메뉴 건너뛰기

close

【오마이뉴스의 모토는 '모든 시민은 기자다'입니다. 시민 개인의 일상을 소재로 한 '사는 이야기'도 뉴스로 싣고 있습니다. 당신의 살아가는 이야기가 오마이뉴스에 오면 뉴스가 됩니다. 당신의 이야기를 들려주세요.】

눈사람
▲ 눈사람 눈사람
ⓒ 홍솔

관련사진보기

 
지난 17일 올해 두 번째 대설특보가 내려졌다. 낮부터 내리던 눈은 어느새 어두운 밤을 하얗게 덮었다. 눈이 내리면 내일 출근길부터 걱정되는 어른이 되어버렸지만 그래도 소복이 쌓인 눈을 보면 어릴 적 감기에 걸리는 줄도 모르고 눈싸움을 하던 추억이 떠오르곤 한다.

하늘에서 내리는 계절 한정 서비스 눈은 아이들에게 로망이다. 특히 코로나19로 '집콕' 생활이 늘어남에 따라 야외활동이 줄어든 아이들에게 펑펑 눈 내린 날은 온 세상이 놀이터다.

코로나와 올겨울 폭설로 인한 '눈사람 대첩'도 SNS에서 심심찮게 올라온다. 각양각색 만든 사람의 개성이 묻어나는 눈사람은 가게 앞 홍보물이 되기도 하고, 길을 지나는 사람들의 눈길을 끌기도 한다.

보는 사람도 즐겁지만 만든 사람의 뿌듯함은 말로 이를 수 없다. 생각보다 눈을 동그랗게 뭉치는 일이 쉽지 않을뿐더러 몸통과 얼굴의 비율을 맞추는 일도 어렵다. 눈, 코, 입 그리고 팔이 정교하게 만들어진 눈사람을 보고 있자면 감탄이 나오기도 한다.

그러나 눈사람을 의도적으로 파괴하는 사람들도 있다. 최근 한 커뮤니티에 아이의 부모로 추정되는 사람이 글을 올렸다. 그는 아이가 애써 만든 눈사람을 부수지 말아 달라고 당부했다.

눈사람을 향한 폭력 때문에 최근 온라인 커뮤니티 내에서 갑론을박이 벌어지기도 했다.

"생명체를 걷어차는 것도 아니고 눈사람 걷어 차는 게 혐오스러운 일인가요?"
"점점 불편한 세상이 되어간다."

"타인의 즐거움과 노력을 망치는 일이 정상적이진 않다." 
"누군가의 노력이 들어간 작품을 아무 이유 없이 부수는 건 문제가 있다."


일각에서는 눈사람을 부수는 행위를 두고 법적 책임을 물을 수 있는가에 대한 질문을 하기도 한다. 그러나 재물 손괴, 경제 가치 등을 따지기 전에 눈사람은 '그래도 되는 존재인가'를 따져보고 싶다. 안도현 시인의 <너에게 묻는다>는 하찮은 사물을 무시하는 인간, 연탄재를 차 버리며 그것을 자기 분노의 대상으로 삼는 사람들에게 한 번이라도 뜨거운 사람이었냐는 물음을 던진다.

눈사람을 향한 폭력이 비(非)생명체를 둘러싼 비약적 논리일 수도 있다. 그러나 추운 겨울 시린 손 감싸가며 만들었을 정성과 시간을 생각한다면 함부로 차버릴 수 있을까? 한 사람의 노고로 빛은 눈사람이 작고 하찮은 것이라고 누가 그렇게 부를 수 있을까.

신형철은 <슬픔을 공부하는 슬픔>에서 '폭력'이란 말의 외연을 넓히며 이렇게 정의했다. 폭력이란 '어떤 사람·사건의 진실에 최대한 섬세해지려는 노력을 포기하는 데서 만족을 얻는 모든 태도', '더 섬세해질 수도 있는데 그러지 않기를 택하는 순간'이라고 설명했다.

소복이 쌓인 눈 위로 또 어떤 작품들이 세워질까 기대하며 눈사람 너머에 있는 사람의 감정과 공감할 수 있길 바라본다.

태그:#눈사람
댓글1
이 기사의 좋은기사 원고료 10,000
응원글보기 원고료로 응원하기




독자의견

연도별 콘텐츠 보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