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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2일 정병석 전남대 제20대 총장이 4년 임기를 마치고 이임했다. 신임 총장으로는 의과대학의 정성택 교수가 지명돼 국무회의 인준을 마쳤다.

정 총장은 "우리 대학은 수많은 인재를 배출하고 민주·인권·정의의 소중한 가치를 지켜온 증인이자 주인공"이라며 "함께 만들어 온 대학의 역사였기에 무거운 책무를 나눠진 대학가족 여러분에게 더 고마움을 느낀다"고 이임 소감을 밝혔다. 정 총장은 이임 후 원래 소속이었던 법학전문대학원으로 돌아가 교육에 힘 쓸 예정이라고 한다. 

"민주·인권의 가치"라는 이임사가 무색하다
 
광주 북구에 위치한 전남대.
 광주 북구에 위치한 전남대.
ⓒ 소중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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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러나 반론 또한 만만치 않다. 정 총장 재직 시절 전남대학교는 국가인권위원회(아래 인권위)로부터 여러 차례 기관 경고 및 권고 결정을 받는 등 민주·인권 문제에 있어 매우 무책임했다는 것.

지난 2018년 12월 전남대 법학전문대학원(로스쿨)에서 성폭력 사건이 발생했다. 사건 직후 피해자 A씨가 전남대 인권센터에 사건 해결을 요청했지만 인권센터는 피해자 몰래 한 달가량의 비밀 조정 기간을 설정한 후 징계를 차일피일 미루었으며 로스쿨 측은 피해자가 요청한 가해자와의 공간 분리 요청에 응하지 않았다.

인권위는 정병석 전남대 총장에게 '인권센터 규정'을 정비하고 로스쿨 교수들에게 성인지 감수성 교육을 실시할 것을 권고했다. 정 총장이 간과할 수 없는 문제다. 그 또한 로스쿨 교수이기 때문이다.

한편, 지난 2019년 12월에는 전남대 산학협력단 송년 회식 자리에서 성추행 사건이 발생했다. 이 사건 피해자 B씨 역시 사건 직후 전남대 인권센터에 신고를 접수했다. 그러나 B씨는 오히려 학교 측으로부터 해고 처분을 받았다. 인권센터에 출석하여 B씨의 피해 사실을 증언한 동료 C씨는 정직 3개월 징계를 받았다. C씨는 수습 기간 중 정직 징계를 받았다는 이유로 채용이 취소됐다.

결국 논란이 확산되자 교육부가 직접 감사를 실시하여 정병석 총장 및 교직원 10여 명에게 징계 및 경고 처분을 내렸다. 이때 전남대 교수회가 교육부의 징계에 대해 "대학 운영에 대한 중대한 침해와 간섭"이라며 반발하고 나서 논란이 됐다.

정병석 총장 재임 시절 민주·인권이라는 말에 어울리지 않는 사건은 계속 발생했다. 지난 2019년 12월 전남대 이을호기념강의실에서 홍콩활동가 초청 간담회가 진행될 예정이었다. 그런데 강연을 불과 5일 앞둔 12월 5일 전남대 철학과 조윤호 학과장이 강연회 실무자에게 전화를 걸어왔다. 조 학과장은 "주 광주 중국 총영사 측 인사들이 항의했다. 총장이 어떻게 이번 일을 책임을 지겠느냐"라며 일방적인 대관 취소를 통보했다.

인권위는 전남대의 행위를 '정치적 의견을 이유로 한 교육시설 이용차별'로 판단했다. 인권위는 전남대에 '향후 정치적 의견을 이유로 교육시설 대관을 불허하지 않도록 주의할 것'을 권고했다.

당시 전남대 측이 중국 총영사 측 압력을 받고 일방적으로 강행한 대관 취소는 큰 논란이 되었다. '홍콩의 진실을 알리는 학생모임(홍진학모)'은 성명을 내고 "정병석 전남대 총장이 중국 정부의 외압에 굴복해 1980년 5월의 광주와 전남대 정신을 뒤엎었다"라며 "중국이 외압을 가해 홍콩의 민주주의를 지지하는 한국 시민들의 외침까지 막으려는 시도는 내정간섭"이라고 반발했다.

2020년 10월에 있었던 국정감사에서는 전남대 디지털도서관 건립이 문제가 되었다. 도서관 건립을 위해 국비 210억 원을 지원받았음에도 전남대 측이 조교와 직원들에게 기부금 모금을 진행했음이 적발된 것이다. "학교 운영 전반을 점검해보라"는 강민정 열린민주당 의원의 질의에 대해 정 총장은 "직원들이 자체 회의를 진행한 후 자발적으로 모금했다"라고 해명하기도 했다. 

12일 4년 만에 임기를 마친 정병석 전남대 총장이 이임사를 통해 '민주·인권'을 강조하자 광주지역 시민사회 일각에서 비판의 목소리가 나왔다. 익명을 요구한 모 시민단체 활동가는 "민주와 인권을 어둡게 가린 장본인이 떠나는 마당에 두 단어를 강조하고 가는 게 씁쓸하다"라고 지적했다.

태그:#전남대학교, #전남대 정병석 총장, #전남대 정병석 총장 이임, #민주주의 인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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폭력에 대해 고민하며 광주의 오늘을 살아갑니다. 페이스북 페이지 '광주의 오월을 기억해주세요'를 운영하며, 이로 인해 2019년에 5·18언론상을 수상한 것을 인생에 다시 없을 영광으로 여기고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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