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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2월 14일(미국 현지시각) 미국 대선 선거인단 투표 결과가 공식 발표된 이후 보 바이든 대통령 당선인이 연설을 하고 있는 모습.
 12월 14일(미국 현지시각) 미국 대선 선거인단 투표 결과가 공식 발표된 이후 보 바이든 대통령 당선인이 연설을 하고 있는 모습.
ⓒ 연합뉴스=AP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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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 12일(현지시각 11일) 핸드폰 알람이 울렸다. 민주당 하원(House democrats)이 트럼프 대통령의 탄핵안을 발의했다는 기사의 알림이었다. 한국은 물론 미국 민주주의를 오랫동안 따르고자 했던 많은 지식인에게 지난 두 달간의 미국 워싱턴 모습은 처참했다. 국민의 선택이 있었음에도 그 자리를 지키려는 자와 어떻게든 끌어내리려는 무리의 대립 속에서 민주주의라는 관습과 제도의 처량함만을 극대화하는 일들의 연속이었다. 개가 짖어도 기차는 간다고 했던가, 이런 처량함과는 별개로 바이든 행정부는 등장할 가능성이 매우 높다. 앞으로 4년의 시간은 공화당의 트럼프가 아닌 민주당의 바이든이 미국의 수장으로 있을 것이다. 이러한 변화와 관련해 내가 가장 궁금한 점은 '바이든 행정부의 등장이 과연 한반도 평화에는 어떤 영향을 미칠 것인가'이다. 

이 질문에 대한 답을 찾아가기 위해 바이든이 누구인지, 미국과 한국의 국내 정치적 요인은 무엇이 있는지, 그리고 국제정치적 관점에서는 살펴보고 이 가운데 한반도 평화에 가장 핵심적인 요인은 무엇이 될 것인지를 살펴보고자 한다. 

먼저, 바이든은 미국 민주당의 대표적인 '성골'이다. 미국의 오하이오주에 위치한 델라웨어 대학교에서 사학과 정치학을 전공한 바이든은 시라큐스 대학에서 법학전문석사 학위를 받았다. 이후 델라웨어 주 변호사 자격을 취득한 후 1972년 만 29세의 나이로 연방 상원의원 선거에 출마해 이듬해인 1973년부터 상원의원으로 활동한다. 이후 2009년까지 총 36년 동안 바이든은 상원의원의 자리를 지켰다. 그 가운데 2007년에는 상원 외교위원회 위원장을 역임했다. 그리고 2009년 오바마 행정부의 부통령으로 백악관에 입성하였다. 당시 바이든은 오바마 대통령의 젊고 개혁적인 이미지가 미치지 못한 민주당 내부의 보수적인 층과 중도적인 시민에게 안정성을 부여하는 역할을 했다. 이에 오바마 케어와 2015년 파리기후변화협약과 같은 진보적인 아젠다에서는 오바마가 나섰다면, 그 외 현상유지(status quo)적 정책 또는 공화당을 설득하는 자리에서 바이든이 보였다. 예를 들면, 오바마 행정부가 들어서고 가장 중요한 현안이었던 서브프라임 모기지 사태를 해결하기 위한 '미국 경기 회복 및 재투자' 법을 통과시키기 위해 공화당 의원들을 포섭하는 역할을 바이든이 담당했다. 이처럼 바이든은 36년간 미국의 상원의원을 하면서 미국의 정치 문법을 온몸으로 익힌 사람이라고 할 수 있다. 

양국의 국내 정치적 차원에서는 코로나 위기와 지난 30년간 계속해서 엇갈렸던 두 나라의 민주당 행정부를 꼽을 수 있다. 2008년 미국을 강타한 서브프라임 모기지 사태는 2009년 들어선 오바마 행정부의 정치적 운신의 폭을 좁히는 역할을 했다. 1998년 IMF 사태가 국민의 정부에게 그러했듯이, 오바마 행정부는 들어서자마자 모든 정책의 초점을 미국의 경기회복에 맞췄다. 이에 국제경찰을 자처하던 미국은 이전보다 국제적 이슈에 힘과 돈을 과시할 여력이 부족했다. 이러한 연장선에서 당시 미국의 한반도 정책이었던 '전략적 인내'(Strategic Patience)를 분석할 수도 있다. 

이와 같은 맥락에서 2020년 전 세계를 강타한 코로나 팬더믹과 그로 인한 미국 경제 위기는 앞으로 들어설 바이든 행정부의 가장 중요한 문제일 것이다. 또한, 국내 정치적 요소로 지난 30년간 함께 일할 기회를 가지지 못했던 양국의 민주당 계열의 행정부를 꼽을 수 있다. 기본적으로 국제정치에서의 평화를 힘의 균형으로 인식하고 개별 국가의 외교정책 방향을 군사력과 경제력에 집중하는 보수정권에서는 한반도에서의 평화는 한미동맹의 강화 또는 핵 균형과 같은 논의만 무성할 뿐 적극적 평화로의 진전을 기대하기는 어렵다. 특히, 한국의 보수정권은 북한을 협상의 파트너로 인식하지 않고 무조건 제거해야 하는 주적으로 상정하기 때문에 더욱더 한반도 평화를 위한 정책적 대안은 '비핵개방 3000'이나 '통일대박론' 정도다. (1998년부터 2000년까지 김대중 정부와 클린턴 행정부의 만남이 있었지만) 이에 클린턴 행정부와 김영삼 정부의 만남, 부시 행정부와 노무현 정부의 만남, 오바마 행정부와 이명박 정부의 만남, 오바마 행정부와 박근혜 정부의 만남, 트럼프 행정부와 문재인 정부의 만남은 아쉽기만 하다. 국제 정치의 공간에서 국가 사이의 평화 가능성을 보수정당보다 긍정적으로 인식하는 진보정당 계열의 행정부의 만남은 또 다른 중요한 국내 정치적 요소가 될 수 있다. 

세 번째로 국제정치적 차원에서 주목해야 할 요소들은 미·중 갈등과 일본 변수다. 한반도의 지정학적 위치상 냉전 시기에는 미국과 소련의 관계가 한반도 평화에 가장 중요한 외교적 변수였다면, 탈냉전과 중국의 부상 이후 미국과 중국의 관계가 제1의 변수 역할을 하고 있다. 가까운 예가 지난 사드 도입이라고 할 수 있다. 시진핑의 집권 이후 2010년 중국은 아시아 지역에서 일본을 제치고 경제 대국이 되었고, 이는 2008년 이후 경제적 어려움에 봉착한 미국에는 위협요소로 자리 잡게 되었다. 이러한 과정에서 오바마 행정부는 태평양을 중심으로 일본, 한국, 호주와의 동맹 강화는 물론 아시아와 태평양 지역 국가들의 자유무역협정을 근간으로 한 환태평양경제동반자협정(TPP: Trans-Pacific Partnership)을 추진했다. 이는 경제정책으로 보이지만 중국의 경제력과 그에 따른 국제적 영향력을 제어하기 위한 미국의 대중국용 정치·경제적 전략으로 보는 것이 맞다. 이에 맞서 시진핑은 동남아시아국가연합 10개국과 한·중·일 3개국, 호주·뉴질랜드·인도 등 16개국이 참여한 역내포괄적 경제동반자협정인 RCEP(Regional Comprehensive Economic Partnership)을 고안했고, 트럼프 행정부의 보호무역주의 하에 TPP가 주춤하던 작년 공식적으로 출범했다. 이러한 맥락에서 바이든 행정부가 들어서면 오바마 행정부에서 야심차게 진행했던 TPP를 재개할 가능성이 있고 이는 한반도를 중심에 둔 아시아 태평양 지역에서의 미·중 갈등이 수면으로 드러날 가능성이 있다. 이 가능성은 한국에 미국과 중국의 러브콜 속에서 외교적 선택을 강요받게 되며 한반도 평화 정책들을 구사하는데 어려움을 줄 수 있다. 

또한 국제정치적 요소로 일본을 주시할 필요가 있다. 일본은 대한민국 정부 수립 이후 한 번도 한반도에서의 평화를 원한 적이 없다. 특히, 아베와 같은 극우적 집권 세력에게는 외부의 적이 있어야 내부의 단결을 도모하는 데 용이하다는 오래된 정치술에 기대어 정치했다. 이에 북한이라는 외부의 적의 존재는 아베 정부에게 그 무엇보다 중요했다. 예를 들어, 아베는 자신의 지지율이 떨어질 때마다 북한의 핵위협이나 납북자 문제를 들먹이며 자신의 지지층을 결집하고 극우적 외교정책의 정당성을 입증하고자 했다. 이 때문에 일본 정부는 오랫동안 워싱턴의 정가는 물론 학계에 막대한 로비를 하며 한반도 이슈와 관련해서 자신들의 외교적 이익이 관철되도록 노력해왔다. 그 대표적인 사례가 바로 일본의 사사카와 재단이다. (개인적으로 이 재단들이 자국의 이익을 위해 돈을 쓰는 행위 자체가 문제라기보다 이들의 행태가 인접국의 평화를 저해하는 목적이 있다는 것이 비판의 핵심이다.) 이러한 상황을 고려한다면, 바이든이 상원의원을 시작한 이래로 미국 대다수의 정치인과 지식인들을 한반도를 비롯한 아시아 문제를 일본의 시각으로 접근하는 데 익숙해져 있을 가능성이 크다. 이러한 관점에서 본다면 지난 트럼프 행정부가 자신들이 악의 축이라고 상정한 북한의 수장과 1:1로 만나 협상을 한다는 것은 트럼프가 전통적인 미국의 워싱턴 출신이 아니었기 때문에 가능했다고 주장할 수 있다. 결국, 항상 우리의 평화적 외교정책 노력에 장애물이었던 일본의 변수가 한반도 평화로 가는 길에서 우리가 주목해야 할 또 다른 국제적 변수다.

지금까지 바이든 행정부의 등장이 과연 한반도 평화에는 어떤 영향을 미칠 것인가에 대한 질문에 대한 답을 하기 위해 바이든 개인적 차원, 양국의 국내 정치적 차원, 그리고 국제정치적 차원에서 분석해보았다. 개인적으로 이 가운데 가장 중요한 변수는 향후 양국의 민주당 계열의 행정부가 얼마나 오랫동안 지속하느냐의 국내 정치적 변수라고 생각한다. 한반도 평화는 한미 또는 북미 관계의 종속변수가 아닌 독립변수로 인식하는 한국의 민주당 계열의 정부가 국제정치의 공간에서 평화의 가능성과 인권과 같은 규범적 논의에 더욱 개방적인 미국 민주당 출신의 행정부가 만난다면 협상을 통한 한반도 평화의 제도화가 가능할 수 있다고 생각한다. 물론 이러한 긍정적 예상의 전제조건은 우리 행정부의 외교 실력이다. 따라서 바이든 행정부에서는 트럼프 행정부와 같은 극적인 변화는 기대하기 힘들지만, 우리 행정부의 실력을 가늠할 수 있는 절호의 기회이자 위기가 될 것이다. 이에 앞으로 문재인 정부의 남은 임기 동안 한반도 평화와 관련하여 주목해야 할 우리 행정부의 인사는 정의용 외교·안보 특별보좌관, 이인영 통일부 장관, 박지원 국정원장이다. 앞으로 이들의 행보에 대해 분석하면서 한반도 평화의 변화들을 이야기하고자 한다.

* 관련 내용은 유튜브 채널 <민중의대화>에서도 확인할 수 있습니다. (https://www.youtube.com/watch?v=e0sM7_q4KLk&t=23s)

태그:#바이든행정부, #한반도평화, #박지원, #이인영, #정의용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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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름은 박민중입니다. 생일은 3.1절입니다. 정치학을 전공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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