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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독감진단키트를 수입해 판매하는 방아무개씨가 서울 서대문구 종근당 본사 앞에서 1인 시위를 벌이고 있다.
 독감진단키트를 수입해 판매하는 방아무개씨가 서울 서대문구 종근당 본사 앞에서 1인 시위를 벌이고 있다.
ⓒ 김종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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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해 12월 24일 크리스마스 전날, 청와대의 국민청원 게시판에 글 하나가 올라왔다. '종*당의 거짓 약속에 하루 하루 눈물 속에 살고 있는 ** 엄마입니다'라는 제목이다. 글쓴이는 서울에서 의료기기를 수입해 판매하는 회사를 운영하는 방아무개씨의 아내였다. 

그는 "코로나19가 수많은 기업을 부도 위기로 내몰고 있는 상황에서, 종*당의 거짓 약속에 속아 부도 위기에 처해 있다"면서 "대기업 종*당은 코로나 핑계를 대며 희희락락하고 있다"고 적었다. 그는 "저희는 정말이지 하루하루가 지옥"이라고 하소연했다. 

그가 언급한 '종*당'은 국내 대형 제약업체인 종근당이다. 방아무개씨는 최근 서울 서대문구 종근당 본사 앞에서 1인 시위를 벌였다. 체감온도 영하 20℃ 가까운 날씨에도 그는 홀로 '갑질기업 퇴출! 종근당 불매운동!' 팻말을 들고, 도로 위에 서 있었다. 

방씨는 14일 <오마이뉴스>에 "코로나로 모든 사람들이 힘들었지만, 저희 가족은 종근당의 무책임한 행태와 갑질에 하루하루 지옥같은 삶을 살고 있다"고 토로했다. 이들 가족에게는 당장 코로나19의 위험보다, 대기업 종근당의 갑질이 더 큰 삶의 위협인 셈이다. 

그동안 이들 가족에게는 무슨 일이 일어났던 것일까.

독점 납품거래 계약... 불행의 씨앗
   
불행의 씨앗은 2018년으로 거슬러 올라간다. 방씨는 그해 9월 종근당과 독감진단키트인 '알소닉 플루'라는 제품을 독점으로 납품하겠다는 계약을 맺는다. 이 제품은 일반 병원 등에서 독감을 진단하는 데 사용하는 의료용 기기다. 일본 유명 제약회사인 A사로부터 수입하고 있다. 방씨 회사는 이 제품의 국내 독점 수입과 판매 권한을 갖고 있다. 그는 "제약업계에서 오랫동안 일해온 동생의 도움으로 일본 회사로부터 어렵게 국내 독점 판매권 등을 얻게 됐다"고 말했다. 

독감진단키트는 국내 대형 제약회사를 통해 매년 수십만여 개가 전국 병·의원 등에 유통되고 있다. 국산 제품과 함께 일본수입 제품 등이 유통되는데, 업계에서는 수입 진단키트의 정확도가 상대적으로 높은 것으로 알려져 있다. 방씨는 "지난 2018년 일본 진단키트를 찾던 종근당쪽과 접촉하게 됐다"면서 "그쪽(종근당)에서는 '국산 키트를 사용하지 않을 것이고 알소닉 플루만을 유통할 것'이라면서 우리에게 독점 납품을 요구했다"고 말했다.

방씨는 "(종근당과의) 독점 납품 계약은 9월에 이뤄졌지만, 실제로는 그 이전부터 담당 실무자로부터 구두로 제품 납품 등의 지시를 받아왔다"고 말했다. 방씨는 또 종근당과의 납품 계약 체결 역시 철저하게 갑을 관계에서 이뤄진 것이라고 했다. 종근당쪽에서 일본으로부터 수입되는 모든 진단 키트의 국내 판매 독점권을 달라고 방씨에게 요구했다는 것. 그는 "당시만 해도 우리는 매출이 거의 없었던 조그만 회사였고, 상대는 매출만 1조원이 넘는 대기업이었다"고 했다. 

방씨 회사 입장에선 종근당에 일방적으로 끌려가는 계약이었지만, 그들의 약속을 믿을 수밖에 없었다. 그는 "우리는 사실상 일본 독감진단키트 제품 판매만이 유일한 매출 창구였다"면서 "종근당의 요구에 따라 성실하게 거래를 했으며 일종의 하도급 형태의 계약관계나 다름없었다"고 덧붙였다.

종근당의 압박... "2억원 어치를 무상 제공하라"
 
 종근당 홈페이지 캡쳐.
 종근당 홈페이지 캡쳐.
ⓒ 종근당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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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근당과의 계약 첫해인 2018년, 방씨는 진단키트 30만 개 납품 요구를 받았다. 그해 9월 그는 종근당쪽에 20만 개를 납품했고, 이후 추가로 5만 개를 종근당 쪽에 보냈다. 방씨는 "30만 개 가운데 25만 개를 납품한 이후 나머지 5만 개에 대해 그쪽(종근당)에서 구매를 하지 않았다"면서 "그 과정에서 우리와 사전에 어떤 협의도 없었다"고 말했다. 

결국 해를 넘겨 2019년까지 5만여 개에 달하는 진단키트는 수입 물류창고에 그대로 쌓여 있었다. 그는 "회사쪽에 (구매여부를) 문의했더니, 5만여개를 이미 다른 국내산 키트로 구매했다는 답변이 돌아왔다"며 분통을 터트렸다. 

이어 종근당쪽에서 창고에 쌓아둔 수입 진단키트 4만여 개를 공짜로 제공하라는 요청을 받았다. 방씨는 "종근당쪽에서는 한화로 2억 원이 넘는 진단키트를 무상으로 제공해달라고 했다"면서 "회사 매출 규모상으로 도저히 받아들이기 어려운 요구였다"고 회고했다.

그는 또 종근당쪽에서 자신들의 요구를 들어주면, 앞으로 60만 개의 진단키트를 구매할 것이라는 이야기도 들었다고 했다. 결국 그는 진단키트 8400개(약 4000여만원 상당)를 종근당쪽에 무상으로 제공했다. 그리고 그 대가로 그해 20만 개 진단키트 납품 계약을 체결했다. 

종근당의 요구는 이에 그치지 않았다. 2019년 8월 종근당은 인천과 여수, 경주 등지에서 병의원을 상대로 한 의료 심포지엄을 열었다. 종근당쪽에선 심포지엄 이후 진단키트 판매량이 늘어날 것이라면서, 각종 경비 부담을 요구했다. 방씨는 "종근당의 요구에 따라 일본 회사쪽 관계자를 초청해 진단키트의 장점 등을 설명하는 자리를 가졌다"면서 "물론 이에 들어가는 각종 경비는 우리가 부담해야 했다"고 말했다.

코로나19 핑계로 제품 인수 거부... 종근당 "문제 없다"

 
 자신의 차를 모는 운전기사에 상습 폭언을 일삼은 것으로 드러난 이장한 종근당 회장이 14일 서울 충정로 본사 대강당에서 공식 사과문을 발표하고 있다.
 이장한 종근당 회장.
ⓒ 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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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심포지엄이 진행중이던 9월 방씨는 종근당쪽에 약속대로 20만 개의 진단키트를 납품했다. 이후 방씨는 종근당쪽으로부터 독감 피크 시즌에 대비해 추가로 20만 개를 준비해 놓으라는 주문을 받았다고 주장했다. 그는 지난해 1월 본사에서 가진 미팅 자리에서 "매년 평균적으로 30만개 이상 진단 키트 판매가 이뤄졌으니, 올해는 미리 재고량을 준비해 놓으라는 요청을 받았다"고 회고했다. 이에 따라 그는 20만개의 진단키트를 주문해, 일본쪽으로부터 공급 받았다.

문제는 이때부터였다. 작년 2월께 국내 코로나19 확진자가 크게 늘기 시작하면서, 독감진단 역시 크게 줄었다. 게다가 당시 방씨의 소통창구였던 실무자들도 일부 회사를 떠나는 등 변화가 있었다. 종근당쪽에선 방씨의 진단키트 구매를 거부했다. 코로나 상황에 따라 독감진단키트 수요가 크게 줄었고, 정식 구매 계약서 등이 없다는 이유를 들었다. 결국 방씨의 20만 개 진단키트는 수입창고에 그대로 쌓이게 됐다.

방씨는 "종근당쪽은 우리는 법적으로 책임 없다는 식으로 일관하고 있다"면서 "우리가 종근당의 구매 요청 없이 추가로 20만개를 수입하겠는가"라고 반문했다. 그는 이어 "이미 수입 과정에서 은행으로부터 10억원에 가까운 돈을 빌렸고, 창고 관리비 등 빚만 계속 늘고 있는 실정"이라며 "지난 1년동안 피를 말리는 시간을 보내고 있다, 진단키트 유통기한이 얼마 남지 않은 이상, 이를 해결하지 못하면 우리는 고스란히 부도와 파산으로 내몰릴 수밖에 없다"고 토로했다. 

종근당 쪽은 법적으로 구매할 책임이 없다는 입장을 보이고 있다. 방씨쪽에 보낸 회사쪽 입장을 보면, 종근당은 방씨 회사가 추가로 수입한 20만개 키트에 대해선 정식으로 발주서가 발행되지 않았고, 이에 따라 이를 구매할 이유가 없다는 것이다. 또 방씨 회사와 구두계약을 맺었던 일부 실무자 등은 이미 회사를 떠났다고 밝혔다.

회사 관계자는 지난 15일 <오마이뉴스>와 통화에서 "방씨 쪽의 주장에 대해 관련 부서에서 여러 가지 검토 중인 것으로 알고 있다"고 말했다. 이어 구체적인 사실 관계 등을 묻는 질문에 대해서, 회사는 명확한 입장을 밝히지 않았다. 대신 회사는 방씨쪽과 이번 사안에 대해 대화를 계속하겠다는 입장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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