누가 뭐래도 2010년대 후반 KBO리그를 대표하는 홈런 군단은 SK 와이번스였다. 2017년과 2018년 2년 연속으로 200개 이상의 홈런을 기록한 SK 타선은 어느 타순에서든 일발 장타가 나올 수 있는 위압감을 보여줬다.

그랬던 SK가 달라졌다. 이듬해인 2019년 팀 홈런 개수가 급감하더니 2020년에는 타선이 힘 한 번 제대로 쓰지 못했다. 급기야 팀 순위가 최하위권으로 떨어져 일찌감치 가을야구 경쟁에서 멀어졌다. 팀 OPS는 한화 이글스((0.658)에 이어 두 번째로 낮은 0.711이었다.

KBO리그 기록 전문 사이트 '스탯티즈'에 따르면, 역대 SK의 단일시즌 팀 OPS를 통틀어봐도 2020시즌보다 낮은 수치를 기록한 적은 2006년(0.704) 단 한 차례밖에 없었다. 타고투저 현상이 점점 완화된 영향도 있겠지만, 이 정도로 수치가 낮아진 것은 충격적인 일이었다.
 
 로맥의 분전만으로는 타선이 살아나기 어려웠다.

로맥의 분전만으로는 타선이 살아나기 어려웠다. ⓒ SK 와이번스

 
희미해진 팀 컬러, 사라진 SK 타선의 위용

물론 모든 타자가 부진하진 않았다. 외국인 타자 제이미 로맥이 32개의 홈런으로 선봉장에 섰고, 홈런 33개를 때려낸 최정도 팀 타선을 이끌었다. 2020시즌 SK 타자들의 전체 홈런 개수가 143개로, 두 명의 타자가 절반 가까이 책임졌다.

문제는 나머지 타자들이었다. 2018년 한국시리즈 MVP까지 차지했던 한동민은 62경기에 출전해 타율 0.249 15홈런 31타점 OPS 0.871로 실망스러운 성적을 남겼다. 결정적으로 5월 말 정강이뼈 미세 골절, 9월 초 왼쪽 엄지손가락 인대 파열 등 두 차례의 부상이 한동민의 발목을 잡고 말았다.

2018년 한국시리즈 중심에 있었던 선수 중 한 명인 이재원의 부진도 뼈아팠다. 100경기도 나오지 못한 이재원은 80경기에 출전, 타율 0.185 2홈런 21타점 OPS 0.514로 사실상 팀에 큰 도움이 되지 못했다. 심지어 시즌 도중에 트레이드로 영입된 이흥련의 가세에 주전 포수 자리를 위협받기도 했다.

이 밖에도 고종욱, 최항, 윤석민, 정의윤 등 해 줘야 할 선수들이 대거 부진의 늪에 빠졌다. 팀 홈런 1위를 기록했던 SK가 맞나 싶을 정도로 타선의 무게감이 다소 떨어졌고, 그러면서 '홈런 군단'이라는 팀 컬러도 점점 희미해졌다.

그렇다고 해서 홈런이 아닌 다른 방법으로 해법을 찾은 것도 아니다. SK의 2020시즌 출루율은 0.329, 구단 역사상 한 시즌에 가장 낮은 OPS를 기록했던 2006년과 같은 수치였다. 톱타자로 많은 타석을 소화했던 최지훈의 가능성을 확인했지만, 그게 전부였다.
 
SK 최주환 넓은 잠실구장을 홈 구장으로 사용하면서 20홈런 이상을 기록할 정도로 중장거리 타구를 생산하는 능력은 이미 검증됐다.

▲ SK 최주환 넓은 잠실구장을 홈 구장으로 사용하면서 20홈런 이상을 기록할 정도로 중장거리 타구를 생산하는 능력은 이미 검증됐다. ⓒ SK 와이번스

 
최주환의 가세와 김원형 감독의 선언

다행스럽게도 올 겨울 SK는 중장거리 타구 생산에 능한 좌타자 최주환을 영입해 공수 양면에서 전력 보강에 성공했다. 풀타임 2루수도 가능하고, 답답했던 SK 타선에 활력을 불어넣을 적임자로 기대를 받고 있다.

최주환은 2018년 홈런 26개로 커리어하이 시즌을 보냈고, 이적 직전 시즌이었던 2020년에도 16개의 홈런을 만들어냈다. 잠실구장보다 타자 친화적인 인천 SK 행복드림구장과 만나는 최주환이 더 많은 장타로 SK 타선을 살릴 것이라는 기대감이 크다.

올 시즌 새롭게 지휘봉을 잡은 김원형 감독도 장점을 다시 살려야 한다고 강조한 바가 있다. 김 감독은 지난해 11월 30일 취임식 당시 "SK에 홈런은 중요한 요소다. 타격 파트와 긴밀히 상의해 장타력이 있는 선수들에게 홈런 생산을 적극적으로 주문할 생각이다"고 언급했다.

지난 시즌까지 두산 베어스에서 투수코치를 맡았던 김 감독은 "다른 팀 코치로 있을 때 SK는 무척 부담스러운 팀이었다. 3~4점 차로 리드해도 장타에 관한 부담이 있었고, 경기 운영에 영향을 줬다"고 설명했다. 실제로 한 시즌에 200개 이상의 홈런이 쏟아진 2017년과 2018년에는 경기 막판에 한방으로 뒤집는 경기가 심심치 않게 나왔다.

야구에서 홈런만이 답은 아니지만, 팀 컬러를 드러내지 못했다는 것은 상대를 위협할 무기가 없었다는 이야기와 크게 다를 게 없다. 장점을 살려야 함을 확실하게 깨달은 비룡 군단이 부활의 날갯짓을 시작할 수 있을까.

☞ 관점이 있는 스포츠 뉴스, '오마이스포츠' 페이스북 바로가기
덧붙이는 글 [기록출처 = 스탯티즈 홈페이지]
프로야구
댓글
이 기사가 마음에 드시나요? 좋은기사 원고료로 응원하세요
원고료로 응원하기

양식보다는 정갈한 한정식 같은 글을 담아내겠습니다.

top