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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 11일 KB국민은행 여의도 딜링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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꿈에 그리던 코스피(KOSPI:종합주가지수) 3000시대에 진입했습니다. 사상 최초인데요, 최근 3개월 동안 12조4000억원어치를 사들인 개인투자자들의 공이 컸습니다. 

이런 가운데 오는 3월15일, 지난 1년 동안 코로나19 확산 등을 계기로 한시적으로 이어져온 공매도 금지 조치 종료를 앞두고 논란이 뜨겁습니다. 

개인투자자들 사이에선 불법적으로 공매도에 나서는 일부 기관·외국인투자자를 적발하기 어려운 구조를 개선하지 않고 공매도를 재개하는 것은 불공정하다는 의견이 지배적입니다. 반면 주식시장의 거래를 촉진하고 주가거품 형성을 방지하는 역할을 하는 공매도를 더이상 금지하기는 어렵다는 주장도 맞서고 있습니다. 

공매도는 주가가 내려갈 것으로 예상되는 종목의 주식을 미리 빌려서 팔고 이후 실제로 주가가 하락하면 싼 값에 다시 사들여 빌린 주식을 갚아 차익을 남기는 투자기법을 말합니다. 예를 들어 삼성전자 주가가 10만원일 때 빌려서 팔았다가 3일 뒤 8만원으로 내려갔을 때 이 가격에 주식을 다시 사서 돌려주면 2만원의 이득을 볼 수 있는 것입니다. 하락장에서 수익을 내는 투자 방식 중 하나입니다. 

공매도는 부정적인 정보가 가격에 빠르게 반영될 수 있도록 하면서 주가의 변동성을 줄이는 등 순기능이 있습니다. 때문에 전세계 대부분의 증권시장에서 공매도를 허용하고 있습니다. 

우리나라에 공매도가 도입된 시점은 지난 1969년입니다. 하지만 1996년 이전까지 공매도 거래는 매우 드물게 이뤄졌습니다. 공매도의 주요 주체인 기관투자자에 대한 주식대차거래가 허용되지 않았기 때문입니다. 

이는 기관·외국인투자자가 예탁결제원, 증권회사 등 중개를 통해 연기금, 은행, 자산운용사 등이 가진 주식을 빌리는 기관 사이의 거래를 말합니다. 1996년 9월에 이같은 거래방식이 도입되면서 실질적인 공매도가 가능한 환경이 만들어졌습니다.  

하지만 공매도를 바라보는 개인투자자들의 시선은 그리 곱지 않습니다. 사실상 개인투자자들이 공매도를 적극 활용하기 어려운 구조여서 공매도 제도 자체가 개인투자자에 불리하다는 것이 첫번째 이유로 꼽힙니다. 

[공매도 재개 반대] 불법 공매도 개미 피해 크다
 

공매도를 하려면 다른 사람으로부터 주식을 빌려야 하는데, 투자자들이 주식을 빌리는 방법에는 대차거래 외 대주거래도 있습니다. 이는 개인투자자가 증권사에서 직접 주식을 빌리는 형태인데, 한도·기간·담보비율·수수료 등 제약조건이 많아 활성화되지 않고 있습니다. 

어렵사리 공매도에 나섰더라도 불법 거래가 발생할 경우 더 큰 치명상을 입는 것은 개인이라는 점도 개인투자자들이 공매도 재개를 꺼리는 배경입니다. 현재 우리나라 주식시장에는 빌린 주식을 파는 형태의 법적으로 허용된 차입 공매도와 소유하지 않은 주식을 파는 불법 무차입 공매도가 혼재돼 있습니다. 

허술한 주식대차시스템 탓에 불법 무차입 공매도가 이뤄지더라도 이를 적발하기 어렵다는 얘깁니다. 또 이를 적발하더라도 처벌은 증권사 등 법인의 경우 건당 최대 6000만원의 과태료로 솜방망이 수준입니다.  

이런 상황에서 무차입 공매도가 이뤄지고 주문한 투자자가 주식을 갚지 않을 경우 주식을 산 투자자가 주식을 받지 못하는 사태까지 발생할 가능성이 있습니다. 해당 거래에는 공매도를 신청한 개인투자자들의 주식도 포함됩니다. 상대적으로 자금력이 부족한 개인에게는 무차입 공매도에 따른 피해가 더 큰 충격으로 다가올 수 있다는 의미입니다. 

정의정 한국주식투자자연합회 대표는 "공매도 금지는 연장해야 한다"며 "공매도가 재개되면 지수가 폭락하고, 2030 동학개미들은 피해를 볼 수밖에 없다"고 말했습니다. 그는 "최근 지수 상승이 과열됐다는 의견도 있지만 삼성전자나 현대차 등 대형종목의 주가가 오르는 바람에 코스피도 오른 것뿐"이라며 "오히려 주가가 제자리걸음을 하거나 하락한 종목도 수두룩하다"고 강조했습니다. 

정 대표는 공매도 금지에 따른 순기능을 강조했습니다. 그는 "공매도 금지 이후 거래량이 늘어 증권거래세가 총 12조원으로 예년보다 4조원 이상 증가했다"며 "농어촌특별세까지 포함하면 13조원이나 들어왔는데, 최근 불안해진 국가 재정을 증권거래세로 많이 메운 셈이다, 공매도 금지를 유지해야 하는 이유 중 하나"라고 말했습니다. 

[공매도 재개 찬성] 금지하면 장기적으로 부작용 더 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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반면 공매도가 필요하다는 주장도 만만치 않습니다. 공매도가 주식시장의 거래를 활성화하고 적절한 가격을 찾아주는 기능이 있어 이를 완전히 금지하기는 어렵다는 것입니다. 

자본시장연구원의 황세운 연구위원은 '공매도 규제효과 분석 및 정책적 시사점'에서 "일반적으로 공매도는 시장의 유동성을 확대하는 효과가 있는 것으로 나타난다"며 "울드리지·디킨슨(Wooldridge & Dickinson)은 공매도가 주가 상승기에는 매도량을 늘리고, 주가 하락기에는 매수량을 늘려 시장의 유동성을 높인다고 판단했다"고 설명했습니다. 

그는 공매도를 제약하면 부정적인 정보의 반영이 위축되고, 긍정적인 정보는 과도하게 반영하는 결과가 나온다는 연구 결과를 소개하기도 했습니다. 

그러면서 황 연구위원은 "공매도는 오랜 역사를 거치면서 그 경제적 순기능이 인정돼온 제도"라며 "공매도 거래금지와 같은 강력한 규제는 대규모 금융위기가 발생해 시장기능이 정상적으로 작동하지 못한 경우에 한해 한시적으로 시행하는 것이 합리적"이라고 했습니다.

한국거래소도 홈페이지상 별도로 마련한 '공매도 오해와 진실' 코너를 통해 "공매도를 전면적으로 금지하는 경우 차익거래·헤지거래·롱숏 등 차입공매도를 활용한 다양한 투자전략 사용이 불가능해져 투자자들의 시장참여가 급격히 줄어들 우려가 크다"며 "또 유동성이 감소돼 시장의 중장기적인 성장에 큰 악영향을 줄 수 있다"고 강조했습니다. 

애매한 금융당국의 태도
 
지난 11일 KB국민은행 여의도 딜링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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공매도를 둘러싼 찬반의견이 팽팽한 가운데 오는 3월 공매도 재개에 대해 금융당국의 태도도 애매한 구석이 있습니다.  

지난 11일 금융위원회는 출입기자단에게 문자메시지를 통해 "현재 시행 중인 한시적 공매도 금지 조치는 3월 15일 종료될 예정"이라고 안내했습니다. 이로 인해 '금융당국이 공매도 금지를 종료하기로 확정했다'는 내용의 보도가 쏟아지기도 했습니다. 

그런데 직접 확인해 보니 금융위 내부 분위기는 조금 달랐습니다. 금융위 자본시장과 관계자는 <오마이뉴스>와의 통화에서 "(공매도 금지 연장은) 어떻게 될지 상황을 지켜봐야 한다"며 "지난해 9월 공매도 금지를 연장하면서 그 기한을 올해 3월 15일까지로 정한 것을 다시 한번 언급한 것"이라고 밝혔습니다. 금융위는 2020년 3월 이후 6개월 단위로 2차례 공매도 금지를 연장한 바 있습니다. 

금융위는 다시 12일 늦은 오후 "전날 발송된 문자메시지 내용이 금융당국의 공식입장"이라며 "공매도 재개 문제는 9인으로 구성된 금융위 의결사항"이라고 발표했습니다. 3월 15일에 공매도 금지 기한이 끝난다는 게 공식입장이지만 실제 조치를 취하기까지는 금융위 의결이 남아 있다는 겁니다. 

공매도 금지 조치가 1년 가까이 연장되면서 해당 제도의 존치 여부를 두고 뜨거운 논쟁이 이어지자 공매도 제도를 개선하는 방안이 마련되기도 했습니다. 불법 공매도에 대한 처벌을 높이고, 차입 공매도 거래내역을 5년 동안 의무 보관하도록 하면서 불법 공매도 적발을 강화하는 등의 내용이 담긴 자본시장법 개정안이 나온 것입니다. 해당 법안은 오는 4월 6일부터 시행됩니다. 

그렇지만 정치권에서는 이같은 제도 개선이 개인투자자들의 우려를 불식시키기엔 충분치 않다는 목소리가 나오고 있습니다. 이런 상황에서 섣불리 공매도를 재개하는 것은 위험하다는 지적도 이어지고 있습니다. 

남아 있는 우려들 

박용진 더불어민주당 의원은 페이스북을 통해 "금융위의 태도는 무책임하다"며 "이전에도 불법 공매도를 차단하기 위한 많은 제도적 장치가 발표됐지만, 결국 불법 공매도를 근절하지 못했다"고 비판했습니다. 이어 "불공정한 제도, 부실한 금융당국의 대처로 피눈물 흘리는 것은 다름 아닌 개미투자자들"이라며 "불공정과 제도적 부실함을 바로잡지 못한 채 공매도를 재개하는 것은 금융당국의 책임을 방기하는 것"이라고 덧붙였습니다. 

양향자 민주당 의원도 YTN 라디오에 출연해 "공매도에 대한 근본적인 의심을 해소하지 못한 상황에서 보완책이 있다 하더라도 (개인투자자들의) 신뢰까지 얻기는 힘든 상황"이라며 "필요하다면 일정기간 (공매도 금지를) 연장해 시장과 적극적으로 소통하는 과정이 필요하다"고 했습니다. 

일부에선 금융당국이 공매도 관련 규제 강화에 대해 제동을 걸었다는 이야기도 나옵니다. 

국회 정무위원회 소속 한 관계자는 "기업 간 업무협약(MOU) 체결, 실적 악화 등 주가에 호재나 악재로 작용할 수 있는 상황이 발생하면 일정 기간 공매도를 하지 못하도록 하는 내용이 법안에 포함되기도 했지만 금융위 쪽 반대로 무산됐다"며 "이 경우 1년의 절반 가량은 공매도가 불가능하다는 이유였다"고 말했습니다. 

이 관계자는 이어 "앞선 산업구조조정 관련 논의처럼 공매도 금지 연장 문제도 금융위뿐 아니라 청와대 경제수석, 경제부총리, 한국은행 등이 함께 협의할 여지가 있다"라며 "실제 그렇게 하더라도 설 연휴 이후가 될 것"이라고 귀띔했습니다. 

공매도 금지 연장 여부가 안갯속으로 빠져들면서 개인투자자들의 불안은 더욱 커져만 갑니다. 기울어진 운동장이 아닌, 평평한 운동장에서 공정하게 거래할 수는 없을까요? 이제 정부와 국회로 공이 넘어가게 됐습니다. 

태그:#주식, #공매도, #주가, #코스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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