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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6일 오후 서울 성북구 월곡역 부근에서 자전거로 물건을 배달하는 운전자가 폭설을 뚫고 나가고 있다.
 6일 오후 서울 성북구 월곡역 부근에서 자전거로 물건을 배달하는 운전자가 폭설을 뚫고 나가고 있다.
ⓒ 권우성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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온종일 라이더유니온 전화가 불티나게 울렸다. 6일, 기록적인 수준의 폭설이 내린 후 사고 상담을 하려는 배달라이더들과, 사고 상황을 궁금해하는 기자들이 쉴 새 없이 전화를 걸었다. 

라이더들은 커브를 돌다 넘어지고, 골목을 달리다 넘어지고, 언덕을 내려오다 넘어지고, 여러 번 넘어지다가 힘이 빠져 또 넘어졌다. 손목, 팔꿈치, 무릎, 발목이 부러지거나 심한 경우 아예 갈비뼈가 부러지기도 했다. 도로를 달리다 넘어져서 뒤따라오는 차에 부딪힐 뻔한 아찔한 사고도 있었다.

라이더유니온은 즉각 배달을 중단하라는 성명을 발표했다. 이 상황에서 배달은 살인과 다름없다는 플랫폼 사와 소비자들을 향한 호소였다. 당시 플랫폼 사들의 대응은 제각각이었다. 어떤 플랫폼 사는 즉각 배달을 중단했으나, 어떤 플랫폼 사는 한 치 앞이 보이지 않는 폭설 속에도 배달을 강행했다. 

음식을 실은 라이더는 고객의 독촉에 목숨 건 주행을 했고, 배달지를 향해 힘겹게 언덕을 올라간 라이더는 한동안 고립되기도 했다. 모든 플랫폼 사가 공통으로 한 조치는 '폭설 내리니 조심하라'라는 문자 공지 정도였다. 

소비자의 앱이 멈춰야 한다

노동부는 산업안전보건법에 근거해 옥외작업 건강 보호 가이드라인을 제시하고 있다. 미세먼지, 폭염과 같은 기상악화 상황에 사업주가 취해야 할 조치를 권고하는 것이다. 

이를테면 폭염 경보 단계인 35℃를 넘어서면 사업주는 작업중단, 휴게시간 확보, 이상 징후자 관찰 등의 조처를 해야 한다는 것이다. 권고라는 한계도 있고 배달과 같이 이동하는 노동자에게 적합하지 않은 내용도 있으나, 그나마 공통된 기준이 있으니 사업주들이 빠르게 판단할 수 있고 노동자도 이를 요구할 수 있다. 

따라서 폭설 시에도 이와 같은 가이드라인이 필요하다. 적설량과 기온에 따라 배달중단, 배달구역 제한, 도보배달로 전환 등의 조치가 담길 수 있을 것이다. 심각한 상황에선 업무수행이 불가능한 상황에 대해 라이더가 판단할 수 있도록 하고, 배달을 라이더 임의로 중단하더라도 불이익이 주어져서도 안 될 것이다. 

나아가 안전 장구의 지급도 필요하다. 헬멧 이외에 주요 부위를 보호할 수 있는 안전 장구를 라이더들에게 지급하거나, 안전 장구를 착용한 라이더에게 인센티브를 주는 방안도 가능할 것이다. 

여기서 중요한 점은 배달중단은 소비자들이 사용하는 플랫폼이 중단되어야 가능하다는 것이다. 소비자들이 이미 주문을 넣은 상태가 되면 결국 라이더 중 누군가 담당하게 될 수 있기 때문이다. 

상점을 놓고 치열한 경쟁을 벌이고 있는 상황에서 동네배달대행사들은 배달중단 시 상점이 떨어져 나갈 것을 우려하기도 한다. 제대로 배달중단 하려면 라이더가 쓰는 앱이 아니라 소비자가 쓰는 앱이 멈춰야 한다. 

생계가 무서운 라이더들
 
 6일 오후 서울 성북구 월곡역 부근에서 폭설이 내리는 가운데, 퀵서비스 오토바이 운전자들이 두발로 균형을 잡으며 천천히 주행하고 있다.
 6일 오후 서울 성북구 월곡역 부근에서 폭설이 내리는 가운데, 퀵서비스 오토바이 운전자들이 두발로 균형을 잡으며 천천히 주행하고 있다.
ⓒ 권우성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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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런데, 배달을 멈추는 것만으로는 충분치 않다. 폭설의 위험은 상당 기간 지속됐기 때문이다. 지난 1월 6일 폭설 이후 곧바로 한파가 왔다. 길이 꽝꽝 얼어붙은 것이다. 큰 도로는 제설이라도 일부 되었지만, 이면도로와 골목길은 눈이 그대로 얼어붙었다. 이 한파가 1주일가량 계속 됐다. 

배달이 생업인 라이더들은 1주일이나 쉴 수는 없는 노릇이었다. 라이더들은 어떻게든 나가봤고, 영락없이 넘어졌다. 혼자 다쳐 병원 신세를 진 라이더는 그나마 다행이었는지 모른다. 남의 차를 들이받아서 수리비까지 물어준 라이더는 다친 몸을 이끌고 다시 일하러 나오기도 했다. 사고의 두려움보다 생계의 두려움이 더 큰 것이 라이더들의 현실이다. 

이 눈이 어젯밤에도, 지금도 내리고 있다. 23~24일에도 많은 눈이 예보된 상태다. 폭설에 한파가 세트로 찾아와 라이더들은 거의 1달 내내 얼음 위를 달려야 할지도 모른다. 기본급도 수당도 퇴직금도 4대 보험도 없이 오로지 건당 수수료밖에 없는 라이더들은 일을 쉬면 수입도 없다. 많은 라이더가 위험을 무릅쓰고 일하려 할 것이다. 대책은 더 나아가야 한다. 

기후와 연관된 보험제도를 논의해야 한다고 본다. 평상시 보험료를 모았다가 폭설로 배달을 멈추거나 업무 제한 시 라이더들이 휴업급여를 받을 수 있어야 한다는 것이다. 휴업급여는 고용안정 성격이 있으므로 고용보험을 통해 적용하는 방안이 좋을 것이다. 높은 휴업급여를 원하는 라이더들은 추가적인 보험에 가입하도록 하고, 사측도 이윤의 일정 부분을 보험에 기여할 수 있을 것이다. 

기상청의 설명에 따르면 이번 폭설과 한파도 기후위기가 원인이라고 한다. 북극 기온이 올라가 대기가 불안정해졌다는 것이다. 작년의 기록적인 장마도, 재작년의 기록적인 폭염도 모두 기후위기가 원인으로 꼽히고 있다. 배달라이더를 비롯해 야외에서 일하는 노동자들에게 기후보험이 필요한 시대인 것이다. 생계를 해결해야 안전이 가능하다. 정부와 사측의 진지한 검토가 있기를 바란다.

덧붙이는 글 | 이 글을 쓴 구교현 시민기자는 라이더유니온 기획팀장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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알바노조 1기 위원장, 라이더유니온 기획팀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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