TBS가 7일 공식 유튜브 채널에 공개한, 1월 7일 새벽 2시 56분 대설 특집 방송 종료 직전 TBS 제작진의 모습.

TBS가 7일 공식 유튜브 채널에 공개한, 1월 7일 새벽 2시 56분 대설 특집 방송 종료 직전 TBS 제작진의 모습. ⓒ TBS

 
'TBS는 어제 저녁 8시부터 새벽 3시까지, 오늘 아침 5시부터 7시까지 <대설 특집 방송>을 긴급 편성해 기상정보와 교통정보, 청취자 교통 제보 문자를 전하고 제설 담당자, 기상통보관, 길 위에 발이 묶인 시민 인터뷰 등을 발 빠르게 연결해 큰 호응을 얻었습니다. 아침 7시~9시 <뉴스공장> 시간에도 서울시내 교통 상황을 계속해서 전달했습니다.'

7일 TBS(교통방송)가 내놓은 입장문 중 일부다. 지난 6일 예상치 못한 폭설 상황에서 교통방송 본연의 역할을 다했다는 설명이었다. 어찌 보면 당연한 대응이라 할 수 있었다. TBS가 이런 입장을 구태여 내놓은 이유가 있었다. TBS의 정치적 편향성을 지적하고 나선 이혜훈 전 국민의힘 의원의 문제제기 때문이었다.

"어제처럼 폭설로 서울 시내 전역이 주차장을 방불케 하고 천만서울시민의 발이 묶여 분통을 터뜨리는 상황에서는 TBS는 긴급편성으로 청취자들에게 교통정보를 실시간으로 제공했어야 한다. 그런데 TBS 편성표를 보면, 어제 밤부터 출근길 혼란이 극에 달한 오늘 아침까지 긴급편성 돼야 마땅한 교통방송은 찾아보기 어려웠고 온통 정치방송과 예능방송 일색이었다."

같은 날 오전, 이 전 의원이 전날(6일) 제설작업과 관련해 비판을 받은 서정협 서울시장 권한대행을 겨냥하며 TBS의 편성을 걸고넘어졌다. 이 전 의원이 해당 페이스북 글을 게시한 뒤 불과 수 시간 만에 TBS가 위와 같이 반박하고 나선 이유였다.

TBS의 반론을 풀이하면, 이 전 의원이 실제 긴급 편성된 방송은 확인하지 않은 채 기존 편성표만 확인한 뒤 "정치적 편향" 운운하며 "온통 정치방송과 예능방송 일색"이라 했다 할 수 있다. TBS는 이 같은 이 전 의원의 주장이 "황당한 허위사실"이라며 관련 보도를 내보낸 언론사에 정정보도를 요청했다. 더줄어 정정보도 등을 이행하지 않을 시 법적 대응도 할 것임을 밝혔다. 

TBS의 반박에도 불구하고 이 전 의원은 현재까지 별다른 입장을 내놓지 않고 있다. 그렇다면 야당 중진 정치인은 왜 이런 어처구니없는 상황을 자초했을까. 

국민의힘의 TBS 흔들기

결론부터 내놓자면, 석 달 앞으로 다가온 서울시장 보궐선거를 앞두고 그간 보수야당 및 보수언론이 지속해왔던 'TBS 흔들기'와 '김어준 때리기'가 정점으로 치닫고 있다. 특히 수년째 라디오 청취율 1위를 달리고 있는 <뉴스공장>과 TBS 흔들기에 '올인'하는 모양새다.

"김어준씨 같은 정치적으로 편향된 방송인을 당연히 퇴출해야 함은 물론이고, 시대적으로 수명이 다한 교통방송은 서울시 미래 수요에 맞는 새로운 기관으로 거듭나도록 하겠다."

최근 서울시장 출마를 선언한 국민의힘 서울 송파병 당협위원장인 김근식 경남대 교수가 4일 "교통방송은 '일(1)도' 주저하지 말고 해체해야 한다"며 페이스북에 적은 글이다. 발단은 지난해 11월 중순 시작한 TBS의 '유튜브 100만 구독 캠페인 #1합시다'였다.

해당 캠페인은 김어준·주진우·김규리·최일구‧정준희‧이은미‧배칠수 등 TBS 프로그램 진행자들이 홍보 영상에 출연, "일(1)해야 돼 이젠", "일(1)하죠" 등의 구호를 외치며 일(WORK)과 구독자 '1'이란 동음이의어를 연결시키는 내용이었다.

같은 날 국민의힘은 홍종기 부대변인의 논평을 통해 해당 캠페인을 출연자들이 여당인 '기호 1번'을 외치는 '정치적 캠페인'이라 규정한 뒤, TBS의 공고대로라면 11월 말이면 끝났을 캠페인을 왜 연초까지 노출하느냐며 강하게 비판했고, 법적인 조치를 취하겠다며 압박에 나섰다.

이에 대해 TBS는 같은 날 "특정 정당을 지지하는 캠페인을 할 이유가 없다"며 "지난해 구독자 100만명을 달성하지 못해 목표치가 될 때까지 캠페인을 송출한 것뿐(이다). 100만명이 될 때까지 캠페인을 지속할 예정이었지만 불필요한 오해가 제기돼 송출 중단 여부에 대해 논의를 하고 있다"고 밝혔다.

결국, 5일 국민의힘 미디어특별위원회 측은 TBS와 해당 채널 라디오 진행자들을 대검찰청에 공직선거법 위반 등의 혐의로 고발했다. 해당 캠페인 내 숫자에 (여당의 상징색인) 파란색을 사용하고 평소 진행하는 방송에서 정치 편향 발언을 했다는 등의 이유였다.

국민의힘이 방송인 김어준씨가 진행하는 TBS <김어준의 뉴스공장>의 정치적 편파성을 지적하며 공격해온 것은 어제 오늘 일이 아니다. 현 정부 들어 TBS는 과학기술정보방송통신위원회 국정감사의 단골손님이었다. 보수야당 의원이 고 박원순 전 서울시장과 이강택 TBS 사장을 불러, 호통을 치는 장면도 몇 해에 걸쳐 목격돼 왔다.

그러던 차에, 이번 서울시장 보궐선거를 앞두곤 급기야 폐지론이 공약사항으로까지 등장한 것이다. 김근식 교수에 이어 최근 출마를 선언한 오신환 전 의원은 "TBS의 사이비 어용방송인들을 퇴출시키겠다"는 주장을 공약에 포함시키기도 했다.

김근식 교수 역시 TBS 독립성 보장, 서울시 출연금 편성 중단 등을 공약으로 내세운 뒤 "교통방송의 심각한 정치적 편향성을 정상화하려는 것에 대해 거꾸로 신군부식 언론장악이라고 비난하는 것이야말로 억지모략이자 적반하장에 불과하다"고 주장했다.

범야권 후보로 꼽히는 금태섭 전 의원 또한 지난달 31일 페이스북 글에서 "(TBS와 <뉴스공장>의) 편향성이 극렬하고 다양하게 나타나면서 너무나 큰 해악을 끼치고 있다"며 '뉴스공장 폐지'와 '진행자 김어준씨 교체'에 대해 "시민들의 뜻을 묻겠다"고 밝혔다. '당선 후 프로그램 폐지 및 진행자 교체'를 공개적으로 천명한 발언이었다.

이혜훈 전 의원의 앞선 행동은 본인 역시 여타 후보들과 마찬가지로 TBS‧김어준 비판 흐름에 동참해야 한다는 조급증에서 비롯된 것으로 풀이된다. 앞서 국민의힘 미디어특별위원회는 당 차원의 서울시장 보궐선거 공약으로 <뉴스공장> 폐지와 TBS의 교통전문방송 개혁을 천명한 바 있다.

어떠한가. 보수야당과 보수야권 정치인들이 프로그램 폐지와 진행자 폐지를 공약으로 내걸고, 진행자들을 무더기로 검찰 고발에 나서는 자체가 방송을 정권의, 정치의 하수인로 보던 군사정부, 권위주의 정부 시절의 위험한 발상이라 여겨지지 않는가. 이를 바라보는 외부의 시선은 어땠을까.

퇴행 그 자체

'<김어준의 뉴스공장>을 지지하는 시민도 많다. 이들 시각에서 보면 주요 이슈에 대한 다수 언론의 편향된 보도와 정보의 불균형을 어느 정도 교정해줬고 청취율 1위가 됐다. 이런 프로그램을 폐지하는 것은 여론 다양성을 훼손하는 것.'

7일 PD연합회가 내놓은 성명의 일부다. 그러면서 PD연합회는 "프로그램 내용이 문제라면 방송통신심의위원회나 언론중재위원회의 판단을 구하는 등 민주적 절차에 따라 시정을 요구하는 게 합리적인데, 정치권에서 프로그램과 진행자의 퇴출을 주장하는 것은 언론탄압"이라고 꼬집었다.

서울시장 보궐선거에 출마하는 야권 주자들이 'TBS 해체, 김어준 퇴출'을 선거공약으로 추진하는 것에 대해 민주언론시민연합(민언련)은 "방송독립 침해"라며 "서울시장으로서 자격미달"이라고 비판했다.

앞서 민주언론시민연합(민언련)도 관련 논평에서 "방송의 독립성을 고려하기는커녕 방송 독립성을 서울시장이 나서서 해치겠다고 선언하고 있다"며 보수야당의 때리기를 "방송독립 침해"라고 규정했다.

프로그램 폐지를 공약으로 내건 정치인들에 대해서도 민언련은 "서울시장으로서 자격미달의 언론관을 가지고 있음을 확인시켜 준다"며 "방송법 제4조(누구든지 방송편성에 관하여 이 법 또는 다른 법률에 의하지 아니하고는 어떠한 규제나 간섭도 할 수 없다)에도 위배된다"고 꼬집었다.

어쩔 수 없다. 국민의힘의 DNA를 의심할 수밖에. 지난해 국민의힘은 시의회를 배경으로 '청년 정치 코미디'를 표방한 KBS 드라마 <출사표>에 대해 정치적 편향성을 근거로 KBS에 대한 고발과 방송통신심의위원회 제소 등을 검토하겠다며 압박한 바 있다. 드라마 방영 전의 일이었다. 최근에도 역시 방영 전인 JTBC <언더커버>가 '공수처 미화 드라마'라며 같은 주장을 반복하기도 했다.

미 트럼프 대통령이 딱 그랬다. 자신이 마음에 들지 않는 뉴스 채널은 가짜뉴스로 몰아갔고, 자신을 풍자하는 프로그램엔 방송사 전체를 매도하며 공개적으로 압박을 가했다. 그 결과, 애초 자신을 지지했던 폭스뉴스마저 등을 돌리는 비극(?)을 맞았다. 방송사 예능 프로그램의 이미지를 활용해 정치에 입문한 트럼프 대통령이 미디어를 정권의 하수인으로 부리려다 갈등을 빚은 상징적인 장면이었다.

사실 멀리 갈 필요도 없다. "우리는 이명박‧박근혜 정부 9년간 정치권이 개입해 언론의 자유와 독립을 훼손한 사례를 여러 차례 목도했다"는 민언련의 지적 그대로, 국민의힘의 전신인 보수여당은 MBC < PD수첩 > 사건, 정연주 전 KBS 사장 해임 사건, 이정현 전 청와대 홍보수석의 'KBS 세월호 보도개입' 등으로 대한민국의 방송보도를 후퇴시킨 것도 모자라 블랙리스트를 실행한 장본인들이지 않은가.

TBS와 <뉴스공장>은 청취율과 화제성 면에서 고 박원순 서울시장 시절 비약적인 성장을 이뤄냈다. 이를 바탕으로 지난해 2월 개국 30년 만에 서울시 산하 사업소에서 독립, 서울시 출연기관인 미디어재단 TBS으로 재출범했다. 과거 서울시장의 정치적 성향에 따라 '용비어천가'를 바꿔 부르던 공무원 조직에서, 독립성과 공정성을 확보할 여지가 넓어진 재단 조직으로 탈바꿈 한 것이다. 

이런 특수성을 무시한 채, 서울시장 당선 시 프로그램 폐지와 출연자 교체를 공약으로 내건 보수야당 정치인들은 어느 시대를 살고 있는가. 블랙리스트와 보도 개입을 자행하고, 입맛에 맞지 않은 방송과 방송인들을 '정치 검찰'을 활용해 겁박하던 그 시절로 돌아가고 싶은 건가. 본인들의 공약 자체가 역사의 퇴행이란 사실을 정말 모르는가.  
TBS 김어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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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고 작업 의뢰 woodyh@hanmail.net, 전 무비스트, FLIM2.0, Korean Cinema Today, 오마이뉴스 등 취재기자, 영화 대중문화 칼럼니스트, 시나리오 작가, 각본, '4.3과 친구들 영화제' 기획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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