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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박근혜 전 대통령과 최서원씨에게 뇌물을 준 혐의 등으로 기소된 이재용 삼성전자 부회장이 18일 오후 서울 서초구 고등법원에서 열린 파기환송심 선고공판에 출석하고 있다.
 박근혜 전 대통령과 최서원씨에게 뇌물을 준 혐의 등으로 기소된 이재용 삼성전자 부회장이 18일 오후 서울 서초구 고등법원에서 열린 파기환송심 선고공판에 출석하고 있다.
ⓒ 유성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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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통령이 뇌물을 요구하는 경우 이를 거절하는 것은 매우 어려운 측면이 있는 점을 참작할 때 실형을 선고하더라도 양형기준 그대로 적용하는 건 다소 부당한 측면이 있다."

이재용 삼성전자 부회장에게 2년 6개월의 실형을 선고하며 남긴 국정농단 파기환송심 재판부의 이 '참작'은 이 부회장의 또 다른 재판을 떠올리게 했다. 바로 지난해 10월 공판준비기일을 시작한 이 부회장의 불법 경영권 승계 의혹 사건이다. 파기환송심 재판부는 이 부회장이 뇌물을 준 행위를 인정하면서도, 그 행위의 적극성은 부인했다. '대통령 요구'에 따른 수동적인 행위였다는 설명이다.

승계 과정의 문제점을 지속적으로 고발해온 참여연대 정책위원 김남근 변호사는 이 해석에 주목했다. 김 변호사는 18일 <오마이뉴스>와의 전화 인터뷰에서 "기존 (재벌 봐주기) 관행을 극복하기 위해 노력했다고 보이지만, 이 부회장이 경영권 승계 작업을 주도적으로 하는 과정에서 정권을 활용하려 했다는 사건의 본질을 제대로 밝혀내진 못했다"고 평가했다.

김 변호사는 다만 이번 재판을 통해 3·5룰(판사 재량으로 횡령 범죄를 저지른 총수들에게 징역 3년, 집행유예 5년을 내리는 관행)을 깬 것은 긍정적으로 평가했다. 이 부회장 재판을 앞두고 쏟아진 일부 언론들의 '이재용 구속=경제위기' 프레임 대신 "기업 총수들도 저지른 범죄에 상응하는 형이 선고 돼야한다는 교훈을 남겼다"고 의미를 부여했다.

파기환송심 재판 내내 '봐주기 논란'에 시달렸던 준법감시위원회 설치가 양형에 반영되지 못한 것은 애당초 "양형 사유로 부적절했던 것"이라고 봤다. 감시위 설치를 평가하기 앞서, 사건의 피해자 격인 기업이 가해자인 재벌 총수의 재범을 막기 위해 만든 시스템을 감경 요소로 반영한다는 것 자체가 어불성설이었다는 지적이다.

김 변호사는 "재판부는 (감시위에) 전두환, 노태우, 김대중, 이명박, 박근혜 등 매 정권마다 반복돼온 삼성그룹의 과거 범죄들을 평가하고 어떻게 극복할 것인가에 대한 내용이 없다고 판단했다"면서 "이재용 피고인은 특혜에 가까운 기회를 줬음에도, 충분한 노력을 보여주지 못했다는 점이 (재판에서) 평가됐다"고 말했다. 아래는 김 변호사와 나눈 대화를 일문일답으로 정리한 내용이다.

"애초부터 감시위 양형 반영은 부적절"
 
 김남근 변호사
 김남근 변호사
ⓒ 권우성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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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재판부가 준법감시위의 실효성이 없다고 판단했다.

"핵심은 두 가지다. 재판부는 (감시위에) 앞으로 발생 가능한 위험성을 유형화하고 대책을 세우라고 지시 했는데, 그러지 못했다고 봤다. 두 번째는 전두환, 노태우, 김대중, 이명박, 박근혜 정부 등 매 정권마다 반복돼 온 과거 범죄들을 분석, 평가하고 어떻게 극복할 것인가에 대한 내용도 담아야 했는데, 그 내용이 없다고 판단했다."

- 기업 범죄가 아닌 이재용 개인의 범죄임에도, 감시위 설치를 양형 조건으로 내건 자체가 문제라는 지적도 있다.

"이재용 피고인은 감시위 설치라는 특혜에 가까운 기회를 줬음에도, 감시위를 총수가 다시 범죄를 저지르지 못할 정도로 만드는 데 충분한 노력을 하지 못했다고 평가했다. (다만) 감시위는 어떻게 보면 (삼성에 대한) 가해자인 피고인이 재범하지 못하도록 피해자인 (삼성) 계열사가 얼마나 방어 시스템을 갖추고 있느냐를 평가하는 셈이라, 양형사유로는 (애초에) 부적절했다."

- 형량은 어떻게 보나.

"(횡령액에 따른) 양형 범위는 최소 4~5년 실형을 받는 사건이다. 2년 6개월은 그 절반에 해당한다. 3·5룰이라는 잘못된 관행을 깼다고 생각한다. 다만 5년형을 내린 1심이 양형범위 내에 맞는 형량이었다고 본다."

- 재판부는 뇌물 공여가 '대통령의 요구'였다는 점을 감경 참작 사유로 언급했는데.

"정경유착에 따른 범죄냐, 대통령 겁박에 의한 범죄냐. 이 관점이 충분히 해소 되지 못했다. 대법원은 정경유착 범죄로 봤고, 1심은 특히 그 부분을 강조했다. 피고인이 자신의 돈을 출연하지 않고 (승계를 위한) 유리한 제도를 만들기 위해 정권에 다가간 측면도 있는데 (재판부가) 이를 보지 못한 것 같다. 승계 계획을 관철하기 위해 정권을 동원하려 했다는 것이 더 본질에 가깝다. (이번 재판에서) 그 범죄의 법리를 충분히 밝혀내지 못한 것은 아쉽다."

"정경유착이냐, 대통령 겁박이냐... 대법원과 1심은 전자였건만"

- 뇌물 공여의 목적은 불법 승계 재판에서 더 규명돼야 한다는 뜻인가?

"그렇다. 과연 뇌물을 요구하니까 마지못해 (돈을) 낸 건지, 본인의 승계 플랜을 위해 박근혜 정권이 지원이 필요했던 건지. 이런 부분이 제대로 규명되지 못했다."

- 이 부회장의 구속 여부에 대한 이목이 집중된 하루였다. 이날 판결은 한국사회에 어떤 의미를 남길까.

"이번 재판으로 기업 총수들도 범죄에 상응하는 형이 선고돼야 한다는 교훈이 남았다. 또한 일부 언론들을 통해 기업 총수들이 구속되면 한국 경제가 어려워진다는 검증되지 않은 도그마들이 유포되면서, 실형을 선고하지 못하도록 여론의 압박을 가하는 모습도 있었다. 사법부가 이를 견디지 못하고 실형을 선고하는 사례가 많았는데, 이번만큼은 달랐다. 삼성이 과연 이재용 피고인의 수형생활 때문에 경영 위기를 겪는지 면밀히 분석해서 또 다른 교훈을 남겼으면 좋겠다."

- 한계는 있지만 판결을 긍정적으로 평가한다는 건가.

"기존 관행을 재판부가 극복하기 위해 여러 고심을 거쳐 노력했다고 본다. 다만 말했던 대로 이 부회장이 경영권 승계 작업을 주도적으로 진행하는 과정에서 정권을 활용하려고 했다는 사건의 본질을 제대로 밝혀내진 못했다. 다음 재판에선 제대로 밝혀질 것으로 기대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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