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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울에 거주하는 입양부모가 '홀트아동복지회'에서 입양한 8개월 아동에게 장기간 학대를 가해 결국 아동 '정인'이가 16개월 만에 사망한 비극적인 사건이 최근 발생했다.

정인이가 사망 당시 파악된 바로는 1. 후두골 골절 2. 좌측쇄골 골절 3. 놔측늑골 골절 4. 우측늑골 골절 5. 우측척골 골절 6. 좌측 견갑골 골절 7. 우측 대퇴골 골절, 8. 소장 대장 장간막 파열로 배속에 피가 가득함 9. 등에 피하출혈 10. 옆구리에 피하출혈 11. 배에 피하출혈이 있던 것으로 확인되었다. 전북대 법의학과 이호 교수는 정인이 "복부에 피가 가득했던 것은 췌장, 소장, 대장, 장간막들이 지속적인 학대와 구타로 찢어져 있었는데, 사망 당일에 다시 이어진 구타로 크게 찢어져서 장간막 파열이 온 것"이라고 주장했다.

지난 2014년 홀트에 의해 미국으로 입양보내진 한국입양아 현수가 정신 병력이 있는 미국 양부에게 맞아 죽은 사건이 발생했다. (관련 기사 : "현수 살해한 입양부모, 분노가 치밀었다", http://omn.kr/kikg) 또 지난 2016년에는 입양아 은비가 입양부모에게 맞아 죽는 사건이 발생했다. 현행법상 입양은 가정법원의 판결 뒤 아이를 인계 받을 수 있으나 당시 민간입양기관의 자의적 판단으로 은비는 입양 보내진 후 양부모에게 맞아 죽었다.

해외입양인센터 '뿌리의집' 김도현 목사는 지난 2004년 이래 입양인들과 입양인들의 인권옹호를 위한 활동을 하고 있다. (관련 기사 : "해외 입양 보내며 출산율 걱정? 자가당착이다", http://omn.kr/n8j6)

지난 2016년 '은비 사건' 당시 김도현 목사는 입양인들의 인권향상을 위해 입양특례법 개정에 전심을 다했지만 좌절해야 했다. 그의 표현에 의하면 "입양기관들과 입양부모들의 거대한 반격에 나가 떨어졌던 것"이다. 이번 '정인이 사건'에도 "비슷한 형국으로 사태가 전개되고 있다"며 그는 우려하고 있다. 그래서 향후 몇 차례에 걸쳐서 '정인이 사건'을 둘러싼 입양문제의 본질은 무엇인지 그와 대담을 진행하고자 한다. 아래는 지난 11일부터 17일까지 그와 1차로 진행한 인터뷰를 정리한 것이다.

"입양시스템의 문제인 동시에 학대예방시스템의 문제"
 
김도현 목사
 김도현 목사
ⓒ 김도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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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정인이 사건'과 관련해 "아동입양 아닌 아동학대 자체가 화두의 요점"이라는 주장이 있다?
"이 사건이 사회화되면서 우리 사회 일각에서 '문제는 입양이 아니고 학대다'라는 프레임을 내걸었다. 나도 입양 그 자체가 문제라고 생각하지는 않는다. 이 사건은 입양과 입양사후서비스가 서툴게 실천된 것이 아동학대사건의 원인이 되었다. 학대가 문제이니 학대예방시스템의 오작동을 면밀히 살펴서 이 같은 참혹한 사태의 재발을 방지하는 것은 맞고 반드시 해야 하고 또 그렇게 하고 있다. 그러나 학대예방시스템을 정비하는 것만으로는 충분하지 않다. 입양시스템의 오작동도 살펴보고 재발방지책을 마련해야 한다. 이번 사건의 진실은 입양시스템의 문제인 동시에 학대예방시스템의 문제다.

입양시스템의 오작동을 막는 것이 홍수가 났을 때, 제방을 튼튼히 하는 것이라면, 학대예방 시스템은 제방이 무너져 흘러나오는 물의 물길을 돌려 침수피해가 나지 않도록 하는 것과 유사하다. 가래와 삽을 들고 흘러넘친 물길을 잡는 것보다 제방을 튼튼히 해서 홍수가 나지 않게 하는 것이 당연하고 지혜로운 사회정책이다.

그런 점에서 이번 '정인이의 죽음'에 대해서 우리 사회가 책임 있게 응답하는 길은 입양시스템의 오작동 문제를 면밀히 들여다보고 제도개선책을 찾아내는 것이다. 아동입양이 아닌 아동학대가 화두의 요점이라는 언론캠페인은 입양시스템을 점검하고 조사하겠다는 사람들의 길을 가로막고 입양기관의 책임을 묻지 못하게 하는 형국인데, 그런 점에서 이 프레임에 투신하는 분들은 제2의 정인이가 없도록 하는 일에 과연 진정성 있는지에 대해서 의구심을 품게 한다.

대체로 이런 주장을 하는 분들은 일부 입양가족을 대표하는 분들인데, 거기에는 김미애 국민의힘 의원이나 일부 연예인들도 함께 하고 있다. 입양결연시스템이 제대로 작동하면 입양가족 공동체에 자격이 없는 사람들이 일원이 되는 일이 없어진다. 그러면 입양에 대한 사회적 인식이 부정적으로 기울 일이 없어지고 입양가족공동체의 삶은 더 좋아지고 우리 사회의 입양가족에 대한 인식은, 사실 지금도 긍정적이지만, 더 긍정적으로 꽃피게 될 것이다. 입양결연 시스템의 오작동을 살펴서 미연에 방지하는 것이 입양가족공동체에게 더 좋은 일인데, 입양가족들이 나서서 이를 반대하는 사태에 대해서 아연할 수밖에 없다."

- "아동입양 아닌 아동학대 자체가 화두의 요점"이라는 주장의 근거는 어디에 있다고 보나?
"이런 주장의 배경에는 두 가지 염려가 놓여 있는 것 같다. '정인이 사건'이 입양문제로 자리매김 되면 사람들이 입양하기를 두려워하고 그러면 입양가정에 배치되어야 할 아동 숫자가 줄고 아이들은 시설로 넘어갈 것이다. 즉 입양이 위축되면 안 된다는 염려다. 그러나 입양하기를 두려워하는 일은 입양 여부를 숙고하게 만드는 효과가 있다. 입양 예비부모들이 자신들이 입양부모로서의 자격을 갖추고 있는지를 사려 깊게 돌아보게 하는 긍정적인 일이 될 수도 있다.

그리고 시설로 배치되는 아동을 줄이는 길은 입양을 무분별하게 많이 해서 해결될 일이 아니다. 오히려 위기가정보호와 지원정책을 통해서 원가정으로부터 이탈되어 요보호아동으로 편성되는 아동숫자를 감소시켜 시설배치를 줄여나가는 것이 합리적인 사회정책이다. 아동양육 그 자체가 난경인 사회에서 입양활성화정책은 유효성을 상실한 지 오래다. 2006년 입양활성화정책이 도입되고 입양의 날을 기념하기 시작한 이래로 국내입양은 지속적으로 급격하게 감소했다. 제도설계의 목적에 역행하는 결과가 15년 동안 지속되고 있다. 출생률이 0.92인 나라에서 입양을 통한 아동양육을 권고하는 일 자체가 이 제도의 실효성을 담보해내기 어려운 조건이다.

두 번째로 '정인이 사건'으로 입양가정에 대한 부정적인 인식이 만연해지면 입양가정에 대한 편견이 더 험악해질 수 있을 것 같다. 이 점은 동감한다. 이번 사태로 우리 사회가 여전히 증오와 편견이 너무 큰 사회라는 것을 절실히 느꼈다. 정인이를 입양한 부모에 대한 사실이 과도하게 노출되거나 여론의 지평에 던져지는 자극적인 보도가 넘쳐나고 결과적으로 악마화의 거대한 파도가 넘실거리는 것을 목격하고 있기 때문이다. 그러나 입양결연시스템을 혁신하는 일과 우리 사회의 증오정서, 편견과 차별, 배제와 낙인에 대처하고 해결하는 문제는 같은 문제가 아니다. 각각 다른 해법의 모색이 필요한 사안이다. 전혀 다른 문제인데 이를 섞고 있다. 섞으면 둘 다 해결 못한다."

"입양기관, '정인이 사건' 관련해 비난받는 일 감수해야"
 
양부모 학대로 사망한 생후 16개월 정인이가 잠들어 있는 경기도 양평군 서종면 하이패밀리 안데르센 자연묘지에서 5일 오전 추모객들이 방문해 정인이의 안타까운 죽음을 추모하고 있다. 추모함에 쌓인 눈을 걷어내자 정인이의 생전모습이 담긴 사진이 보인다.
 양부모 학대로 사망한 생후 16개월 정인이가 잠들어 있는 경기도 양평군 서종면 하이패밀리 안데르센 자연묘지에서 5일 오전 추모객들이 방문해 정인이의 안타까운 죽음을 추모하고 있다. 추모함에 쌓인 눈을 걷어내자 정인이의 생전모습이 담긴 사진이 보인다.
ⓒ 권우성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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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정인이 사건은 아동입양문제가 아니고 아동학대문제다'라며 제시하는 통계도 있는데?
"'문제는 입양이 아니고 학대다'는 프레임을 정당화하기 위해 통계를 동원하는 방식이 문제다. 보건복지부 학대피해아동통계에 의하면 친부모가정의 학대가 전체학대의 57.7%이고 입양가정에서 일어난 학대는 전체학대아동의 0.3%다. 허나 이 통계에는 친부모가정의 모수와 입양가정의 모수는 없다. 모수가 없기 때문에 입양가정에서 일어나는 학대의 비율이 친부모가정에서 일어나는 학대의 비율보다 현저하게 낮다는 것을 드러내어 주는 통계가 아니다.

그런데 이 통계를 가지고 입양가정이 학대하는 일이 일반가정보다 적으니 입양가정에 편견과 낙인을 씌우지 말라는 메시지를 내보내고 있다. 나는 입양가정이 학대를 덜 할 거라고 믿고 싶다. 아니 다른 모든 정황에 비추어서 그러리라고 믿고 있다. 또한 '2018∼2019년 아동학대로 숨진 70명의 아이 중 양부모에 의한 경우는 1명뿐'이라는 통계를 가지고 입양가정이 일반가정에 비해 학대를 덜 한다는 주장도 있다. 하지만 역시 모수가 없는 채로 이런 주장을 펼치고 있다. 얼마나 급하면 통계를 그런 식으로 해석할까 마음으로 이해할 수 있다. 입양가정에 대한 편견과 낙인은 입양아동의 삶을 훼손하는 일로 연결될 테니까. 백번동의 한다.

그러나 문제는 이 터무니없는 통계에 대한 해석을 사용해 '입양기관에 대한 근거 없는 비난을 멈추라'라는 메시지를 발하고 있다는 것이다. 입양기관의 입양결연과 입양사후관리가 잘 돌아가는지 아니면 오작동 구조를 가지고 있는지를 확인하고 제도를 개선하는 것이 정인이와 같은 아동의 죽음을 막는 길인데 입양기관은 들여다보지도 말라고 외치고 있는 것이다. 사실 입양기관은 입양가족의 이익을 대변하는 것이 아니라 입양기관을 통해서 또 일어날지도 모르는 비극에 아예 눈을 감고 있는 셈이다. 통계를 이런 방식으로 오용해서 사회적 메시지를 내는 것은 정직하지도 않고 우리 사회를 더 나은 사회로 가꾸어 가는 일에 역행하는 일이다. 이런 메시지가 합리적이고 정직하게 통계를 해석하고 싶어 하는 입양가정들에게는 매우 부끄럽고 화가 나게 하는 메시지일 수 있다.

결론적으로 '정인이 사건'은 입양시스템의 오작동도 문제고 학대예방시스템의 오작동도 문제다. 그래서 정부는 둘 다 들여다봐야 한다. 그래야 이 사태를 올바르게 수습할 수 있다."

- 하지만 '정인이 사건'을 집중적으로 다뤘던 방송(SBS <그것이 알고 싶다>)도 이 사건과 관련해 입양기관에 비난의 초점이 가는 것에 대해 우려를 표했는데?
"나는 입양기관이 비난받을 만한 일을 했다고 보고 있다. 양천구의 어느 가정에 정인이를 입양기관이 결연했는데 이 결연이 어떤 문제를 안고 있었는지 입양사후관리에는 어떤 실책이 일어났고 왜 일어났는지에 대해서는 면밀하게 검토하는 일은 언론의 역할이기도 하다. 이런 우려 표명이 잘못하면 언론이 입양기관의 호위무사 노릇을 하는 것으로 오해될 수도 있다.

하지만 입양기관에만 비난의 초점을 맞추는 것은 옳지 않다. 입양기관도 문제지만 보건복지부가 더 문제다. 2014년에도 이 입양기관을 통해서 미국으로 입양된 현수가 입양부모에게 맞아 죽는 사건이 발생했다. 그때 보건복지부는 이 입양기관에 대한 특별감사를 했고 징계조치를 했고 나아가 1년에 네 차례씩 분기별로 감사를 하겠다고 약속했다. 그런데 첫 해만 그렇게 하고 1년에 한 차례만 감사를 했고 감사결과 입양기관들이 올바르게 직무를 수행하지 않아 주의와 경고조치를 몇 차례 한 것으로 드러나고 있다. 문제는 주의나 경고조치를 한다고 해서 문제가 해결되지 않는다는 인식이 보건복지부에 없다는 것이다.

입양기관은 '정인이 사건'과 관련해 비난받는 일을 감수해야 한다. 일종의 사회적 처벌이다. 정인이 양부모에게만 비난의 초점이 맞추어지면 입양기관의 실패는 감추어진다. 또 입양기관의 실패에만 초점이 맞추어지면 입양을 공적시스템으로 혁신해야 할 보건복지부의 게으름과 무책임 문제는 간과될 수 있다. 이 사태는 결정적으로 보건복지부가 비난받아야 하는 사태다. 입양시스템도 제대로 작동하지 않았고 학대예방시스템도 제대로 작동하지 않았다. 입양시스템에 대한 감독관청은 보건복지부이고 학대예방시스템은 경찰청과 아동보호전문기관의 공조를 통해서 실천된다. 경찰청장은 머리 숙여 국민 앞에 사과했고 경찰서장은 직위해제 되었다. 학대예방을 부실하게 처리한 담당경찰관 십여 명이 징계를 받았다.

그런데 입양기관에 대한 감독관청인 보건복지부의 담당과장도 인구아동정책실장도 차관도 장관도 이 감독 라인에 있는 보건복지부의 어떤 공무원도 책임을 지거나 사과하지 않았다. 오히려 대통령에게서 입양시스템의 오작동이 있을 수 있으니 살펴볼 필요가 있다는 발언이 나왔다. 그러면 보건복지부 장관이 감독소홀에 대한 사과를 국민 앞에 해야 되는 것 아닌가? 이 사태는 입양기관을 비난한다고 해결되지 않는다. 보건복지부가 사태의 심각성에 대해서 책임도 질 줄 알고, 사과도 표명할 줄 알아야 해결의 실마리가 풀릴 수 있다. 입양기관을 비판하는 동력이 보건복지부에게 책임을 묻는 동력으로 여론의 지형이 만들어져야 한다고 보는데, 그런 점에서 언론의 아젠다 설정이 조금 아쉽다."

태그:#입양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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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마이뉴스>영국통신원, <반헌법열전 편찬위원회> 조사위원, [폭력의 역사], [김성수의 영국 이야기], [조작된 간첩들], [함석헌평전], [함석헌: 자유만큼 사랑한 평화] 저자. 퀘이커교도. <씨알의 소리> 편집위원. 한국투명성기구 사무총장, 진실화해위원회, 대통령소속 의문사진상규명위원회, 투명사회협약실천협의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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