접 표명함으로써 국회에 사회적 의제에 대한 중대성, 시의성을 자각시키는 일은 시민의 정치적 표현의 권리를 보장했을 뿐만 아니라 국회입법의 사회적 책임 영역에서도 중대한 의미를 부여하는 시간이었습니다.

비단 시민사회가 요구해온 의제들뿐만 아니라 '텔레그램 n번방' 사건처럼 시민의 사회적 분노가 국민동의청원으로 수렴되고 국회 논의와 처리를 이끌어낸 사례가 대표적입니다. 이 사건과 관련해서는 무려 3건의 청원이 성립되는 놀라운 시민의 응집력을 보여주었습니다. 물론 입법적 성과도 중요한 부분이지만, 사회적으로 중요한 사안에 대해 시민이 국회에 직접 관심을 촉구하고 직접 의견을 표명하고 행동했다는 점에서 의미가 큽니다. 다시 말해 국민동의청원을 통해 중대 사회적 이슈에 대해 국회와 시민의 실시간 소통이 가능하다는 것을 확인할 수 있었습니다.

그러나 시민들의 온 힘을 다해야만 가능했던 국민동의청원을 통한 소통 요구에 비해 국회의 응답은 참으로 처참한 수준이었습니다. 현재 기준(2020.1.19.) 국회가 본회의 불부의든, 대안반영폐기든 어떤 처분을 내린 경우는 단 4건에 불과합니다. 

시민들이 사회적 중요의제에 대해 국회를 대상으로 소통을 시도하는 일이 지속되기 위해서는 국회의 시의성 있고 책임있는 반응이 전제되지 않으면 안됩니다. 우리는 이미 지난 국회에서 소개의원 청원 실태에서 폐기 건수가 증가할수록 국회에 접수되는 청원 건수가 급감한 것을 확인할 수 있습니다. 국민동의청원을 하더라도 반응이 없거나, 진지하게 고려되지 않는다는 사회적 판단이 형성되어 버리면 효능감이 낮아지고 낮아진 효능감은 참여저하로 나타날 것이며 결국 국회불신의 진원지가 될 수 있습니다.
 
 <출처> 국회 의안정보시스템 청원통계
 <출처> 국회 의안정보시스템 청원통계
ⓒ 참여연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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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민동의청원, 시민의 입법의견을 반영하는 채널이어야

시행 1년, 국회의 반응성과는 별개로 시민들은 취지에 맞게 제도를 활용했다는 점에서 제도도입 취지의 한 측면은 충족하는 결과를 확인할 수 있었습니다. 그렇다면 이제부터는 국회가 보다 반응성과 책임성을 높여나갈 수 있도록 제도를 개선하고 시민의 참여에 응답할 방안을 마련해야 합니다.

국회 국민동의청원의 문제점은 다음과 같습니다. 

첫째, '30일 이내 100명 찬성으로 공개'인 청원 공개 기준과 '공개 후 30일 이내 10만명 이상의 국민 동의로 청원 성립'이라는 청원 성립 요건이 너무 높습니다.

사이트에 공개도 안된 청원에 대해 100명의 찬성을 받아야 하는데 이런 지인 100명이나 알고 있을 사람이 과연 몇이나 될까요? 당초 국회혁신자문위원회 안처럼, 최소한 30일 이내 20명 이상의 국민 찬성을 받으면 공개하고, 공개 후 90일 이내 5만명 이상의 국민 동의를 받을 경우 청원이 성립되도록 요건을 대폭 완화해 더 많은 국민의 목소리를 들어야 합니다.

둘째, 국회 국민동의청원이 성립하여도 국회는 청원심사 관련 소위원회를 개최하지 않거나, 위원장과 간사 간 협의를 통해 안건을 상정하지 않는 방식으로 심사하지 않고 있습니다. 

20대 국회 때 성립된 총 7건의 청원 중 해당 소위원회에 회부, 상정되었으나 논의 없이 임기만료로 폐기된 것은 2건이며, 소위원회에 회부조차 되지 못한 채 임기만료 폐기된 것은 3건이었습니다. 국회법 제59조의2 '다만 위원장이 간사와 합의하는 경우에는 그러하지 아니하다'는 단서조항을 삭제하고, 국회가 청원 심사를 무시한 연장하는 근거인 '장기간 심사를 요'하는 경우를 규정한 국회법 제125조 6항을 삭제해야 합니다.

셋째, 국회청원심사규칙은 '필요한 경우'에 한해 청원인, 이해관계자, 전문가 등의 진술을 듣도록 한 규정이 문제입니다. 

소관 위원회가 진술 청취를 결정하지 않을 경우, 청원인은 자신의 입법청원의 필요성과 근거 등에 대한 상황을 구체적으로 진술하거나 설득할 기회가 없습니다. 모든 청원인의 진술권을 보장하고, 제정법안이나 찬반양론이 있는 사안의 경우 공청회를 개최하도록 하며, 국회 방송을 통해 모든 국민이 알 수 있도록 중계할 필요가 있습니다.

넷째, 국회 국민동의청원 사이트가 사용자에게 불친절하게 설계되어 있는 부분도 개선되어야 합니다. 

청원인과 사용자가 청원 진행 경과를 한 눈에 살펴볼 수 있도록 시스템을 통합 제공, 재외국민이거나 핸드폰을 소유하지 않은 국내 거주 국민 위한 다양한 실명인증 방식 마련 등을 보완해야 합니다. 새롭게 도입된 국민동의청원에 대한 문의와 청원 참여과정에서 오류 발생시 안내하고 대처할 전담 인력 배치을 배치하는 등 서비스의 질도 향상시켜야 합니다. 

나아가 더 많은 국민의 목소리를 수렴하기 위해 국회 국민동의청원의 적극적 홍보도 이뤄져야 할 것입니다.

덧붙이는 글 | 본 글은 참여연대 홈페이지에서도 보실 수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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