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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린 시절 아버지는 불같은 성미로 한 번 화를 낼 때마다 집안을 다 태워버릴 것만 같았다. 하지만 생각을 더듬어 보니 엄마가 화내는 모습은 거의 보지 못하며 자랐던 거 같다. 늦깎이로 심리학을 공부하며 아이는 부모를 거울 삼아 감정을 표현하는 적절한 방법을 배운다는 것을 알게 되었다.

'아, 그래서 내가 나의 화를 어쩔 줄 몰라 하며 살아왔구나!' 어린 내가 무의식적으로 선택한 방법은 아버지처럼 극단적으로 화를 내기 보다는 엄마처럼 화를 숨기는 것이었다는 걸 뒤늦게 깨달았다.

나는 결혼 전까지만 해도 내가 화를 안내는 사람인줄만 알았다. 그건 완전한 착각이었다. 신랑은 우스개로 속아서 결혼했다고 말하곤 했고, 나는 아이를 키우면서 점점 목소리가 커져가는 아줌마가 되어갔다. 이놈의 '화', 도대체 어쩌란 말이냐?
 
강현식&최은혜(누다심)지음
 강현식&최은혜(누다심)지음
ⓒ 생각의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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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누다심(누구나 다가갈 수 있는 심리학)'으로 심리학의 대중화를 선도한 강현식, 최은혜 상담전문가가 쓴 책이 <그동안 나는 너무 많이 참아왔다>이다. 이 책은 화를 폭발시키거나 또는 지나치게 억압하는 문제로 상담실을 찾은 내담자가 분노를 적절하게 표현하고, 부정적 감정을 조절하기까지 변화하고 성장하는 과정을 엿볼 수 있는 내용으로 구성됐다. 섬세하고 친절하게 설명과 사례를 제시한 책이다.

▲ 그동안 너무 참기만 하다가 불쑥불쑥 아무에게나 화가 난다는 가연 이야기(1장), ▲ 아버지처럼 아내를 때릴 것만 같아 두려운 남일 이야기(2장), ▲ 쿨한 여자가 아니라 사실은 쓸쓸했던 희선 이야기(3장), ▲ 고생하는 엄마를 나까지 힘들게 할까봐 화가 나면 입을 닫아버리게 된 성종 이야기(4장), ▲ 아무도 도와주지 않았던 반복된 좌절감으로 인한 분노가 우울이 된 승원 이야기(5장), ▲ 죽음으로 애인에게 복수하고자 하는 자기 파괴적인 집착 뒤에 버림받을 까봐 늘 두려웠던 수연 이야기(6장), ▲ 부모님의 부부싸움이 복합 트라우마가 되어 상대가 화내는 모습만 봐도 마음이 돌아서버려 남자친구와의 관계가 길게 이어지지 못하던 민경 이야기(7장), ▲ 연년생 동생에 대한 질투가 분노로 표출되던 은희 이야기(8장) 등 제대로 화내지 못해 병들고 아파하는 여러 내담자의 이야기가 담겨 있다.

책장을 넘기며 때론 나 자신을, 때론 남편을, 때론 나의 부모님을, 때론 가까운 친구의 모습을 떠올리며 이해할 수 없었던 행동 뒤의 분노와 깊은 외로움을 마주할 수 있었다. 울컥거리는 마음을 삼키며 석연찮았던 과거의 상처를 안아주느라 행간의 여백을 한참 들여다보고 있기도 했다.
 
"대화하면서 희선이 '화'를 비롯한 부정적 감정 자체를 무시하고, 특히 이런 부정적 감정을 드러내는 사람도 무시한다는 것을 알게 됐다. 그녀는 굳이 화낼 필요가 없다고 생각하며 살아왔다.

그런데 과연 희선의 생각처럼 분노를 표현하는 것이 불필요한 행동일까? 그렇지 않다. 일상에서 우리는 알게 모르게 서로에게 실수하거나 무례를 범한다. 그렇기 때문에 부당하거나 억울함을 느낄 때나 타인에게 공격을 받는 상황에서는 적절하게 분노로 반응하는 것이 필요하다.

그 이유는 두 가지다. 첫 번째로 분노로 반응하는 것은 자신을 보호해준다. 상대방에게 내가 얼마나 화가 났는지를 표현해야 상대방도 공격을 멈춘다. 물론 이때 분노의 표현은 물건을 집어 던지거나 상대방을 직접 폭행하는 물리적 폭력이어서는 절대 안 된다. '불쾌하다'고 직접 말을 하거나 아니면 얼굴을 찡그리는 표정같은 비언어적 방식으로라도 전달해야 한다.

두 번째는 상대의 분노에 분노로 반응할 때 역설적으로 상대방과의 소통을 증진할 수 있기 때문이다. 한 사람이 화를 내는 상황에서 다른 사람이 화를 내지 않으면, 화를 내는 사람은 자신의 감정이 무시당했다고 생각되어 더 크게 화를 내기도 한다. 이때 적절하게 같이 화를 내주면 상대의 마음도 조금은 풀어지고, 더 깊은 대화도 가능해진다." p. 84-85

 

화 자체가 문제인 경우는 없다. 분노는 불씨와 같아서 마구 표출할 경우 상대와 나를 해치는 파괴적인 감정이 될 수도 있고, 반대로 무시하거나 참기만 한다면 마음의 온기를 잃어버리고 깊은 단절감의 늪에 빠지거나 신체적 증상까지 수반하는 '화병'이 될 수 있다. 화는 적당한 온도로 '표현'될 때에만 나와 상대를 해치지 않고 관계를 지피는 '온기'의 역할을 할 수 있다.  

'사람은 자신을 스스로 인정하지 않는 한 편안해질 수 없다'는 마크 트웨인의 말처럼 무엇보다 자기 자신과 사이좋게 지내기 위해서는 내안의 모든 감정을 전폭적으로 수용하는 일이 필요하다. 감정의 주인인 나 자신마저 내 감정을 외면하는 것은 결국 내가 나 자신을 소외시키는 결과를 가져오기 때문이다.

스스로의 일부를 외면하는 한 마음의 평화는 불가능하다. 그동안 참거나 폭발하기의 양극단을 오가며 구박하고 숨기기 바빴던 '분노'와 사이좋게 지내는 방법이 궁금한 사람은 이 책을 꼭 읽어보기를 바란다. 

그동안 나는 너무 많이 참아왔다 - 쓸데없이 폭발하지 않고 내 마음부터 이해하는 심리 기술

강현식, 최은혜 (지은이), 생각의길(2020)


태그:#누다심, #그동안나는너무많이참아왔다, #NUDASIM, #분노, #강현식최은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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