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묵은해를 보내고 새해를 맞이하는 모습은 다양했다. 작년까지만 해도 의례 해돋이나 해넘이를 찾으러 전국 유명한 곳이면 인파가 넘실거렸다. 그러나 갑자기 늘어난 천명대의 코로나 확진자 수로 인해 새해를 축하하려는 모든 행사들이 취소되었다. 극단의 사회적 거리를 요청하는 정부의 외침과 함께 고요하게 헌 날이 가고 새 날이 왔었다.

어느새 새해 십 여일이 지난 지금, 전국적으로 코로나 확진자 수가 많이 줄어들었고 우리 지역만 해도 아주 소수의 알림종이 울린다. 이 얼마나 다행인가 하는 한숨이 절로 나오지만 아직도 멀고도 높은 산이 앞에 놓여있는 것도 사실이다. 백신이 나온다 해도 바로 치료되는 것도 아니라 하고, 코로나로 인해 실제 삶의 현장에 미치는 경제, 사회 전반에 걸친 영향이 그다지 긍정적인 신호는 없을 거라는 말들에 귀가 쏠린다. 어떻게 대비를 할까.

지난 며칠 간 나의 생활 가계의 범위를 확인하고 정리하는 일을 하면서 몇 가지를 배울 수 있었다. 두 번째 에세이집을 내고 싶은 욕심에 방안에 작은 좌탁 하나를 놓으려고 계획했다. 노트북과 책 몇 권, 그리고 차 한 잔 마실 공간만 있으면 될 좌탁을 구하려고 했다. 마치 이렇게 해 놓으면 금방이라도 글이 쏟아질 것 같은 환상을 꿈꾸면서 말이다.

내 말을 들은 지인이 '당근마켓'에 가서 보면 제법 쓸 만한 물건이 있다고 했다. 얼마 전 우리 동네 들어온 반품 거래마켓인 오픈박스인가 싶어서 그곳에도 탁자가 있는지 물었다. 지인은 스마트 폰에 당근마켓 앱을 깔아주고 물건을 확인하는 방법을 알려주었다. 일반적인 온라인 쇼핑몰인가 궁금해서 자세히 보니 뭔가 분명히 다른 점이 있었다.

마켓의 상표가 당근 모양이어서 식료품들이 많은 줄 알았는데, '당근'이란 말이 '당신 근처에'라는 표현을 보고 신선하다는 생각이 들었다. 온라인 쇼핑몰에서의 거래 시 단점 중 하나는 보이지 않는 상대와의 거래에서 나오는 불신감과 두려움이 있다.

그런데 당신 근처, 바로 이웃이 내놓는 물건을 직접보고 거래하라는 신호이다 보니, 훨씬 더 깊은 믿음이 생길 수 있겠다 싶었다. 또한 알뜰한 중고거래를 통해 자원의 재활용이 우리 환경에 미치는 긍정적 효과까지 생각해보는 계기도 되겠구나 싶었다.

당근마켓의 검색어에 좌탁이란 말을 쓰니 좋아 보이는 몇 개의 물건들과 물건을 올린 주인들의 간단한 설명이 보였다. 이 주인은 어디에 사나 살펴보니, 바로 옆 아파트에 살고 있었다. 언제든지 물건을 볼 수 있다고 해서 관심 표시를 하고 물건을 보고 싶다고 메시지를 넣었다.

딸과 함께 방문한 집에 노부부가 마중을 나왔다. 일년 전에 지인이 직접 만들어준 원목탁자인데 이사를 가려고 짐을 정리하던 차였다고 말했다. 본인들도 이런 거래를 몰랐는데, 자식들이 알려주어서 이렇게 내놓게 되었다고 설명했다. 마음에 들어서 바로 사서 나왔다. 바로 옆집 이모님이 선물로 주시는 것 같은 기분으로 받아서 돌아왔다.

방 안에 탁자를 놓고 물건을 정리하면서 코로나로 인해 온택트라는 새로운 시대의 도래가 생각보다 빠르게 우리 삶터에 정착되어 가는구나 싶은 생각이 들었다. 아직도 아날로그 모드를 벗어나지 못하는 구세대의 나로서는 배우고 따라가야 할 것들이 너무 많기에 걱정만 앞서기도 한다. 어찌됐든 이웃의 손길이 닿은 중고품을 당근마켓으로 구하면서 정리해야 할 내 물건에 대한 처리 방법 하나를 배운 셈이었다.

내가 사용한 물건을 되살리기 위한 방법으로 가장 이용했던 곳은 바로 '아름다운 가게'였다. 물론 기부의 형태로서 이루어졌다. 학생들과 함께 가서 기부 물건들을 정리도 했다. 또 때론 아파트의 재활용 수거함을 책임지는 분에게 드리기도 하고, 심지어, 해외봉사를 갈 때 그곳에서 소용이 될 만한 의류들과 신발, 학용품들을 가져가서 기부하고 돌아오기도 했다.

물건이 만들어져 사용되고 버려질 때까지의 과정을 살펴보면 그냥 지나치면 안 되는 부분들이 많다. 특히 재활용과 재사용이 가능한 물건들의 수명을 짧게 하는 것은 개인이나 국가나 그 누구 할 것 없이 큰 죄를 저지르는 일이라고 생각한다. 아무리 현대사회가 소비사회이고, 소비를 통해서 또 다른 생산의 고리가 만들어진다고 하지만 소비는 분명 지양해야 한다고 믿는다.

다량의 소비가 만들어지는 사회에서 우리가 볼 수 있는 것은 문화의 황폐요, 환경의 황폐다. 어떤 이는 소비의 미학이란 말로 자본주의 세상의 변화를 말하지만 내 생각에는 이미 현대사회가 보여주는 공급과 소비는 차고 넘칠 정도로 심각한 수준에 이르렀다.

코로나 이후 전국적으로 급격히 늘어난 중고매장(당근마켓이든, 오픈박스든)을 보는 시각은 다를 수 있다. 우리나라는 OECD 국가 중에서 자영업자 비율이 가장 높은 사회구조를 가졌다.

새 물건을 파는 자영업자 가게 옆에 중고매장이 들어서서 비슷한 물건을 값싸게 살 수 있다면 소비자는 환호하지만, 판매자이자 또 다른 자영업자인 가게 주인은 어려움을 겪을 것이다. 그러니 어느 판매방식이 옳다고 말할 수 없다. 소비자가 되어 살 때는 좋은 물건을 값싸게 살 수 있는 물건이 좋고, 판매자가 되어 물건을 팔 때는 새 물건을 제 값에 팔 수 있는 것이 좋기 때문이다.

나는 지난 2년동안 학생들과 함께 한길문고에서 중고책을 기부받아 다시 또 파는 '북비지중고장터'라는 활동을 해왔다. 중고책이니 아주 싼 값으로 되팔아 모은 돈으로 취약단체에 기부하는 것이다. 그러나 항상 고민되었던 것은 새 책을 정가에 팔아서 운영하는 서점에서 중고책을 팔도록 허용하는 일이 얼마나 어려운 결단인가 하는 거였다. 다행히도 서점대표의 지성적 마인드가 열어준 중고장터는 서점이라는 공간에서 색다른 가치로 빛을 발하고 있다.

코로나로 인해 우린 참으로 많은 영역에서 농도 진한 사유의 길을 걸어야만 했다. 평범하기만 했던 일상의 모습이 보이지 않는 두려움과 공포에 휩싸일 때 혼자로서는 할 수 없는 일들을 목격했다. 어떻게 하면 공생과 상생을 통해 내 삶이 행복해질 수 있는가를 깨닫게 되었다. 떨어져 있어야 모두 살 수 있다고 외치는 '사회적 거리' 역시, 상생을 위한 몸부림임을 알 수 있었다.

소비자이면서 자영업자인 나의 눈에 중고품 탁자 하나를 들여놓은 후 더욱더 많은 자영업자들의 마켓들이 보인다. 내 삶터의 반경 5킬로 이내에 들어서 있는 많고 많은 다양한 마켓들을 보인다. 전문가는 아니지만 또 정답도 모르지만 중고마켓과 비 중고마켓 사이에 상생의 길은 없을까를 고민해보았다. 전문가들이여, 모두를 위한 대답을 알려주시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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행복과 희망은 어디에서 올까요. 무지개 너머에서 올까요. 오는 것이 아니라 '있는 것'임을 알아요. 그것도 바로 내 안에. 내 몸과 오감이 부딪히는 곳곳에 있어요. 비록 여리더라도 한줄기 햇빛이 있는 곳. 작지만 정의의 씨앗이 움트기 하는 곳. 언제라도 부당함을 소리칠 수 있는 곳. 그곳에서 일상이 주는 행복과 희망 얘기를 공유하고 싶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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